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의 젊은이가 중동과 동유럽을 헤매다<73> 안타크야 그리고 시리아국경을 넘다
안타크야 그리고 시리아 국경을 넘다
2005년 12월 29일(목) 맑음
밤차로 거의 15시간을 버스에서 시달렸다.
어저께 이스탄불에서 6시 30분 버스에 올랐는데 1시간 20분이나 앉아서 기다려야 했다. 버스는 7시 50분에야 출발하였다.
새벽 5시에 정차한 곳은 높은 산악지대였다. 몹시 춥고 땅이 꽁꽁 얼어붙었다. 그리고 온 천지가 하얀 눈 세상이었다. 옆에 앉은 사람이 자꾸 나가자고 하여 버스에서 내려 ‘차이’ 한잔을 주문하여 마시고 나오면서 돈을 지불하려고 하니 그냥 가라고 하였다. 옆에 앉았던 사람이 지불한 건가?
버스가 다시 출발하여 달리는 길은 내리막길이었다. 그 내리막길은 8시경 아다나 옆을 지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안타크야에 10시50분에 도착하였다
지금 컨디션으로는 여행에 대한 처음의 열정이 식어버렸다. 돈을 잃고 난 다음부터 사물이나 새롭게 접하게 되는 현상에 대한 감흥이 전과 같지 않다.
이스탄불의 어느 공과대학 교수라는 사람이 안타키아가 자기 고향이라면서 안타크야에 대한 설명을 하였다. 그는 내가 영어가 서툴다는 것을 알고 차근하게 그림을 그려가면서 이야기를 했지만 그의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고 내 마음은 딴 생각으로 맴돌았다.
왜 그런 것들이 마음을 두드려 주지 않는지..... 시간이 좀더 가야 할 것 같다.
아타크야는
터키 하타이주의 주도(州都)이며 별칭은 하타이이다. 인구 14만 601(1997). 소아시아반도 남동쪽 끝 시리아 국경에 있다. 시리아에서 흐르는 오론테스강 연안에 있으며 지중해에서 25㎞ 떨어져 있다. BC 300년 무렵 건설된 안티오키아(안티오크;성경의 안디옥)에 기원을 두고 있다. 국경에 가까운 도로교통의 요충지이며 시리아의 알레포·라타키아와 통해져 있다. 하타이주에서 산출하는 밀·감귤·올리브 등을 집산한다. 역사는 오래되나 전쟁과 지진 피해를 입어 사적이 드물다. 제1차 세계대전 뒤 프랑스령으로 편입되었다가 1939년 터키령이 되었다. -출처: 야후 사전
안타크야에 도착해서 여관을 정하고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을 찾아갔다. 그 식당에서 한국 여학생 둘을 만났다. 그녀들은 시리아 대학에서 어학연수를 하는 학생들이었다. 그들은 일주일간의 틈을 내어 터키를 여행하려고 시리아에서 막 안타키아에 도착했다고 하였다.
나는 여학생들을 따라 동굴 교회로 가 보았다.
동굴 교회입장료가 생각보다 비싸니까 여학생들이 들어가지 않겠다고 하여 그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내려왔다. 동굴 부근에 관리하지 않고 방치해 둔 동굴교회와 자연석을 부조해 놓은 성상(聖像)들이 누구인가의 손에 의해서 파괴된 채 방치해 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동굴교회에서 다시 시내로 돌아와서 손녀들에게 엽서를 붙였다. 귀여운 손녀들이 예쁘고 바르고 굳세게 잘 자라기를 기원하면서..........
집사람에게 전화도 하였다. 시리아에서 전화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1월 23일 안탈랴에서 만났던 안타크야 모자이크 박물관 관장 Hasan이란 사람을 찾아볼까 하다가 생각을 바꿨다. 그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지금 이런 마음 상태로 그를 만나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여학생들은 저녁에 이스탄불로 가는 버스를 탔다. 나는 여관으로 돌아와서 어제 저녁부터 오늘아침까지 장시간의 버스 여행으로 인하여 피로해진 몸을 다스리려고 일찌감치 침대에 몸을 맡겼다.
2005년 12월 30일(금) 맑음
오늘 하루를 더 묵으면서 장거리 버스여행으로 인해 쇠약해진 몸을 다스려보려던 생각을 접었다. 그리고 오후에 몸의 상태를 보아서 모자이크 박물관을 찾아보아야겠다는 생각도 포기했다. 여관방이 너무 춥고 모든 시설이 엉망이었다. 다른 곳으로 옮기자니 어설픈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 새벽에 시리아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시리아 알레포(Allepo)로 가는 버스가 도착하여 승차하려니까 한국인은 문제가 있다면서 태워주지 않았다. 좀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다시 사무실에 들어가서 왜 태워주지 않느냐니까 다음 버스를 타고가면 비자를 받아 국경을 넘어갈 수 있다고 하였다. 8시가 되어서야 버스가 떠났다. 안타키아시내에서 국경을 넘어 시리아 국경사무소에서 비자를 발급 받는데 절차가 좀 복잡했지만 30분 정도 걸렸다.
