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

05.고아(2)

어르신네 2016. 2. 14. 15:53

       05.고아(2)


아침 일찍 빤짐 까담바 버스 스탠드로 가서 Madgaon행 버스를 탔다. 고아 해변을 따라 남쪽으로 달려갔다. 
출근시간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리고 한다. 
왠 사람들이 저렇게 많을까? 인도에는 어디를 가나 사람들로 넘쳐나는 것 같다. 참으로 사람이 많다.
교통량은 많은데 도로가 다 소화해내지 못하는 것 같다. 가다서다를 반복한다. 언덕길에서는 노후차량들이 뿜어대는 매연 때문에 숨쉬기조차 거북하다. 
그러나 달리는 차창너머 나지막한 산과 야자수와 가옥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아름답고 운치가 있다. 모든 게 아름답게 보여 새롭게 전개되는 모든 풍치를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산등이나 산자락에, 오만하게 보이는 건물들이 버티고 있거나 산을 깎아내리고 건물들을 신축하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게다가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의 한가운데를 지나가는 도로에서 흉물스런 고물차들이 매연을 뿜어대며 꿈틀대고 있으니, 자연의 아름다움이 훼손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보존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개발에 대한 나의 몰이해인가?
마드가온에서 베나울림으로 가는 버스를 갈아탔다. 
아직 출근시간이라 차를 타고 내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숲 사이로 난 길을 달리는 기분이 괜찮다.
집들이 전부 숲 속에 숨어있다. 꽤 멋진 집들이 숲 속에서 숨바꼭질을 한다. 
여기는 상하(常夏)의 나라, 강열한 햇볕을 막아줄 숲이 필요한 곳이리라. 그래서 집을 아예 숲에 의지하여 지었거나 집을 지어놓고 숲을 조성한 것 같다. 


