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

65세의 젊은이가 중동과 동유럽을 헤매다<57>부다페스트

어르신네 2006. 10. 28. 23:28


부다페스트


2005년 12월 9일(금) 맑음

오랜 만에 맑은 날씨였다. 그러나 추웠다.

오늘은 빈(Wien)에서 부다페스트(Budapest)로 이동하였다.

학생들이 일찍 일어나서 짐 챙기기가 쉬웠다. 민박집 주인과 학생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서역으로 갔다. 이른 아침이라서 바깥 공기가 무척 차가웠다.

8시 38분에 출발하는 차인데 10분 연착하여 8시48분에 출발하였다.

마침 같은 칸에 한국 대학생 최00 군과 동행하게 되어서 심심하지 않았다.

그는 오늘 하루 부다페스트 시내만 구경하고 오후에는 빈으로 돌아간다고 하였다. 11시35분에 부다페스트 동역에 도착하였다.

기차에서 내리자 민박집을 안내하는 삐끼들이 다가왔다. 이들 삐기 가운데서 노랑잠바(혹은 노랑바지)를 입은 아주머니가 있는데, 주로 한국 배낭여행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마침 노랑잠바를 입은 헝가리 아주머니가 보였고, 손짓을 하니까 내게로 왔다. 노랑 잠바 입은 헝가리 아주머니의 안내를 받아 최 군과 함께 환전소에 가서 오늘만 쓸 돈을 환전하였다. 그리고 최 군과 작별 인사를 나눈 후 그는 시내로 나가고, 나는 아주머니를 따라 민박집으로 갔다. 민박집에는 한국 배낭여행자들이 남긴 물건들과 그 흔적이 벽면을 가득 채웠다. 


짐을 정리해 놓고 오후에 시내로 나가서 돌아다닐 곳을 지도로 확인한 다음에 전철을 탔다. 지하철을 타려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야 하는데, 오르고 내리는 거리가 상당한데다가 고속으로 운행하기 때문에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Deak ter(M2호선)에서 내려 지하철을 나왔다. 지하에서 나왔더니 방향감각이 서질 않아서 묻고 물어 성 이슈트반 성당을 찾았다.


이슈트반 성당은 부다페스트 제1의 성당으로서 로마로부터 왕관을 받고 이 나라를 건설한 초대 왕 성 이슈트반 1세를 기려 1905에 완성한 르네상스 양식의 성당이다. 성당 안의 장식이 요란 하다. 오른쪽 앞부분에 조그마한 유리관이 있는데 그 안에 이슈트반의 오른 손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고 하는데 어두워서 그런지 확인하지 못하였다.

성당을 나와 그 앞쪽 넓은 길을 따라 가보았다. 거기에 두나(다뉴브) 강이 흐르고 있었다. 도도히 흐르는 물결을 바라보면서 다뉴브 강을 소재로 하는 음악을 연상해 보았다.


“어스름 달빛에 안개는 끼고

고이 잠드는 깊은 밤하늘에

물결치는 작은 배 위에

등불만 흔들리고

새들은 잠깨어 날아가네.

갈대 잎 끝마다 반짝이는

저 잔잔한 물결 굽이

흐르는 다뉴브 강 물결은

달을 띄우고 흘러만 간다. “


언덕위 부다 왕궁으로 가려고 두나 강을 가로지른 세체니 다리(Szecheyi Lanchid)를 건너기 위해서 다리의 보행자의 길을 걸어가다가 아침에 기차를 같이 타고 왔던 최군을 만났다. 그는 부다페스트의 많은 것을 보고 가려고 바쁘게 다니고 있었다. 최군은 시내로 가고 홀로 남은 나는 유유히 흐르는 두나 강 위에서 시라도 한 수 읊고 싶은데 감정이 메말라서 안타깝다. 두나 강기슭 성이 있는 곳은 부다 지구, 왕성에서 두나 강 남쪽지역은 페스트 지구이다. 나는 지금 수백 년의 헝가리 역사를 지켜 보아왔을 세체니 다리 위에서 ...........


