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

65세의 젊은이가 중동과 동유럽을 헤매다<56> 브라티슬라바

어르신네 2006. 10. 27. 18:00
 

브라티슬라바(Bratislava) 


2005년 12월 8일(목)  구름. 브라티슬라바는 맑았음. 오늘 아침도 역시 추웠다.

기차표를 살 때는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왕복 티켓이었다. 역무원에게 왕복 티켓이라는 것을 확인받았다. 빈의 서부역에서 브라티슬라바(Bratislava) 행 열차를 탔다.


오스트리아에서 슬로바키아로 가는 기차길에서 본 풍경


 

브라티슬라바 역에 내렸을 때가 9시가 조금 지나고 있었다.

열차 시간표가 있는 곳으로 가서 빈으로 돌아가는 기차시간을 알아보았다. 1시 32분에 출발하는 기차는 빈의 서부역으로 들어가고, 2시 32분에 출발하는 기차는 남부역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역무원에게 왕궁으로 가는 길을 묻었더니,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고 내가 이상하게 생겨서 그런지 빤히 쳐다보기만 하는 것이었다. 나를 도와주고 싶어 하는데 말이 안 통하니까 서로 답답하였다. 지도를 펴서 브라티슬라바 城을 가리켰다. 그제야 城으로 가는 트램 번호를 적어주었다.


93번 트램을 타고 두 정거장을 가서 내리면 길 건너 대통령 궁이 있는데, 대통령 궁 앞에서 203번이나 207번 트램으로 바꿔 타고 세 정거장을 가서 내리면 좌측 언덕 위에 큰 건물이 보이고 그 너머에 두나(다뉴브--이곳 사람들은 ‘두나’라고 합니다.) 강이 보이는데 거기가 바로 왕궁이다.

나는 그가 써 준 쪽지를 들고 쉽게 왕궁을 찾아갔다.


대통령궁

대통령  궁의 초병 모습

 

기차역 앞에서 93번 트램을 타고 대통령 궁 앞에서 내려서 대통령 궁 앞으로 갔다. 궁은 철망으로 둘러쳐졌고 초병이 그림처럼 서 있으며 철망 밖에도 여기저기 정복의 경비병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경비병들에게 철망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몸짓을 했더니 나를 끌어안으면서 못 들어가게 하였다. 그러나 철망 밖에서는 사진을 마음대로 찍게 했다.


대통령 궁은 아담한 건물이었다. 대통령 궁 현관 양쪽에 서 있는 초병의 모습이 특이해서 철망에 매달려 그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고 하는데 한 경비병이 소형인 내 소니 카메라에 관심을 보였다. 보여주었더니 렌즈에 눈을 대는 게 아닌가? 아마 디지털 카메라를 처음 만져 보는 모양이었다. 내가 피사체를 보는 방법을 알려주니 아주 신기한 듯이 카메라를 이리저리 살피고는 그 동료들을 불러서 구경시키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자 그들은 갑자기 표정들이 굳어지면서 손을 내저었다.


대통령 궁앞 광장에 있는 조각품

 

그리고 지구본처럼 생긴 조형물을 살펴보고 있는데 한 경비병이 나에게 트램 타는 곳으로 가라고 손짓을 하였다. 그때 요인을 호송하는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면서 대통령 궁으로 오고 있었다.  경비병들이 나를 트램 정거장 쪽으로 가라고 한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었던 것 같았다.

 

나는 다시 203번 트램을 타고 브라티슬라바 성으로 갔다. 이 성곽은 1811년 화제 전까지는 오스트리아 왕가의 거처였으나 1811년 화재로 많은 부분이 소실된 것을 이후에 복구하였는데, 현재의 모습은 2차세계대전 이후에 개축한 것이라고 한다. 건물의 일부는 슬로바키아 의회와 정부 청사 그리고 박물관 등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정부 청사가 있는 곳은 초병들이 그림처럼 서있는데 엄정한 것 같지는 않고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청사를 둘러볼 수 있게 하였다. 스페인에서 왔다는 한 가족 여행객이 가족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면서 나에게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말을 걸어왔는데 대화가 잘 되지 않아서 미안했다.


브라티슬라바 성

브라티슬라바 성의 위병들

브라티슬라바 성


브라티슬라바 성



브라티슬라바 성의 위병들



 

이 성은 두나(다뉴브) 강기슭 언덕 위에 위치해 있어서 유유히 흐르는 두나 강과 브라티슬라바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한눈에 굽어 볼 수 있는 곳이다. 성 바로 아래에 돋보이는 고딕건물이 바로 마틴 성당이라고 하는데, 기차 타야 할 시간 때문에, 직접 가서 보지 못하고 성에서 한참 내려다보기만 할 수밖에 없었다.


성을 돌아보고 1시 32분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려고 브라티슬라바 역으로 갔다. 오후 1시 15분이었다. 기차 안에서 먹으려고 빵을 사가지고 역 플랫폼을 찾아갔더니 그 차가 막 떠났다는 표시가 나왔다. 시계를 보니 1시 25분이었다. 다시 역사로 들어가서 기차 시간표를 확인해보니 1시 32분이라고 틀림없이 적혀 있었다. 어이가 없었다. 그 차를 놓친 사람들이 꾀 많았다. 그들도 나처럼 플랫폼에서 멀리 꼬리를 감추려는 기차를 멍한 모습으로 바라보았다.


역의 대합실 의자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다가 2시 32분에 출발하는 기차를 탔다.

남녀 두사람이 앉아 있는 칸에 들어갔다. 그들은 애인 사이인데, 남자는 오스트리아 사람이고, 여인은 슬로바키아 사람이다. 그런데 여인은 오스트리아로 갈 수가 없어서 남자가 여인을 만나러 슬로바키아로 왔다가 가는 길이라 하였다. 그들은 국경에 가까운 역에서 내렸다. 남자는 여인과 함께 내렸다가 빈으로 가는 막차를 타고 갈 것이라 하였다. 동구 사람들이 서구로 가는 데는 제한이 따르는 것 같았다.  

빈에 돌아와서 야경을 구경할까 하다가 춥기도 하고 몸이 무거워서 쉬었다.

 

城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조형물

성에서 남쪽으로 바라본  두나 강

성에서 북쪽으로 바라본 두나 강

스페인 관광객 자녀들-


죄축 높은 고딕 건물이 마틴 성당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잇는 두나 강의 다리

기차 안에서 만난 연인들

남자는 오스트리아 인 여자는 슬로바키아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