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南美) 여행 13. - 아타까마(San Pedro de Atacama)
산 페드로 데 아타까마(San Pedro de Atacama)
밀몰의 '달의 계곡'
2011.3.27(일)맑음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였다. 머리가 아프고 속이 끓고 잠을 자는둥마는둥 하였다.
7시경에 예약한 승합차가 와서 비행장으로 갔다. 공항터미널에서 빵과 커피로 아침식사 대용으로 하고 8시55분 비행기에 탑승하였다.
비행기가 고도를 높이 솟아오르니 안데스산맥의 고봉(高峰)들이 한결같이 빙하를 뒤집어썼고, 빙하가 녹아 흘러내린 물이 골골마다 강(江)과 호수를 만들어 놓았다. 산도 높고 골도 깊다. 첩첩 산과 골골이 크고 작은 호수들이 눈 아래에 나타났다.
북쪽으로 갈수록 산에 나무들은 보이지 않고 삭막한 돌산으로 모습을 바꿔갔다. 비행기가 방향을 서쪽으로 틀면 푸른 태평양의 물결이 아스라이 나타났다가는 사라지곤 하였다.
비행기에서 내려본 깔라마 지역의 사막
미아가 될 뻔하다
10기25분 비행기가 착륙하였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짐이 나오기를 기다렸는데 내 짐은 보이지 않아 초조하게 기다리고 서 있었다. 그런데 항공사직원이 나를 찾아와서 내 티켓을 보더니 여기는 깔라마가 아니라면서 다시 비행기를 타라고 했다. 나는 비행기가 깔라마로 가면서 경유지를 거치는 줄 몰랐다. 직항인 줄 알고 내렸던 것이다. 자칫 낭패를 당할 뻔하였다.비행장 부근은 사막지대이고 공항터미널 건물은 아주 작고, 내리는 손님도 적었다.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터미널 출구 쪽에 아타까마까지 가는 버스 가격이 10,000패소라는 푯말이 붙어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이곳이 깔라마 비행장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깔라마 비행장에 내리면 아타까마까지 가는 버스가 있는데, 값이 10,000 페소라는 말을 산티아고에서 들었기 때문이다.
여기가 깔라마가 아니라는 직원의 말을 들은 나는 당황해서 비행기에 다시 올라서 내 자리로 갔다. 모두 나를 쳐다보아 쑥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여승무원이 지나가면서 다음 착륙지가 깔라마라면서 웃으면서 지나갔다. 이런 창피스런 일이... 깔라마 도착 예정시간이 11시 45분이란 걸 생각해내지도 못하고....
다시 비행기가 이륙하였다. 높은 산과 깊은 계곡 그리고 호수들이 이어지고, 서쪽 태평양은 짙게 푸른 기운을 풍겼다. 고도를 낮춘 비행기는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 황량한 사막 위를 날고 있었다. 깔라마 비행장이 사막 한 가운데 조그맣게 자리 잡은 것이 보이고, 좌측 저 아래 깔라마 시는 자로 잰 듯 반듯하게 시가지를 조성해 놓았다. 시가지에도 수목이 보이지만 도시 변두리에 심어놓은 수목들이 사막을 완강하게 막아 서있는 것 같았다.
11시10분경에 착륙하였다. 착륙 예정시간은 11시 45분이라고 분명히 적혀 있는데 35분이나 빨리 도착한 것이 이상해서 옆 사람과 여승무원에게 깔라마가 맞는지 재차 확인하고 내렸다.
깔라마 비행장에서 아타까마까지 직접 가는 미니버스가 10,000 페소라는 안내문이 보였다. 미니버스에 탄 손님은 스웨덴 부부와 나 세 사람뿐이었다.
깔라마 비행장에서 아타까마까지 1시간30분가량 사막 길을 달려오는 동안 풀한 포기 보이지 않았고,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사막 길을 달리는 차량 안에 앉아 있는 내가 이상한 존재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 사막
높은 언덕을 넘어서니 멀리 빙하의 안데스 산이 나타나고 사막 한 가운데 숲으로 둘러싸인 아타까마가 보였다. 거기서부터 아타까마까지는 굴곡이 심한 지형으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반복되었다.. 그리고 언덕 여기저기에 커다란 선인장도 보였다. 낮 1시 경에 아타까마에 도착하였다.
