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

65세의 젊은이가 중동과 동유럽을 헤매다<94>이집트 시와 사막

어르신네 2007. 3. 23. 17:24
 

이집트 시와(Siwa) 사막 


2006년 2월2일(목) 구름

새벽 5시20분에 시외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동행자들을 만나서 시와 행 버스표를 구입하여 6시45분에 출발하는 버스에 승차하였다. 버스를 타고 여관에서 받아가지고 온 빵으로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였다.

그런데 버스표를 분실하여 다시 구입하였다. 그것 때문에 오늘 하루 종일 속이 상했다. 용의주도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면서......

버스는 카이로에서 지중해로 달려가서는 지중해안을 끼고 서쪽으로 달려서 12시경에 마르사마트루흐(Marsa Matruh)에 도착하였다. 마르사마트루흐까지 가는 길 주변에는 주거지가 많이 보였다. 해변에는 개발붐이 한창인 것 같았다.


마르사마트루흐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렸다.  시와 오아시스 행 버스로 갈아타야 하는데 시간이 1시간 이상은 남아 있었다. 일행이  그 시간을 이용해서 지중해 바다를 구경하자고 하였다. 그래서 해안으로 나가려고 택시를 수배하는 과정에서 택시기사들끼리 경쟁이 벌어지더니 그게 싸움으로 번졌다.

시간이 좀 흐르고 싸움도 흐지부지 끝났다. 우리는 처음에 좀 당황했지만 싸움이 끝나서 다행이었다. 1시 30분에 시와 행 버스가 왔다. 그런데 시와 행 버스는 알렉산드리아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에 앉을 자리가 없어서 서서 가야 했다.

버스가 마르사마트루흐를 출발하여 남쪽 방향의 사막으로 들어갔다. 망망한 대해 같은 사막 속을 뚫고 난 아스팔트 길로 버스가 두 시간 이상을 달려서 휴게소에서 쉬었다. 휴게소에는 군인들이 많이 보였다. 이곳이 리비아와 가까운 국경지방이라서 군인들이 주둔한 것인가? 군인들이 동양인인 우리를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특히 우리 일행 중 여학생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 같았다. 30여분 쉬다가 출발하였다. 이 휴게소에서 같은 차를 타고 온 한국사람 3명을 만났다. 그들과 우리는 사막투어를 같이 하기로 하였다.

가도 가도 끝없이 이어지던 사막이 5시 30분경에 울창한 숲이 있는 시와 마을에 도착하였다. 사막 한 가운데 이렇게 큰 오아시스가 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였다.

버스가 마을 입구에 들어설 무렵 자전거를 타고 가는 낯익은 여인이 보였다. 알페포에서 만났고, 다시 팔미라와 다마스커스에서는 같은 여관에 묵으면서 함께 어울려 구경하고 다녔던 미국인 Lea였다. 반가웠지만 버스 속이라서 그냥 지나쳤다. 시와는 작은 마을이니까 어디선가에서 또 만날 수 있겠지......

시와 버스 정거장에 내렸을 때는 벌써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였다. 유세프 여관에 들었다. 나는 거기서 또 아스완과 룩소르에서 함께 투어했던 여학생 2명을 반갑게 만났다. 그녀들은 인천 연수동에 산다고 하였다. 그들은 오늘 밤 알렉산드리아로 떠났다. 식당에서는 또 신수군도 만났다. 그는 내일 카이로에 가서 귀국한다고 하였다. 이집트는 루트가 단순해서 한번 만났던 사람들과 다시 만나고 헤어지고 하는 것이 반복되었다.


저녁을 먹는데 비가 왔다. 내일 사막투어를 해야 할 터인데 비가 와서 걱정이 되었다.

저녁 식사비가 비싸기는 하였지만 오랜만에 맛있게 먹었다.



2006년2월 3일(금)맑음

사막 투어는 오후에 한다고 해서 오전에는 자전거를 빌려서 돌아다녔다.

시와 시가지에서 조금 떨어진 야자수가 곳으로 들어갔다. 비포장도로를 한참 달려갔더니 작은 마을이 나타났다. 이곳 시와 오아시스에 사는 사람들은 이집트인들과 다른 종족이며 시와의 고유 언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동네 아이들이 열렬히 환영하였다. 마을의 코흘리개들이 모두 내 뒤를 따라붙었다. 어딜 가나 아이들은 이국인들에 대한 호기심이 대단하다. 

