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3.
(8월 / 4일)
오늘은 홉스골로 가는 날이다.
이른 아침 뒷산 자락을 타고 산봉우리에 올랐다. 정말로 주변 경관이 아름답다. 무수한 꽃들이 산 자락을 아름답게 수놓았고 산아래로 부드럽게 내려간 초원 가운데에는 우리가 어제밤에 묵었던 하얀 게르가 그림처럼 아침 햇살을 받아 더욱 하얗게 그림을 그려놓았고, 건너 산 밑으로는 제법 많은 수량의 강물이 흐르고, 산너머로도 그 강줄기가 저 멀리로 유유히 흘러가고 있었다. 오늘 나는 별천지에 와서 하루 저녁을 묵었다는 기쁜 마음으로 한동안 산마루를 서성거렸다.
인솔 책임자 허여사가 출발하기에 앞서 식당에서 회원들에게 몽골의 여행은 유적지관람이 목적이 아니라 자동차를 타고 초원속을 달려가면서 자연을 보고 즐기는 것이 중심이라고 재삼 강조하였다. 그리고 오늘은 차량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가장 긴 날이라는 것과 길이 고르지 못하다는 것도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할 것을 당부하였다.
아침 날씨가 상쾌하고 주변 경관이 좋아 하루 저녁만 묵고 가는 것이 아쉬웠다.
초원에 여러 종류의 꽃들이 촘촘한 이 호탁운투르의 산막 게르를 아쉬운 마음으로 떠나면서
주변 경관이 뛰어난 호탁운투르의 게르를 떠나는 것이 아쉽지만, 우리들이 가장 기대하고 열망해 온 홉스골로 향한다는 설레는 마음이 커서, 게르를 뒤로 하고 미련없이 홉스골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게르에 연결된 풀밭길에서 큰길로 나와 호탁운투르 시가지를 지나서 북쪽을 향하여 푸르공이 먼지를 일으키면서 달렸다.
산 중턱에 게르는 없고 짐승 우리처럼 생긴 시설물이 눈에 띄어서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가축들이 추운 겨울에 지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라 하였다. 우리가 오지를 이동할 때마다 보면서 확인할 수 있었던 시설인데 처음에는 무엇인지 무척 궁금하였다.
말, 소, 양들이 추운 겨울을 지낼 수 있도록 지어놓은 축사
9시 경, 밋밋한 오르막에서 앞차들이 달리면서 뽀얀 먼지를 일으켜서 좀 뒤쳐저서 길을 달릴 때였다.
말을 탄 목동이 얕으막한 산마루를 넘어 마소떼를 몰이하면서 초원을 달려가고 있었다.
그래서 차를 세우고 초원을 힘차게 달리는 마소떼의 장쾌한 모습을 바라보았다. 몽골 유목민들이 광활한 초원에서 말을 타고 달리는 호쾌한 장면이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극히 단편적이겠지만 유목민들의 진면목을 본 것 같았다. 우리 일행은 그러한 광경을 처음 보는 것이라서 탄성을 질렀다. 머물러 주지 않고 우리 앞을 스쳐지나서 멀이 사라져가는 것을 보면서 모두 아쉬워했다.
갑자기 산을 넘어서 우리 앞에 나타난 마소때
마소떼를 몰고 가던 목동- 잠시 멈춰서서 포즈를 취해 주었다.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평지는 초원으로 이루어졌지만, 산에는 나무들이 많이 보였다. 그리고 광활한 초원에 유목민들의 게르가 한두개씩 드문드문 보였고 마소와 양떼들이 간단없이 나타났다. 초원 위의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은 아무리 보고보고 또 봐도 자꾸 보고싶었다.
양떼들
달리는 차창 밖으로 연신 나타나는 목가적 풍치들
12시가 조금 지나서 길을 벗어나 초원의 한 복판에서 피크닉을 했다. 우리들의 점심 식사를 위해 가이드들과 기사들이 오늘 아침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만들어 가지고 온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했는데 맛이 있어서 배부르게 먹었다. 기사들과 가이드들이 한결같이 밝은 표정으로 우리들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모두 감동하였다.
피크닉하던 곳
처음부터 4호차가 기름냄새를 많이 풍기고 고장을 자주 일으키더니 오늘도 어김없이 문제를 일으켰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공을 가지고 풀밭을 뛰면서 놀았다.
차가 고장이 나도 이젠 걱정이 되지 않았다. 고장이 나서 차에서내려 잠시 쉬고 있으면 어느 새 뚝딱 고쳐서 다시 출발하는 것이었다. 기사들은 운전만하는 것이 아니라 차수리도 전문가 수준인 것 같았다.
차 수리하는 사이에 공놀이
점심을 먹던 장소에서 많은 야생꽃들을 볼 수 있었다.
어떤 곳은 지나가는 길 양편이 온통 꽃밭이었다. 흰꽃, 분홍꽃 자색꽃 등등 이름을 알수 없는 꽃들이 지천을 이루었다.
