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

65세의 젊은이가 중동과 동유럽을 헤맸다<5>

어르신네 2006. 5. 23. 16:21

 

 

<삼순> 2006년 10월 5일(수) 맑음

 

 Kaya Otel에서 잠을 잤는지 말았는지 자고 일어나니 가슴이 답답하였다. 혹시 몸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아닌가 하고 겁이 났다. 그래도 자리에서 일어나 아침 체조를 하였더니 답답증이 풀리고 정상적인 컨디션을 찾은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삼순(Samsun)에서의 구경거리는 많지 않을 것 같아 시내 구경만 하고, 오늘 저녁 버스로 트라브존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아침 식사 후에 12:00시경 체크아웃임을 확인하고 시내관광을 나섰다. Main Road를 따라 만든 공원의 벤치에 앉아 쉬다가 언덕을 향하여 오르는 Lize Caddesi(리제 거리)로 들어갔었다. 리제 거리를 가로지르는 Bulbar Caddesi(불바르 거리)를 만났는데 이 도로와 메인로드 사이가 삼손의 중심지인 것 같았다. 길과 집들이 깨끗하게 잘 관리되고 있었다.  길에는 쓰레기가 보이지 않았다.

 메인도로를 향하여 Istiklal Caddesi로 내려오다가 어떤 중학교에 들렸다. 외국인인 나를 본 학생들은 괴성을 지르며 야단법석이었다. 가운을 입은 선생이 나타나서 아이들을 제지하고 나를 이끌어 영어교사가 있는 방으로 인도하였다. 영어선생은 회화가 잘 안되는지 의사가 통하지 않았다. 영어단어로 혹은 필담으로 학교의 규모와 역사와 학교 현황을 대충 들었다.

 이 학교는 사립학교인데 위쪽에 있는 건물은 중학교이고, 옆과 아래쪽에 있는 건물은 고등학교라고 하였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학생수은 각각 1200명 정도 된다고 하였다. 그녀의 이름은 Serpil Aksakal이고 학교 이름은 Mithat Pasa Lisesi라 하였다.

 학교의 내부를 돌아보고 싶었으나 내가 복도에 나타나자 나를 본 학생들이 수업을 하다가 모두 복도로 뛰쳐나오는 바람에 학교 내부를 돌아보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학교가 잘 관리되고 있는 것 같았다.

영어 선생과 또 한명의 선생과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더 하고 싶었으나 대화가 어려워 작별인사를 하고 그냥 나왔다. 그들은 친절하게 교문 앞까지 배웅해주었다.

 

 여관으로 돌아와서 체크아웃하고 짐을 Ulusoy(버스회사 사무실)에 맡겨두고 공원의 벤치로 갔다. 이후 12시간을 바깥에서 보내야 했다. 날씨가 좋아서 공원에서 1시간 이상을 쉬었다. 그리고 공원 부지 안에 박물관이 보이기에 들어가 보았더니 입장료가 부끄러워할 정도로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이 지방에서 출토된 자기류와 고대인들의 생활도구와 소품들 , 흑해 연안에서 건져 올린 각종 항아리들, 이 지방의 어떤 무덤에서 나온 부장품들이 가장 중심을 이루고 다른 지역에서 모아온 것을 몇 점, 불과 몇 점을 전시해 놓았을 뿐이다.

 박물관을 나와 철로를 가로지르는 육교를 건넜다. 육교아래에 어린이들을 위한 각종 놀이시설과 동물원이 있었다. 외관상 별로 보잘 것 없을 것 같아서 동물원 관람을 포기하고 바다로 난 길을 따라 걸었다. 바다는 늘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북서풍과 함께 요동치는 물결은 장관을 이루었다.

 바다 저쪽 하얀 뭉게구름이 피어오르고, 서북풍에 밀려 넘실거리는 물결은 하얀 포말을 물고 포효하였다. 해안로를 따라 데이트하는 연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비상하는 갈매기들이 그리는 그림은 더욱 아름다웠다.

 삼순은 바다를 향하여 산이 흘러내린 반달형의 지형은 삼태기 속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것 같다. 대체로 도시의 형태가 안정된 분위기이며 사람들의 표정도 밝다. 시내는 깨끗하고 쓰레기와 길바닥에 침이 보이지 않는다. 집들도 깔끔하게 손질이 되었고 골목도 잘 정돈되었다. 그리고 적당한 간격을 두고 공원들을 조성하여 시민들의 휴식공간을 충분하게 확보해 놓았다.

 시장도 비교적 깨끗하고 시장을 지나가는 사람들도 세련된 모습이다. 시민정신이 투철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를 탈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해안 북서쪽에서 꽤 먼 거리에 있는 남동쪽 해안으로 뻗쳐있는 길을 따라 걸었다. 아주 천천히 1시간 이상을 걸어서 항구로 들어가는 길 앞에 이르니 생선 비린내가 코를 진동하였다. 항구 입구 좌측에 어시상이 형성되었는데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다. 싱싱한 물고기들이 전깃불 밑에서 푸른빛을 띠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시장을 지나 다시 Main Road를 건너서 시가지 중심부가 있는 쪽으로 되돌아서 꺾어들었다.

