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

65세의 젊은이가 중동과 동유럽을 헤맸다<26>--페르세폴리스를 가다--

어르신네 2006. 6. 21. 11:37

 

 

<페르세폴리스를 다녀오다>

2005년 10월 28일(금) 맑음



오늘은 Persepolis 관람을 위해 아침 일찍 서둘러 여관을 나섰다.

7시 30분에  터미널에서 미니버스(요금은 2,500R)로 출발하여  Marvdasht에 도착하니 8시 15분이었다. 미니버스를 같이 타고 온 어떤 사람이 마르브다쉬트에서 페르세폴리스까지 가는 데는 택시를 타야 하는데, 택시를 합승하여 타고 가면 3,000R으로 갈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택시기사는 10,000R을 요구하였다. 나는 “3,000R!"이라고 말하였지만 그건 국내사람 요금이고 외국인은 10,000R이라고 하면서 인상을 썼다.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아서 택시에서 내리려고 했다. 그러니까 5,000R만 달라고 하여 그대로 타고 갔다.



페르세폴리스에 가까워지자 멀리 바위투성인 민둥산이 앞을 가로막는 것이었다. 그러나 페르세폴리스 입구에 이르는 주변은 울창한 푸른 숲을 조성하였다. 위대한 인류 역사의 장(場)에 왔다는 벅찬 감격을 가지고 입구에 들어섰다.



유적지로 올라가는 계단의 바위벽이 나를 압도하였다. 현대 장비로도 옮기기 어려운 육중한 바위들을 가지고 일정한 모양으로 축성한 것을 보고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참으로 큰 바위덩어리들을 반듯하게 쌓아 올렸다.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어긋남 없이 반듯함이 잘 유지되고 있다. 



계단을 따라 오르니 웅장한 석주(石柱)들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다. 그 위 지붕의 흔적은 사라졌지만 그 석주들을 보면서 얼마나 큰 규모의 건물이었을까? 당시의 뛰어난 건축술에 절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장대한 건물을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시간이 들었을까? 한편 얼마나 사람들의 희생이 따랐을까?

. 그리고 대부분의 석주들은 넘어져 여기저기 굴러다니거나 부서져 흩어져있고, 주춧돌만이 가지런히 드러나 있다. 폴리스 구석구석에는 파괴된 건축물의 잔해가 여기저기 방치되어 있거나 혹은 정리하기 위하여 한데 모아 놓은 것도 많이 보였다. 그리고 건물의 벽으로 사용되었던 부조상을 담은 넓은 석판은 원래의 자리에 있던 것인지 아니면 관광객들에게 잘 보이게 하려고 다시 배열해 놓은 것인지 알 수없으나, 거기에는 각종 부조물이 참으로 섬세하고 생생하였다. 



BC512년 페르시아(Persia)의 다리우스 일세(Darius 1)가 이 육중하고 장대한 궁전을 세우기 시작한 이후 200여년의 세월 동안 그 이후의 왕들이 완성해 놓은 것인데, BC 331년 그리스가 침입하여 이 도시를 파괴하면서 원래의 Parsa를 Persepolis라고 명명한 이후 오늘날까지 그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폴리스에 가까이 들어서면 장대한 석축이 맞아준다. 석축을 오르는 계단(Grand Stairway)은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사용하기 불편할 정도로 돌이 닳아 울룩불룩하고 각진 곳은  마모되었다. 그래서  더 이상의 파손을 예방하고, 또 보행자들의 편리를 위하여 그 위로 나무 계단을 설치해 놓았다. 계단을 올라서면 크세르크세스의 문(Xerxes' Gateway(Gate of all nations))이 맞아준다. 옛 Elamite언어로 된 비문과 조각들이 세겨져 있다. 크세르크세스의 문은 너무나 많은 파손으로 그 형체가 알아볼 수 없는 것들이 더 많다.



우측에 낮은 계단을 오르면 Central Hall of Apadana Palace가 있는데 아마 이곳이 이 궁전의 중심이 아니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주(圓柱)가 많이 남아 있고 다른 곳보다 조금 높은 지대에 자리하였는데, Central Hall of Apadana Palace를 오르는 북동쪽 계단 옆 석축에는 빈틈없이 갖가지 상(인물, 동물)을 부조(浮彫)해놓았다.

그리고 백 개의 원주가 있는 궁전의 석문(石門)들에도 많은 부조상이 있고 모든 건물의  기둥과 벽은 한곳도 그냥 두지 않고 갖가지 형상을 부조해 놓았다.  

Central Hall of Apadana Palace 남쪽에 조금 더 높은 둔덕을 만들어 놓고 건축물을 세웠던 곳은 역대 왕들의 거쳐(Tachra Palace, Palace of Artaxerxes3, Xerxes' Palace)였다고 한다.



박물관은 이곳이 장대한 역사적 유적지였음에도 불구하고 자료가 빈약해 보였다. 아마 보물들은 모두 도둑을 맞았거나 다른 곳으로 유출되었을 것이다. 당시의 도자기와 장신구 및 비문 조각품들이 전시되었다.

폴리스와 면한 산에도 몇 곳을 축성을 하고  넓고 큰 바위를 깎아내고 여러 가지 조각을 해 놓았다. 깎아낸 석벽을 파고 대왕의 무덤을 만들었는데 폴리스와 가까이 있는 좌측은 Artaxerxes2의 무덤이고 우측에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Artexerxes3의 무덤이라 한다. 그런데 여기 석벽과 석굴에도 여러 가지 조각을 빈틈없이 해 놓았다.



문화유적을 찾기 전에 사전 지식을 가지고 가야 문화유적을 이해할 수 있고, 흥미가 있는데 아무 사전 지식을 가지지 못하고 무턱대고 갔으니 무식으로 인한 안타까움만 품고 돌아왔다.



그래서 가능한 한 유적지를 사진에 많이 담아보려고 했으나 사진 기술도 없어서 많은 부분을 놓쳤다. 역사적 식견도 없는데다가 사물을 보는 안목마저 부족하여 보고도 알지 못하는 눈뜬  장님과 다름없었다.



나는 이곳을 찾아올 때 여행 정보 노트에서 입장료가 60,000R라고 한 것을  보았는데 오늘이 무슨 날인지 입장료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박물관에도 입장료 5,000R라고 써놓기는 했는데 모두 그냥 들어갔다. 물론 나도..... 라마단 기간에다가 오늘이 금요일이라서 그런가? 하여튼 오늘은 인류역사의 최고 유적지의 하나를 보아서 마음이 뿌듯하였다.


오늘은 페르세폴리스에서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발목이 아팠다. 여관에 돌아왔을 때 오후 시간이 좀 남아있었지만 쉬기로 하였다. 저녁에는 밥도 사먹으려 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피곤하였다. 그래서 가지고 온 누룽지를 물에 불려서 토마토와 함께 먹고 있는데, 옆방에 든 이란 사람이 자기가 만든 고기 법벅을 한 접시 주어서 아주 맛있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