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함삐(3)
11. 함삐(3)
늦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대나무 바구니 배를 타고 Tungabhadra 강을 건너 Virupapur Gaddi로 갔다.
뚱가바드라 강물이 맑지 못하다. 원래 맑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어디 공사하는 곳이 있어서 강물이 흐려진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크고 둥근 바위들이 강물 사이사이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강을 건너 언덕으로 오르는 길가에 사람들이 변을 보고 간 곳이 많아 걷기가 불편했다.
언덕위에 있는 집들은 거의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여관과 식당과 그리고 선물 가게들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모든 숙박소와 음식점들이 깨끗하고 잘 정돈해 놓았다. 우리가 묵고 있는 곳보다 한결 좋아보였다.
언덕에 올라서서 조금 들어간 안쪽에 동서로 난 길을 만났는데 길 북편으로는 땅콩 밭을 비롯하여 작물을 심은 농토였고, 강가의 언덕배기 쪽으로만 여관과 식당들이 있고 바자르가 형성되었다.
음료수를 사서 마시는 데서 어제 저녁에 만났던 젊은 친구를 만났다.
그들은 인도 네팔 여행을 4개월째 하고 있는데 2개월을 더 여행하다가 네팔로 가서 보름 정도 트래킹을 마치고 태국으로 가서 태국여행을 보름 정도 한 뒤에 귀국할 것이라 하였다.
그들도 오늘 우리와 같은 기차를 타고 뱅글로르로 간다고 한다.
일정을 대충 잡아놓고 여행을 하고 있지만 낯선 목적지로 갈 때는 긴장되기 마련이다.
마침 뱅글로르로 가는 길을 동행해 주겠다는 최동민 군 일행의 호의를 고맙게 생각하여 며칠간이라도 그들의 일정을 따르기로 하였다
오후에 호스펫역에서 그들과 만나기로 약속하고 우리는 Virupapur Gadddi 아래쪽으로 내려가서 우측으로 꺾어 들어가는 길을 따라 뒤편 돌산 쪽으로 돌아 가보았다.
거기에도 마을이 있고 농토가 있고 호스펫에서 들어오는 도로가 있었다.
그 도로는 거기서 산 너머 북쪽과 동쪽으로도 갈라져 있다.
기묘하게 생긴 바위산에 이끌려 30분 이상을 걸어서 북쪽으로 난 골짜기 길을 들어가 보았다.
좌우로 큼직하고 둥근 바위들을 차곡차곡 포개놓은 듯한 산을 낀 골짜기 길이 인적이 드물고 좀 으슥하여 별로 좋은 느낌이 들지 않아서 더 들어가기를 접고 돌아서 나오려고 하는데 대여섯 명의 주민들이 맞은쪽에서 넘어오고 있었다.
그들은 조금만 더 가면 人家가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다시 울퉁불퉁한 바위들로 에워싸인 북쪽 길을 걸어가 보았으나 둥근 바위들만 보이고 인가도 보이지 않고 너무 적적하고 겁도 나고 해서 되돌아오고야 말았다.
울퉁불퉁한 바위들 틈에서 괴한이라도 나타날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길을 되돌아서 인가가 있는 곳으로 나왔다.
그 때 강아지 한 마리가 옆으로 따라 오고 있었다.
얻어먹지 못해서 무척 야위어 보였다. 너무 말라서 다리가 비틀어져 걷기도 힘든 것 같았다.
몸뚱이 여기저기에 상처가 있어서 파리가 달라붙기도 하였다.
먹던 과자를 던져주었다.
그 다음부터는 꼬리를 흔들고 우리를 흘긋흘긋 쳐다보하면서 좇아오다가는 앞장서서 가는 것이었다.
이놈이 약 1km 이상을 걸어왔는데도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앞장서서 갔다.
그래서 쫓아보았지만 헛수고였다.
강아지가 우리를 앞장서서 계속 가더니 위루빠뿌르 가디 마을 남쪽 초입에서 걸음을 멈추고 우리를 흘긋 처다 보고는 아주 슬프게 괴성을 내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강아지의 갑작스런 이상한 행동에 멈칫하였다.
점심을 먹으면서 우리가 먹을 음식을 나누어 줄 요량으로 강아지를 불렀다.
강아지는 더 이상 마을 입구로 들어서질 않았다.
거기서 그냥 ‘으~응~’소리를 내면서 아주 슬픈 빛으로 우리를 쳐다보고 울부짓는 것이었다.
아무리 손짓을 하고 마을 쪽으로 데리고 가려고 하여도 어떤 사연이 있는지 강아지는 마을로 들어서길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었다.
우리를 보면서 원망어린 눈빛으로 그냥 ‘으~응~’대면서 울기만 하는 것이었다.
조콜렛을 주었다.
