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의 젊은이가 중동과 동유럽을 헤매다<61> 자그레브 2.
자그레브 2
2005년 12월 13일 (화) 구름
어제 저녁에 비가 내렸다. 아침에 밖을 보니 땅에 물이 괴었다. 이 호스텔은 오래된 바로크 건축물인데 벽이 두껍고, 견고해서 비 내리는 소리, 자동차 소리 등이 잘 들리지 않았다. 비가 오면 우리집 같은 경우에 후드득거리는 소리가 귓전을 때릴 터인데, 이 호스텔의 건물은 육중한 건물의 3층이라 그런 낌새를 느낄 수가 없다.
지금까지는 중간에 여정을 변경했지만 예정대로 잘 진행이 된 것 같다. 앞으로의 여정이 많이 남았는데 계획한 내용들을 다시 점검해 보아야겠다. 앞으로의 여정을 위한 자료를 호스텔에서 찾아보았으나 쉽지 않았다. 좀 연도가 지난 영문판 론니에서 필요한 부분만 복사하기 위하여 카피하는 곳을 찾아갔더니 아주 친절하게 정성을 다하여 복사해주었다.
영문판 론리를 카피해서 Mark's Church로 갔다. 지도상으로는 내가 길을 바로 가는 것 같았다. 그런데 걸어온 거리와 위치로 보아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건물이 나타나야 하는데 건물들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아직 덜 왔는가? 길가는 사람에게 길을 물으려 하면 영어를 모른다고 모두 피해 버리고 참 난감했다. 지도의 표시대로 따라갔는데 두 블록을 더 올라갔다. 그러나 내려가는 길이 대충 짐작이 되어서 한참 내려갔는데 어떤 노인에게 물으니 아직도 더 내려 가라고 했다. 도대체 믿어야 하는 건지?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생기는 일이라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내 육감에 거의 부근에 온 것 같아서 주위를 다시 살펴보았다. 관청 건물을 지키는 경관들이 보였다. 그들에게 물으니 내 예감대로 관청건물에 둘러싸인 곳이 Mark's Church였다.
도시 안내도에는 Mark's Church가 꾀 큰 건물처럼 표시되어 있어서 웅장하고 큰 교회이거니 했더니 그리 크지 않은 아담한 성당이었다. 지금 한창 보수중이라서 외관이 별로 볼품이 없다. 성당 안에 들어갔다. 입구에 있는 문만 열리고 안에는 문이 잠겼다.
그런데 성당 안은 사람들이 들어가 있지 않고 성당을 올라가는 입구에 있는 성모상과 십자가 고상 앞에 운집해서 촛불을 밝혀놓고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성당의 주변 건축물은 경관들이 엄중하게 경비를 하고 있다. 건물마다 크로아티아 국기와 EU旗를 게양해 놓았다. 그런데 경비를 서 있는 이들에게 다가가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더니 아주 친절하게 사진을 찍어주었다. 그런데 사진을 찍을 때 전부 손가락이 렌즈를 가려서 하나도 쓸 것이 없었다.
Mark's Church에서 나와 언덕 길을 내려서니 바로 매인 스트리트가 타나났다.
2시가 조금 지나서 호스텔로 돌아가서 점심을 해 먹고 버스 정거장으로 가서 사라예보 행 버스 티켓을 구입하였다. 210Kuna(30유로에 해당하는 금액)가 들었다. 예매하고 돌아와서 외곽지대를 돌아보았다. 어느 학교 부근을 지나는데 중고등하생인 듯한 놈들이 학교 밖 담장 으슥한 곳에서 집단으로 담배를 피워대고 있었다. 남의 나라학생들이지만 그런 모습을 보니 마음이 불편했다. 그런데 이곳 어른들은 아이들이 담배 피고 있는 것을 보고도 못 본 척 그냥 지나쳤다.
한 로터리에 있는 큰 원형 건물이 박물관과 같아서 쳐다보고 있는데 한 노인이 지나가다가 묻지도 않았는데 미술 박물관이라고 알려주었다.
다시 호스텔로 돌아와서 오늘 저녁 떠날 준비를 마치고 여관비를 지불하였다. 오늘 저녁 크로아티아를 출발하면 완전히 미로에 들어가는 기분이다. 오늘 10출발하여 내일 새벽 7시에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에 도착할 것이라 하였다.
밤 10시 정각에 버스가 출발하여 11시 30분경에 국경을 넘었다. 국경은 도나우(이곳 크로아티아에서는 다뉴브 강을 도나우 강이라고 하였다.) 강이 경계를 이루었는데 국경을 통과할 때 여권 검사만 하고 출국인도 입국인도 찍어주지 않았다. 국경을 통과하고 막 잠이 들려고 하는데 휴게소에서 30분 동안을 쉬었다가 가는 바람에 잠이 들지 않아 전전긍긍하였다. 게다가 버스길이 보수를 하지 않아서 버스가 덜컹거리고 이리저리 휘둘렀다.
가끔 전등 불빛에 버스 밖에는 비가 내리기도 하고 눈이 휘날리기도 하였다.
Mark's Chu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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