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

65세의 젊은이(?)가 인도르 헤맸다39~40

어르신네 2013. 11. 28. 15:30

깔리까뜨

2005년 2월 28일 (월) 맑음

새벽미사를 위해서 5:40에 마더하우스 성당으로 출발하였다. 같은 여관에 든 서양 사람들과 함께 걸어가는데 내 다리가 짧아 따라가기가 숨찼다. 아침 미사를 마치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볍고 깔리가뜨로 가는 발걸음도 빨랐다.

아내는 목덜미와 눈가장자리에 붉은 반점이 생기고 부기까지 나타나서 오늘은 쉬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는데 미사를 마치고 나오니 빵 배식소에 와 있었다. 책임 수녀님이 아내에게 오늘은 사회 부적응 여인들이 수용된 곳으로 가라고 권하여 스페인 여인들에게 딸려 보냈다. 그리고 가는 한국 사람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지나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깔리가뜨로 가는 차들의 노선이 제 각각이다. 버스를 탈 때마다 내리는 장소가 달랐다.

깔리가뜨의 NIRMAL HRIDAY 옆에 깔리 템플이 있는데 이곳은 염소 희생물을 바치고 제사지내는 곳이다. 차에 염소를 싣고 많은 사람들이 사원 앞에서 기다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앞에서 사원을 안내해주겠다는 사람들이 우리의 가는 길을 막아서면서 귀찮게 했다. 환자들의 집 앞에도 어린 아이를 업은 여인과 어린 거지들이 진을 치고 우리를 기다렸다.

며칠간 봉사랍시고 드나들기는 하였지만 스스로 만족할 만큼 일을 한 것은 아니다. 내가 형식적인 그리고 단 며칠간의 활동으로 의무를 다한 것인 양 만족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아야 하겠다.

전주(全州)에서 온 아가씨는 봉사활동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것 같다. 단 며칠간 지켜보았을 뿐이지만 그 마음 씀씀이나 행동이 여느 사람과는 구별되었다. 대부분 오전이나 오후 활동만 하고 돌아가는데 이 아가씨는 오전 오후를 모두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다가 돌아온다. 천사가 따로 없다.

아내는 스페인 여인들이 친절하게 숙소까지 같이 와주어서 다행이었다. 기운이 좀 회복이 되었는지 표정이 밝아졌다. 저녁에는 감자를 삶아먹겠다고 한다.

오후에 바라나시와 아그라 행 기차표를 사려갔었다. 두 번이나 갔던 곳인데 다녀보지 않았던 길을 어림짐작하고 들어섰다가 방향감각을 읽어 30여분 이상을 헤맸다. 겨우 기차표 예매처를 찾아 예매를 하려고 하니 루피가 부족하였다. 그래서 달러를 주고 샀는데 100루피는 손해를 본 것 같다. 같은 여관에 들어있는 일본 젊은이를 만났는데 그도 바라나시 행 기차표를 산다고 했다. 여관에 돌아갈 때 같이 가자고 했더니 그런다고 해 놓고는 내 바로 옆에서 예매를 하고는 금방 사라졌다. (고얀 놈.....)

저녁에는 감자로 끼니를 때웠다. 한국 젊은이들과 함께 감자파티를 했는데 성남 사는 아가씨가 3월 2일 귀국하기 위하여 뭄바이로 간다면서 맥주를 사가지고 왔다. 맥주와 감자로 이야기꽃을 피우는데 일본 청년이 넉살좋게 다가와서 감자를 함께 먹었다. 옆에 있는 서양 사람들에게도 권하였더니 나이 쫌 든 여인은 사양을 하고 한 사내 녀석은 덥석 집어서 껍질도 벗기지 않고 맛있게 먹었다.

여행을 하는 즐거움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 외국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의 생각과 태도를 이해하게 되고 세계에 한걸음 다가서는 길이 되지 않을까

저녁에는 9시도 되지 않아서 잠자리에 들었다. 한잠 자고 났는데 떠드는 소리가 요란하여 귀을 기울이니 우리 젊은이들이 감자 파티가 끝나고 2차를 하는지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요란하다. 젊은이들이니까 그들의 젊음을 발산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나는 늙어서인가 그게 마땅치 않게 생각되니 한심한 늙은이가 될 수밖에 없다.

한편 다른 외국젊은이들과 대조해보면 우리 젊은이들의 놀이 문화가 부족한 것 같다. 먹고 마시는 일은 잘 하는데, 음악 악기를 다룬다거나 음악을 하면서 외국인들과 어울려 교감하는 모습을 이 프로그램에서는 볼 수가 없었다.

이제 꼴까다도 앞으로 이틀, 이틀이 지나면 또 생면부지의 땅으로 이동해야 한다. 두려움과 새로움이 그리고 호기심이 나를 자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