그런데 비자 발급하는 곳의 행태가 후진국을 면치 못했다. 내 차례가 돌아와서 여권에 비자발급을 위한 서류를 끼워 창구에 제시했다. 그런데 어떤 작자가 내 앞을 가로막고 따고 들어서서 한꺼번에 여러 명의 여권을 창구로 밀어 넣었다. 창구의 경찰관이 내가 넣어놓은 여권은 한쪽으로 밀쳐놓고 새치기해서 들어온 자의 여권에 비자를 발급해 주었다. 내 뒤에 서 있던 아제르바이잔 인들이 단체로 여권을 넣었는데 담당관이 그것도 옆에 밀쳐놓은 채 처리하지 않고 앉아서 딴전을 피우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Please let issue my visa.”라고 했더니 나를 힐끗 쳐다보고는 단체여권에 손을 대는 게 아닌가. 내 여권을 가리키면서 “This is my Passport!”라고 했더니 그제야 내 여권에 비자처리를 해주었다. 패스포드를 받아들고 나오는데 아제르바이잔 사람이 비자발급이 지연되니까 담당관에게 돈을 건네주는 것 같았다
비자를 발급받아 버스가 서 있던 곳으로 갔더니, 버스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내 가방을 싣고서........
경찰관에게 안타크야에서 알레포로 가는 버스가 언제 오느냐고 물었다.
안타크야에서 9시와 9시 30분에 알레포와 다마스커스로 가는 버스가 국경을 넘을 때 그것을 타면 된다고 해서 기다렸다.
30분이 지나고 1시간이 지났는데도 국경을 넘어오는 버스가 없었다.
어떤 사람이 국경을 넘어서 300m 정도 걸어가면 택시가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국경을 넘어 걸어갔다. 한 500m는 걸어서 간 것 같다.
마침 자가용이 지나가기에 손을 들어 알레포까지 태워달라고 했다.
자기는 알레포까지는 가지 않는다고 하면서, 가다가 알레포로 가는 차를 타도록 해주겠다고 하였다.
한 10여분 정도 달려가다가 어떤 봉고처럼 생긴 차 앞에 세우더니 그 차 운전자에게 나를 인계하면서 100파운드만 주라고 하였다.
그런데 차에 오르자마자 운전수가 300파운드를 달라고 하는 게 아닌가?(그 때 300파운드-약 5.5$-의 액수에 대한 개념이 서질 않았다.)
빨리 가서 가방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렇게 하라고 하였다.
조금 가다가 또 한 젊은 청년이 탔다. 그는 나에게 말을 하고 싶어 하는데 영어가 안 되니까 그림을 그려가면서 말을 걸어왔지만 그냥 서로 웃음만 주고받았을 뿐이었다.
그 청년이 차비를 내라고 해서 500파운드짜리를 내 주었더니 나에게 300을 거슬러주고는 자기 돈300파운드를 운전자에게 주는 것이었다.
국경에서 알레포까지 45km를 200파운드(3.7$)에 온 것이다.
두 사람을 싣고 무인지경의 도로를 100km이상 속력을 내고 달렸다.
중간에 세워달라는 것도 들어주지 않고 고물차를 최고의 속력으로 달리는 것 같았다.
11시40분경에 알레포에 도착하였다. 운전수에게 터키에서 오는 버스정류장으로 가 달라고 하였더니, 지나가는 택시를 세워놓고 무어라고 얘기하더니 택시를 타고 가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나에게 동전 하나를 주었다.
택시를 타고 얼마가지 않아서 세웠다. 나중에 알고 보니, 택시를 탔던 곳에서 터기 버스정류장까지의 거리는 불과 200m밖에 되지 않았다.
버스 정류장에는 버스 두 대만 주차해 놓았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내가 국경검문소까지 타고 왔던 버스였다. 그런데 버스회사 사무실도 비웠고 주위에 그 차와 관련되는 사람도 찾을 수가 없었다. 오늘이 금요일이라 이슬람 사람들이 쉬는 날이었다.
내 사정을 딱하게 여긴 어떤 사람이 자기 휴대폰으로 어디엔가 통화를 하더니 나에게 화물칸을 열어보라고 하였다. 열어보았더니 화물칸 문이 잠기지 않았었다. 그리고 그 안에 내 가방 하나가 달랑 남아 있었다. 얼마나 감격했던지............
나는 그에게 무수히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Spring Flower(Zahrat ar-Rabie) Hotel을 찾아갔다. 한 서양 여인이 자기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왔다면서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싱글에 들었다. 그 동안 겪었던 고통들이 감기 증세와 함께 밀려들었다.
안타크야 가축시장
동굴교회가 있는 산
동굴교회에서 바라다본 안타키아 시내
자연석에 부조한 성모마리아상- 심하게 훼손되었음
다음은 안타크야 시내광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