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

65세의 젊은이가 중동과 동유럽을 헤맸다<19> --테헤란에 도착하여--

어르신네 2006. 6. 11. 21:56



 

   <테헤란에 도착하여>

   2005년10월 21일 (금) 맑음


밤차를 타고 테헤란에 와서 서부 버스 터미널에 내렸다. 새벽 5시 40분경에 도착했는데 아직도 어둠이 깔렸었다. 버스에서 내리자 택시 기사들이 몰려와서 택시를 타라고 했지만  날이 밝아지면 버스를 타고 가려고 웨이팅 룸을 찾아갔다.

웨이팅 룸에서 어떤 젊은 사람이 내게로 다가와서 자기 이름은 이브라힘(Ebrahim)이고 현역 군인이라면서 “어디를 가려고 하느냐?”, “도와주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를 경계하면서도 가고자하는 여관의 주소를 보여주었다.


나는 그를 따라 532번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버스 종점에서 내렸다. 그는 내가 준 여관(Meher Hotel) 이름이 적힌 쪽지를 택시 기사에게 보이더니 그 택시를 타고 가자고 하였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택시를 타지 않고 걸어갈 수 있는 거리 같았지만 젊은 군인이 하는 행동이 나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는 믿음 때문에 그가 하는 대로 맡겼다. 그런데 내가 생각한 방향과는 다른 곳으로 가는 것 같았다. 택시 기사의 농간에 걸려든 것 같아서 차를 세우게 하고 기사에게 약도를 다시 보여주었더니 이 부근이라면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는 못 찾겠다는 시늉을 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택시에서 내렸다. 택시비를 내가 내려고 하니까 이브라힘이 자기가 내겠다면서 나를 제지하였다.


우리가 택시에서 내린 곳은 엉뚱한 데였다. 우리는 다시 다른 택시를 타고 Meher Hotel을 찾아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택시비를 지불하였다. 20,000R짜리 지폐를 주었는데 거스름돈을 주지 않고 택시가 달아났다. 이브라힘이 그 사실을 알고 식식대더니 할 수 없던지 내게 미안하다고 하고는 자기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주면서 어려운 일이 있으면 연락을 하라 하고는 돌아갔다. 참으로 고마운 젊은이였다.


테헤란 버스터미널에서 만나 도움을 준 이란 군인과 함께


그런데 내가 찾아간 Meher Hotel은 수리 중이었다. 주변 여관들은 고액(100,000R 이상)이라서 좀더 싼 여관을 찾느라고 배낭을 짊어지고 한 시간 이상을 이 골목 저 골목을 헤맸다. Mashhad Hotel에 대한 나쁜 평 때문에 거기는 가지 않으려고 하였으나 적당한 여관을 찾지 못하여 할 수 없이 Mashhad Hotel로 들어갔다. 여관에 들어갔을 때는 얼마나 힘들었던지 거의 녹초가 되었었다.


배낭을 내려놓고 씻지도 못하고 옷을 입은 채로 침대에 누워서 바로 잠들어버렸다. 밤새도록 버스 의자에 앉아서 불편한 자세로 선잠을 잔데다가 새벽부터 배낭을 메고 헤맸으니 몸이 무척 피곤했던 것이다.


잠에서 깨어나니 오후 1시가 다 되었다. 가지고 다니던 빵으로 배를 채우고 여관을 나서서 전화국이 있는 곳으로 나가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Golestan Palace & Garden이 있는 곳을 물었으나 영어표기라서 아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였다. 택시 한대가 내 앞으로 오더니 자기가 안내해주겠다고 하여 택시를 탔다. 이놈에게도 당하였다. 전화국을 한바퀴 뺑 돌더니 내리라고 하면서 Golestan을 모르겠다고 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는 5,000R을 챙겨서 달아났다. 앞으로 테헤란 택시는 다시는 타지 말아야겠다.


테헤란 지도를 펴들고 결어서 Golestand을 찾았다. 전화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오후 2시까지만 개방한다고 하여 허탕이었다. Bazzar에 가보았다. 거기도 오늘이 금요일이라서 전부 문을 닫아 적막이 감돌았다.

  

바자르 부근의 어떤 관청건물 앞에서 경비를 보고 있는 사람에게 ‘이맘 호메이니 모스크’의 위치를 물었더니 자기가 데려다 주겠다면서 오토바이 뒤에 타라고 하여 탔는데, 전화국 앞 ‘이맘 호메이니 스퀘어’에다가 내려놓는 게 아닌가! 그는 ‘이맘 호메이니 모스크’라는 나의 말을 ‘이맘 호메이니 스퀘어’라는 말로 잘못 알아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가려는 곳은 ‘이맘 호메이니 모스크’라고 했더니 미안하다면서 이맘 호메이니 모스크에 데려다 주었다. 참 친절하고 고마웠다.



이맘 호메이니 모스크



시장 한 가운데 있는 ‘이맘 호메이니 모스크’를 둘러보고 문을 닫아 텅 빈 시장 골목길을 나왔다. 오늘이 금요일이기 때문에 문을 연 식당도 드물 것 같아서 시장 귀퉁이에 열려 있는 빵가게에 들어가서 빵 3개를 샀다. 그리고 돌아다니다가 찾은 과일가게에서 토마도와 오이 그리고 물과 계란을 샀는데 값이 엉터리없이 비쌌다. 문을 연 다른 곳이 보이지 않아 비싼 값이라도 사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은 ‘갰다’, ‘흐렸다’를 반복한 하루였다. 정직하지 못한 택시기사들의 횡포와 부당한 값은 받아낸 상인들의 횡포를 당하는 일이 있었는가 하면, 자기 일을 제켜두고 나를 도와준 이브라힘과 오토바이를 태워준 친절한 사람도 만났던 좋은 일과 나빴던 일이 엇갈렸던 날이었다.

 


 ‘이맘 호메이니 모스크’로 나를 태워갔던 오토바이와  경비원(운전)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스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