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의 젊은이가 중동과 동유럽을 헤맸다<9> 트라브존에서 에르주룸으로 가는 길
<트라브존에서 에르주룸으로 가는 길> 2005.10.9일(일) 맑음
아침 기온이 무척 차갑다. 체감 온도는 영하인 것 같다. 바람이 차가워 감기가 도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이른 아침 서둘러 버스회사 울루소이(Ulusoy)의 세르비스로 트라브존 오토갈(Otogar)에 갔더니 벌써 에르주룸(Erzurum)으로 가는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트라브존에서 에르주룸으로 가는 길>
07:00에 트라브존 오토갈에서 에르주룸 행 버스가 출발하였다. 동쪽 해안 길로 들어섰던 버스가 방향을 틀러 남쪽으로 난 길로 꺾어들었다. 그저께 수멜라 수도원으로 가던 길이다. 협곡으로 난 길을 따라 약 25분 가령 달려왔다. 그저께 수멜라 수도원 가던 길과 갈라지는 지점을 지났다. 수멜라 수도원으로 가는 길은 왼쪽으로 틀어져 꼬리를 감쳤다.
왼쪽 아래쪽의 내[川]를 끼고 시원스레 달리던 버스가 숨을 몰아가며 산위 언덕길을 오른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골짜기는 깊게 드리워졌으며, 앞으로 바라다 보이는 산은 웅장한 자태로 다가온다. 산은 높고 웅장한데 산협 사이로 난 물길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폭이 좁고 수량도 많은 것 같지 않다.
그런데 이 깊고 험한 골짜기 구석구석에, 그리고 산 중허리마다 인가(人家)가 들어서 있다. 무엇을 업으로 하는 이들이 사는 집일까? 궁금하다.(아마 과수원?).
산세가 아름다운가 하면 험하고 가끔 동굴도 보였다. 산이 높고 골짜기가 깊어 하늘이 보이지 않았다. 멀리 보이는 고봉(高峰)들은 민둥머리를 하고 있다. 갑자기 버스는 길을 따라 개천을 좌측 깊숙한 곳으로 밀어놓고 산 중허리로 기어올랐다. 태산준령(泰山峻嶺)을 향하여 치닫는 것 같았다. 대관령을 오르던 생각이 났다. 귀에 이상이 느껴진다. 기압이 낮아지니 신체기관 중 가장 예민한 귀가 반응을 보인 것이다. 상록수가 아닌 나무들은 모두 가을 옷으로 치장을 하였다. 산 정상 부분에는 나무들이 보이지 않고 풀들로 입혀졌는데 모두 메말라 있었다.
고갯마루에 올랐다. 산마루에서 바로 터널을 만났다. 꾀 긴 터널이었다. 터널부터 내리막길이었다. 터널을 빠져나가자 안개가 앞을 막았다. 터널을 지나 안개 속을 한참 달려 내려왔더니 시야가 트였다. 구름인지 안개인지 산꼭대기를 감싸고 있다. 산을 내려오면서 보이는 것은 일변하여 나무가 아닌 풀만 듬성듬성 붙어있는 황패한 산야였다. 말하자면 사막지대였다.
버스기사가 노련해보였다. 트라브존에서 에르주룸으로 가는 길은 험로였다. 가파른 고갯길에서 얼마나 내려왔을까 우리는 깊은 협곡에 빨려들었다. 운전기사는 가파르고 이리저리 굽이친 험로를 용케도 잘 운전해 갔다.
길 양쪽의 산에는 나무가 보이지 않는 민둥산이다. 우측 산에는 나무가 좀 보이기도 하였지만 좌측에 보이는 산은 식물이 자라지 못하는 불모지 같다. 그런 길을 40여분 달려 내려갔다. 그러나 물이 흐르는 개천을 따라 미루나무와 버드나무의 행렬은 끝없이 이어진다.
8시 30분에 Gumushane(해발1153m)라는 도시에 도착하였다. 도시래야 협곡의 산비탈에 붙어있는 도시였다. 그래도 도시의 형태는 갖추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제법 큰 아파트들도 보였고 주변이 깨끗하게 정리정돈 되어 있었다. 하지만 많은 가옥들이 산비탈에 붙어 있는 형상이다.