조콜렛을 입에 대주었더니 몇 번 혀를 날름거리면서 핥다가는 말고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불쌍한 강아지가 아주 처량하게 울부짓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모여드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나자 강아지는 머리를 숙이고 꼬리를 낮추더니 나를 흘긋 쳐다보고는 내가 준 조콜렛을 두어 번 핥다가 말고 우리가 오던 길로 슬금슬금 돌아서 가는 것이었다.
나는 조콜렛을 주워서 돌아서가는 강아지에게 먹이려하였으나 힘을 쓰지도 못하면서 먹이에는 관심을 두지도 않고 내 손아귀에서 발버둥치며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저만큼 비틀거리며 뛰어가더니 천천한 걸음으로 뒤를 힐금힐금 돌아보면서 길모퉁이 저쪽으로 사라졌다.
돌보지 않는 버려진 강아지인 것 같았다.
거두지 않고 내버려두면 다 그렇게 되나 보다.
비쩍 말라 보기에도 안쓰러운 몸으로 걷기도 힘들어하면서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기대하며 따라왔는데 기대가 허무하게 깨어져 허탈함을 달래느라고 처량하게 울었나보다.
산에서 내려올 때 좀더 잘해 주지 못한 후회가 자꾸 마음을 건드린다.
강아지가 사라진 곳을 한참 동안 지켜보았다.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위루빠뿌르 갓디에 있는 널찍한 정원을 가진 음식점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었다.
딸리를 시켜 먹었는데 우리가 지금까지 먹었던 인도음식 가운데서 가장 맛있게 먹었다.
그러나 점심을 먹으면서도 비쩍 마른 강아지가 힘이 없어 축 처져서 다리를 무겁게 끌면서 걸어가고 있을 애처로운 모습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여관이 있는 함삐 바자르로 가기 위하여 강을 건너려고 언덕을 내려갈 무렵 아이들 두 명을 데리고 가는 한국 부인을 만났다.
약 1개월 전에 왔는데 배낭여행을 하는 사람들과 똑 같은 형태의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아이들 개학날짜에 맞혀 귀국할 것이라 한다.
배낭여행으로 방학을 인도에서 보낸 어린이들이 대견해 보였다.
여행을 하면서 고생스러웠던 일들이 많았다고 하였다.
엄마가 아이들에게 아주 좋은 경험을 시키고 있는 것 같다.
대나무 바구니 배에 올라앉아서 강을 건넜다.
배에서 내려 그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우리는 여관으로 돌아왔다.
아침에 여관을 나올 때 체크아웃을 하였기 때문에 여관의 정원 벤치에 앉아서 책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도 시간이 많이 남아서 함삐 바자르로 가서 구경이나 하려고 하였으나 햇빛이 강하고 날씨가 더워서 더 돌아다니기가 어려웠다.
Hemakuta Hill에 올라서 사방 경치를 보려 올라갔으나 역시 더워서 구경하기가 적당하지 않았다.
아내는 큰 바위 그늘에 앉아서 쉬고 있고 나는 산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유적들을 돌아보았다.
잘 돌보지 않아서 폐허와 같은 오래된 사원이 보였는데 힌두교도들이 기도의 발자취가 끊이지 않았다.
사람들도 별로 보이지 않고 바위덩어리들이 이곳저곳에 버티고 서서 길을 막기도 하였다.
큰 바위 옆을 돌아서 동쪽으로 난 길을 따라서 가보았더니 성문이 있었다.
성문을 내려가 보았더니 어저께 오토릭샤로 돌면서 관람하였던 아츄타라야 사원(Achyutaraya Temple)이 나타났다.
사원 부근을 정비하느라고 공사가 한창이다.
주변을 깨끗이 다듬는 사람들의 모습이 흡사 60,70년 대 우리나라 새마을 사업장과 흡사하다.
그런데 사원 주변의 길을 돌로 깔기 위하여 사원 바로 옆에 있는 아름다운 자연석들을 많이 훼손하여 안타까웠다.
길에 돌을 깔지 않으면 안 될까?
아마 함삐에 관광객이 몰려드니까 문화제위주 정책을 수행하느라고 자연을 불가피하게 훼손하는 것 같다.
그래도 문화재 주변을 정비하기 위하여 채석을 하는 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개인의 농장이나 그 밖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서는 더 이상 파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자연석을 할석하여 담장을 치거나 밭의 울타리를 만든 것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더러는 넓고 긴 개인의 집 진입로를 돌로 깔아 놓은 것들도 더러 보였다.
여하간 함삐의 자연이 인간에 의해서 더 이상 피해를 당하지 않고 본래의 모습을 영원히 간직하여 주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해 본다.
이틀 동안 이곳에 머물면서 힘삐를 보았다고 해보아야 그 실상에 대하여 무엇을 제대로 보았겠는가?
좀더 머물러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