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21일>
<2007년 3월 21일>
이른 아침
아내가 얼굴이 시퍼래가지고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누군가가 오물을 지붕에 버렸다.”고
우리 지붕에 버릴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을 수도 있었겠지...
그렇게 생각을 할 수 있었어야 하는데
도저히 그런 경지에 미칠 수 없는 경박한 나였습니다.
우리 집 지붕 위에 흉칙하게 여기저기 쏟아놓은 쓰레기를 보는 순간
마음이 뒤집혔습니다.
“앞집 지붕에 쓰레기 버리지 마세요!
앞집 늙은이가 부탁합니다! “
라는 글을 써서
우리 집 뒤에 있는 빌라의 층층에 붙여놓았습니다.
저녁에는
붙여놓은 벽보가 마음에 걸리기도 하고
하루가 지나가고 있으니 볼 사람은 다 보았겠지 하는 마음으로
벽보를 제거하려고 뒷집 빌라 복도에 갔습니다..
내가 1층에서 5층까지 층층이 벽면 중앙에 붙여 놓았던 벽보는
2층에만 붙어있고 다른 층에는 모두 없어졌습니다.
그런데
2층에 붙어 있던 벽보의 한 귀퉁이에 써놓은 낙서가
나를 몹시 괴롭혔습니다.
“늙은이 너나 잘 하세요!”
나잇살 먹은 내가 분수를 차리지 못했습니다.
'내가 실수를 했구나,'
오늘은 편안한 하루가 되도록 마음도 몸도 굽히고 잘 다스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너나 잘 하세요.”가 나를 무척 괴롭게 했습니다.
“ 너나 잘 하세요!”라는 이 말은 자신에 대한 반성이 전혀 전제 되지 않은 상대방에게 모든 잘못을 떠넘기려는 아주 무책임하고 치사한 언어 구사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해석이 좀 흥분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절대로 좋은 말로는 받아들여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마음을 비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마음을 비우기는커녕
마음속에 잠재해 있는 경직된 사고의 틀이 너무 견고한 것 같습니다.
내 생각에
우리말 파괴에 가까운 비아냥거림과 비표준어와 외래어의 남용으로 우리말은 한심한 지경에 이른 것 같습니다.
사회 지도층이라고 하는 인사들이 하는 말, 가령 국회의원이나 비평가들의 언사를 들어 보면 듣기 거북한 비어들을 사용하여 당사자가 모욕을 느껴 감정을 상하도록 하고 있으니 문제입니다.
사회 지도층에 있는 인사들이 말을 할 때에는 상대방을 논리적으로 당위성을 가지고 설득하여야 하지,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말을 사용하게 되면 결국 사회적인 갈등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나아가 자라나는 세대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칩니다.
요즈음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들은
품위 없는 말이 자신의 인격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것과 좋지 않은 말을 사용하므로 인하여 마음까지 비뚤어진다는 것과 반사회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언어가 갖고 있는 힘이 얼마나 큰 지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언어는 민족의 힘입니다.
품위 있고 건전한 말을 쓰는 사람은 건전하고 품위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는 늘 밝고 건강한 사회가 될 것입니다.
오늘은 쓰레기 때문에 쓸 데 없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