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

워싱턴 벚꽃 구경

어르신네 2016. 4. 13. 13:04

워싱턴 벚꽃 구경


2016년 3월 31일 구름

오늘은 워싱턴으로 가서 벚꽃 구경을 하였다.

아침에는 약간 쌀쌀하고 바람이 불어서 걱정을 하였는데, 한낮에는 오히려 야외에서 걸어 다니기에 아주 좋은 날씨였다. 이삼일 전에 미국회의사당에서 총기사건이 있어서 비상이 걸렸었는데, 오늘 워싱턴에 가서 제대로 구경할 수 있는지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막상 워싱턴에 오니 평소와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았다.

매릴랜드 오덴턴에서 10시 50분 기차를 타고 11시 20분에 워싱턴 유니온 역에 내렸다. 워싱턴에서 평일날은 자동차를 주차하기가 어려워서 기차를 이용하여 왔기 때문에, 택시나 공공 교통을 이용하여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유니언역 앞에서 출발하는 시티투어 버스를 이용하였다.  

유니언 역  

미국회의사당


시티투어버스는 여러 루트가 있는데, 우리가 선택한 시티투어버스는 유니온 역을 출발하여 처음 미국회의사당 앞에서 섰다가 인디언 박물관, 우주박물관을 거쳐 워싱턴 모뉴먼트, 앞에서 그 일대의 벚꽃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을 많이 내려놓고 링컨 기념관으로 갔다. 이 버스는 미국역사박물관, 자연사 박물관,국립미술관, 건축박물관 등을 지나 백악관까지 갔다가 다시 유니언 역으로 돌아간다.

워싱턴 모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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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기념관 


우리는 링컨 기념관 앞에서 하차하여 한국전쟁참전기념물을 돌아보았다. 군인들이 판초를 입은 채 총과 무전기를 들고 적진을 향하여 전진하는 모습을 형상화해 놓은 것을 보면서 우리민족의 아픈 근대사가 떠올랐다.

우리나라는 힘이 없어 일본 식민지가 되었었다. 우리민족의 독립의지와 많은 독립투사들의 독립운동이 조국해방의 밑거름이 되었지만, 엄밀히 말해 우리의 자력으로 독립을 쟁취한 것이 아니었다. 일제의 지배에서는 벗어났지만, 우리민족은 스스로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지 못하였고 강대국들의 입맛대로 운명 지어질 수밖에 없었다. 당시의 냉전이라는 세계 정세가 남북을 분단해 놓았고, 냉전 체제의 희생양이 되었던 우리나라는 6.25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게 되었었다.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공산주의 침략자들로부터 당시에는 잘 알려지지도 못한 자유대한민국을 지켜주기 위해 유엔군으로 참전하였다. 참혹했던 이 전쟁에 유엔군으로서 미군이 가장 많이 참전하였고 또한 많은 희생자가 생겼다.

우리 후손들은 6.25라는 참혹했던 역사적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한국전쟁참전기념물은 1995년 7월 한국전쟁 45주년을 기념하여 건립되었다. 당시 한국전쟁에 유엔군으로 참전했던 군인들 대부분은 신생(新生) 한국이 생소하였다. 한국이란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지구의 어느 쪽에 붙어 있는 나라인지조차도 몰랐다.

한국전쟁 참전기념물은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주기 위해 희생된 이들의 넋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해 이 기념물이 만들어졌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한국전쟁참전기념물


한국참전기념물을 뒤로하고 우리는 제퍼슨메모리얼이 있는 타이들 바신(Tidal Basin)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한낮이 되니 아침에 사납게 불던 바람이 봄기운에 못이겨 살랑살랑 봄바람으로 바뀐 것 같다. 가로의 여기저기에 벚꽃잎이 흐드러지게 봄바람에 휘날린다.

타이들 바신은 호수 주변을 모두 벚꽃나무로 둘러놓았다. 국회의사당 주변과 워싱턴 기념탑 주변에도 벚꽃 나무들이 많지만 워싱턴에서 벚꽃놀이를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 바로 타이들 바신인 것 같다.

포토맥 강변의 넓은 체육공원을 지나 타이들 바신 입구로 들어갔다.