몽골의 초원은 대부분 자연상태이지만 간간히 초원을 개발한 유채밭도 보였고 광활한 밀밭도 보였다. 식물이 나서 자랄 수 있는 기간이 3개월 정도로 극히 짧다고 하던데 곡물을 제대로 수확할 수는 있는지....
2시40분에 Toson tsengel이라는 소읍에 잠시 들어갔다. 우리가 차에서 내리자 몽골 전통복장을 한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모여들었다. 그들은 우리가 구경거리였겠지만 우리에겐 그들이 구경거리였다. 이곳의 상점에 들려서 맥주도 사고 간식거리도 샀다. 맥주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싸서 네 개를 사들고 푸르공에 올라 나눠마셨다.
이름을 알 수 없는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밀밭도 광활하다
Tonsontsengel이라는 소읍
오후 3시 경에 Tonson tsengel을 출발하였다.
이렇게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광활한 초원과 멀리 물러나 있는 산, 그 위로 파란 하늘에 피어나는 뭉게구름이 너무나 아름답다. 모두 그 아름다움에 취해서 비포장 도로에서 푸르공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도 잊고 연신 감탄사를 발하였다.
5시 경에 홉스골 안내간판을 세워둔 곳에 정차하여 쉬었다. 차에서내려 바라보는 주변 경치에 넋이 빠져 2호차 기사가 승차하라고 부는 호르라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초원가운데를 달리는 홉스골로 가는 길
휴식을 취하던 광고와 안내판이 있는 곳
깃털같은 구름이 둥실둥실 떠있는 파란 하늘 아래 평화롭게 풀을 뜯는 소들
오후 5시 40분에 홉스골 아이막의 수도(首都)인 무릉에 도착하였다.
무릉에 도착하자마자 기사들과 현지 가이드를 총괄하는 줄리가 홉스골에서 우리 일행이 먹고 쓸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하기 위햐여 시장을 보는 동안 우리일행은 무릉의 재래시장을 구경하였다. 혹시 필요한 물건이 있나 하고 시장을 훑어보았지만 쓸만한 물건을 찾지 못하고 시장을 구경하면서 한 바퀴 돌아나왔다.
무릉의 재래 시장
이곳 무릉에서 저녁을 먹고 다시 홉스골로 이동한다고 하였다.
저녁 식사를 할 식당의 간판에 우리나라 유명배우가 요리사의 복장을 한 사진이 붙어 있었다. 몽골에서도 우리나라 영화나 드라마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이 식당을 이용하는 한국인이 많다는 건가? 식당이 협소하여 우리 일행이 몸을 부대끼면서 앉아서 식사를해야 했다. 무릉에서 우리 일행을 한 곳에 다 수용할 만한 시설의 식당이 없었던 모양이다.
무릉에서 저녁을 먹었던 식당-요리사 복장을 한 배용준의 사진이 보인다
식사를 마치고 7시경에 다시 홉스골을 향하여 푸르공에 올랐다.
도로 사정이 아주 열악하였다. 직선 포장도로 공사가 가는 길 중간중간에 보였다. 어떤 곳에서는 새로 만든 직선 도로로 올라서서 달리기도 하였으나 대부분 재래의 굴곡이 심한 비포장 도로였다.
오후 8시30분경, 제일 앞서 가던 1호차가 중간 어느 지점에서 뒤처졌다. 1호 차를 기다리느라고 어위가 있는 언덕에 올라섰다. 어위 위로 솔개 한 마리가 멋진 비행을 하고 있었다. 가이드와 기사들이 푸른 하닥을 감은 어위를 주위를 돌았다. 우리 일행 중 몇 사람들도 그들을 따라서 어위를 주위를 돌았다.
어위가 있는 언덕 - 어위 위로 솔개 한 마리가 날고 있다
해가 서쪽으로 많이 기울었지만 높이 떠 있었다. 북극이 가까운 지역이라서 해가 떠 있는 시간이 긴 것 같다.10시가 가까워지자 땅으로 기어내려온 어둠을 뚫고 가는 푸르공이 한 낮보다 더 흔들리는 것 같았다. 낮에는 초원의 아름다움에 취해서 차가 요동을 쳐도 잘 몰랐지만 밤에는 차가 심하게 움직이는 것만 보였던 것 같다.
밤 11시가 지나서 오늘의 종착지 홉스골의 게르에 도착하였다.
밤늦은 시각이라서 씻지도 못하고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남자 7명이 한 게르에서 잠을 자야하였다. 게다가 개별 침대가 아니라서 다섯명이 나란히 누워서 자야 했고, 두 사람은 맨바닥에서 자야 했다. 너무 늦은 시각에 도착하였기 때문에 기사들도 지쳐 있었고 더 이상 무얼 해달라고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세계방랑자님과 다운로드님이 습기가 밴 맨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잤다. 침대에서 잠잔 우리들은 너무 미안하였다.
우리는 오늘 이동거리는 360km밖에 되지 않지만, 이동하는데 무려 15시간이 걸렸다. 순수하게 차량 속에서만 보낸 시간이 최소한 11시간은 되었을 것 같다. 맑은 공기를 마시고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고 즐기면서 왔기 때문에 그 험한 길을 참고 올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