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의 젊은이가 중동과 동유럽을 헤매다<69>여행비를 몽땅 털렸다
<여행비를 몽땅 털렸다>
2005년 12월21(수) 흐림 눈
새벽6시가 되지 않아서 소피아 역에 도착하였다. 역 밖에는 하얀 눈이 산처럼 쌓였고 눈발도 날렸다. 역사(驛舍)에 있는 환전소에서 20유로만 환전하였다. 눈을 헤쳐 겨우 터놓은 인도를 따라서 호스텔을 찾아갔다. 거리가 약 1km정도 된다기에 아직 미명의 새벽 눈길이지만, 새벽길을 지나가는 사람에게 지도를 보이면서 호스텔로 가는 길을 물어서 지도를 따라 갔다. 가다가 날이 밝아지기를 기대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호스텔을 찾았다.
우선 짐을 풀어놓고 지갑을 열어보았다.
아! 지갑에 100불짜리 돈이 다 없어졌다!
어저께 저녁 부쿠레슈티 역에서 경찰이라고 하면서 내 지갑을 보자고 했던 놈이 소매치기였다. 앞으로 2달간 다니면서 쓸 경비가 다 달아났다!
내가 눈뜬장님이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 마음을 다스릴 길이 없다.
이제 여기서 여행을 접어야 할 것인가?
모든 것을 잊어버리려고 아침도 먹지 않고 호스텔을 나와서 눈보라를 맞으면서 정신없이 거리를 쏘다녔다. 그러나 괴로움이 가시지 않았다.
앞으로 여행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인지?
그렇다고 지금 여행을 접고 돌아갈 수도 없고, 계속 여행을 한다고 해도 즐거운 여행이 될 것 같지 않다.
통하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실컷 얘기라도 나누면서 위로라도 받을 수 있을 텐데. 지금 내 옆에는 그런 사람도 없다.
지금까지 여행의 반도 채우지 못했는데, 상상도 하지 못하였던 이런 고통스러운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단 말인가! 누굴 탓하랴! 모두 내 못난 탓인걸!
이곳 소피아에서 며칠 동안 푹 쉬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