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

65세의 젊은이가 세계를 헤매다<109> 인도 깨를라의 수로여행

어르신네 2007. 12. 10. 21:57

수로여행(Backwater Trip)


2006년 2월 26일(일) 맑음

오늘은 수로 여행(Backwater Trip)을 하였다. 수로 여행은 알라뿌자에서 꼴람까지 이어지는 수로를 따라 약 8시간 남짓 항행하였다.

(배싹300루피) (오토릭사 값 배처까지 20루피) (아침에 짜이 1잔 20루피) - 이놈들이 나를 봉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10시 35분에 유람선이 출발하였다. 정박지에서 출발하여 조금 더 나가니 수로가 널찍한 호수 같았다. 많은 놀이 배들이 정박해 있고, 오리들이 강 가장자리에 빼곡히 붙어있었다.

수로가 좁아졌다가 넓어졌다 하기를 거듭하였다. 수로 양편에는 멋진 야자수와 바나나 나무들이 늘어섰고 인가들도 많이 보였다. 배가 지나가는 것을 주민들은 무심히 바라보는가 하면 어린이들은 손을 흔들어 주기도 하였다.


물길은 고요하고 날씨는 화창하였다. 

고기를 낚는 물새들도 간간히 모습을 드러냈다. 물위에 둥실 떠서 물결따라 춤추는 수초가  뱃길의 단조로움을 덜어주었다. 이리저리 구비를 돌아가는 배, 거룻배도 만났고 집배도 만났다. 폭이 좁고 긴 배에 몇 안 되는 사람을 태우고 노를 저어가는 모습이 한가롭고 여유로워 보였다. 그물로 고기잡이하는 이들도 있었다. 강둑을 따라 걸어가는 인도여인들의 옷자락이 아름답게 나부꼈다.

바람이 약간 일 때는 수면이 은빛 무늬로 수를 놓는다.

멀리서 보아도 장식이 현란한 어느 교회에서 마이크를 통하여 울려 퍼지는 설교가 뱃전으로 파고들었다.


배는 아름다운 수로를 따라 계속 항진을 하였다.

수로 가까이 있는 소박하게 보이는 인가(人家)들이 야자수 나무 그늘아래에서 숨바꼭질하는 것 같다. 더위를 식히려고 물가에 나와서 멱을 감는 모습이 한가로웠다. 어린이들은 물가에서 물장구를 치고 아낙네들은 빨래하기에 여염이 없다.

선상(船上) 앞머리에는 반나(半倮)의 서양여인들이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몸을 태우기에 여염이 없었지만, 나는 그 아름다운 늘씬한 몸매를 감상하는 것도 즐거웠다.


12시가 다 될 무렵에 수로가 좁아졌다.

수로 옆으로 많은 가옥이 줄지어있고 사람들도 집 밖으로 많이 나와 있었다. 집들이 깨끗해 보였으며 집 주위는 꽃으로 아름답게 꾸며놓았다. 학교도 보였고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목소리가 뱃전에까지 와 닿았다.


어느 지점에서인지 철로가 보였고, 또 수로 위를 가로 지른 자동찻길도 만났다.

장난기 많은 소년들이 배전으로 뛰어들어 고함을 치면서 배 위에 있는 우리에게 물을 뿌리기도 하였다. 소년들의 짓궂은 장난기는 어디서나 말릴 수가 없다.


수로 너머에 벼논이 보였다. 추수를 앞둔 것 같은데 논의 관리상태가 허술해 보였다. 그 한 쪽에서는 추수에 여염이 없다. 추수하는 부근에는 물소들이 한가하게 풀을 뜯고 있다. 회오라기들도 들판 한가운데서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만드는데 한몫하였다. 또 들판 한 가운데에 한 무더기씩 솟아난 야자수의 숲이 또한 아름답다.

늪지에는 갈대 같이 생긴 수초들이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이 시원하다.

가마우지가 목을 길께 빼고 물속을 노리고 있다.

배가 지나가는 수로의 가장자리에서는 수초가 한 떨기의 꽃망울을 터뜨려놓고  바람에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끓었다.

우리가 타고 가는 유람선이 물건을 잔뜩 싣고 지나가는 작은 쪽배에게 뱃길을 양보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12시 30분 이 지역은 어딜까?