어느 집 앞에 한 영감이 물담배를 빨고 있었다. 그리로 가서 인사를 하고 그 옆에 앉았더니 환영해 주었다. 물론 의사가 통할 리 없었다.  내가 사진기를 보면서 찍어도 좋으냐고 하니까 폼을 잡아 주었다. 그리고 사진을 보내주기로 약속하였다.

이곳 사람들은 아주 순박하였다. 만나는 사람마다 ‘살롬!’, ‘헬로!’하면서 인사를 하였다.


오후에 사막투어를 하였다.

2시 30분 여덟 명이 지프를 타고 사막으로 갔다. 사막으로 들어서기 직전에 타이어 바람을 뺐다. 타이어에 공기를 가득 넣은 채로 모래밭에 들어서면 달리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시와 사막은 사구(砂丘)가 많고 두터운 모래밭이다. 모래와 돌들이 섞여서 바닥이 딱딱한 바하리아 사막과는 달랐다. 지프는 모래밭을 달리다가 모래언덕을 오르고, 다시 언덕 밑으로 미끄러져 내리기를 반복하면서 스릴을 맛보게 하였다. 운전사 이브라힘은 나이가 좀 들어 보였는데 능글맞으면서도 유머가 있고, 우스운 몸짓과 표정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다.


모래언덕을 오르고 내리기를 수차례 반복하면서 모래밭을 달리다가 어느 한 지점에서 차를 세웠다. 바다가 융기하여 육지가 된 곳이었다. 그 부근은 무수한 조개 화석들이 흙과 돌 사이에 묻혀있고 흩어져 있었다.


조개껍질 화석 지대를 지나 다시 모래 언덕을 달리다가 조그만 오아시스를 만났다. 사막 한 가운데 작은 호수가 있고 주위는 갈대처럼 생긴 풀들이 호수를 에워쌌다. 물을 입술에 묻혀 보았다. 염기가 약간 느껴졌다. 우리가 호수 가에서 주위 경관을 보고 즐기는 동안 운전사 이브라힘은 우리가 마실 차를 끓였다.


작은 오아시스에서 다시 차에 올라 모래언덕을 오르고 내리고 하면서 달렸다. 우리 앞에 지프차 2대가 있었다. 다음 정차한 곳도 역시 작은 오아시스였다. 이곳은 온천이 솟아올랐다. 온천수 안에 들어가서 자맥질을 하는 이집션(Egyptian)들이 있었다. 우리 앞의 지프차에 탔던 사람 대부분은 이집션들이었는데 그중에 2명은 한국여인들이었다. 우리는 온천에 손을 담구고 얼굴을 씻고 하다가 다시 차를 타고 캠프로 향하였다.

캠프로 가는 길도 계속하여 모래언덕을 오르내렸다. 해가 기울어 사막 밑으로 떨어지기 직전 우리는 높은 모래 언덕 위에 올라서 있었다. 언덕 밑 저쪽에 우리들이 밤을 보낼 캠프가 보였다. 언덕 위에서 차를 정차시키고 지프 지붕위에서 긴 널빤지를 내렸다. 그것은 모래 언덕을 미끄럼 타는 널빤지(Board)였다. 젊은이들은 모두 한번 씩 널빤지를 타고 급경사의 모래언덕을 내려갔다가 올랐다. 

일몰의 광경을 보려고 했더니 구름이 심술을 부렸다. 우리는 아쉬운 마음으로 다시 지프를 탔다. 가장 높고 급경사인 모래언덕, 낭떠러지 같은 이 언덕을 내려가려고 하였다. 모두 긴장한 얼굴들이었다. 그러나 이브라힘은 짓궂은 표정으로 우리를 한번 돌아보더니 순간적으로 그 높고 급한 모래언덕의 급경사면 위로 미끄러져 내렸다. 모두 혼절할 것 같더니만 언덕을 내려와서는 스릴의 극치를 맛보았다는 만족한 표정들이었다. 그것이 오늘 사막투어의 하이라이트였던 것 같다.


