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의 젊은이가 중동과 유럽을 헤맸다<11> -- 에르주룸에서 도우베야짓으로--
<에르주룸에서 도우베야짓으로>
2005년 10월 11일 (화)맑음
하늘에는 엷은 구름이 깔렸다. 프런트에 체크아웃하고 잠시 쉬었다.
주인 마담이 나를 돌무쉬 타는 승강장까지 안내해주고, 자기 동생을 대리고 병원에 간다고 하였다. 그녀의 남동생은 몸집이 커서 행동이 둔한데다가 수족도 온전하게 쓰지 못하고 한쪽 눈까지 실명하였다. 게다가 정신 지체였다. 이틀밖에 관찰하지 못하였지만 거실에서 그들의 생활을 지켜보니 누나인 주인 마담이 그의 남편과 함께 남동생을 애정을 가지고 잘 거두어 주고 있는 것 같았다.
돌무쉬를 타고(0.75TL) 오토갈로 왔더니 어저께 도우베야짓으로 가는 버스표를 파는 곳에서 만났던 젊은이가 반갑게 맞이하면서 매표소로 안내해 주었다. 표(Bilet)를 15TL(우리 돈으로 약 11,500원정도 되는 것 같음. 1$ = 1.32~1.35TL) )에 샀다. 그들이 안내해준 플랫폼(Peron16)에 대기하고 있는 도우베야짓(Dogubayazit)행 버스는 소형인데다가 앞 유리창이 금이 다 가고, 버스 안도 지금까지 타고 왔던 버스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좋지 않았다.
운전기사가 내 배낭을 받아 친절하게 짐칸에 올려주었다. 인상이 좋아 보였다. 터키의 버스 기사들은 양복으로 정장을 하고 보조원은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서비스하는 사람과 같은 말끔한 복장을 하였다. 모두 인상 좋게 보였다.
에르주름에는 치안 상태가 괜찮은 것 같다. 거리의 어디에서나 경찰을 많이 볼 수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치안이 불안하니까 경찰을 많이 배치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곳 에르주룸은 국경이 가까워서 그런지, 아니면 터키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투르크족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투르크족의 반정부적 행동을 경계하기 위해서인지 군인들이 많이 주둔하고 있다.
<에르주룸에서 도우베야짓으로>
오토갈에서 11시30분에 출발한 차가 시내로 들어가서 운전기사가 무슨 볼일이 있는지 도로변에 버스를 세워놓고는 한 40여분을 기다리고 있다가 떠났다. 도우베야짓에 가는 것이 그리 급할 것도 없는데 언제 떠날지도 모르고 기다리는 마음이 답답하였다.
12시 20경이 되어서야 에르주룸 시내를 벗어났다. 12시 30분 경 언덕바지를 오르던 버스가 고개를 넘어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4차선 도로가 시원하였다. 좌우의 산들은 계속하여 벌거숭이다. 해발 2000m에 가까운 고원(高原)지대라서 그런지 땅에 듬성듬성 붙어있는 풀들도 하얗게 말라붙었다.
내리막길 저 앞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地平)이 열렸다. 추수가 끝난 벌판은 황량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들판 한가운데 있는 촌락(村落)은 노랗게 물든 잎을 달고 있는 미루나무 숲과 어울려 평화로운 풍경이다. 들판에는 방목한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트라브존에서 에르주룸으로 올 때 보았던 풍경들이 이곳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12시 50분경 Pasinler라는 소읍을 지났다. 도로 우측에 버스의 진행과 같은 방향으로 개천이 따라 흐른다. 사막의 한 가운데 제법 큰 개천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이개천은 흑해로 빠지지 않고 터키에서 시리아를 거쳐 이라크로 빠져나가는 유프라테스 강의 시발지가 된다고 한다.
