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南美) 여행 5. - 리오 데 자네이로 - 쌍트로, 아슈카르 외
Centro
2011. 2. 28 (월)
리로 데 자네이로의 상트로 중심가
가끔 비가 내리다. 오늘은 "탐(TAM)" 항공사 사무실에 가서 이과수 가는 비행기 예약을 확인하고 상트로(Centro) 일대를 돌아보는 일정을 잡았다. 10시에 일호선 메트로를 타고 상트로에 있는 시넬란디아(Cinelandia) 역에서 내려 ‘탐’회사 사무실을 찾았다. 주요 기관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 고층 건물들도 즐비하고 거리에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브랑코(Branco) 거리에 들어서자 큰 건물 1층에 ‘탐’이란 글자가 보였다. 얼른 문을 열고 들어서서 “탐 비행기 예약한 것 확인하러 왔다.”고 하였더니 전혀 못 알아들었다. 그녀들은 내가 비행기를 예약하러 온 것으로 착각하고 비행기 예약서류를 작성하라고 친절하게 자리를 만들어 펜과 서류를 갖다놓고 음료수까지 주었다. 우습기도하고 당혹스럽기도 하였다. 내가 계속 “Reservation confirm"하러 왔다고 하니까, 한 여직원이 그제야 눈치를 채고 여기는 각 항공사 비행기의 예약이나 기타 여행업무 대행사라고 하였다. 내가 TAM이란 글자만 보고 사무실에 들어섰던 것은 착각이었다. 그녀가 알려준 대로 Branco 181의 빌딩 36층에 있는 사무실에 찾아갔더니, 거기서도 영어가 통하지 않아 한참 헤매다가 겨우 예약을 확인하고 비행기 좌석을 지정받아 나왔다.
오늘은 상트로 박물관 한 개 정도만 관람하려하였더니 일요일은 쉰다고 하여 시가지만 돌아보았다.
여관 영감이 Centro에는 날치기와 소매치가 많다면서 주의하라고 당부하였었다. 그래서 역에서 내릴 때부터 주위를 경계하면서 조심스럽게 길을 걸었다. 그런데 조금 다니다가 보니까 자신이 붙고 겁날 게 없다는 자만심이 일었다. 그 때 한 아주머니가 나의 옆으로 오더니 “You are dangerous!”라고 주의를 주는 게 아닌가! 내가 손에 쥐고 있는 카메라가 위험하니 주의하라는 것인지, 지금 누군가가 너를 노리는 사람이 있으니 주의하라는 것인지, 내가 다니고 있는 모습과 행색이 위험해 보인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여간 아주머니의 그 말 한마디에 바짝 긴장이 되고 발걸음이 무거웠다.
주위를 경계하면서 대성당 메트로포리타나(Metropolitana)를 찾아갔다.
대성당 메트로포리타나(Metropolitana)
대성당 내부 천장
성당 안에 들어가서 의자에 앉아 긴장된 마음을 풀기 위해 심호흡을 하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모형이 특이한 형태의 대형 성당이다. 원추형 건물로 성당 안도 원형을 이루었으며 동서남북 출입구에서 건물 꼭대기 쪽으로 스텐글라스로 장식해 놓았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화려해 보였다. 제일 높은 천정부분은 첨탑으로 하지 않고 꼭대기부분을 평면 지붕으로 만들고, 스텐글라스가 올라가 끝난 지점을 동서남북으로 연결하여 십자가를 만들어 놓았다. 성당 지하에 작은 종교 미술관이 있다고 하는데 문이 잠겨 있었다. 휴관을 하는지, 한낮의 휴식시간인지 알 수가 없었다. 성당 안을 구석구석 둘러보고 돌아 나왔다. 성당 안에는 구경 온 사람들만 서성거리고 있을 뿐 신자들은 보이지 않고, 넓은 성당 안이 휑뎅그렁하였다.
