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

65세의 젊은이가 중동과 동유럽을 헤맸다<15>--타브리즈--

어르신네 2006. 6. 7. 19:33
 


<타브리즈1>

2005년 17일 (월)  맑음


Darya여관이 소음 방지가 되지 않아 바깥의 자동차 소리가 밤새도록 방안 가득히 들어와 신경이 예민한 첫날 밤 잠을 설치게 했다. 그리고 밤새도록 창문을 흔드는 요란한 바람 소리도 잠을 설치게 하는데 한몫했다. 늦게 잠들고 일찍 일어났다. 아침 하늘은 엷은 깃털구금이 하늘 전체를 고르게 덮고 있었다.

아침에도 바람이 세차다. 길을 걷기가 곤란할 지경이다. 실제로 시내버스 터미널 부근의 어느 상가아파트 꼭대기 층에서 유리창이 날아가고 아파트외벽이 떨어져 날려서 소방차가 와서 나머지 위험한 부분을 아슬아슬하게 제거하는 것을 보았다.

오늘 처음으로 들려볼 곳은 여관과 가까운 곳에 있는 Maryam-e Moghaddas Church이다. 그래서 론니 플랫에 있는 지도를 따라 찾아가면서 한 중년 남자에게 그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물었더니 자기를 따라 오라고 하였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곳과는 정반대 방향이었다. 그가 나를 데려다 준 곳은 그리스 정교회의 사무실이었다.

정교 사무실에서 나의 여권을 보고 신분을 확인한 다음 교회를 보고자 하는 의도를 묻기에 그냥 관광이라고 하였더니, 여직원이 타이프를 친 종이에 서명을 하게 하였다. 그리고 한 직원을 따라가게 하였다.

내 짐작에 이 사무실에서 Maryam-e Moghaddas Church를 관리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를 따라갔다. 그런데 내 생각과는 정 반대 방향으로 안내를 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 큰 문 앞에서 벨을 누르니 한 사람이 안에서 밖의 사람들을 확인한 다음 문을 열어주었다.

그 안에는 아주 깨끗하고 아담한 교회가 넓은 공간 중앙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교회의 뜰 남쪽에는 교회에서 운영하는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가 있는데, 팔레비 왕정 때는 학생수가 많았었지만 지금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오랜 역사를 가진 교회인데, 교회의 한쪽에는, 1913년 오스만 왕국에 의하여 순교한 사람들의 위령탑이 있었다.

교회 내부에는 성화로 장식하여 미술품 전시장을 방불케 하였다. 그리스 정교의 독특한 면모를 구경하였다. 이곳은 이슬람 국가인데 타종교가 살아남아 있다는 것이 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여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나 신자들은 얼마나 긴장된 생활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교회로 들어가는 문을 굳게 닫아 놓고 출입하는 하는 사람의 신분을 확인한 다음 들여 보내주는 것 같았다. 나는 이 정교를 구경하기 위하여 두 시간은 더 기다리고 내 신분을 확인 시켜 준 다음 구경을 하였던 것이다.


그리스 정교를 나와서 여행자 인포메이션(Information Tourist) 사무실에 가서 타브리즈 지도를 얻어가지고 나와서 Tabriz Museum 에 갔다. 문화재와 고고학에 대한 지식 부족으로 전시품에 대한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하고, 전시해놓은 원시인들의 토기, 기원전 무덤 부장품으로 장신구와 그릇들, 그리고 11세기의 유물로 칼 무기, 전쟁용 철모 같은 특색이 있는 것들을 전시해 놓았다. 지하에는 소수지배층에 의해 노예 생활을 해야 했던 민중들의 고통을 형상화한 조각이 생동감을 느끼게 하였다.


박물관 바로 옆에는 유명한 고대 건축물의 하나인 Blue Mosque가 있다. 지금 보수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내부관람료가 3,000R(1$=9,000R)이였다. 인포메이션 오피스의 외벽을 Blue Mosque 사진으로 장식해 놓은 것을 보니, 이 모스크는 타브리즈에서 자랑하는 문화제인 것 같다.

  Blue Mosque는 1449년 Jahanshah Ghara Ghoyounlou에 창설한 것인데 Turquois Islam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1772년 지진으로 거의 파괴되었던 것을 1939년에서 1960년까지 Reza Memaran에 의해 재건축된 것이라 한다.

Blue Mosque는 지진으로 떨어져 나간 벽돌 중, 타일이 곱게 붙어있는 것들을 건물 밖 여기저기에 전시해 놓아 이 건물이 얼마나 공역을 들인 건물이었는가를 느껴 볼 수 있게 하였다. 지금은 파괴되어 볼품없는 건축물이지만 神에 가까워지기 위해 신전(神殿)에 쏟은 정성이 모스크의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것 같았다.


다음에는 시청에로 갔다. 키가 작은 동양인 하나가 수위실 안을 기웃거리니까 호기심이 생겼는지 안으로 들어오라 하였다. 시청 내부를 구경하고 싶다고 하였더니 쾌히 승낙하였다. 시청도 대대적인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각 실을 여기 저기 기웃거려 보았는데, 내가 구경을 간 것이 아니라 사무실 안의 사람들에게 내가 구경거리가 되었었다.

시청 본관건물은 석조 건물로 그리 크지 않은데 아담하였다. 기둥과 벽을 쌓아 올린 돌덩이가 크고 두꺼워 건물이 아주 육중해 보였다. 정원도 그리 넓지 않지만 분수도 있고 모양이 예쁜 나무들과 잔디밭 등을 정성스럽게 만들어 놓았다. 본관건물은 시청의 상징적인 건물 같고 실제로 많은 사무실은 그 뒤쪽의 다른 건물에 들어있는 것 같았다.