베나울림 해변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내렸다.
뭄바이에서 만났던 여행객의 베나울림에 대한 탄성이 귀에 울려온다. 
“아저씨, 베나울림에서 꼴바까지의 해안이 너무 좋아요! 아주머니와 함께 다정하게 손잡고 거닐어 보세요!”
‘그래, 그렇게 하지!’하는 마음으로 베나울림에서 내렸다. 10시가 막 지나가고 있다. 배 속에서 소리를 낸다. 나의 오랜 식습관 때문에 아침을 먹지 않으면 하루 시작이 어긋나는 것 같은 착각을 잘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내 눈은 식당만 찾는다. 
그런데, 아내는 야자수 나무숲 사이의 길이 아름답다면서 이국의 풍취에 몰입되어 있다. “우리 이쪽으로 가보자.”, “아니 이 샛길로 들어 가보자.”는 등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숲 사이로 난 길 저쪽에 썩 마음을 끄는 레스토랑이 보였다. 레스토랑으로 가는 길이 너무 아름답다. 레스토랑 들어서니 마당의 테이블에는 수영복차림의 서양 사람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우리도 그들 틈에 끼어서 종업원이 가져다 준 메뉴를 보았다. 아침식사로 적당한 것이 무엇인지 알수 없어서 맛살라도사와 Bread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을 하나만 시켰다. 맛살라도사와 빵조각 하나만 달랑 나왔다. 그것으로 비싼 아침식사를 마치고, 식당의 작은 공원과 같은 뜰을 기웃거렸다. 아내는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정원에 정신이 팔려 어린애처럼 좋아하였다. 
식당에서 큰 길로 나와 해변까지 가는 길이 10분 거리라고 하였다. 그런데 한 20분 이상 걸은 것 같다. 나무 그늘이 없는 길에서는 햇살이 무척 따갑다. 해변에 도착하기도 전에 작열하는 햇볕에 걸음이 무디다. 
파도소리가 시원하게 귓전을 때린다. 
마침 길목에 야자수을 파는 사람이 있어서 두 개를 사서 목을 축였다. 
모래 언덕을 올라서니 시야가 시원하게 트이면서 아라비아 해(海)가 내 마음까지 출렁이게 한다. 
내 나이도 잊고 신발을 벗어 가방에 매어달고, 바지를 걷어 올리고 바지가랑이가 젖는 것도  모르고 파도가 모래톱을 핥고 있는 그 너머로 뛰어들었다. 아내도 좋아한다. 그러나 바다 저쪽으로부터 밀려오는 파도를 보더니 지난 12월에 있었던 인도양의 쓰나미를 떠올리면서 두려운 마음을 내 비친다. 
거칠 것 없이 넘실대면서 밀려오는 파도 파도 파도!
내 발등과 종아리를 간질이면서 모래톱을 핥는 바닷물은 맑고 부드럽고 상큼하다. 
바다에 익숙하지 못한 아내도 해변의 아름다움과 일광욕을 하고 있는 서양 사람들의 모습에 정신이 빼앗겼는지 쓰나미에 대한 기우도 누그러지고 모래사장과 물가를 오가면서 즐거워하였다.
나는 파도를 타고 오는 시원한 바람으로 심호흡을 하면서 눈이 다하지 못하는 아라비아 해의 수평선을 바라다보았다. 아라비아 해는 1500년대 중엽 향신료를 얻기 위하여 포르투갈 인들이 인도로 들어왔던 바다이다. 그 이후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서양의 세력이 침약의 깃발을 달고 해적질을 했었던 바다였으나 지금은 평화롭고 한가하며 낭만이 넘친다. 
지금 모래위에서 일광욕을 하거나 물가에서 자맥질하면서 즐기는 서양 사람들은 자기들 조상들이 인도에서 행했던 과거사에 대하여 생각을 해보았을까? 바다의 주인인 인도사람들은 저만치 밀려나있고 외국관광객들만이 북적댄다.
잡상인들이 물건을 들고 우리에게로 온다. 사지 않겠다고 해도 끈질기게 수십 미터를 따라 붙는다. 
꼴바 쪽으로 걸어 올라갔다. 어저께 빤짐에서 만났던 여학생 일행을 만났다. 반갑게 인사도 하고 사진도 함께 찍었다. 
또 한참을 가는데 광주에서 왔다는 여학생을 만났다. 그는 혼자인데 해변을 거닐고 있는 모습이 아주 예뻤다. 그녀와 동행이 되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젊은이와 동행이 되었다는 것이 무척 기뻤다. 아내는 그녀가 딸처럼 사랑스러운지 여행하는 동안의 고생담을 아주 진지하게 들어주면서 자상한 어머니가 된 것 같았다. 그녀는 30여 일간 북부여행을 마치고 남부로 내려왔는데 북부여행을 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다리도 아프고 햇볕도 따갑고 더워서 나무 그늘에 가서 쉬다가 다시 걷기로 하였다.  
야자수 그늘로 가려했더니 좋은 곳은 벌써 다른 사람들이 차지하였고, 야자수가 크고 멋진 그늘이 좋은 곳은 대부분 해변 레스토랑에서 차지하여 서양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우리는 좀 안쪽으로 들어가서 겨우 해를 가려주는 나무 밑에서 쉬기로 하였는데 바닥에는 온통 작은 가시가 달린 풀과 작은 나무들이 깔려있었다. 
작은 그늘이 드리워진 곳에서 쉬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너무 초라해 보였다.
베나울림에서 꼴바까지는 꾀 먼 거리였지만 해변의 풍경에 취해서 걸었다. 
꼴바에 도착하여 해변공원으로 가서 쉬었다. 
공원에는 유치원생들이 와서 놀이에 열중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들의 놀이모습을 흥미롭게 보았다.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대하여 주시하면서 잘못을 바로 잡아주는 진지하고 자상한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질서교육이었는데, 인도의 미래가 보이는 것 같았다.  
해변 안쪽으로 야자수그늘길이 길게 나 있다. 야자수 나무그늘이 드리워진 멋진 길을 걸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리로 가자고 했더니, 학생이 “이 길 안쪽에서 며칠 전 강도사건이 발생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그 길로 들어서기를 꺼려했다. 
우리는 해변 공원 야자수 그늘에서 주위의 풍경에 몰입되기도 하고 출렁이는 아라비아 바다를 바라보기도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어느 조그만 해변식당에 들려 늦은 점심을 먹고 광주 여학생과 해어졌다. 아내는 딸을 낮선 곳에 떨어뜨려 놓고 가는 것처럼 헤어지는 것을 마음 아려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