성당을 나와서 브랑코(Branco) 거리를 따라 다시 시내의 동북쪽에 위치해 있는 칸델라리아 성당을 찾아 걸어갔다.
칸델라리아 성당(Igreja Noss Senhora Candelaria)
성당 내부
칸델라리아 성당(Igreja Noss Senhora Candelaria)은 브랑코 거리와 프레시덴테 바르가스 거리(Av. Presidente Vargas)가 교차하는 지점의 거리 한 가운데 위치해 있는 교회였다. 성 베드로 교회를 본떠서 지은 리오 데 자네이로의 최초 교회라고 한다. 건물은 1630년에 착공하여 1811년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건물이 고색창연하다. 내부 장식이 화려하고 벽면에는 많은 성화들이 있는데 조명이 흐려 작품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성당 안에 들어갔더니 미사가 진행 중이라 나도 뒷좌석으로 들어가서 조용히 앉았다. 이 나라가 가톨릭 국가나 다름없다고 하는데, 월요일이긴 하지만 이 큰 교회의 미사에 참석한 인원수는 턱없이 적었다. 그 큰 성당 안 앞좌석의 일부만 신자들이 앉았을 뿐 대부분의 좌석은 텅 비었고 일부신자들은 늦게 참석하거나 미사 중에 자리에서 빠져나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옆과 뒤에는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들락거렸다. 미사가 진행 중인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좀 어수선한 느낌이 들었다.
상트로
200불을 환전했다. 브라질 물가가 우리나라의 배는 되는 것 같다. 리오 데 자네이로에서는하루 7만 원 이하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절약 절약해야 하겠다. 뷔페식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였는데 18R$이나 하였다. 저녁에는 비가 제법 많이 내렸다.
손녀들에게 엽서를 보냈다. 내가 보낸 엽서가 손녀들의 세계지도공부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의 귀여운 손녀들이 무럭무럭 잘 자라서 쓸모 있는 인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Acucar
2011.3.1(화) 맑음
아침에 밖에 나가보니 길바닥에 빗물이 흥건히 괴였다. 간밤에 비가 제법 많이 내렸던 것 같다. 오늘 아침도 구름이 잔뜩 끼었다. 비가 내려 아무 곳에도 못 가고 여관방에 갇혀 지내지 않을까 걱정스럽더니 시간이 지나자 다행히 구름이 걷히고 있었다.
오늘은 “파웅 데 아수까르(Sao de Acucar)”에 다녀왔다. 비용이 엄청 많이 달아났다. 오늘 주머니에서 달아난 돈이 200R$에 가깝다. 그러나 조금도 후회되지 않는 지출이었다. 이렇게 좋은 곳에 와서 그만한 비용을 쓴 것이 문제이겠는가! 오늘 리오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돈이 많이 지출되었지만 아수카르를 선택한 것은 너무나 잘한 일이다.
까떼체에서 아수까르에 가는 버스는 107번을 타야한다. 107번이 다니는 길은 플라밍고를 끼고 달리는 인판떼 돔 헤리끄 길(Av. Infante D0m Herrique)이다. 107번이 서는 정류장을 물어물어 찾아가서 버스를 탔다. 우리는 아수카르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타는 곳인 Estacao de Caminho Aereo 앞에서 버스에서 내렸다. 표를 사서 케이블을 탔다. 평일인데도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첫 봉우리 모로 데 우크라(Morro de Ucra) 언덕에서 내려서 다시 파웅 데 아수카르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로 갈아타야 한다.
우리는 해발 200m인 우크라 언덕에서 내려 언덕주변을 돌아보았다.
左는 우트라(Ucra) 언덕 右는 아수카르(Acucar) 언덕
우크라 언덕에서 내려다본 보카포고 비치와 만
우크라 언덕에서 올려다 보이는 아수카르 언덕
우르카 언덕에서 보이는 경계가 너무나 황홀하여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 지 모를 지경이었다. 정말로 그림 같은 광경이다.
