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조드뿌르(2)
50. 조드뿌르(2)
2005년 3월13일(일)맑음.
오늘이 일요일이라는 것을 깜빡하고 은행을 찾았다가 허탕을 쳤다. 오토릭샤 값 50루피만 날렸다. 우메드 가든과 박물관을 관람하러 가다가 아내가 시장 구경이나 하다가 들어가자고 하여 그렇게 하기로 하고 Clock Tour로 가서 시장 구경을 하였다.
우리가 여관에서 나올 때 골목길에서 한 떼의 어린이들을 만났다.
그들은 ‘헬로우’라고 하면서 다가와서 손을 잡거나, 우리의 몸뚱이를 툭툭 치는 녀석들도 있었다. 우리는 어린 아이들의 맑고 커다란 눈동자에서 그들의 아름다움과 순수를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 모습이 저들과 다르고 눈이 작은 우리들이 그 녀석들에게 마냥 신기하게 비춰져서 그렇기는 하겠지만, 녀석들의 장난기 어린 행동들이 귀엽게만 보였다. 우리는 가던 길을 멈추고 그 녀석들과 언어는 통하지 않더라도 서로 가까이에서 보고 손잡고 하는 것으로 교감을 나누는 것이 좋았다.
그런데 그 녀석들은 제법 영어를 구사하면서 제펜니스냐? 아니면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하면서 어른스럽게 행동하는 놈이 있는가 하면, 돈을 달라고 하는 놈 그것도 1루피도 아니고 10루피를 달라고 하는 놈, 내 시계를 가리키면서 시계를 달라고 하는 놈, 카메라에 관심을 보이는 놈, 내 몸을 샅샅이 만지는 놈 등등 나중에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짓궂게 굴었다.
어린 녀석들은 어처구니없게 굴기도 하였지만 어린이들답게 호기심을 많이 발동하였다. 하여간 우리를 에워싸고 재잘거리는 녀석들이 참으로 귀여웠다. 그들의 언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우리가 오히려 미안하였다. 우리는 그 녀석들을 간신히 떼어놓고 골목을 빠져 나왔다.
우리가 시장에서 여관으로 돌아올 때도 골목에 서성이는 녀석들 가운데 낯익은 녀석이 ‘헬로우’하면서 아는 척하면서 인사를 하기도 하였다.
날씨가 더워서 햇볕 아래를 걷기가 무척 힘들었다.
게다가 시계탑 부근에 있는 시장 골목은 각종 차량들과 오토바이 오토릭샤 자전거 짐수레 오가는 사람들이 일으키는 먼지와 매연이 가득하였다. 골동품상 거리를 좀 돌아다녀보고 싶은데 아내는 공기가 너무 좋지 않다고 싫어했다.
음료수 파는 곳에서 주스를 사서 마시고 앉아 쉬다가 시계탑 광장을 막 빠져 나가는데 어떤 어린 녀석이 우리말 인사를 깍듯이 하였다. 우리말을 잘 하는 녀석들은 항상 경계의 대상으로 인식해 왔기 때문에 이 녀석에게 걸려들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그를 대하였다. 그런데 아내가 그녀석이 팔고 있는 계란을 보더니 한 개에 얼마냐고 물으니 2루피라고 하여 20개를 샀다.
그런데 이 녀석 상술이 보통이 아니다. 노트를 가지고 나와서 우리에게 펼쳐보였다. 한국 여행자들이 써 놓은 글들이었다. 우선 한글을 보니 반갑고 조금 전의 경계심이 풀려 버린다. 그런 나의 태도를 놓치지 않고 이번에는 한국 여행자들이 자기가 만든 샌드위치를 먹고 있는 사진과 또 그들과 함께 자기도 같이 찍은 사진을 보여 준.다. 갑자기 샌드위치 맛을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인분을 시켰다. 맛이 괜찮았다. 이번에는 노트와 연필을 가지고 와서 우리에게 샌드위치의 맛을 본 느낌을 쓰란다. 앞의 글을 보니 칭찬이 많은데 개중에는 폄하한 것들도 보였다. 파리가 많다거나 맛이 별로다 위생관리가 되지 않았다 등등. 그러한 점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그의 진지한 서비스에 대해서는 칭찬할 만하고 맛도 칭찬할 만하였다. 사인(sign)을 해달라고 해서 좋은 소리로 답해 주었다.
아내와 함께 더 이상 다니는 것이 무리일 것 같아서 여관으로 돌아왔다.
사가지고 온 과일을 씻고 계란은 코일로 물을 끓여 삶아놓았다. 그리고 아내가 머리 염색약을 사고 싶다고 하여 다시 시장 쪽으로 가보았다.
