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미도
2017.2.27(일)
오늘 실미도를 다녀왔다. 원래 무의도 산행이 주목적이었는데, 마침 썰물 때라서 실미도로 가는 길이 열려있었다. 그래서 1971년 8월 23일에 일어났던 그 유명한 실미도 사건 현장을 찾아갔다. 섬을 한 바퀴 돌면서 46년 전 사건 당일의 라디오 방송내용을 회상하면서, 혹시나 특수부대의 잔흔이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보았다. 그러나 그 끔직한 사건의 현장에는 그 사건과 관련된 모든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고, 섬과 바다가 어울려 뿜어내는 아름다운 경관을 완상하려는 관광객들의 걸음만 분주하였다.
“실미도”는 강우석 감독의 영화 <실미도>로 인하여 널리 알려졌다.
1971년 8월 23일 오후. 그날은 여름방학 기간이라 집에서 라디오를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진행하던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긴급보도를 발표하였다. 무장공비가 인천에 잠입하여 시외버스를 탈취해서 총을 난사하면서 지금 서울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격앙된 아나운서의 보도에 불안감이 들었다. 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무장공비가 아니라, 실미도 수용소에 있던 특수범들이 탈출하여 서울로 잠입하는 것을 지금 진압 완료하였다는 정정보도에 조금 안심이 되었던 기억이 난다.
공작원들이 탈취했던 그 버스는 인천에서 영등포를 경유하여 수원으로 가는 시외버스였다. 수년 간 나와 같은 학교에 재직했던 ㅈ교사는 인천에서 교원연수를 마치고 영등포에 있는 집으로 가기 위하여 버스를 탔었다. 공작원들은 바로 그 ㅈ교사가 탔던 바로 그버스를 탈취하였던 것이다. ㅈ교사에 의하면 주안검문소, 부천검문소, 역곡검문소를 통과할 때 총소리 몇 번씩 났고 거침없이 영등포까지 내날려 갔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방어선에 막혀 더 이상 서울 진입이 어려워지자, 버스에 함께 타고 있던 민간인 승객들에게는 버스 바닥에 몸을 낮춰 엎드리라 하고 자폭하였다는 회고담을 들었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ㅈ교사는 공작원들이 자폭할 때 터뜨린 수류탄의 파편에 맞아 늘 그 후유증을 시달렸었다.
얼마전에 일어났던 것처럼느껴지는 "실미도 사건"도 벌써 반세기가 지나고 있으니 세월은 유수와 같다는 말이 실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