산 페드로 데 아타까마(San Pedro de Atacama)의 집들의 형태가 인도 자이살메르에서 보았던 것과 흡사하였다. 그런데 자이살메르에서 본 가옥은 대부분 석재였던 것 같은데 이곳 아타까마는 흙벽돌로 벽을 쌓아올리고 지붕은 용마루가 없이 평평하게 하고 흙으로 덮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건조한 사막 지대라서 포장 되지 않은 길에 흙먼지가 많이 일었다.
내가 든 호스텔은 "Hostelling Inernational"이었는데 완전히 토굴집이었다. 6인실 1인 8000페소, 모두 서양인이고 동양인은 나뿐이었다.
내일 Tatio Geyser Tour를 신청하였다. 18,000 페소다. 여행안내서에 나온 가격보다 많이 올랐다. Uyuni Tour도 함께 신청하였는데 65,000페소이다. 거기다가 Tatio Geyser의 입장료가 6,000페소, Uyuni 입장료13,000페소가 따로 더 들어간다고 한다. 돈이 무척 헤프다. 내일 온천에 들어가기 위해 수영복도 샀다.
좌측 건물은 박물관
타티오 게이셔(Tatio Geyser)
2011.3.28(월) 맑음4시 분에 일어나서 Tatio Geyser Tour 준비를 하였다. 우리 방에 나만 tour에 참가하는 줄 알았는데 4명이나 있었다. 나와 다른 agency에 신청한 사람들도 같은 시간에 출발하였다. 지난밤에는 깊은 잠을 자지 못한 것 같다. 이 지역이 고산지대(해발 2300m)라서 그런 모양이다. 게다가 산티아고에서부터 배속이 거북했는데 아직 회복되지 못한 것 같았다. 술과 기름기 있는 음식을 당분간 피하는 게 좋겠다. 여행도 건강이 받쳐주어야 한다.
4시 20분경에 아타카마를 출발하였다. 버스를 타고나서 눈을 감고 잠을 청했지만 쉽게 잠이 들지 않았다. 눈만 감았다. 오르막 산길을 두어 시간 이상을 올라온 것 같다. 속이 답답하고 어지럼증을 느끼면서 눈을 떴다. 버스가 목적지인 간혈천에 도착하였으니 내리라고 하였다. 밖은 어둠이 짙게 깔려있었다.
숨이 차고 머리가 어찔하여 가이드에게 타티오의 표고가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더니 4300m라고 하였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간헐천이라고 하였다. 차에서 내리자 어지럽고 속이 메슥거렸다. 밖이 무척 추웠다. 코앞에 바짝 다가선 산봉우리가 흰 빙하를 덮어 썼다. 제자리에 서서 심호흡을 하고 있었더니 가이드가 코카차를 마시라하여 받아 마셨지만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물이 끓으면서 수증기를 내뿜는 간헐천 가까이에 가서 쪼그려 앉아 뜨거운 기운을 한참 받았더니 정신이 좀 들었다.
주위의 간혈천에서는 지하수를 공중높이 내뿜어 높이 솟아오르게 하는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한곳이 아니라 여기저기에서... 어디에다가 눈을 두어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 정말 장관이었다. 몇 년 전에 옐로스턴에서 보았던 지하수 분출모습이 떠올랐다. 거기도 여러 곳에서 지하수가 분출하지만 올드 페이스펄(Old Faithful)에서 분출한 모습이 가장 규모도 크고 볼 만하였다. 그런데 여기는 분출구가 한두 곳이 아니고 또 그 규모의 대소를 구분하기도 어려웠다.
간헐천의 분출은 시간에 따라서 많게 혹은 적게 분출한다고 한다. 우리가 도착했던 새벽 시간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여 분출양이 많으며, 날이 밝아지면서 차츰 그 분출 량이 줄어든다고 한다.