수로 양 둑 넘어가 모두 물이다. 물과 물 사이에 둑이 있고 둑 위에는 인가들이 줄지어 있고 거룻배로 행상을 하는 이들도 있다. 물이 중심인 이 지역은 양어장도 있는 모양이다. 강둑에서는 어린이가 순진하게 알몸으로 손을 흔들었다.


12시40분 강의 폭이 넓어지고 오른 쪽에 긴 교량이 보이고 교량 너머는 바다였다. 배가 바다 쪽으로 가지 않고 왼쪽으로 선수를 틀어 작은 수로로 들어갔다. 우리가 탄 배는 좁은 수로를 계속 항진하는데 어느 야자수가 많은 마을을 지날 때는 마을 어린이들이 “원 텐(one ten)”을 외치면서 강둑을 따라 뛰어왔다. 이곳은 인공제방이 아니고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제방 같았다. 수초(水草)가 배가 지나가면서 일으키는 파도에 춤을 추었다. 수초의 잎이 넓고 꽃도 예쁘다.

13시가 조금 지났다. Allapuhza 36km <-> Kollam 50km라는 표지(標識)가 표였다.

강가에서 보이는 집들의 지붕이 경사가 급하다. 아마 우기(雨期)에 많은 양의 강수량을 감안하여 지은 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

서양 젊은이들은 선상(船上)의 포장 밖 햇볕에 나가 몸을 태우다가 다시 그늘로 들어오곤 하였다.  인가(人家)가 많이 보이고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마을을 지날 때마다 물에 나와 있는 젊은이들은 우리 일행에게 손짓하며 좋아 한다. 아마 배의 앞에 벌렁 누워 있는 반나체의 서양 여인들을 보고 좋아서 하는 행동인 것 같았다.

13시 20분경 배가 폭이 아주 좁은 교량 밑을 통과하였다. 이어 어느 건물 앞에서 점심 식사를 위하여 정선한다고 하였다. Vegetable Flied - 35루피였다.


14:00에 다시 출발하였다.  햇볕에 선상이 달궈져 뜨거운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 그러나 배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강바람이 시원하였다. 갑자기 전망이 확 트였다. 강폭이 아주 넓은 지역으로 들어섰다. 좌우 열대수림이 저만큼 물러나있어 여유롭다. 열대 야자수들이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있다. 강물은 바람에 흔들려 파문을 일으킨다. 넒은 호수 같은 강 중심으로 들어서 배의 속도를 느낄 수가 없다. 배의 움직임이 작아진 것 같다.


14:35 꼴람(Kollam)에서 출발한 배를 호수처럼 넓은 강의 한 중간에서 만났다. 내 옆에 앉았던 캐나다 여인이 꼴람에서 오는 배로 갈아타고 알라뿌자로 되돌아간다고 했다.


15:00 넓은 강 중간에 중국식 어망들이 설치된 곳이 나타났다. 내가 꼬친에서 처음으로 보았던 그 중국식 어망과 같은 형태이다. 강 한 가운데 열을 지어 설치해 놓았는데 물새들이 앉아 쉬고 있다. 이곳은 바다와 맞닿아 있는 곳이었다.

15시 15분경에 다시 좁은 수로로 들어섰다. 많은 가마우지들이 물속을 들락거렸다. 먹이가 되는 물고기가 풍부한 곳인 것 같다.

15시:40 배가 정선하더니 내리고 타는 사람들이 있었다. 앞에서 옷을 벗고 반나체의 몸으로 요란을 떨던 서양 여인들을 비롯한 젊은이들이 내리고, 나이 지긋하고 점잖아 보이는 서양 여인들이 탔다.

수로를 가로지르는 교량 공사가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앞으로는 이 <알라뿌자 - 꼴람> 간의 수로 여행을 하게 되면 많은 교량 밑을 통과해야 할 것 같다.   

15:55 Tea time이라면서 또 정선하였다. 선원들과 인도인 몇 명 불과 몇 명만이 내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대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16:05에 다시 출발하였다.