케이블카를 같이 타고 올라왔던 사람들을 따라서 다시 아수카르로 오르는 케이블카를 탔다. 아수카르는 그저께 꼬르꼬바도 언덕에 올라갔을 때와는 다른 아름다움이 있었다. 꼬르꼬바도에서는 전체를 조망하면서 고고(孤高)함과 장엄미(莊嚴美)에 심취할 수 있었다면 아수까르는 거기에 더하여 섬세함과 정밀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아수카르에서 내려다 본 코파카바나 해안과 산과 도시
아슈카르 정상
아수카르 정상
아슈카르에서 바라본 꼬르꼬바도 언덕과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보타포고 만
리오의 섬들
아수카르에서 내려오면서
바로 코 앞에 펼쳐진 그림같은 해안선과 보타포고(Botafogo)만과 우크라(Ucra) 만에 띄워놓은 보트, 섬과 섬 사이를 파고든 바닷길, 흰 거품을 품고 느린 동작으로 해안선으로 다가서는 물결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그 광경에 넋을 잃을 지경이었다. 나는 오래도록 자리를 뜨지 않고 지켜보았다. 내가 이런 곳에도 와 볼 수 있다는 게 꿈만 같았다. 리오에 대한 여행담이나 자료들을 통하여 코파카바나와 이파네마에 대한 찬사를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내가 발을 들여놓고 직접 보았을 때의 그 환희를 뭐라고 말할 수 없었었는데...
파옹 데 아슈카르(Pao de Acucar)에 올라서서 그 코파카바나와 이파네마 해변을 눈 아래로 내려 보면서 ‘아, 그저께 내가 해변을 걸어가면서 그토록 감격스러워 했던 것이 바로 조것이었구나!’ 사람의 마음은 간사하다. 코파카바나와 이파네마의 아름다움에 내 마음이 울렁이던 그날의 감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아수카르에서 새로운 충격에 모든 것이 묻혀버린 것 같다. 나의 처음 리오 일정에 아수카르에 대한 계획이 없었다. 만약 오늘 아수카르에 오지 않았더라도 리오 데 자네이로에 왔었다고 말할 수 없을 뻔하였다. 자칫하면 놓칠 뻔했던 아수카르 관람이 천행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여기 올라온 모든 이들은 축복받은 사람들이다. 축복받은 이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환하게 미소를 머금고 있었으며 서로서로 감사와 축하인사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이 아름다움과 감사하는 마음과 감격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
정상에 11시 30분에 올라와서 2시까지 정상에 머물렀었다. 이 감격을 어떻게 하면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을까, 나는 원래 물건을 살 줄 몰라서 물건 사는 일이 별로 없다. 그러나 여기서는 기념품 상점에 들어가서 무엇이든지 하나 사가지고 가고 싶었다. 그래서 ‘Rio de janeiro’라는 글자가 새겨진 T사스 하나를 샀다.
Flamingo, Botafogo 외
2011년 3월 2일 (수) (흐림)
오늘은 이과수(Foz de Iguacu)로 가는 날이다. 리오를 떠나는 것이 아쉽기도 하고 미련이 남는다. 내 생애에 다시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지 않은데 더욱 그리움을 두고 떠나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오늘 알게 된 새로운 사실, 리오에서 3일 뒤에 유명한 페스티벌이 벌어진다는데 비행기를 예약한 것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오늘 리오를 떠나야한다. 너무 아쉽다.
날이 잔뜩 찌푸렸다. 멀리 꼬르꼬바도 언덕의 그리스도 상과 아수카르가 구름에 묻혔다. 내가 찾아갔던 날이 만약 오늘처럼 흐린 날이었더라면 정말 속상했을 것이다.
이과수 가는 비행기 탑승시간이 오후 4시 40분이라서 오전시간을 보내기 위해 11시에 체크아웃하고 가방을 여관에 맡겨두고 플라밍고 해변으로 나갔다. 플라밍고 해변도 상당히 아름답고 긴 비치이다.
