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

40. 바라나시(1)

어르신네 2016. 2. 19. 17:44

40. 바라나시(1)


2005년 3월 3일 (목) 맑음

새벽 4시에 잠을 깨어 눈만 감고 누웠었다. 5시경에 일군(一群)의 인도인들이 하차하였다. 내 위쪽의 침대에서 자던 사람도 내렸다. 아내와 일본 여학생들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6시가 되어서야 날이 밝아지기 시작하였다. 어저께 저녁 8시에 꼴까따를 출발하여 밤새도록 인도의 동북부지역을 달려온 열차는 아침 공기를 가르면서 자르칸트와 비하르주를 거쳐 쁘라데시로 들어가고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평야를 계속 달려도 산이라고는 보이지 않고 눈이 다 미치지 못하는 평야만이 이어지고 있다. 무갈사라이(Mughalsarai)에 가까워졌을 때는 모든 농토가 유채 밭으로 바뀌었다. 

오전 9시경에 무갈 사라이 역 승강장으로 들어가다가 말고 정차하였던 기차는 꼴까따 하우라 역에서 우리가 타고 온 차보다 20분 늦게 출발한 기차를 앞세워 보내고 나서 20분 후에 무갈사라이 역 플랫폼에 들어섰다. 그러고도 무갈사라이역에서 1시간 정도 정차한 다음에 출발하여 10시50분에 Varanasi JN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바라나시 역에 내려서 오토릭샤를 타고 일본 여학생들과 함께 메인 가뜨로 가서 Vishnu. GH를 찾아가기로 하였다. 바라나시 역에 내려서 구름다리를 올라오는데 삐끼들이 우리를 보더니 무슨 봉이나 잡은 것처럼 끈질기게 따라 붙는다. 정말로 기차역에 내리면 짜증나게 하는 존재들이다. 나 혼자 내버려 두라고 해도 막무가내이다.

 

역사(驛舍)를 빠져나왔을 때에 꼴까따 하우라 역에서 우리와 기차를 타고 오느라고 헤어졌던 백군이 미리 도착하여 역사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백군은 사르나트로 가서 거기서 자고 구경하다가 라자스탄으로 갈 것이라 하였다. 백군은 꼴까따에서 디지털 카메라를 다루는 방법과 사진을 CD에 담는 작업 그리고 인도 여행에 관한 정보 등 나에게 여러 가지 도움을 주었다. 정말로 고마운 청년이다. 백군이 가고자 하는 코스가 우리와 비슷하니 어디선가 또 만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에게 늘 행운이 함께 하고 또 어디에선가 만나기를 바라면서 헤어졌다.

 

삐끼들이 안내하는 오토릭샤를 타고 메인 가뜨로 가자고 했더니 자기들이 안내하는 여관으로 가지 않으려면 내리라고 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오토릭샤에서 내려 역 광장 바깥 큰길가로 나갔다. 일본여학생들은 겁에 질린 표정들을 하고 나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큰길가에서 메인카뜨까지 40루피를 주기로 하고 오토릭샤를 잡아탔다. 날씨가 무척 더워 온 몸이 흥건하게 땀이 배어올랐다. 

 

메인 가뜨 가까이에 와서 오토릭샤에서 내렸다. 우리는 거기서 약 400에서 500미터의 거리에 있는 다샤스와메르 가뜨로 내려갔다. 거기에 유명한 강가(간지스강)가 나타났다. 강을 끼고 우측으로 올라서 300여 미터를 갔다. 삐끼들이 자기가 소개하는 여관으로 가자고 달라붙었다. 또 유람선을 타라고 달라붙는 사람들도 귀찮게 군다.

 

Vishnu GH에 방이 없었다. 또 다른 곳을 찾았으나 3월 8일이 축제일인데다가 요즈음은 일본 여행객들이 몰려와서 방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마침 길에서 만난 일본 청년이 우리와 함께 온 일본여학생들에게  썩 좋은 집은 아니지만 깨끗한 집이 있느니 소개해 주겠다고 하여 그리로 갔다. 여관이름이  Luxmi GH이다. 일박에 더불 300루피였다.

 

숙소를 정하고 나니 긴장이 풀렸는지 몸에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점심을 먹고 씻지도 않고 침대에 쓸어져 잤다. 눈을 뜨니 오후 5시가 되었다. 아내도 잠들었다가 몸이 곤한지 잠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을 않는다.

 

다샤스와메드 Ghat에서 저녁에 힌두교 의식의 하나인 뿌자라는 예배가 있다고 하여 구경을 나갔다. 밖을 나가니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였다. 우리가 여관을 막 나서자 일본 여학생들이 다른 일본 사람들의 안내를 받아 밖에서 놀다가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뿌자를 구경하려 가는데 우리와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그들도 우리 부부를 따라 나섰다.

 

불을 훤하게 밝혀놓은 가뜨에는 많은 사람들이 계단에 가득 앉아 있고, 강둑에는 제단을 만들어 놓았는데 그 제단 앞에 세 사람의 사제가 제의식을 행하고 있었다.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는 힌두 경문 소리에 맞춰  세 명의 사제가 불을 붙여 놓은 제구(祭具)를 들고 제의식(祭儀式)을 행가는 모습이 아주 신비스럽게 보였다. 의식이 행해지는 동안 인도인들의 진진한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많은 관람객들도 경견한 태도로 자리를 끝까지 지키고 있었다. 의식도중 잠깐 전기불이 나갔었지만 의식은 계속되었고 그 자리에 앉았던 사람들은 동요하지 않고 계속 자리를 지켰다. 일본 여학생들은 신기한 구경거리를 카메라에 담으려고 이리저리 쫓아다니느라 분주하였다.

 

의식이 끝나고 우리는 일본 여학새들과 함께 여관으로 돌아와서 저녁 식사를 하면서, 내일 새벽에 강에 나가서 배를 타기로 약속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