링컨 메로리얼에서 타이들 바신으로 들어가는 가장 가까운 입구는 마틴 루터 킹 메모리얼(Martin Luher King.Jr. memorial)이 있는 곳이다. 바위산처럼 거대한 세 개의 석조물을 설치해 놓았는데 앞쪽 호수 가까이 있는 석조물에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조각상이 있다. 킹 목사의 동상 주변에 길게 설치해 놓은 대리석에는 생전의 킹 목사의 강연이나 설교에서 발췌한 어록들를 새겨놓았다.   


킹 목사의 동상

킹 목사의 어록을 기록한 대리석


킹목사는 1960년대에 비폭력 저항운동으로 흑인권리 운동과 인권운동을 주도하다가 1968년 4월 테네시 주에서 백인 우월주의자의 흉탄에 맞아 사망하였다. 킹 목사는 미국의 흑인들에게는 신과 같은 존재이다. 1986년부터 미국에서는 그를 기려 그의 생일(1월 15일)에 가까운 매년 1월 세 번째 월요일을 마틴 루터 킹의 날로 정하고 연방 정부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킹 목사의 동상과 그의 어록을 새겨놓은 대리석 앞에는 유난히 흑인들이 많아 보였다.





타이들 바신(Tidal Basin) 호수 저쪽에 하얀 대리석 건물인 제퍼슨 기념관이 보이고, 화사하게 만개한 벚꽃이 호수를 에워쌌다. 벚꽃나무마다 아름다운 꽃가지들을 호수로 뻗어 내린 모습들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게다가 춤추듯이 바람에 날리는 벚꽃 잎들의 모습은 더 환상적이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 잎의 세례를 받으면서 호수가 벚꽃 나무 길을 걷는 이 기쁨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바람에 흩뿌려진 꽃잎들이 호수의 표면으로 날아들어 꽃무늬를 만들어 놓았다. 꽃무늬로 수놓은 호수의 표면에 길게 그림자를 드리운 워싱턴 기념탑이 일렁이는 물결 따라 이리저리 흔들렸다.   


정면 중앙 원형 건물이 제퍼슨 기념관


 물결 따라 일렁이는 워싱턴 기념탑

호수를 향하여 가지를 길게 뻗친 벚꽃 나무의 화사한 꽃길을 따라 미국 제32대 대통령 프랑클린 루즈벨트 메모리얼을 지나서 제3대 대통령 제퍼슨의 기념관으로 갔다. 제퍼슨 기념관으로 가기 직전 호수와 포토맥강을 잇는 수로 위 다리를 건넜다. 우측에는 포토맥 강이 유유히 흐른다. 포토맥 강을 건너 팬타곤으로 가는 Goerge Mason Memorial Bridge 위로는 자동차의 물결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우리는 다리에서 내려와 제퍼슨 기념관으로 가는 호수가 길로 들어섰다.


미국 제32대 대통령 프랑클린 루즈벨트 메모리얼


제퍼슨 기념관을 들어가는 계단과 내부에는 관광객들로 붐볐다. 제퍼슨 기념관은 원형으로 된 하얀 대리석 건물로 신전처럼 웅장하다. 계단을 올라 내부로 들어가면 원형 실내의 돔형의 천정 아래 중앙에는 제퍼슨 동상이 우뚝 서있고 4곳의 벽면에 제퍼슨이 기초한 미국 독립선언문을 인용한 글을 새겨놓았다.

“제퍼슨은 미국 독립선언서의 기초자이자 제3대 대통령으로 미국 역대 대통령 중 존경 받는 한 사람이다. 박학다식한 사람으로 대통령 외에도 여러 분야에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다. 그는 원예가였고 정치인이었으며 그 외에도 법률가, 건축가, 과학자, 고고학자, 고생물학자, 작가, 발명가, 농장주, 외교관, 음악가, 그리고 버지니아 대학교의 창립자였다.”

우리는 제퍼슨 기념관 앞 계단에 앉아 잔잔하게 일렁이는 물결과 호수 둘레 벚꽃 나무들의 화려한 치장을 바라보면서 휴식을 취하였다.

