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네(Pune)로
2006년 2월 19(일) 맑음
이른 새벽(5시경)에 일어나서 CST(Chhatrapati Shivaji Terminus)로 갔다. CST에서 출발하는 뿌네 행의 서민층이 타는 열차의 기차표(57루피)를 샀다. 대다수 인도 서민들의 삶의 단면이 거기에 있었다.
뭄바이 뿌네 간을 운행하는 고속 기차이긴 하지만 의자가 나무 의자이고 지정좌석이 없으며 누구든지 미리 와서 앉는 사람이 임자이다. 인도 승객들은 조금 틈만 나면 비비적거리고 파고들었다. 사람들이 의자에만 앉는 게 아니라 짐을 올려놓는 곳에도 올라가서 앉았다. 짐 올려놓는 시렁에 앉은 사람들이 머리를 구부리고 발을 아래로 늘어뜨리고는 흔들어 데는 이도 있었다. 열차가 출발할 때에는 열차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꽉 찼다.
뭄바이와 뿌네 간의 고속열차는 시원하게 달렸다. 차창 가까이 다가왔다가 물러나고 또 다가서다가 물러나는 바깥 풍경에 골몰하다가 드디어 10시 30분경에 뿌네에 도착하였다.
뿌네 역에 내려서 내일 고아로 갈 기차표를 알아보았다. 일주일 이내의 표는 살 수 없다고 하였다. 버스 편을 알아보아야 했다.
뿌네는 인도 제일의 교육도시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젊은이들이 유학을 하고 있으며, IT산업이 발달한 도시라고 한다. 그리고 서양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오쇼 라즈니쉬 리조트(Osho Meditation Resort)라는 아쉬람이 유명한 곳이다. 그런 분위기를 좀 느껴 보려고 했는데 막상 뿌네 역에 도착하여 역사(驛舍)를 나오면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오늘 하루 낮에만 시내 구경을 하고 저녁 때 밤 버스를 이용하여 고아로 가기로 했다. 버스 편을 알아보기 위해서 버스 터미널이 있는 곳을 물어보았다. 고아가는 버스표는 역 앞에 가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고 하여 어느 상회에 가서 물어보았더니 자기 가게에서 표를 판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고아 행 밤 버스표를 사고, 배낭을 그곳에 맡기고 시내를 돌아다녀 보기로 하였다.
오전 중에는 Queen Garden을 가서 공원을 돌아본 다음에 셔니와르 와다(Shaniwar Wada)를 관람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오늘 공교롭게도 일요일이라서 모두 쉰다고 하여 뿌네 역 앞으로 다시 돌아왔다. 퀸 공원을 찾아갔다가 되돌아오느라고 시간만 허비했다.
점심을 먹고 물라 강(Mula River)가에 가서 시원한 강바람이나 쐬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고아 행 버스를 탈 요량이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얼음을 채운 사탕수수 물을 한잔 사서 마셨다.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았다.
그런데 사탕수수 물을 먹은 것이 탈이 나서 배가 끓기 시작하였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난 후 역 대합실 의자에 앉아 쉬면서 안정을 취한 후에 뒤틀리던 배가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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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라 강으로 가는 큰 길은 매연이 많고 먼지도 일고해서 샛길로 들어섰다. 그런데 그 길은 강으로 향하는 길이 아니고 빈민들의 거주지였다. 거리에는 일거리가 없는 남녀노소들은 다 나와 있는 것 같았다. 거리는 비포장인데 바람이 살짝 스쳐가도 먼지가 보얗게 일었다. 그늘에 나앉은 사람들은 뽀얀 먼지를 그대로 뒤집어쓰고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지나가니까 완전히 구경이 났다. 그들의 얼굴에는 활기가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아주 순진하게 보였다. 그러나 거리는 지저분했고 집 대문 앞에 쓰레기가 쌓여 있는데도 방치해 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골목을 훑으며 지나가는 바람에 날아가는 쓰레기가 바람에 나부끼는 만국기 같았다.
어디에 가나 어린이들은 호기심이 많다. 자기들의 동네에 나타난 조그마한 동양 늙은이가 신기해서 떼거지로 내 뒤를 따라 왔다. 그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 하니 너도나도 달려들어 감당하기 어려웠다. 비록 남루하고 얼굴에 때 물이 얼룩져 있었지만 천진스럽고 호기심이 가득한 밝은 얼굴들이었다. 그들의 맑은 눈동자는 선량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렇게 오후 시간을 그 빈민촌에서 다 보냈다.
뿌네의 진짜 모습을 보지 못하고 가는 것이 아쉬웠다. 날씨 탓을 해야 할 것인지 나 자신의 약한 의지 탓인지..........
5시에 오토릭샤를 타고 고아 행 버스 정거장으로 갔다. 그런데 공영 터미널이 아니고 사설 버스 정류장이었다. 티켓을 파는 곳에서는 Volvo라고 자랑하더니 그것보다 훨씬 못한 버스에다가 의자도 낡고 에어컨은 고사하고 달아놓은 선풍기도 무용지물이었다. 표를 파는 사람을 믿었던 내가 바보였다. 어쨌든 무사히 고아까지만 잘 가 주기를 바랐다.
차를 타고 시내를 빠져 나가자 차창 밖은 완전히 깜깜 세상이었다. 높은 산을 오르고 내리고 굽이굽이 산모퉁이를 돌아 차가 이리저리 요동을 치면서 달렸다. 덜컹거리고 튀어 오르기도 하여 자다가 깜짝깜짝 놀라 깨어나기를 수차례하면서 밤새도록 고아로 향하여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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