오늘은 이 신 새벽 빙하의 산과 뜨거운 수증기를 하늘로 뿜어내는 분화구의 모습이 대비되어 더욱 신기하였다. 분화구 한 모퉁이에는 온천수를 담아 노천 욕장을 설치해 놓았다. 남녀노소가 너나없이 수영복을 입고 욕탕으로 들어갔다. 나도 욕탕에 들어갔다. 물이 뜨겁지 않지만 물이 부드럽고 기분이 좋았다. 숨을 쉬는 것도 거북한 높은 곳, 안데스 산의 4300m 고지의 간헐천에서 내가 온천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인가 확인하고 싶어 내 살을 꼬집어 보았다. 정말 꿈같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은 위대하다. 안데스 산 중턱에서 보는 새벽하늘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평생 잊을 수없는 정경을 목격하였다. 영롱한 별들이 지평선 끝자락까지 촘촘히 박혔는데 밤하늘이 지구로 바짝 다가와 있는 것 같았다. 아니 하늘을 가득 매운 반짝이는 별들이 지구를 완전히 폭 덮은 것 같았다. 어쩜 저렇게 영롱한 별들로 하늘을 빈틈없이 채워놓았을까...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자이살메르 사막에서 보았던 새벽하늘과는 또 다른 하늘이었다. 사막에서 보았던 하늘보다 더 가깝고 별들이 더 영롱한 것 같았다. 문득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사방이 산으로 막혀 산에 갇힌 밤하늘을 보며 동심을 키웠던 어린 시절의 고향, 그 시절 고향 밤하늘의 무수한 별 속에서 내 동심이 자랐는데 그 초롱초롱한 별과 보일 듯 말 듯 사라지는 별들이 오늘까지 이 늙은 가슴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지금 안데스에 올라 새벽하늘을 쳐다보면서, 나는 내 동심의 외연이 저 하늘만큼이나 넓혀지는 것 같았다.
오늘은 지구를 푹 감싸서 덮은 별의 새벽하늘을 보았다. 남반부의 별들은 어느 쪽에 치우침 없이 고르게 하늘을 메웠고 희미한 별보다는 영롱하게 빛나는 별들이 더 많았다.
평균 강수량이 부족하여 광활한 대지가 불타는 사막이다. 온천수가 나오는 곳이나 혹은 빙하가 녹아 호수가 생긴 곳의 부근에만 억지로 풀이나 나무가 생성할 뿐 그 외의 지역은 선인장과 간신히 뿌리내려 생명을 부지하고 있는 풀들이 보이긴 하지만 제대로 자란 것을 볼 수가 없다. 나는 자연 녹지에서 태어나 성장했기 때문에 어려서 사막이란 말이 잘 상상이 안 되었다. 나는 나이 들어 이렇게 직접 광막한 불모지의 존재를 체험을 하면서도 사막은 불가사의한 자연의 신비였다. 하여간 남미의 한쪽 아카타마에서 보고 느낀 사막은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광막하고 다양하고 진기하다.
원주민 마을을 들렀다. 그들의 삶의 원형을 보는 것이 아니라 현대화된 원주민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들의 생활 용품과 그들의 고유 의상을 판매하기도 하고 라마를 묶어두고 사진을 찍으면서 구전을 받기도 하고 불고기 꼬치를 구워 팔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런 척박한 곳, 그들의 주거 주변에는 극히 일부분에 물이 있고 약간의 식생이 있어서 의식주가 어느 정도 가능하겠지만, 주변 전체의 환경은 생명이 부지할 수 없는 사막지역이다. 외부와 완전히 고립된 이런 곳에 생활근거지로 둥지를 틀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서구식민지세력의 난입과 무차별 살육을 피하여 숨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그들은 소위 문명이라는 것과 타협하면서도 살고 있다. 순수한 그들의 모습을 잃고 현대에 때 묻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물론 그들도 인간다운 대접을 받고 또 풍요로운 삶을 당연히 누려야 한다. 그러나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잃지 말고 가꾸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오늘 오후는 여관이 많이 비는 것 같다. 북적이던 어제저녁과 달리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간 것 같다. 우리 방에도 침대 둘이 비었다. 여행 시즌이 지나가고 있는 모양이다. 거리도 어저께보다 좀 한가해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