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

미국 로키(4) - 솔트 레이크 시티

어르신네 2008. 7. 24. 22:27

  미국 로키(4)

넷째 날, 솔트 레이크 시티(Salt Lake City)

 

웨스트 옐로스톤에서 솔트 레이크 시티로 가는 날이다. 날씨가 쾌청하고, 버스에 오르는 이들의 얼굴에 모두 화색이 돌았다.

여관을 출발한 버스가 고원 분지 한가운데로 뚫린 20번 도로를 올라타고 남쪽을 향하여 달렸다. 좌측 티톤 산맥(Teton Range)의 설경(雪景)을 쳐다보면서 이런 고원지대에 광대한 평야가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이 나라는 천혜의 자원을 물려받은 복 받은 나라이다.

초원과 목장이 나타났다가 호수가 나타났다가 잡초들만 무성한 비경작지가 계속되기도 하다가 또 전나무 숲속 길로 들어서기도 하기를 거듭하였다.

 

9시 10분경에 아이다호 주(Idaho state)에 들어섰고,

9시 30분경 아이다호 폴스(Idaho Falls)를 지나면서 15번 도로로 바꿔 탔다.

아이다호 주는 고원으로 이루어진 듯하다.

농지의 작물은 대부분 감자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농지에 대형 살수 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도 사막성기후대인 것 같다.

버스가 아이다호 폴스 시내를 조금 벗어나자 도로 좌우로 돌들이 기묘하게도 푸석푸석 일어나 있는 불모지가 나타났다. 그곳은 화산지역이라 하였다.

 

10시 20분 휴게소에서 30여 분 간 쉬었다가 조그마한 고개를 넘어서더니 갑자기 산악지대가 나타나고 산협으로 들어섰다가 빠져나오자 다시 평원이 시작되었다.

고원지대의 대평원을 달리는 15번 도로는 한없이 벋어나갔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푸른색이 참으로 선명하다.

평원의 초록의 물결이 우측 멀리 설봉(雪峰)으로 이어졌다.

아담한 호수 하나가 도로변을 지나갔다.

 

11시 30분 조금 지나서 Malade라는 곳을 지나면서

15번 도로가 좌측 산 밑에 붙어서 달리고

우측엔 목초지의 평원이 펼쳐지고

평원 너머의 설봉은 사라지고

엷은 초록에 물든 붉은 산야가 자리를 대신했다.

 

11시 50분에 유타 주(Utah State)에 들어섰다. Tremonton city의 맥도날드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출발하여 3시 10분에 솔트 레이크에 도착하였다.

 

솔트 레이크 시티(Salt Lake City)라는 명칭이 너무 강하게 내 마음에 눌러 앉았다. 그래서 이곳에 오면 염분이 많아 바닷물보다도 더 짜다는 소금호수에 가장 먼저 가서 소금물맛을 볼 수 있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내로 들어오기 직전에 안내자가 ‘우측에 멀리 보이는 호수가 솔트 레이크’라고 하는 말만 듣고는 솔트 레이크를 더 이상 볼 수가 없어서 조금 서운 했다.

 

솔트 레이크 시티는 미국 동부에서 종교적 박해를 피해 브리검 영의 인도로 유타로 이주해온 모르몬교도들이 세운 도시로서 이곳을 그들의 생활터전으로 잡았다고 한다. 현재도 모르몬교도들은 유타 주의 주요 세력을 형성하고 있으며 특히 독특한 종교적 색체 때문에 다른 미국 기독교 사회와 종종 갈등을 빚고 있다고 한다.

또 모르몬교도들은 짙은 보수적 색체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대 가족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교회 지도자를 절대적으로 따르며 극도로 절제된 생활을 하면서 자기들의 종교적 전통을 고집스럽게 지켜가고 있다고 한다. 현대화의 첨단을 걷고 있는 미국사회의 한편에서는 전 세기적인 전통을 고집스럽게 지키는 세력이 엄존하다는 것에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그러나 다양성과 상호 존중이 체질화된 미국사회라는 것을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수궁이 된다.

 

우리는 솔트 레이크 시티에 들어가서 처음 들른 곳이 모르몬교 스퀘어였다. 한국인 안내자로부터 주변의 볼거리와 모르몬교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모르몬교 스퀘어를 돌아보고 이어 캐피털 힐로 갔다. 주정부 청사의 외양만 관찰하고 언덕 아래 시가지를 바라보았다.

2002년 동계올림픽이 개최되었던 솔트 레이크 시티는 높이 솟은 위새치 산맥의 기슭에 위치하여 발전하는 예술과 문화를 지닌 도시라고 한다. 하늘이 높고 공기가 맑으며 도시가 깨끗하고 건물들이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아담하게 자리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의 중심부를 차지한 모르몬교 스퀘어의 건물들이 나름대로 특색을 나타내고 있으며, 바둑판 모양의 도로변 가옥들은 유럽풍 건물이 많이 눈에 띄었다. 모르몬교가 중심이 되는 도시라는 선입감 때문인지 도시 전체가 차분하고 단정하게 보였다.

 

캐피털 힐에서 다운타운 동쪽 에미그레이션 캐니언(Emigration Canyon) 어귀에 있는 올드 데저렛 빌리지(Old Deseret Village)로 갔다. 이곳은 브리검 영이 1847년에 최초로 이 계곡에 발을 디뎠던 곳을 나타내는 기념지라고 한다. 개척자들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조형물들과 기념관이 있으며 특히 눈을 끄는 것은 개척 당시의 의상을 입은 여인들이 바구니를 옆에 끼고 공원길을 걷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기념관 옆 가설무대에서 모르몬 교 성가대들이 리허설하는 것을 구경할 수 있었다.

 

다시 솔트 레이크 시티의 주교좌 성당으로 가서 현지의 한 교포 내외의 안내를 받아 특전미사에 참석하였다.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목에 걸인들이 성당에서 베푸는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열을 서 있거나 길바닥에 나앉아 받아온 음식을 먹는 것이 깨끗하고 반듯한 솔트 레이크에 대한 이미지와는 영 낯설었다.

미사를 마치고 바로 교우가 운영하는 한인 식당(이조:李朝)으로 가서 오랜만에 한식을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다. 식당 한편에서는 이곳에서 거주하는 교포들의 친목회 모임이 있는 것 같았다. 이곳 한인들의 생기 넘치는 모습을 보니 우리 민족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