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4.
홉스골
(8월 / 5일)
홉스골에서의 첫날 아침이다.
6시 30분에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거미산님은 벌써 일어나서 호수가로 나가서 머리를 감고 들어왔다.
게르에서 호수까지는 거리가 조금 멀었다. 이슬맺힌 풀밭을 밟고 호수로 달려갔다.
호수에서 세수를 하였다. 아침 날씨가 쌀쌀하고 호수의 물이 무척 차가웠다 .
홉스골 호수 한가운데 저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물결이 찰랑거렸다.
신선한 아침 공기에 더할 수없이 맑은 호수!
나는 이 아침에, 가장 경건한 마음으로 몽골의 서북단에 위치한 해발 1640m의 신성한 홉스골 호숫가에 섰다. 그리고 파란 하늘 , 맑은 호수, 신선한 공기에 감격하였다.
우리 일행이 홉스골에서 묵은 게르
홉스골의 하늘
8시 30분 전후에 아침 식사를 하였다. 오늘은 말을 타고 홉스골 호수를 끼고 올라갔다가 돌아왔다.
인도의 자이살메르에서 마부가 고삐를 쥐고 이끄는 낙타는 이틀 동안 타보았으나, 말은 오늘 처음 타보는 것이었다.
전통복장을 입은 몽골인들이 말을 게르 앞으로 몰고 왔다. 말 타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말은 몽골인들이 말을 직접 이끌어 주고, 그 외의 사람들은 스스로 말을 몰고 가야 했다. 스스로 말을 몰고 가는 사람 가운데 말이 말썽을 부리면 몽골 마부들이 다가와서 말을 제어하고 이끌어주기도 하였다.
오늘은 하루 종일 말을 타고 다닐 것이라 하여 약간 걱정도 되었다. 그러나 막상 말을 타고보니 낙타보다는 안전하게 느껴졌다. 말이 대열을 이탈하지 않도록 한다거나 풀을 뜯어먹지 않도록 하여야 하는데, 요령을 몰라서 뒤쳐지고 엉뚱한 데로 가려고 하여 한참 애를 먹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고삐를 쥐고 말을 다루는 요령이 조금씩 늘어서 말을 몰고 돌아올 때에는 뒤쳐지지 않았다.
10시경에 말을 타고 게르를 출발하여 12시 30분 경에 경관이 수려한 호수변에서 내렸다.
큰 나무허리에 말의 고삐를 비끌어매고 주변경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모두들 들뜬 기분이었다.
몽골 마부들이 한쪽에 비켜 앉아 있거나 서서 우리들을이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그들에게 다가가서 함께 사진을 찍자고 했더니 쭈빗거리면서 앞으로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내가 모두의 소매를 끌어당겨 자리에 앉히고 같이 사진을 찍었다. 그랬더니 다른 사람들도 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려고 모여들었다.
게르 앞에서 출발하기 직전
말을 타고 가는 일행들
마들과 우리 아가씨들.... 아가씨를 글어앉은 폼하고, 그걸보고 부러워하는 몽골 마부들의 순박한 표정들,,,,
점심을 먹고 호수가로 몰려나온 일행들
우리들이 게르를 출발하여 말을 타고 오늘의 말타기 종착지까지 오는 동안 기사와 가이드들이 맛있는 점심을 해가지고 벌써 이곳에 와서 대기해 있었던 것이다.
홉스골의 대자연의 품에서 먹은 점심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우리들의 기사와 가이드들이 정말로 고맙고 믿업고 이뻤다.
우리 일행은 점심을 먹고 호수가로 갔다. 호수의 가장자리에 맑은 물이 들락이면서 작은 자갈과 모래를 씻어 내렸다.
파란 하늘과 호수의 맑은 물과 초록의 자연과 깨끗한 공기에 그 동안의 피로와 마음에 쌓였던 티끌을 깨끗이 씻어 낸 듯 모두 해맑은 웃음과 행복한 표정들이다. 우리는 거기 그런 상태에서 더 있고 싶었다. 그러나 왔던 길로 돌아갈 때는 몹시도 아쉽고 서운하였다.
말을 타고 호수가를 따라서 게르로 가는 길도 무척 아름답다.