골목길에 경찰들이 일정 간격으로 배치되었고 가게 문들도 많이 닫았다. 낮에 시장에서 여관으로 돌아올 때보았던 염색약 파는 가게도 문이 닫았다. 아내는 그냥 돌아가자고 하였다. 아마 가게 문을 닫고 경관들이 늘어선 것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내 생각에는 골목에서 무슨 행사가 벌어질 것 같아서 좀 돌아다니다가 그것을 구경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시장 쪽으로 나갔다가 행사 구경도 하고 가자고 하였지만 아내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는지 그냥 돌아가자고 하였다. 나는 고집을 더 부릴 수가 없어서 여관으로 돌아왔다.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 데 아쉬웠다.
저녁에는 달리를 시켜서 먹었는데 115루피로 무척 높은 가격이다. 이 여관은 음식값이 다른 곳보다 높게 책정된 것 같다. 아내가 음식값이 비싸다고 불만이었다. 그러나 음식점에 가서 사먹는 것보다 이 집 음식은 입에 맞았다.
그리고 Jaisalmer로 가는 bus 승차권을 여관 주인에게 부탁하였는데, 아그라 산띠 로지에서 버스표를 마련해 주었던 것과 얼마나 차이가 날 것인지는 내일 두고 볼 일이다. Deluxe라고 하는데 아그라에서 자이뿌르로 올 때 탔던 버스처럼 버스 모양만 그럴 듯하고 운행하는 과정에서 승객이 손을 드는 대로 싣고 내려달라는 대로 내려주는 그런 버스가 아닌지 모르겠다.
여관 주인이 Jaisalmer에서 자기가 운영하는 Namaster Hotel라는 여관이 있는데, 그리로 가면 자기 동생이 Jeep를 가지고 나오게 하겠다고 하였다. 믿고 그러하기로 하였다.
Cosy G.H는 오래된 집이라기에 집의 내력을 얘기 해달라고 하였더니 1446년에 8대조 할아버지가 지은 집인데 559년이 되었다고 하였다.
여관을 확장하거나 개수(改修)에 대한 생각을 해 보지 않았느냐고 했더니 이 집은 원형을 잘 보존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론니에 소개된 대로 방이 정말로 뒤죽박죽이다. 모든 방들이 산속에 굴을 파서 석재를 쌓아 만든 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 하는 독특한 구조이기 때문에 쉽게 개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개수를 한다면 그것은 개수가 아니라 신축이 될 것 같다.
여관을 운영하는 가족은 나이 많은 어머니(Sunita)와 여관의 Manege인 그의 아들 Joshi 그리고 Joshi의 아내 Savita 초등학교에 4학년인 딸 Garima 그리고 어린 아들 Jimi가 있다.
이 가족들은 무척 다정하고 손님들을 편안하게 대해 준다.
특히 어머니인 Sunita는 아주 너그러운 성품으로 우리 부부에게 다정하게 대해 주었다. 자기가 먹을 음식을 우리 방으로 가지고 와서 맛을 보라면서 주기도 하고, 아침이면 우리가 방에서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이마에 붉은 물감을 묻혀 주기도 하였다. 그리고 우리가 옥상의 의자에 앉아 있으면 먹을 것을 들고 찾아와서 얘기를 나누고 싶어 하였다.
그리고 Joshi의 아내 Savita도 미모의 부인으로 명랑하고 손님들을 기분 좋게 해주려고 애썼다. 그런데 Joshi는 장사꾼 냄새가 많이 풍겼다. 나에게 한국에 돌아가면 우리가 카메라에 담은 사진과 한국 노래를 담은 CD와 한국 서적을 보내주면 좋겠다고 하였다. 그렇게 하겠다고 하였다. 그의 여관 한 구석에는 영어서적을 비롯하여 서양 서적과 일본 서적들은 많았다. 그러나 한국 서적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딸 Garima는 영어 단어들을 외우면서 노우트에 글씨를 쓰는데 철자도 정확하고, 영어 회화도 제법 잘 하였다. 수학 노우트를 가지고 와서 자기가 수학 문제를 잘 푼다는 것을 보이려고 하는지 인도말과 영어를 섞어가면서 설명을 하는데 아주 진지해 보였다. 그리고 아주 귀여웠다.
Jimi는 이제 겨우 걷기 시작하는 간난아이로 온식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이 가정은 아주 다복한 가정으로 보였다.
이 여관주인 가족들은 우리 부부에게 아주 친절하게 해 주어서 여기에서 좀 더 묵었다가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