플라밍고 해변
플라밍고 해변은 족히 2km 이상은 될 것 같다. 주로 지역주민들이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잔뜩 흐린 날씨 탓인지 사람이 많지 않았다. 플라밍고 해변에서 보타포고(Botafogo)만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서 걸었다.
보타포고해안도 아담한 비치가 있는데 날씨 탓인지 이용객들이 적다. 그러나 보타포고 만에 떠있는 예쁜 배들과 주위경관은 참으로 아름답다. 파란 바다와 그 위에 띄워놓은 장난감처럼 예쁜 보트들, 해안 위로 높이 솟은 산봉우리들, 만 주변을 에워싼 멋들어진 건물들이 한데 어우러져 이상향 같았다.
보카포고 해변
보타포고에서 돌아오다가 플라밍고 해안 입구에서 뜻밖의 수확이 있었다. 플라밍고 해변을 배경으로 모델의 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나도 사람들을 헤집고 모델 가까이 들어가서 사진을 찍으려 했더니 스태프 한 사람이 제재를 하였다. 그걸 본 모델이 나를 향하여 손을 흔들기에 얼른 다른 스태프에게 디카을 맡기고 모델 옆에 가서 앉았다. 군중들이 박장대소하였다. 그래서 모델과 같이 사진을 하나 찍었다. 유명한 모델인지 무명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여튼 예쁘고 날씬하게 잘 생긴 여인이었다. 여관에 돌아와서 일하는 여인들에게 보여주었더니 모두 모른다고 하였다. 아마 무명 모델이가 보다.
모델의 자세를 교정해주는 스태프
사진 모델과 함께
오늘 여관에 그냥 머물러 있었더라면 이런 아름다움을 몽땅 놓칠 뻔하였다.
오후 1시 20분에 공항 가는 버스를 탔다. 비가 내렸다.
아침에 TV를 보았더니 브라질 어느 지역에선가 홍수로 인하여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입어 대통령이 직접 현지를 찾아가서 수재민을 위로하는 기사를 보았다. 오늘 가려고하는 이과수에서는 그런 일이 생기지 말아야 할 텐데 걱정이 되었다.
공항으로 가면서 리오를 뒤로하기가 무척 아쉬웠다. 내가 본 “리오 데 자네이로”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다. 공항으로 가면서 본 상트로 서북지역은 남쪽 지역에 비해 건물들이 조악하고 낙후된 시설물들이 많이 보였다. 어디에나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기 마련이다.
공항에 도착한 것이 2시 조금 지나서였다. 너무 일찍 도착하여 좀 지루하게 기다려야 했다. 비행기 탑승시간도 예정시간보다 30여분 늦더니, 비행기에 탑승하고 나서도 1시간 가까이 대기했다가 이륙장으로 이동하였다.
이과수로 가는 비행기
8시가 지나서야 이과수 비행장에 도착하였다. 승객들 대부분은 예약된 차량으로 다 빠져나가고 정막감만 감도는 공항 밖 버스 정거장에 나 혼자만이 가방을 들고 있었다. 인적도 끊기고 오가는 차량도 보이지 않았다. 낭패감이 전신을 눌렸다. 다시 공항 대합실로 가서 안내원으로부터 ‘시다데(Cidade)’가는 버스가 있다는 말을 확인하고 버스 정류장에 돌아와서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버스를 타려는 사람들이 왔고 곧 이어 버스도 왔다. 9시가 지나서 시다데에 도착하였다.
낮 시간이면 돌아다니면서 조건에 좋은 여관을 찾아보겠는데, 밤은 깊어가고 어두운 골목길에서 가방을 끌고 여관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도 어려워서 눈에 띄는 대로변의 여관에 들어갔더니 너무 가격이 높다. -50R$- 어쩌겠는가, 돈보다 안전이 우선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