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

65세의 젊은이가 중동과 동유럽을 헤매다<47> 안탈랴 1.

어르신네 2006. 10. 16. 23:30

 

 


2005년 11월 21일(월) 맑음

날씨는 맑은데 바닷바람이 꽤 쌀쌀하다. 오늘은 해변을 많이 걸었다. 바람이  약간 불고 쌀쌀하였지만 오히려 걷기에 좋았고  또 아무리 걸어도 지루하지 않았다.


오전에는 이블리 미나레(Yivli Minare)와 그 주위를 돌아다녔다. 이블리 미나레는 13세기 실추크(Seljuk)의 술탄(Sultan) Alaeddin Keykubat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인데 우아하고 둥근 세로 홈이 있는 미나레는 이 안탈랴라는 도시의 상징이라고 한다. (Yivle Minareli Complex : It was built by the Seljuk Sultan Alaeddin Keykubat in the 13th cintury. It's elegant, fluted minaret has become the Symgal of the City.)  

줌후리예 광장에 붙어있는 이블리 모스크에서 Bay를 향해 내려가는 곳에는 각종 상점들이 들어서 있은데, 장사꾼들의 호객 행위로 인하여 길을 걸어가기가 불편할 지경이었다. 게다가 선착장에 들어서자마자 이번에는 유람선 호객꾼들이 진을 치고 배를 타라고 졸라댔다. 유람선 호객꾼들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서 Bay 끄트머리로 갔다.

 

 

 

 

선착장(Bay)

 

Bay는 천연적으로 만들어진 아주 작은 포구다.

Bay에는 울긋불긋한 깃대를 달고 있는 작은 배들로 꽉 차있다. 항구 안에 배들이 그렇게 많이 들어있는데도 물이 맑고 기름이 떠 있지 않다. 혹시 이 배들은 기름을 쓰지 않고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은 아닌가 하였는데, 항구 밖으로 빠져나가는 배들을 보니 기름을 사용하는 배들이었다. 그런데도 항구에 기름 한 방울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항구관리를 잘 하는 것 같다.

   

Bay 끄트머리 제방에 앉아서 지중해로 벋어나간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그 동안 여행하면서 쌓인 피로를 털어보려고 하였다. 무늬 파도를 일으키는 물결이 내 마음으로 옮아와서 작은 일렁임과 파문을 일으킨다.


우측은 토로스 산맥이 병풍처럼 들어섰다. 항구 뒤쪽으로는 줌후리예 광장 주변의 모스크 미나레 끝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았고, 배이를 감싸듯이 둘러있는 절벽이 항구를 아늑한 어머니의 품처럼 느끼게 했다. 나는 이 아름다운 구경거리에 마음이 빼앗겨 얼마간 움직이지 않고 부처처럼 앉아 있었다. 배들이 깨끗하고 바닷물이 맑았다. 여기의 배들은 모두 레저용으로 보였다.

물도 맑고 배들도 예쁘게 장식해서 가지런히 묶어 놓은 것도 보기 좋거니와 만(灣)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경치도 아름답고 언덕위로는 파란 하늘이 바다의 빛깔을 시샘이라도 하고 있는 듯이 바다 쪽으로 더 가까이 내려온 것 같다. 나는 오늘 하루를 이 아름다운 주변경관에 둘러싸여 있고 싶었다.

 

햇살이 강해지자 시멘트 바닥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이 힘들었다. 그래서 항구를 나와 줌후리예 광장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바로 우체국을 찾아 사랑하는 내 손녀들에게 아름다운 안탈랴의 사진을 담은 엽서를 보냈다.

중후리예 거리

 

안타튀르크 광장에서 동쪽으로 난 줌후리예 거리를 따라가면 식욕을 돋우는 식당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있다. 허름한 한 식당을 찾아 닭고기 케밥을 주문해서 먹고 남쪽 해안을 따라 걸어갔다. 차를 타고 가는 것보다 다리품은 들지만 거리를 구경하면서 걷는 것이 지리도 익히기 쉽고 구경거리도 더 많을 것 같아서 남쪽 해안을 향하여 도심을 가로질러 걸었다. 얼마 가지 않아서 도심을 벗어나 해변이 있는 곳에 닿았다. 맑고 푸른 지중해 물결이 바람결에 물비늘을 일으켰다. 창창한 바다 저 너머로 뭉게구름이 꽃처럼  피어올랐다.

안탈랴는 앞으로는 해안을 품고 뒤로는 토로스 산맥을 병풍처럼 둘러쓰고 있다. 말하자면 초승달 형태로 도시가 형성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탈랴의 남쪽 해안

 

 

남쪽으로 나있는 해변은 절벽을 이루고 있어 그 경관이 더욱 아름다우며, 해안 절벽에 부?H는 파도소리는 영원한 해변의 노래가 되어 내 마음까지 출렁이게 하였다. 해안 절벽에는 갈대같은 풀(?)이 길게 도열해 있어서 운치가 더하다. 그런데 그것이 갈대인가 했더니 갈대가 아니고 줄기는 대나무 같고 끝부분의 풀잎과 꽃과 열매는 갈대의 그것과 같았다. 바람결에 일렁이는 파도와 갈대 나무(?)의 흔들림이 화음을 이루어 주변 경관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게다가 젊은 남녀들이 갈대나무(?) 숲 사이사이의 잔디 위에서 사랑을 속삭이고 있는 모습은 환상적인 그림이었다. 오늘은 안탈랴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매몰되어 나 자신이 잃어버린 하루였다.

 

 

 

 

 

구르순르 폭포

 


조금만 더 가면 모래사장 해변을 만날 수 있다고 하였는데, 해가 너무 서쪽으로 기울었고 또 좀 지쳐서 그냥 여관으로 돌아왔다. 4시40분경에 여관에 돌아왔다.

여관에 오니 한국 젊은이가 또 왔다. 젊은이는 나와 같은 도미토리에 들었다. 타국에서 우리나라 사람이 이렇게 반갑고 좋을 수가 없다. 너무도 반가워 그의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우리 같은 방에서 지내자.”고 일방적으로 말했더니 쾌히 같이 있겠다고 하였다. 기분이 좋아 맥주를 함께 마시니 술맛이 더욱 좋았다. 그런데 내가 주책없이 과하게 마셔 말이 헤펐던 것 같았다. 그러나 기분이 좋은 하루였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젊은이들과 이국땅에서 밤늦게까지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웠다. 내겐 참으로 소중한 추억으로 남게 될 날이다.


인생은 여행이다. 삶의 질은 여정에 따라 좌우된다.

앞으로의 여정이 오늘처럼 풍성함이 기다리는 그런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믿고, 기대를 걸고, 거기에서 풍성한 일을 만들 거리를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