캠프에 도착하여 짐을 풀어놓고 모닥불을 피었다. 우리 일행과 다른 서양인 팀이 함께 모닥불 주위를 둘러앉아 저녁식사를 하였다. 이집션들은 시와 시내로 돌아가고 이집션들과 같이 다니던 한국여인들(대학생들) 두 명은 우리와 합류했다. 서양사람들도 저녁식사를 마친 다음 시와시내로 돌아가고 캠프에는 우리 한국인들만 남았다. 

저녁식사를 마친 우리 일행은 모닥불 주위를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베루베루 인 3명이 왔다. 그들은 현악기 연주와 노래를 하기 시작하였고 우리들은 곧 그 노래에 빨려들어 흥겨웠다. 초저녁에 하늘을 덮었던 구름이 12시를 지나면서 걷히고 별들이 총총하게 나타났다. 우리는 모닥불에 묻어두었던 감자를 먹으면서 베루베루 인의 노래를 듣다가 또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하면서 늦은 밤 시간을 보냈다.

멀리서 들개들의 울음소리가 밤공기를 흔들었다.


2006년2월 4일(토) 맑음

새벽에 텐트 속으로 들어가서 한 두어 시간 눈을 붙였다. 

오늘 아침에도 구름이 일출을 방해했다. 젊은 일행들은 사막에서 일몰과 일출광경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컸던 모양이다.

8시경에 켐프를 떠나 30분만에 유세프 여관에 돌아왔다.

밤샘을 했기 때문에 두어 시간 침대에 누워 있었다. 오후에는 사막투어를 함께 했던 일행들과 당나귀 택시를 타고 시와 일대의 유적지를 돌아보았다.


시와 중심지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유적지의 대부분이 어떤 연유에서인지 심하게 파손이 되었고 복원사업을 하고 있기는 한데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아몬 신전이 있는 신탁신전에는 지성소 안에 여러 신들을 부조해 놓았다. 이 신탁신정에서 서쪽으로 난 길을 따라 조금 떨어진 곳에 이르면 덩그렇게 서있는 ‘옴므르 이바이다’를 만나는데 이것은 아몬신전의 일부로 거의 파괴되어 흩어져 있는 석재들이 유적지임을 보여준다. 무너져 내린 석물 중에 어느 것은 상형문자와 그림도 선명하게 보였다.


아문 신전에서 클레오파트라 광천수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여 나무그늘 밑에서 광천수 속에 드리워진 주위 풍경을 바라보면서 쉬었다.


다시 서쪽 시와 호수로 갔다.

조그만 당나귀가 사람 넷을 싣고 가는 것이 힘든지 걸음이 느렸다. 당나귀는 멍청하게 사람에게 등짝을 두들겨 맞아가면서 앞을 뚜벅뚜벅 걸어갔다. 어떻게 보면 멍청해 보이기도 하고 꾀가 말짱해 보이기도 하고 슬픈 표정을 짓는 것 같기도 하고 모든 것을 체념하고 처량한 표정으로 동정을 구하는 것 같기도 하였다. 당나귀는 등짝을 한 대  맞고는 속력을 내다가 점점 속도를 줄였다. 그러다가 또 한 대 두들겨 맞으면 조금 빨리 가다가 어느 새 속도가 줄어들기를 반복하였다. 그런 당나귀가 밉지 않고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내 중심부를 비켜서 달리던 당나귀는 연신 등짝을 두들겨 맞았다. 길을 지나가던 어린이들이 손을 흔들면서 ‘샬롬!’, ‘헬로!’를 연발하였다. 시와 어린이들은 순박하고 관광객들에게 인사를 잘 하였다. 카이로와 아스완과 룩소르와는 달리 아이들이 돈을 달라고 손을 내밀지 않았다.


드디어 한 시간여를 달려서 호숫가에 도착하였다. 호수 가까이에도 클레오파트라 광천수와 같은 광천수가 있으며 물이 미지근하였다. 서양사람 셋이서 발을 광천수에 담그고 즐기고 있었다. 우리는 안쪽으로 들어가서 일몰 광경을 볼 수 있는 노천카페로 갔다. 지금까지 여행을 하면서 가장 완전하고 아름다운 일몰광경을 본 것 같다. 오아시스의 호수에서 바라보는 일몰의 아름다움은 말로 형언하기가 어렵다.