Gumushane 주변은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이루고 있었다. 도시를 지나서도 기기묘묘한 산들이 도로 양편으로 전개되었다. 안개가 타났다가 사라졌다가를 거듭하였다. 구름이 하늘을 막고 있었다.
30여 분간 계속하여 내리막길을 달리던 버스가 오르막길로 접어들다가 다시 내리막길로 접어들고 또 오르다가 내려가곤 하였다. 굴곡이 심하지는 않은 분지지대인 것 같았다.
물이 흐르는 냇가 주변은 신기하게도 미루나무와 버드나무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평지 쪽에는 그런 나무들로 숲을 이루었다. 그러나 좌우로 보이는 산들은 모두 민둥산이다. 산에 억지로 붙어 있는 풀들은 늦가을이라 모두 말라붙었다.
9시 20분경 높은 산들은 멀리 비켜나고 고원의 평야가 펼쳐졌다. 평야의 농장지대는 추수가 끝나고 허허벌판이다. 그러나 사람이 사는 동네에는 미루나무와 버드나무로 숲을 조성하여 생기가 돌았다.
9시 30분경 BAYBURT라는 도시에 도착하였다. 안개가 언제 사라졌는지 구름 한점 없는 청명한 날씨로 바뀌었다. BAYBURT시내에는 미루나무, 버드나무, 소나무, 자작나무, 전나무, 아카시아 등 많은 나무를 심어 아주 쾌적한 도시로 보였다. 시가지를 에워싼 산에는 나무도 풀도 보이지 않은 민둥산이었다. 시가지 중앙을 흘러가는 물은 깨끗하고 비교적 수량도 많아보였다.
BAUBURT를 출발하여 조금 내려왔다. 다시 높은 산이 좌우로 솟아올랐다. 전면에도 높은 민둥산이 앞을 막아섰다. 자동차가 깊은 협곡으로 뼈져드는 것 같다. 갑자기 솟아난 것 같은 높고 큰 산 속으로 빠져드는가 싶더니 산허리를 힘겹게 감아 오르기 시작하였다. 산도 높고 골짜기도 깊다. 험준해진 산세에 모두 압도된 듯하다. 산허리를 감아 돌아 숨차게 고갯마루에 올라섰다. 10시 25분경이었다.
고갯마루에 올라서자 산 아래 앞쪽으로 아주 넓은 분지가 펼쳐졌다. 눈이 다하지 못하는 넓은 분지였다. 고갯마루 저 아래로 난 길이 실타래를 풀어 이리저리 늘어놓은 것 같다.
고갯마루에서 조금 내려가서 또 협곡으로 빠져들었다 한 20여분 협곡을 빠져나오니 자동차는 대평원으로 내닫기 시작하였다. 산들이 멀리 물러갔다. 전면 아득하게 먼 곳에 눈[雪]을 뒤집어 쓴 산이 보였다. 그러니까 이 곳이 높은 고원지대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10시 50분에는 Erzurum과 Erzicand의 분기점인 Askale에 도착하였다. 버스가 잠간 섰다가 출발하였다. Askale에도 미루나무들이 많고 시내 가운데로 맑은 개천이 흐른다. Askale를 빠져나와 넓은 들판으로 나섰다. 들판은 가을걷이가 끝났고, 경작지 가장자리에는 잡초들도 생명 줄을 놓아 말라붙었다. 들판 가운데로 이리저리 수로(水路)가 나 있었다. 고원지대(高遠地帶)이지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수리시설을 잘 해 놓은 것 같다. 경작지의 대부분은 밭작물(作物)인 것 같았다.
높은 고갯마루를 넘어서 고원의 대평원을 한 시간 동안 달려 에르주룸(Erzurnm)에 도착하였다. 에르주룸에 도착하니 11시 30분을 조금 지나고 있었다.
울루소이 세르비스로 에르주룸 오토갈에서 기차역 앞까지 왔다. 옆 앞쪽에 여관간판이 많이 보일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위쪽으로 올라가서야 여관밀집지역을 찾을 있었다. Polet Hotel을 찾아갔더니 중급여관으로 값(45TL)이 너무 비싸서 Otel Salim을 찾아갔다. 일박 10TL인데 방이 감옥처럼 햇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오후에는 여관에서 낮잠을 자면서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