Horason이라는 곳에 도착하기 직전에 Karas로 가는 길이 좌측으로 갈려나갔다. Horason 지역은 지형이 굴곡진 곳이 많고 도로도 4차선에서 2차선으로 바뀌었는데 4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땅이 붉은 색을 띤다. 또 석회석 같은 것도 보였다. 굴곡진 땅을 오르락내리락하더니 얕은 산들이 도로를 싸고돈다. 내리막길에 들어서자 길을 싸고돌던 얕은 산들이 멀리 비켜선다. 그러나 작은 산들은 비켜섰지만 들 저쪽에 물러앉았던 큰 산봉우리들이 위세를 보이면서 가까이 다가왔다. 다시 길은 협곡으로 빠져들었다. 기기묘묘한 형상을 한 기암기석이 협곡 좌우로 15여 분간 전개되었다.
기암기석의 협곡을 빠져나오자 또 광활한 분지가 전개된다. 들녘 한 가운데를 달리는 도로변에는 간간히 탱크도 보였고 훈련 중인 병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보였다. 들녘 저쪽에 꽤 큰 부대가 주둔해 있는 것 같았다. 부대부근에서 방목한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도로는 다시 4차선으로 바뀌었다.
14시 40분 경 우측 길 가장 자리에 Agri가 10km 남았다는 표지판이 보인다. 도로변에 탱크와 많은 군인들이 보였고, 군 야영지가 넓은 땅을 차지하였다. 군사활동이 아주 많은 곳인 모양이다. 14시45분경 아그리 오토갈에 도착하였다가 15분 휴식을 취한 뒤 출발하였다.
아그리 지방은 무우 생산 단지인 것 같다. 길옆으로 늘어선 수많은 화물차에는 무우를 가득 싫었다.
그리고 시가지 앞으로 꽤 넓은 개울이 흐른다.
아그리를 지나면서 평원은 계속되고 차선은 다시 2차선으로 바뀌었다. 이곳에서도 4차선으로 확장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도로의 요소요소에 군인들이 매복해 있다. 좌측 산의 형상을 이룬 능선이 높아지고 우측은 길 따라 내가 흐르고 있다. 우측 들 저쪽으로도 조금 높은 산들이 들을 막고 있다.
15시30분경에 Taslicay라는 곳에 도착하였다. 우리나라 어느 한적한 면소재지 규모의 소읍이다.
마차 끄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카메라를 들이댔다. Taslicay의 버스 스탠드를 출발하여 마을을 벗어나자 지형의 굴곡이 심하였다. 좌우로 산들이 가까이 다가서고 있었다.
15시40분경에 어느 지점에서 군인이 우리가 탄 버스를 도로변으로 세웠다. 그리고 조수가 군을 따라 부대 안쪽으로 갔는데 무슨 일인지 20여분이 지나서야 부대에서 나왔고 비로소 차가 다시 출발하였다. 조그만 언덕에 올라서니 전면에 흰 눈을 뒤집어쓴 산봉우리가 우뚝 솟아있었다.
아! 5,137m의 Ararat!
도우베야짓이 바로 저 산 기슭에 있다 하였다. 그럼 도우베야짓은 해발 몇 미터의 높이에 위치한 곳일까?
16시 35분에 드디어 Dogubayazit에 도착하였다. 조그마한 소읍이기에 여관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버스에서 막 내리니 방향 감각이 없어 약간 당황하였다. 마침 고등학생을 만났는데 그들은 버스정류소에서 숙소인 Saruhan까지 안내해 주었다. 참으로 고마운 학생들이었다.
Otel Salim의 마담과 그녀의 남동생
이 개천물은 유프라테스 강으로 흐른다고 한다.
어느 촌락의 모습 --- 마을 앞에 그들의 땔감인 괴통을 쌓아둔 것이 보인다.
에르주룸을 떠나서 1시간 30분 정도 조금 못되어서 나타난 협곡의 기암기석들
15시 30분경에 Taslicay라는 소읍에서 만나 조롱말
양떼들
산 중턱으로 오르는 길 ---도로 확장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