[스크랩] 65세의 젊은이가 중동과 동유럽을 해매다<36>-하란-
<하란 :Harran>
구약성서에 의하면 하란은 아브라함이 야훼의 부르심을 받아 가나안으로 가기 전에 잠시 체류했던 곳이라 한다. 창세기(제11장 31절)에 “데라는 아들 아브라함과 아들 하란에게서 난 손자 롯과, 아들 아브라함의 아내인 며느리 사래를 데리고 갈대아 우르에서 가나안을 향하여 길을 떠나다가 하란에 이르러 거기에다 자리잡고 살았다.”고 하였다.
하란의 본래의 이름은 아람나히라임(Aramnaharaim : 두 강 사이에 있는 아랍사람들의 땅이라는 의미라고 함)이었다고 한다. 하란은 서쪽으로는 유프라테스 강이 동쪽으로는 티그리스 강이 흐르고 있으며, 아나톨리아와 메소포타미아 사이를 연결하는 무역통로로서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아침 일찍 산르우르파 오토갈로 가서 7시에 출발한다는 Harran행 돌무쉬를 탔는데 한시간이 지나도 움직이지 않더니 8시 30분이 되어서야 출발하기 시작하였다. 이놈의 차가 가는 건지 마는 건지 산르우르파 시내를 빠져나갈 때까지 하란으로 가는 손님을 하나라도 더 태우려고 시내 곳곳에서 정차하여 움직일 줄 몰랐다. 시내에서 손님을 기다리며 가다서다의 반복을 하기를 한 시간 이상은 걸린 것 같다. 9시 20분이 되어서부터는 속도를 내기 시작하였다.
산르우르파에서 하란 가는 길은 끝없는 평원이다. 시리아로 이어지는 넓고 넓은 평원을 뚫고 돌무쉬는 시원하게 달렸다. 간간히 도로공사를 한창 진행하는 곳과 비포장도로가 있어서 먼지를 뒤집어쓰면서 가야했다. 한낮이 가까워지자 차창을 파고드는 햇살이 따가웠다.
10시20분경에 하란에 도착하였다.
하란은 터키에서 시리아로 이어지는 국경 부근에 위치한 광활한 평원 한가운데 있는 마을로 현대식 건물들 몇 개와 허허한 벌판 가운데 민가들이 듬성듬성 보였다. 그리고 돌무쉬에서 내려 길을 건너면 무너진 성벽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큼직하고 네모난 바위들이 흩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한 젊은 사람들이 나른 반갑게 맞이하더니 “하란에 온 것을 환영한다.” “어디에서 왔느냐?”하면서 나에게 다가와 아주 친절하게 투어를 하라고 권하는 것이었다. “나는 투어를 하지 않을 것이며 가이드도 필요하지 않다. 이 부근의 유적지와 에그 하우스라는 일광건조 가옥을 구경하고 바로 돌아갈 것이다.”라고 했더니, “왜 여기까지 와서 투어를 하지 않느냐?”고 따지고 들었다. 그들은 집요하게 투어를 하라고 졸라댔다. 그들은 내가 가는 길을 막아서면서 계속 투어를 강요하였다. 하란에 온 것이 후회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너희들 때문에 하란 관광을 포기하고 돌아가야겠다.”고 말하면서 그들을 피해 산르우르파로 가는 돌무쉬 정거장으로 가는 데도 계속 따라오면서 괴롭히는 것이었다. 대책이 서질 않았다.
그때 산르우르파에서 나를 태우고 온 미니버스 기사가 나에게 자기 차를 타라고 손짓을 하였다. 어디로 가는 것인지도 모르고 투어를 강요하는 젊은이들로부터 벗어날 기회로 생각하고 탔다. 미니버스 기사가 내가 투어호객꾼들과 실랑이 하는 것을 보았던 모양이다. 미니 버스기사는 나를 에그하우스가 있는 곳까지 데려다 주고는 ‘이곳을 구경하고 언덕길을 따라 돌무쉬 정거장으로 넘어오라.’고 하고는 돌아갔다. 정말로 고마웠다.
어느 집 앞에 이르러 에그 하우스의 사진을 찍었더니 한 여인이 나타나서 “포토 모니!”하면서 손을 내미는 것이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는 채하고 무시하고 지나갔다. 그런데 또 다른 골목에서 언제부터 대기했는지 갑자기 어린 아이들 서너 명이 다가와서 일제히 손을 내밀며 “모니, 모니!”를 외치는 것이었다. 이곳에 관광 왔던 사람들이 그렇게 만들어놓았는가, 이곳 사람들의 천성이 그러한가? 동전 몇 닢을 주는 내 마음도 씁쓸했다.
