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

[스크랩] 65세의 젊은이(?)가 인도를 헤맸다-55-<자이살메르3>

어르신네 2006. 10. 4. 09:05
 

2005년 3월 17일 (목) 맑음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니 몸이 뒤틀리고 심상치 않은 조짐이 나타나는 것 같아서 걱정이 되었다. 아내도 몸을 뒤척이며 신음 소리를 낸다. 낙타 사파리의 후유증이었던가 보다. 우리는 이틀간을 하루에 4시간 이상을 낙타 등에 앉아서 보냈으니 몸에 무리가 온 것 같았다. 역시 늙음은 막을 수 없었나 보다.


나는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 체조를 하였다. 체조가 끝나고 나니 몸이 풀리는 것 같았다.

아내는 방안의 공기가 너무 후덥지근하고 좋지 않다면서 아직 밖이 깜깜한데 이불을 말아서 옥상으로 올라갔다.

해가 오르고 사람들이 오가고 하여 옥상 한 구석에 자리를 깔고 누워 있던 아내가 내려왔는데 아침에 포도를 먹고 싶다고 하여 장터로 나가보았다. 마침 포도장수가 짐을 풀고 있어서 쉽게 구입하였다. 포도, 바나나, 귤 등을 사가지고 오니 아내는 감자와 양파를 썰고 다시다를 풀어서 코일로 익혔다. 구수한 냄새가 일품이었다. 미숫가루를 타서 함께 먹었더니 아침식사가 간단히 해결되었다. 아내는 아침 시간이 조금 지나자 생기가 도는 것 같아서 여간 다행하지 않았다. 자이살메르 성 안에는 맛사지해 주는 곳이 있다고 하니 오늘은 거기에 가서 맛사지로 몸을 풀면 어떻겠느냐고 하니 싫다고 하였다.


오늘은 낙타사파리로 피곤했던 몸을 푹 쉬게 하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다. 내일 아침에 체크 아웃(9시)을 하고 짐을 여관 로비에 맡긴 다음 자이살메르 성 안에 들어가서 관광을하고 오후에 역으로 나가서 밤차를 타야 하기 때문에 몸에 무리를 주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오늘을 쉬는 날로 일정을 잡았다.

아침을 먹고 침실 의자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피곤이 몰려왔다. 그래서 침대에서 가서 누워잤다. 한잠 자고 나니 몸이 조금 가벼웠다.


델리에 도착하는 날이 토요일이라서 델리 가서 쓸 돈이 모자랄 것 같아 오늘 환전하려고 하였다. 여관에 부탁하면 수수료를 주어야 하므로 직접 은행에 가서 화전하려고 하였다. 우물쭈물하다가 오후 2시가 지나서야 여관을 나섰다. 한낮의 열기가 대지를 꽉 메웠다. 그래도 오늘 환전을 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자이살메르 성 입구 쪽으로 올라갔다. 성 입구에서 한국인 남녀를 자이살메르에서는 처음 만났다. 반가웠다. 그들은 자이살메르에 여러 번 왔었다고 했다. 인도에 온지는 5개월이 다 되어간다고 하였다. 그들과 헤어져서 우리는 Ghandi Chowk로 갔다. 가다가 너무 더워 아내는 점심을 먹고 가자고 하여 한 Restaurant에 들어갔더니 옥상의 식당이었다. 태양열을 잔뜩 받아 달아오르는 자리에서 점심을 시켜 먹었는데 왜 그리 굼뜨고 말귀가 어두운지 좀 답답하였다. 에어쿨러를 틀기는 했는데 더운 바람만 날린다. 점심을 먹고 Ghandi Chowk로 가서 은행을 찾았으나 환전사정이 좋지 않아 그냥 돌아왔다.


우리가 돌아오는 길에 동양인인 우리가 이상하게 보이는지 어른, 애들 할 것 없이 우리들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그리고 일본말과 한국말로 우리의 관심을 끌어 자기들 상품을 구매하라고 사정을 한다. 일일이 응대해 주자니 참으로 번거롭다.

또 젊은 사람들은 우리에게 다가와서 낙타사파리를하라고 한다. 이미 끝났다고 해도 계속 따라붙으면서 사파리 서비스를 제대로 못받았을 것이라면서 자기들이 실시하는 사파리가 진짜라고 따라다니면서 귀찮게 한다.