해는 호수 저쪽 산을 넘어 가고, 노을이 붉게 타는 서쪽하늘을 바라보면서 모닥불 주위를 둘러앉았다. 원주민들이 악기를 연주하면서 노래도 하고, 어설픈 영어로 이야기도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해는 지고 붉게 물든 서쪽 하늘의 노을이 호수로 내려와서 더욱 운치가 감도는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저녁 8시가 지나가고 있었다. 배도 고프고, 밤공기도 차갑고, 밤도 깊어지는데다가 원주민 사내 녀석들이 우리 여학생들에게 좀 짓궂은 수작들을 부리는 것 같기도 해서 젊은이들이 아쉬운 마음을 가질 수도 있겠으나 일어나서 돌아가기를 종용했다.

돌아가려고 당나귀 택시가 있는 곳에 갔더니 우리를 태우고 갈 당나귀가 보이지 않았다. 고삐를 풀고 사라져 행방이 묘연해졌다. 30여분 이상을 찾아 헤맸다. 마침 시와 시내 중심지에서 광천수로 오던 사람이 고삐 풀린 당나귀가 시내로 향하여 가는 것을 잡아서 대리고 왔다. 다행이었다.


초승달이 길을 밝혀주었다.    



2006년2월 5일(일) 맑음

한 방에서 같이 잔 이민기 군은 강원대 의대생들 팀에 합류하여 바하리아 사막으로 출발하였다. 우리는 6시 30분에 체크아웃하고  버스 정거장으로 나왔다.

7시가 조금 지나서 버스가 시와를 출발하였다. 눈길이 다하지 못하는 사막이다. 아스팔트길이 외로웠다. 사막은 인간들의 접근을 거부하는 것 같다. 그런데도 인간들은 사막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자연 개척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자연 파괴로 보는 게 옳을까?


7시40분경에 버스가 휴게소에 들려서 쉬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게소에 내려서 조반 식사를 하였다. 버스가 출발한 뒤의 휴게소는 적막 속으로 빠져 들었다.


11시경에 마르사마트루흐에 도착하였다. 주희와 혜민이가 지중해 해안가를 가보고 싶다고 하여 택시를 타고 마르사마트루흐 비치로 갔다. 초록색 비치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운전사에게 10분만 대기하라 하고, 우리는 그 아름다움을 보면서 감탄을 연발하였다. 쪽빛 바다, 파란 바다위로 하얀 포말을 안고 바닷가로 밀려오고 밀려나는 파도가 그림 같다. 그 아름다운 해변을 뒤로하고 택시를 타기가 너무나 아쉬웠다.

버스 정거장에 이르니 11시 40분이었다. 12시에 카이로 행 버스를 탔다. 버스는 지중해 해변을 따라서 난 길을 달렸다. 자동차길이 지중해가 보일 듯 말 듯한 거리를 두고 나 있다. 지중해를 면한 곳에는 휴양시설물이 많이 보였고, 지금도 한창 비치 타운 조성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해변이라서 그런지 나무들과 과수원도 많이 보였으며, 초지(草地)에서는 양과 염소 떼가 풀을 뜯는 풍경도 나타났다.

버스가 마르사마트루흐를 출발하여 해변을 끼고 달리다가 1시간 45분경에 아부메나 부근에서 알렉산드리아로 가는 길과 갈라져서 우측 카이로 방향으로 꺾어 들어섰다.

16시경 카이로 시내로 들어서면서 교통체증으로 차가 움직이지 않았다. 17시 40분이 되어서 국립박물관 뒤에까지 와서 내렸다. 주희와 혜민이는 ‘SUN’ 여관에서 짐을 찾아 이스마일 여관으로 옮기겠다고 하여 방을 계약(3인실 1인당 22f.)하였다. 이 여관에서 신수 군을 또 만났다. 7일 비행기로 귀국한다고.....


이집트에 온지 20일이 지났다. 이제 여행도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들어서고 있다. 무언가 잡힐 듯한 신기루 같은 것을 가지고 떠난 여행. 확실하지 못한 무엇에 이끌려 9월부터 지금까지 본 것도 들은 것도 제대로 된 것이 없다. 마음에 잡히는 무엇인가를 채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초조하고 답답하다. 그러나 서둘지 말고 차분히 생각하면서 뒤를 돌아보고 정리하고 곱씹으면서 앞으로의 여정을 내다보도록 해야 한다. 마음에 여유를 가지자! 마음의 여유!

내일은 쉬면서 이탈리아에 대한 정보를 좀더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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