다리를 건너 부다 왕궁(Kiralyi Palota)으로 올라갔다. 13세기 후반에 처음 지었으나 두르크의 침략으로 파괴되어 17세기에 바르크 양식으로 재건하였다. 이후 전쟁과 화재로 많이 훼손되어 20세기에 와서 대대적인 보수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왕성의 넒은 뜰 곳곳을 둘러보았다. 왕궁이 방대하고 아주 견고하며 부다페스트 시내를 한 눈에 굽어볼 수 있는 곳으로 천연 요새이다. 왕성은 현재는 각종 박물관으로 이용되는 모양이다. 그리고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상점들도 건물 안에 많았다.


왕성을 나와 어부의 요새로 갔다. 마차시 성당을 에워싼 성곽이다. 네오고딕 양식과 네오 로마네스크 양식이 혼합되어 독특한 모양의 뾰족탑을 가지고 있다. 많은 관광객들이 1층과 2층에서 두나 강과 국회의사당이 있는 페스트지구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감탄하고 있었다.

‘어부의 요새’에서 내려와서 마차시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입장료 600Ft(1유로=149Ft)) 13세기 벨러 4세왕에 의해 초기 고딕양식으로 처음 지었고, 15세기 마차시 1세 왕에 의해 성당의 첨탑이 증축되었다고 한다. 오스만 제국이 침략했던 한 때는 모스크로 사용되기도 하였으나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해방되고 나서 바로크 양식으로 재건되었다가 그 후 다시 고딕 양식으로 개축된 건물이다. 왕들의 대관식이 거행된 된 곳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 성당이기도 하다. 빈(비에나)의 슈테판 성당과 같이 내부 각처에 기도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놓고 십자가상과 예수 마리아 혹은 성인들의 상을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기둥에는 아름다운 색상을 덧입혀 아주 현란하다.


좌측 층계를 올라가면 박물관인데 시대별로 미사 때 사용하던 용기와 십자가상 그리고 헝가리 어로 쓰인 성경 책, 그리고 또 눈길을 끄는 것은 어느 성인의 것인 듯한 두상(해골)을 안치해 놓은 것이다. 

바깥 공기가 차가워서 성당 안에서 몸을 녹였다. 해가 넘어간 다음에 나가서 야경을 보고 민박집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래서 5시 10분경에 성당에서 나왔다. 밖은 완전히 어둠에 잠겼고 하늘에는 반달이 전등불 사이로 살며시 얼굴을 내밀었다.

다시 어부의 요새 2층으로 올라가서 두나 강을 따라 난 도로에서 자동차들이 쏘아내는 헤드라이트와 강을 따라 설치해 놓은 전기 불빛, 국회의사당과 각종 유명 건물들이 토해낸 불빛 그것이 두나 강상으로 쏟아져 내려서 그야말로 빛의 잔치가 벌어졌다. 게다가  세체니 다리를 장식한 아름다운 광채의 발산은 빛의 아름다움의 정수를 모두 모아놓은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보아온 것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야경이었다. 두나 강의 야경은 내 발길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부다 왕궁으로 가다가 계단을 따라 세체니 다리로 내려갔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사방의 경관도 장관이었다. 그리고 다리에서 쳐다보이는 왕궁도 빛으로 둘러싸여 꿈의 궁전을 연상시켰다.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페스트 야시장 길로 갔다. 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차레를 기다려 음식을 사먹는 곳으로 갔다. 나도 거기서 음식을 시켜 먹고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저녁에 먹은 음식이 제법 맛이 있었다.

민박집에서 인터넷을 하려고 했더니 밤 10시 이후는 사용할 수 없다고 하여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부다 왕궁

부다 왕궁의 야경

마차시 성당


마차시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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