아침에 말을 타고 갈 때는 온통 말에만 신경이 쓰여 전후좌우의 경관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돌아올 때는 말을 몰고 가는 것이 여유도 생기고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도 눈에 들어왔다.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는 파란 하늘, 햇살에 반짝이는 물결을 일으키면서 출렁거리는 호수, 맑은 호숫가의 싱그러운 초원 위에서 깨끗한 공기를 마시면서 거들먹거리고 기분 좋게 말을 타고 가는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존재였다.
우리는 점심을 먹고 호수가를 거닐다가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몽골 여인을 만났다. 그 여인은 울란바타르에서 가족들과 같이 나들이 나왔다고 하였다. 한국에 남자 친구도 있다고 하였다. 그녀의 통역으로 몽골 사람들과 함께 재미있는 시간도 보냈다. 그들이 가지고 온 징기스칸이라는 보드카를 몇 잔 얻어 마시기도 했다. 한 사람이 호수의 물을 한 대접에 담아가지고 와서 마시더니 나보고도 마시라고 하였다. 그만큼 호수가 깨끗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저녁에 다시 만나자고 약속은 했는데 다시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호숫가에서 만난 몽골 가족과 함께
그들과 헤어져서 물가를 걸어오다가 또 한국에서 학교에 다니는 여학생 가족도 만났다.
그 여학생은 한림대학교에 재학하고 있는데 방학기간이라서 고국에 돌아와 있다고 ... 그녀도 집이 울란바타르이고 부모님과 함께 홉스골에 가족 여행 중이라고 하였다. (내 디카로 가족사진 찍은 것을 메일로 부쳐주었음)
게르로 돌아와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다시 호숫가로 나가보았다. 거기서 산책을 하고 있던 세렌 님과 그 언니를 만났다. 낙조의 호수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함께 호수가를 거닐다가 어둠이 내려서 게르로 돌아왔다.
어둠이 완전히 내린 게르 밖애서는 캠프 파이어가 막 시작이 되었다. 남녀노소를 잊고 모두 하나가 되어 흥겨워 했다.
내가 주책스럽게 징기스칸이란 상표의 보드카 세 병을 사서 하나는 기사들애게 주고 둘은 켐파이어하는 곳에 가지고 와서 한 잔씩 권하였다.
캠프 파이어
캠프 파이어에서 우리 젊은이들과 몽골 가이드 아가씨들이 한국노래와 몽골노래를 주고 받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런데 몽골 아가씨들은 가이드를 하면서 사전에 준비된 노래로 즉시 화답을 하였는데 우리 젊은이들은 사전 준비없이 즉석에서 맞혀 화답을 하려고 하니 노래하는 흥과 맥이 끊이기 일쑤였다. 그러나 그들은 잘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몽골 젊은이들과 우리젊은이들이 어울려 노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역시 젊은 에너지는 경쾌하고 아름답고 값지다. 그리고 이러한 소중한 체험들이 그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살지게 할 것이다. 한국의 젊은이들과 몽골의 젊은이들이 이렇게 작은 모임이서나마 서로를 숨김없이 보이고 우의를 돈독히 하므로써 두 나라 간에 좋은 관계를 쌓아 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렇게 좋은 놀이 마당인데 나는 술 마신 것이 과한 듯하여 게르 들어와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8월 / 6일)
5시에 일어났다. 거미산님은 벌써 밖으로 나가고 없었다. 참 부지런하신 분이다.
어저께 마신 술이 과했던 탓으로 머리가 무거웠다. 그러나 오늘 아침 홉스골에서의 일출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차가운 이슬맺힌 풀밭은 걸어서 호수가로 갔다. 호수 위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보기 위해서였다.
동녁 하늘이 붉게 물들고 호수에는 갈매기들이 어지러이 날았다. 호수로부터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옷 속으로 파고 들었다
신선한 아침공기를 마시면서 해가 오르기를 기다렸다. 5시 30분이 가까워지자 영롱한 구슬같은 해가 호수 건너 산봉우리 위로 솟아올랐다.
동해 정동진에서의 해맞이와 또 다른 감동이었다.