이곳을 찾은 여행객들은 기념관의 모습과 함께 자신들의 모습을 좀더 아름답게 사진 속에 담으려고 포즈를 취하는가 하면 기념관의 여러 가지 모습을 담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그리고 일군의 학생들은 제퍼슨 동상과 벽면에 새겨놓은 어록에 대한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이 진지해 보였다.

땅덩어리가 넓고 부자 나라이니까 막대한 비용을 들여 엄청난 규모의 기념관을 세워놓고 미국이라는 나라가 역사는 짧지만 자신들의 역사를 좀더 위대하게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와 함께 역사적 전당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제퍼슨 기념관

제퍼슨 기념관

제퍼슨 동상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착륙하기 위하여 저공으로 비행하는 여객기들이 연이어 제퍼슨 지붕위를 지나갔다. 호수와 벚꽃 그리고 제퍼슨 기념관이 어우러진 풍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다.


오늘 타이들 바신의 벚꽃은 절정기를 막 지나고 있었다. 절정기를 막 지내면서 꽃잎을 하나둘씩 날려 보내고 있었다. 활짝 핀 절정기의 벚꽃들의 향연에서 느끼는 그 황홀감과 그 감동은 무어라 표현할 길이 없지만, 절정기를 막 넘기려는 찰나, 불어오는 바람에 꽃잎을 날리는 그 광경은 애잔함과 색다른 감흥이 꽃잎과 함께 바람에 실려 두둥실 비상하는 것 같은 낭만의 감정을 가지게 한다.

이제 호수의 벚꽃길을 벗어나왔다.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앞을 지나 시티투어 버스정류장이 있는 워싱턴 메모리얼 기념탑 부근으로 가서 백악관을 보려고 다시 버스를 탔다.


우리는 백악관 앞이 아닌 뒤쪽으로 가서 백악관을 보았다. 경계가 삼엄하였다. 그러나 관광객들은 자유롭게 사진도 찍고 비록 제한된 구역이긴 하지만 백악관을 비롯하여 주변을 관광할 수 있었다.

아이러니한 일은 백악관 바로 뒤에 노숙을 하면서 전쟁을 반대하는 일인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곳에 관광을 온 사람들이 전쟁 반대 시위자에게 성금을 내고 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따지고 보면 현대 세계의 모든 분쟁지역에 대부분 미국이 개입하지 않는 곳이 없다. 그렇다면 전쟁에 깊숙하게 개입하고 있는 미국의 대통령에게 전쟁하지 말라고 시위를 하는 것은 당연한 주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대통령 관저에서 몇 미터밖에 되지 않는곳에서 노숙을 하면서 초라한 거지의 모습으로 시위를 하는 것을 용인하는 미국. 해석이 잘 되지 않는다.

세계 최대의 강대국인 미국의 대통령이 집무하는 곳. 비록 백악관의 외부의 일부이지만, 이 백악관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왔다 간다. 우리도 백악관을 배경으로 몇 컷의 사진을 찍었다.

백악관을 배경으로

노숙을 하면서 전쟁을 반대하는 일인 시위


버스를 타기 위해 백악관을 돌아 나오는데 어느 호텔 앞에 태극기 마크를 표시한 수십대의 승용차와 합승차들이 늘어서 있었다. 태극마크를 단 이 자동차들은 박근혜 대통령 수행원들을 위한 차들인 것 같았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우리 국기를 단 수십대의 차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좀더 높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태극기 마크를 표시한  합승차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북핵 문제 때문에 미국에 와서 각국 정상들과 회담을 하는 중이다. 우리 민족의 문제를 우리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외세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다. 북핵문제는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인 동시에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어쨌든 어쩔 수 없이 외세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우리민족의 문제가 좋은 쪽으로 잘 풀려나갔으면 좋겠다.

정류장에 왔을 때는 오후 5시가 지났다. 시티투어버스 티켓은 이틀 간 유효한데, 오전부터 오후 섯 시까지만 유효하다. 오후 5시부터는 야간 티켓만 이용할 수 있다고 하여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서 유니언 역으로 갔다. 역으로 가는 중간에 맥시칸 음식점에 들려 저녁밥을 먹었다. 매릴랜드로 돌아오니 9시가 다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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