또 한 젊은이가 다가오더니 자기가 “가이드해 주겠다.”고 하였다. “No need!”라고 분명히 얘기했는데도, “이곳은 가이드가 필요한 곳이다. 내가 가이드를 잘 해주겠다.”하고 집요하게 달라붙는 것을 상대해 주지 않았더니만 100여 미터 정도 따라 오다가 스스로 떨어졌다.
그 형체조차 희미한 옛 성터를 돌았다. 성터는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충분할 것 같은데 허물어진 채로 그냥 버려져 있다. 보전과 복원을 위한 노력이 보이지 않았다.
성터를 돌아본 다음에 끝이 뾰족하고 길쭉한 원뿔을 여러 개 늘어놓은 것처럼 생긴 일광건조벽돌(日光乾燥壁乭)로 만든 특이한 모양의 집들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갔다. 관광용으로 만든 에그 하우스,로 들어갔더니 음료수와 관광 상품을 내놓고 판매하면서, 그 집의 형태와 내부시설을 공개하는 곳이었다. 거기서 차이 한잔을 시켜 마시고 에그 하우스의 구조를 살펴보았다. 에그 하우스는 거실, 내실, 부엌, 작업실 등 용도별로 다양하였고, 거기에 비치해 놓은 가재도구들이 그들의 전통적인 삶을 느끼게 하였다.
한 건물에 방이 여러 개가 있는데, 방 하나에 원추형의 긴 지붕을 하나씩 만들어서 연결해 놓았다. 지붕이 달걀 모양과 같다고 하여 ‘에그하우스’라고 부른다 하였다. 그리고 지붕 끝은 하늘이 보이도록 구멍을 뚫어놓았는데 실내로 빛을 들여보내기도 하고 통풍역할을 하는 것 같기도 하였다. 지붕 끝에 구멍을 내어 빛을 들어오도록 하였다고는 하나, 밖에서 실내로 들어가면 처음에는 안에 있는 물체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다.
이 지역이 여름의 무더운 날씨 때문에 벽과 지붕을 흙으로 빚어 높게 쌓아올려서 실내로 더운 공기가 들어오는 것을 완화시키고 원추형 끝의 공기창을 통하여 더운 공기를 빠져나가게 한 것 같다.
에그 하우스를 살펴보고 나와서 공회당 같은 곳에 검은 차도르를 두른 여인들이 모여 있었다. 나를 본 여인들이 자기들이 앉아 있는 곳으로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였다. 그래서 다가가서 사진을 찍으려고 했더니 촬영은 완강히 거절하였다.
학교가 있는 곳으로 가 보았다. 학교 시설이 아주 열악해 보였다. 어린이들이 나를 보더니 때로 몰려와서 돈을 달라고 하였다. 여기는 모두 거지 근성을 길러놓았나?
미니버스 기사가 일러준 대로 돌무쉬 정거장으로 가기 위하여 학교 옆으로 난 언덕배기 길을 따라 올라갔다. 이 언덕을 중심으로 성이 있었던 것 같다. 건물에 쓰였던 석재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건물이 들어섰던 넓은 터도 있었다.
하란은 넓은 평원지대에 자리잡은 아주 조용한 지역이다.
돌무쉬 정거장에 왔더니 차를 기다리는 아랍인들이 그늘에 앉아 있었다. 그들에게로 다가가서 그들의 복장을 살펴보기도 하고 그들이 쓰고 다니는 수건을 잠깐 보자고하여 내머리에 써 보기도 하였다. 이렇게 일반인들은 순박하고 정이 느껴지는데, 여행객을 상대하면서 이익을 챙기려는 무리들을 만나면 피곤하다.
산르우르파에서 하란 가는 길 -- 시리아로 이어지는 평원
다음 사진은 하란의 유적지입니다. 하란의 유적지는 폐허인 채, 복원의 손길이
닿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유적지에서 양들이 풀을 듣는 모습이 한가롭습니다.
다음은 에그 하우스입니다. 그 모양이 특이합니다. 그러나 강열한 햇볕 아래에서
살아야 하는 하란 사람들의 과학적인 기능을 지닌 전통가옥입니다.
에그 하우스 내부
하란에는 아랍계통의 사람들이 많이 산다고 합니다. 이렇게 수건을 두른 남자들은
대부분 아랍사랍들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