성 동쪽 기차역으로 나가는 곳에 야채파는 곳에 가서 과일과 야채를 사서 여관으로 돌아왔다. 여관에 돌아오니 Matthew가 2박 3일의 간의 사파리를 마치고 돌아왔다. 그리고 3박4일 간 사파리를 한다고 했던 Staci와 Kate도 같이 돌아왔다. 무슨 사정이 있는 모양이었다. 저녁 식사 때에 Matthew에게서 들은 얘긴데 둘 중 하나가 허벅지 살이 많이 패여서 낙타 사파리를 계속 할 수가 없었다고 하였다. 그들의 표정과 햇볕에 얼굴이 붉게 탄 것으로 보아 사막에서 꾀나 고생을 한 것 같았다. Matthew는 나를 보더니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조금 더 있다니까 우리를 안내했던 낙타몰이꾼들도 왔다. 무척 반가워서 한참을 부둥켜안고 반가운 정을 나눴다. 아내도 그들을 보고 반가워하고 고마워하였다. 그런데 어린 아이는 왜 안 왔느냐니까 그의 집은 사막마을에 있어서 그리고 돌아갔다고 하였다.

어저께 아민에게 면도해준 것을 본  J가 아내에게 머리를 깎아달라고 하였다. 아내는 그 돼지털처럼 뻣뻣하고 곱슬곱슬한 J의 머리를 일반 가위로 정성껏 다듬어주었다. 머리 모양이 제법 괜찮게 되었다. J는 얼굴을 거울에 가져다가 대고  이리저리 살피더니 만족한 듯 웃음 보이면서 아내에게 무수히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다.

그들과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까 아내는 우리말로 그들은 라자스탄어로 손짓발짓 등 온갖 제스춰를 다 동원하여 자기말만 늘어놓는데 어쩌면 이야기가 통하는 것 같기도 하였다. 아내는 우리말을 하면 아민과 J는 자기들 말로 받아서 하고 그러고 나서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면서 깔깔대고 웃었다. 그런 이상한 대화가 계속 이어지니까 옆에서 보는 사람들도 우스워서 배꼽을 잡았다. 그들은 곧 돌아갔는데 헤어질 때는 서로 잡았던 손을 놓기가 싫었다.


저녁에는 아내가 시장에서 사온 감자와 양파 등으로 간단한 요리를 하였다. 나는  아내가 만든 음식을 옥상으로 가지고 올라가서 식당에서 주문한 Veg Fried Rice와 함께 저녁 식사를 거(巨)하게 하였다. 그리고 Matthew가 맥주를 시켜 혼자만 홀짝홀짝 마시기에 나도 하나 사서 마셨다.

 

자이살메르는 낙타사파리가 주관광자원인 것 같다. 날씨가 더워지는 시기라서 앞으로 이런 날이 계속된다면 낙타사파리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3월에는 일본인들이 많다는데 3월 중순이 지나면서 그것도 한풀 꺾이는 것 같다.


영어를 익혀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였다. 영어를 하지 못하니 이렇게 답답할 수가 없다. 외국인들은 영어권이 아닌 곳에서 온 사람들도 능통하게 구사하고 인도현지인들도 영어를 잘 하는데 나는 그들과 인사 몇 마디 끝나면 벙어리가 되고 또 그들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늙었지만 집에 돌아가서는 회화공부를 좀더 해야겠다. 그리고 자식들에게도 영어의 중요성을 일깨워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야 하는 당위성에 대하여 강조해야 하겠다.


이제 돌아가는 길이 된다. 인도 여행을 헛되지 않게 인내하고 잘 정리해서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임을 보여야 한다. 자식들에게 우리 부부의 여행이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좋은 동기부여가 되었으면 좋겠다.


자이살메르에서 마지막으로 보내는 이 밤이 좀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여행이 거의 끝나간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정리를 잘 해야겠다는 마음이지만 생각대로 잘 마무리 될 것인지는 지나봐야겠지......... 

 

 

저녁 식사를 마치고-Matthew-


좌측  우리들의 사파리를 도왔던 Amin 중간이 메니저(조드뿌르coxy여관 주인 동생)


자이살메루 입구
 


출처 : 인도방랑기
글쓴이 : kks720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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