역시 유명한 고대 건축물의 하나인 성채(城砦) Aig-e-Alishah로 갔다. 시청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걸어갔다. 이곳도 14세기에 지어진 것인데, 지금 보수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공사장에 쌓아놓은 모래 더미에서 모래알갱이가 세찬 바람에 날아와서 접근하지 못하고 되나왔다.


천 년도 더 된 역사를 가졌다는 Bazzar(시장)으로 갔다.

어린 시절 시골 무지렁이로 자라면서 바닥인생으로 삶을 시작했던 내가 정서적으로 가깝게 느끼는 곳이 역시 바닥 인생들의 현장인 시골 시장바닥 같은 곳이다. 이곳 Bazzar도 한국 시골 시장 바닥풍경과 같은 것을 느끼게 하였다. 사람 사는 동네는 모두가 비슷한 것 같다. 노점상들이 손님을 끌기 위하여 외치는 소리, 상점에서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행색과 눈치를 살피는 분위기 등 장사꾼들의 전형이 이곳 Bazzar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옷감 가게 앞에서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나를 보더니 카펫 구경을 시켜줄 터이니 따라오라고 하였다. 나는 카펫을 살만한 형편이 안 된다고 사양하였더니 외국여행을 올 정도면 부자일 터인데 그것 하나 사는 게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면서 자꾸 끌었다. 나는 배낭여행자라서 짐을 하나라도 더 보태어 가지고 다닐 수 없다고 하자 사서 우편으로 부치면 되지 않느냐면서 아주 적극적이었다. 내가 완곡히 거절하자 그러면 자기 가게에서 차나 한잔 하고 가라 하였다. 그러면서 자기 가게에 한국제품도 많다고 하였다.

‘혹시 차에 독이라도 탄 것을 주지는 않을까?....’ 그러나 차이 맛이 아주 좋았다.

그는 자기 가게에 걸어놓은 천을 가리키면서 한국제품이라고 했다. 특히 여인들의 차도르로 사용되는 한국산 검은 천을 보이면서 이란 여인에게 최고의 인기 품목이라고 하였다. 실제로 전자상가에서도 삼성과 LG제품이 돋보여 기분이 좋았다.

여관비가 엄청 많이 올랐다. 도우베야짓의 정보 노트에는 20,000R라고 써 놓은 것을 보았는데 1년 새에 17,oooR이 더 올라 37,000R이다. 사워비를 따로 1회 5,000R씩 더 받는 것이었다. Darya여관의 주인 영감의 상술이 여간 아니다.


이 여관 영감은 나보다 한 살 더 먹었는데 처음에 옷 가게를 하면서 돈도 많이 벌었었다고 한다. 부인은 프랑스 여인인데 젊어서 외국에 많이 돌아다녔던 것 같다. 혁명 이후 사정이 좋아지지 않았다고 하면서 현재는 게스트 하우스 운영으로 그럭저럭 지낸다고......자식은 위로 딸 둘과 막내 아들이 있다고 하였다. 1층은 살림집이고 2,3층은 여관이다. 자기 집이라고 강조하기도 하였다.


저녁에는 여관 영감이 Caffe에 가서 차를 한잔 하자고 하여 따라 나섰다. 카페에 갔더니, 사람마다 빨대통을 하나씩 가지고 긴 줄을 입에 물고 앉았다. ‘저것이 차를 마시는 건가?’, ‘저런 차를 마시러 나를 데리고 왔나?’, 그런데 가만히 보니 사람마다 따로 찻잔 하나씩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면 저건 차를 마시면서 다루는 악인가?’ ‘이곳의 카페는 차도 마시고 악기도 다루고 하는 아주 낭만이 가득한 곳이구나!’

여관 주인영감에게 ‘저게 무엇인가?’하고 물었더니 담배(일명 물담배) 피우는 것이라 하였다. 순간 좀 허탈해지려하였다. 여기 사람들은 저녁 한가한 시간에 물담배도 피우고 차도 마시기 위해서 카페로 나온다고 하였다. 여관 주인 영감은 물담배와 차를 시키고 나는 차이 한잔만 시켜 마시고 여관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너무 많이 돌아다녀서 무척 피곤하여 씻지도 못하고 침대에 쓸어져 골아 떨어졌다.  자정이 가까워서 잠에서 깨었다. 낮에 그렇게 요란을 피우던 바람 소리가 잠잠해 졌다. 온천지가 먼지로 뒤덮인 듯이 뽀얗던 타브리즈, 아마 산들도 대지도 메마른 지역이라서 바람이 불면 흙바람이 되어 대기를 온통 먼지로 꽉 채우는 것 같다. 오늘은 하루 종일 지독한 먼지로 인하여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자정, 창밖에 보름달이 방안으로 둥그런 얼굴을 드리웠다. 시간은 참으로 바쁘게 지나간다. 집나온 지 벌써 17일째, 저 달이 새삼스레 시간이 흐름을 일깨운다.

오늘 Caffri영감이 온다고 했는데 무슨 다른 사정이 생겼나? 궁금하다.


그리스 정교 안에 있는 프레스코화


정교의 내부


타브리즈 박물관에 전시한 도자기


고대 유적으로 자랑하는 Blue Mosque


천년의 역사를 가졌다는 Bazzar


Darya 여관 주인영감과 그의 딸 그리고 손녀


 

물담배


타브리즈 시청 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