16:35 또 하나의 교량을 통과하였다. 강변에는 큼지막한 선박들이 정박해 있고 물살도 빨랐다. 우리가 지금까지 지나온 뱃길에는 중국식 어망들이 계속 보였는데 여기서부터는 더 많이 설치해 놓은 것 같았다. 야자수로 둘러싸인 수로는 좁아졌다가 다시 넓은 곳으로 나왔다가 다시 협로로 들어서길 반복하였다. 협로의 가장자리에는 수초들이 넓게 떠서 지나가는 배가 일으키는 파도로 인하여 둥실둥실 춤추곤 하였다. 어느 지점에서부터인가, 수초들이 바짝 말라 가사 상태로 물위에서 이리저리 밀려다니고 있었다. 밀집한 민가에서 버린 폐수가 아니면 바다에서 밀려온 짠물 때문인가?


17:00 우측 제방 너머로 아라비아 해가 나타났다. 햇볕으로 인하여 은빛 물결의 푸른 바다!

17:10 꼴람이 17km라는 표지가 옆을 지나갔다. 항해 시간이 8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앞으로 1시간 20분을 더 가야 할 것 같다. 좀 지루했다. 수로 양편에는 가옥 밀집 지역이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강가에 나와 앉아서 지나가는 우릴 쳐다보고 있었다. 우리가 안전히 그들의 구경거리였다. 아이들이 배를 따라 뒤면서 돈을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서양 사람들이 던져준 돈을 줍느라고 아이들이 떼로 몰려가고 왔다.

서쪽으로 기운 햇살이 포장 속으로 파고들었다. 기우는 햇볕이지만 따가웠다.


17:35 강폭이 갑자기 넓어졌다. 강 가장 자리에는 큰 배들이 정박해 있었다. 노를 저으면서 작은 배에는 사람들이 한 줄 나란히 앉아서 가득 타고 지나가고 있었다. 꾀 넓은 내해(內海)같은 호수를 가로 질러가는데 50분 이상은 걸린 것 같다. 

그물망을 던지고 이어 건져 올리는 바쁜 손길들이 많이 보였다. 슬쩍 지나가면서 본 그들의 얼굴에 삶의 고단함이 묻어났다. 그런가하면 해안가에는 호의호식하는 사람들이 살 것 같은 아름다운 별장 같은 집들이 여기저기에 들어섰다. 삶이 극명하게 다른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저들은 날이 저물면 지친 몸을 끌고 토굴 같은 집을 찾아 얼마 안 되는 노역비로 식구들을 연명시키고 좁은 방에서 많은 식구들이 함께 생활을 해야 하겠지만, 저 별장 같은 곳에서는 어부들이 잡은 고기 중에서도 가장 좋고 값진 것만 골라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먹고 넓고 깨끗한 공간에서 편안한 삶을 영위하겠지.......

18:10 해가 옅어졌다. 곧 해는 수평선 너머로 지고 유람선은 더디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항구는 보이지 않고 배는 소리만 요란하고 마음이 조급해졌다.


18:45 드디어 꼴람 항에 도착하였다.

삐끼들이 앞을 막아서면서 자기들이 여관을 소개해주겠다고 하는 것을 물리치고 혼자 여관을 찾았다. 어두운 밤길이라서 겁이 났지만, 지도로 익혀놓은 길을 따라 Shine Hotel(250루피)을 쉽게 찾아갔다.


수로여행! 87km. 8시간 15분.

장관이다!

오늘 내가 해냈다! 감개무량!

무엇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광경이었다.

수로를 지나면서 나타난 부근 생활의 다양함, 생활상을 보진 못하였지만 잠깐씩 나타난 소박한 삶의 모습들---빨래하는 여인네들, 물가에서 목욕하는 모습들, 화장실 등 생활의 일면들이 잠간씩 비춰졌다.


이 여관에 한국 사람이 들었다고 하여 반가운 마음에 찾아가 보았다.

부산 사람인데 모녀였다. 인도 힌두교 건축물에 대한 조사 연구를 위해 여행 중이라 하였다. 여행에 대한 생각과 소감을 이야기하다가 내방에 돌아왔다.


샤워를 하다가 내 온 몸뚱이 피부를 보니 엉망이다. 긁어서 피가 배어나왔다. 가려워도 좀 참고 나을 때까지 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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