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의 젊은이가 중동과 동유럽을 헤매다<83>와디럼(Wadi Rum)
와디럼(Wadi Rum)
2006년 1월14일(토) 맑음
와디럼(Wadi Rum)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매력적인 사막의 하나이다. 붉은 사막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가 하면 붉은 사암으로 형성된 웅장한 바위산들이 곳곳에 우뚝우뚝 서 있다.
와디럼은 ‘아라비아의 로렌스’라는 영화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와디럼에서 볼만한 것이라고는 모래벌판의 여기저기에 우뚝우뚝 솟아있는 기암절벽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디럼이 페트라와 더불어 요르단의 최대의 관광지로 꼽힌다. 특히 해질녘 노을에 붉게 물든 와디럼의 사막은 환상적이다.
와디럼은 애초 여행계획에서 생각을 하지 못하였던 곳이다. 젊은이들 덕분에 이렇게 좋은 곳을 구경하게 되어 정말로 고마웠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6시 3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8시 20분경에 와디럼 마을에 도착하였다. 마을 입구에서 입장료 2dj를 지불하고 정거장에서 내렸다. 같이 버스를 타고 온 다른 일행은 페트라에서 투어를 미리 예약해 두었던 관계로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사막 투어에 들어간다고 하였다.
우리는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와디럼 현지에 와서 값싼 투어를 찾아보았다. 우리와 함께 버스를 타고 온 다른 팀들은 1인당 30dj라고 하였는데 우리는 현지에 와서 흥정하여 25dj에 계약하였다. 2시40분경 사막투어를 마치고 오늘 밤을 보낼 캠프에 도착하였다. 20여분 후에 또 다른 한 팀 세 사람이 도착하였다. 그들은 한국 여인 한 사람과 호주인 부부였다. 그런데 그들은 아침에 우리와 함께 페트라에서 버스를 함께 타고 와서 미리 예악한 투어에 참가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니까 따지고 보면 사막 투어에 돈을 덜 들이면 투어의 내용도 그만큼 질이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그들은 돈을 더 지불했으니까 우리보다 더 좋은 코스를 돌아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건 사막투어는 참으로 좋았다.
짚을 타고 가면서 사막 가운데 우뚝우뚝 솟아오른 장대하고 멋진 바위산들의 파노라마를 접하는 기쁨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힘이 넘치는 바위산들은 사막이 가지고 있는 삭막함을 덜어주고, 사막이 가지고 있는 사연을 담아서 속삭여 주는 것 같았다.
하나의 바위로 된 산, 바위산이 형형색색의 칠을 하고 나타나는 가하면 뛰어난 솜씨로 빚은 다양한 조각품들처럼 아름답다. 사암(砂巖)이 풍화작용으로 넓은 사막을 붉게 만들어 놓았다. 장대한 바위들과 붉게 물든 사막의 어울림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어린애처럼 짚에서 내려 사막을 달려가 보기도 하고 모래밭에 누워 뒹굴러보기도 하고 모래 언덕에 올라서 아래로 미끄럼도 타보았다. 그리고 모래위에 크게 원을 그어놓고 그 가운데 내 이름을 써놓고는 이곳은 '김ㅇㅇ의 소유'라고 분명하게 표시를 해놓았다. <아직도 그 표시가 남아 있을지 모르겠다?> 운전기사 겸 안내원이 빨강 노랑 하양 파랑 등 다양한 색상을 가진 돌을 주워가지고 와서 와디럼의 색상이 붉은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다양한 색상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 하였다. 다만 붉은 색이 우세하여 붉게 보인다는 것이었다.
저녁에는 젊은이들은 밖에서 노래하며 달빛 아래에서 사막의 밤을 즐겁게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베두인 청년 2명이 기타를 가지고 찾아와서 함께 밤을 즐기면서 놀자고 하였다. 우리 젊은이들과 호주인 부부와 나도 함께 베두인들이 기타를 치면서 부르는 노래에 맞추어 춤도 추고 즐겁게 놀았다. 그런데 호주인 부인이 심한 기침으로 인하여 침실로 들어가고 우리 젊은이들도 베두인 청년들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달을 구경하겠다면서 다 밖으로 빠져나가버렸다. 나와 호주인 남자만 남아서 베두인들의 기타 소리에 장단을 맞추어주었다. 그들도 시들했는지 슬며시 밖으로 나가서 우리 젊은이들과 좀 어울려 있더니 차를 타고 가버렸다.
호주인 남편은 Peter이고 부인은 Karen이라 하였다. 이들 부부는 아주 명랑한 사람들인데 Karen이 기침감기가 심하였다. 베두인들과 함께 노는 곳에 있다가는 기침 때문에 다시 침낭으로 가고 그러기를 수차례 거듭하더니, 침낭에 아주 누워버리고 말았다.
Peter는 트랙터 운전기사인데 일년에 몇 차례씩 부부가 함께 여행을 한다고 하였다. 그는 사하라사막 투어에 대해서 신나게 설명을 해주었는데 내가 영어가 모자라서 설명을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나에게 사하라 투어를 꼭 해보라고 권하였다. 그리고 호주의 지도를 그려가면서 호주의 볼만한 곳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었다.
밤공기가 무척 차가웠다. 사막의 달밤은 무척 밝았다. 아쉬운 것은 달빛이 강하여 별을 많이 볼 수 없는 것이었다. 달빛 속에 우뚝 선 바위산들이 엄숙하게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 같았다. 무슨 비밀이야기라도 해줄 것처럼.......사막의 밤은 그렇게 달빛과 넓은 사막과 장대한 돌산들이 어울려 신비를 엮으면서 깊은 밤으로 빠져들었다.
새벽 2시! 젊은이들은 사막의 달빛아래서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잠도 자지 않고 젊음을 만끽하고 있었다.
나는 얼마나 추운지 이불 속에서도 온몸이 덜덜 떨렸다.
얼굴에 와 닿는 찬 공기가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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