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

65세의 젊은이가 중동과 동유럽을 헤매다<48>안탈랴2. <콘야알트 해안과 구르순르 폭포>

어르신네 2006. 10. 17. 22:40
 


안탈랴 2.


콘야알트 해안

2005년 11월 22일(화) 맑음

날씨가 맑아서 돌아다니기는 좋았다. 아침에는 쌀쌀하였으나 한낮은 좀 포근한 편이었다. 오늘은 Konyaalti Beach로 가서 해변을 돌아보고 돌아오다가 박물관을 들러보기로 했는데 박물관은 너무 늦은 시간에 가서 들어가지 못하였다.


아침에 늦장을 부리다가 11시가 지나서 여관을 나섰다. 여관과 가까이 있는 Kaaaliolgu Parki로 갔다. 아침나절인데도 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할일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공원을 한 바퀴 돌아서 전철이 있는 안타튀르크 거리로 나가서 트램길을 따라 서쪽으로 걸었다.

천천히 걸어서 줌후리예 거리에 이어져 있는 안타튀르크 공원으로 들어섰다. 아래로 지중해를 굽어보면서 공원길을 따라 서쪽해안으로 걸어서 갔다. 공원에 나와 있는 많은 사람들이 동양인인 나를 신기한 듯이 바라보기도 하였다.   

콘야알트 비치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2시가 되었었다. 콘야알트 비치는 그  길이가 4km이상은 될 것 같다. 서쪽해안을 따라서 가면 비치는 훨씬 더 길게 이어질 것 같다. 이 콘야알트 해안은 모래가 아닌 작은 콩알 같은 돌로 이루어져 있어서 이색적이었다. 콩알 같은 돌이 깔려 있는 해변을 걸어 다니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발바닥에 와 닿는 감촉은 여간 좋지 않았다. 나는 얼른 신발은 벗고 바지를 걷어 올리고는 물로 들어갔다.


물이 차갑지 않고 미지근하였다. 얼마든지 물속에 들어가서 수영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간간히 파도가 심하게 할퀴고 간 곳에는 작은 돌들이 급한 경사를 만든 곳이 있어서 수영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은 물가를 거닐 때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 같았다. 콩처럼 작은 돌들이 해안 바닥에 깔려 있어서 물속에서 걷기도 쉽지 않았다.


파도가 작은 돌들을 쓸어서 내려갔다가 다시 밀고 올라오는데 어떤 곳은 기복이 심하여 내 몸이 갑자기 물속으로 빨려 들곤 하였다. 해안은 맑고 깨끗하며, 겨울인데도 물이 차갑지 않아서 여기저기에서 수영과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과 낚시를 드리워놓고 물고기를 낚는 사람들이 있었다.


참으로 맑고 깨끗한 해안이다. 파도가 해변을 핥으면서 작은 돌들을 끌고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차르륵 차르륵”하는 소리가 정겹다. 파도는 잔잔하였지만 물결 끝자락의 일렁임이 내 마음을 흥겹게 해주었고, 파도가 밀려오면 작은 거품을 일으키면서 수면으로 가라앉았다가 파도가 물러나자 물기를 흠뿍 머금은 작은 콩 돌들이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이 보석처럼 영롱하고 아름다웠다. 


 

콘야알트 해안

 

 


오늘 콘야알트 해안에 있는 하나같이 예쁜 이 작은 돌들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을 씻기고 갈리고 닦였을까. 세월과 자연과 인생을 더불어 생각하면서 해변을 거니느라고 점심식사까지 거슬렀다.


해변에서 너무 시간을 많이 보내서 박물관 관람을 하지 못하고 여관으로 돌아왔다.

여관에 돌아와서 신군과 정양에게 콘야알트 비치에 대해서 얘기했더니 자기들도 일정을 하루 늘려서 해변에서 하루를 보내다가 가겠다고 하였다.

오늘 저녁에는 내가 주동이 되어 닭백숙을 하여 먹으면서 밤새는 줄 몰랐다.

여행을 하다가 이역만리에서 우리의 젊은이(신용하 군과 정민선 양)를 만나 이렇게 즐겁게 한때를 보냈다는 것만으로도 보람 있고 행복했다. 이들과 안탈랴에서 하루 더 묵었다가 파묵칼래로 가기로 하였다.



구르순르 폭포

2005년 11월 23일(수) 구름

오늘은 신 군과 함께 안탈랴 근교에 있는 구르순르 폭포(Kursunlu Selalesi)에 갔었다.

130년에 로마의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이 도시를 통치했던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웠다는 하드리아누스 문 부근에서 만난 친절한 터키인(안타키아에 살고 있으며 안타키아 박물관 관장이라고 하였다.)으로부터 안내를 받아 어렵게 구르순르 폭포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버스가 30여분을 달려가서 도착한 폭포 공원은 헐렁한 울타리로 둘러있었다.


매표소에서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는 길옆을 꾀 많은 수량의 물이 흐르고 있었다.

공원을 들어서자마자 물 흐르는 소리가 요란하였다. 발 아래로 흐르던 물이 힘찬 물줄기가 되어 갑자기 폭포로 떨어지면서 천지를 진동하는 굉음을 냈다. 굉음을 내며 떨어지는 물줄기는 흰 천을 걸쳐놓은 것 같았으며, 물보라가 피어오르면서 주변을 신비로운 기운이 감돌게 하였다.

신군과 나는 물줄기를 따라 조금 더 내려갔다. 거기에 장대한 폭포가 또 기다리고 있었다. 폭포 아래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여러 폭의 비단을 걸쳐놓은 것 같다. 폭폭 아래로 떨어진 물이 흰 수포를 이루어 강바닥을 희고 푸른 물감으로 들여 놓은 것 같았다. 거침없는 물줄기가 아래로 아래로 내닫는 모습이 시원스러웠다.


폭포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뚫려 있는 동굴도 신비롭고, 폭 안쪽에서 바라보는 폭포의 모습 또한 장관이었다. 신군과 나는 폭포 안쪽 동굴의 벤치에 앉아 넋을 놓은 채 그 장대한 폭포의 굉음 속에 비단을 걸어놓은 것 같은 낙수와 물보라를 보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구르순르 폭포는 낙차가 크지는 않지만 관객을 압도하면서 시선을 고정시키는 힘이 있었다. 물줄기가 어느 한 곳에서도 머뭇거리지 않고 빠르고 힘차게 흘러내렸다. 내 가슴을 답답하게 했던 찌꺼기들까지 시원하게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았다.  


우리는 폭포 공원에서 나와  공원아래에 있는 강가 레스토랑에 들려 구르순르 강에서 잡은 송어 구이로 점심을 대신하였다. 멋진 나무 숲 속으로 유유히 흐르는 강가의  운치 있는 분위기를 즐기면서 정말로 맛있게 송어 구이를 먹었다.


오늘 쿠르순르 폭포에 갈 때, 안타크야에서 교회 목사로 있다는 사람의 도움으로 폭포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그는 자기의 용무를 제쳐두고 여러 사람들에게 구르순르로 가는 버스 정류장을 묻고 묻느라고 30분 이상을 거리에서 헤맸다. 그는 우리가 차를 타는 것까지 지켜보고 나서 갔다. 터키인들의 친절에 다시 한번 감탄하고 감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