호수 저 멀리 하늘을 살짝 가린 산 너머에서 솟아 오르는 해는 그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 구름이 갈래지어 떠 있는 동녁하늘을 온통 핏빛으로 물들였다. 그러나 해가 솟아오르자 온 대지는 의연한 자세로 자기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같았다. 동해의 정동진에서의 일출은 동해의 일출이 온 대지를 새롭게 탄생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여기 홉스골에서의 일출은 해맞이를 호들갑스럽게 하는 것 같지 않았다. 홉스골의 일출은 거기 그렇게 버티고 잇는 대지에 내가 이제 나타났소 하고 아침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이른 아침, 일출 시간에 홉스골의 산들은 멀리 물러앉아 엄숙하고 근엄하게 자리잡고 있는 형상이며 그 아래의 울창한 숲은 홉스골이 깊고 장중함을 내면에 품고 있는 듯하며, 홉스골의 호수는 해맑은 잔잔한 미소로 세상의 모든 것을 품을 자세를 취하고 있는 듯하였다.
이 아침 나는 참으로 좋은 세상에 와 있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호숫가에 앉아서 아름다움에 취했다.
홉스골의 이른 아침 풍경
오늘 오전은 자유시간이라 하였다.
거미산님과 함께 아침에 시간이 있으니 깊은 숲 저 뒤쪽 산에 올라가자고 하였다.
그러나 게르 뒤 숲속 길을 따라서 200 m도 채 가지 못하여 길이 없어졌고, 앞에는 고목이 넘어져 길을 막고 있을 뿐아니라 깊은 숲속 안쪽은 아예 사람의 바자취가 닿지 않은 곳 같았다. 만약 저 깊은 숲속으로 들어간다면 큰 짐승도 만날 수 있을 것 같고, 또 더 들어갔다가 돌아나올 길을 잃어버려도 문제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산에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돌아나왔다.
우리는 다시 게르 앞쪽 호숫가로 갔다. 2km 남짓되는 호수로 돌출한 호반 부분을 걸었다.
정말로 아름다운 곳이다. 하늘과 울창한 산림을 가지고 호수에 둘러있는 산과 호반을 감싸고 돈 초원들이 하나로 된 세상이다. 더할 수 없이 맑은 호수는 이 대자연을 품어 안고 넉넉하고 의연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무언의 말을 전하는 것 같았다.
홉스골 호수
홉스골 호수
홉수골 호수
홉수골 호수
홉스골 호수
홉수골 호수
쉽게 올 수 없는 곳.
몽골의 홉스골/ 누가 홉스골에 대하여 얘기해 달라고 하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홉스골은 그곳의 풍치와 그 실황을 말로 표현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곳입니다. 일단 가서 보면서 즐기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홉스골에 대한 예의일 것 같습니다. 그 아름다움과 신성경건함을 인간의 한정된 언어로는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는 곳입니다. 홉스골은 인류의 성지입니다. 더 이상의 언어가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홉스골을 배경으로 하는 원초적인 인간들의 삶도 그렇거니와 하늘 땅 물이 모두 여기 홉스골에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나는 감히 홉스골이 모든 종교을 초월한 인류의 성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라고.......
12시 30분 경에 점심을 먹고 2시 30분 경에 홉스골의 게르를 출발하여 무릉으로 향하였다.
홉스골에서 머문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쉬웠다. 사정이 허락한다면 이 홉스골에서 한 10여일 간 머물면서 호수를 한바퀴 도는 여행을 하고 싶다.
오늘은 1호차를 배당받아 승차하였다. 과연 1호차는 흔들림도 적었고 다른 차들보다는 훨씬 편안한 차였다.
그래서 모두 1호차를 선호하였던 모양이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가장 짧은 코스에 배당이 되었다???
홉스골을 출발하여 30여분이 지날 무럽에 우리가 탔던 1호차가 펑크가 났다. 인근 소읍에까지 가서 바퀴를 교체하느라고 50분 정도 지체됐다. 기사들이 차를 고쳐오는 동안 우리들은 파란 하늘에 두둥실 떠있는 멋진 구름 아래에 울창한 숲을 이룬 산이 애워싼 넓게 벋은 녹색평원의 풀밭에서 풀들과 어울려 같이 자란 각종 꽃들을 구경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자연이 베푼 아름다움을 즐겼다. 어느 새 공을 가지고 나온 젊은이들은 가이드들과 어울려 축구놀이에 정신이 없었다.
차를 고쳐 다시 출발하였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초원
초원을 더욱 평화롭게 만든 마소와 양떼들
파란 하늘과 파란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구름에 감탄하면서
저녁 7시경 무릉에 이르렀다.
무릉 시내에 들어와서 급히마트를 찾아 Hite로 목을 축였다.
홉스골에서 무릉으로 가던 길목에서
홉스골에서 압구에서 바라본 무릉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