 메인 도로 중앙 서쪽의 시장은 주로 고급 생필품상이 들어서 있었는데, 동쪽으로 나 있는 시장은 식료품 시장이 중심을 이루었다. 저녁 5시가 조금 지났는데 벌써 가게 문을 닫는 곳이 보였고 시장에서 빵과 채소를 비롯한 여러 가지 식료품을 사가지고 바삐 돌아가는 사람들 가운데는 많은 수가 남자들이었다. 시장을 지나서 중앙광장에 도착했을 때는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였다.

 

 나는 트라브존 행 버스를 타야 할 시간이 5시간가량 남아 있어서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영화관을 찾다가 삼순의 중앙광장까지 갔다. 

 중앙광장에 설치해놓은 커다란 가건물 앞에 많은 사람들이 열을 서 있기에 그리고 가보았다. 가건물 안은 강당처럼 넓은데 중앙 정면에는 무대가 설치되었고 무대 앞쪽으로는 테이블과 의자가 쭉 놓여 있었다. 그리고 가건물 입구에서부터 광장으로 길게 줄서 있는 사람들이 차례차례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그 안에서 시간을 보낼 구경거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사람들의 입장을 돕는 이에게 무엇을 하는 곳이냐고 물었더니, 나의 물음에는 대꾸도 하지 않고 줄을 지어 서 있는 사람들을 제키고 나의 팔을 이끌면서 그냥 들어가라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아무 영문도 모르고 떠밀려 가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넓은 실내의 한 쪽에는 부녀자들이 아이들과 함께 미리 들어와 앉아 있었으며, 내 뒤를 따라 줄을 서있던 사람들이 계속 들어왔다. 행사요원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한쪽 구석에서부터 차례대로 앉도록 안내했다. 내심 오늘 저녁에 시간을 보내기 위한 마땅한 구경거리를 찾지 못하던 차에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무슨 구경거리인지 궁금하였다. 무대에서는 마이크 1개를 설치해 놓았는데 한 사람이 나와서 노래하면 알맞을 것 같았다. 공연하는 장소로는 너무 협소해 보였다. ‘아마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선 공연이겠지....’

 그런데 가건물 안쪽의 구석으로부터 음식 냄새가 코를 자극하였다. 공연을 생각하고 들어왔는데, 분위기가 그런 것 같지 않았다. 무대에 한사람이 올라가더니 입장하는 사람들을 향하여 무슨 말인가를 하였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사람들이 음식 냄새가 나는 구석으로 몰려가서 열을 지어섰다. 사람들이 가는 쪽을 바라보았더니 안내하던 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제키고는 나를 앞장세워 식기를 손에 들려주었다. 내가 맨 처음으로 배식을 받았다. 얼떨결에 일어난 일이라 처신할 바를 몰랐다.

 오늘 저녁 식사는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쉽게 해결한다는 생각이 우선 고마웠다. 오늘 오후에는 많은 길을 걸어서 시장기가 돌아 빵을 먹기 시작하였다. 빵을 먹고 있는데 사람들의 눈길이 모두 내게로 쏠려 있는 게 아닌가?  ‘아차, 내가 또 실수하고 있구나!’ 배식을 받은 사람들은 어린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하나같이 음식을 먹지 않고 그림처럼 앉아 있었다. 나는 얼른 먹던 빵을 식기에 가지런히 놓고 그들이 하는 양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람들 대부분이 배식을 받아 자리에 앉았을 때, 무대에서 마이크를 쥔 사람이 무슨 말<-- ‘그게 기도였나?’-->을 하고 난 다음에 일제히 식사를 하기 시작하였다. 

 식사가 끝나고 또 무슨 행사가 있지 않을까 하고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내 주위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동양인인 내 모습이 신기한지 나만 쳐다보는 것 같았다. 안내하는 사람이 내 식기를 가져하면서 따라오라고 하여 갔더니 음식을 먹을 만큼 더 담아가져가라는 것이었다. 배가 부르도록 먹었다는 시늉을 하였더니 더 주지 못해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 터키인들은 식사량이 많아서 두 번씩 가득가득 식기를 채워가지고 가서 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식기를 놓고 앉았던 자리로 돌아가서 조금 더 앉아 있으려니까 식사가 끝난 사람들이 모두 빠져 나가는 것이었다. 그제야 식후에 다른 행사가 없다는 것을 감지하고 밖으로 나왔다.

 버스 탈 시간이 아직도 세 시간이나 남아 있었다. 바깥바람이 쌀쌀했다. 운동장을 맴돌 듯이 중앙 광장을 돌았다.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다섯 바퀴를 돌고 나니 등허리에 땀이 배어나는 것 같았다. 버스 탈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마땅히 시간을 보낼 만한 곳도 없고 해서 Ulusoy버스 회사 대합실에서 책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11시 40분에 트라브존행 버스를 탔다.

 

 

 

삼순의 번화가
Mithat Pasa 중학교의 Serpil Aksakal 선생과 함께

 

중학교 복도에서
Mithat Pasa 중학교

 

삼순의 번화가
소박한 건조과일 판매소
흑해변의 삼순 풍치
흑해변의 삼순 풍치
삼순 앞 흑해
삼순 시가지 앞 바다
삼순과 흑해
흑해의 파도

 

삼순(Samsun) 중앙공원

 

빈민을 위한 배식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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