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

65세의 젊은이가 중동과 동유럽을 헤매다<59> 자그라브에 가다

어르신네 2006. 11. 1. 23:07

<자그라브에 가다>


2005년 12월 11일 (일) 맑음

이른 아침 자그라브로 가는 열차를 타려고 서둘러 민박집을 나왔다.

민박집 발리(Vali) 아주머니와 다정한 모습으로 작별 사진을 찍었다. 김양은 내가 디카에 담은 사진을 꼭 보내달라고 신신당부하였다.

부다페스트 동역에서 다 쓰고 남은 헝가리 돈으로 맥주와 빵을 사가지고 차에 올랐다.

자그라브에 도착하는 정확한 시간이 궁금하여 옆에 앉은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더니, 못 알아들은 것인지 대답하기가 귀찮아서 그런 것인지 사람을 빤히 쳐다볼 뿐 반응이 없다. 체코에서도 그런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여기 사람들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오랜 기간 전체주의 공산 사회에서 길들여진 모습은 아닌지....


부다페스트를 출발한 열차는 끝없는 평원을 달렸다 부다페스트를 떠나서 1시간 가량은 두나 강줄기를 따라 가더니 그 이후부터는 강과 떨어진 다른 지역으로 들어선 것 같았다. 10시15분경에 Siofok 역을 들어가기 전에 큰 호수가보였다. 호수와 철도 사이에는 소나무를 비롯한 상록수 숲 그리고 숲 속에는 방갈로가 빼곡하게 들어찼고, 그 주변 경관도 좋아보였다. 차장에게 호수의 이름이 무엇이냐니까 BASATON이라고 쪽지에 적어주었다. 호수가 바다처럼 넓고 아름답다.


12시 경에 출국인(出國印)을 받았다. 이어서 12시 15분경에 Gyekenyes라는 역에 정차하여 입국 심사관들이 들어와서 페스포드 검사를 하고 입국인(入國印)을 찍어주었다. 크로아티아 입국심사관들은 표정이 엄격하고 좀 위압적이었다. 심사관 중 한 사람이 내 페스포드를 살펴보면서 ‘가지고 있는 돈이 얼마냐?’, ‘그 돈을 보이라.’고 하였다. 무슨 말인지 모른 체했더니 그냥 지나갔다. 

이어 차장이 검표하였다. 차장에게 자그fp브(Zagreb) 도착예정 시간을 물었더니 오후 1시 50분경에 도착할 것이라면서 내 수첩에 친절하게 도착 시간을 적어주었다.


기차가 Gyekenyes에서 출발할 때 오던 방향으로 되돌아 나갔다. 아마 노선의 방향을 바꿔 잡은 것 같다. Koprivnica라는 역을 지나면서부터는 앝은 산과 언덕에 산림이 울창하다. 음지에는 눈이 쌓였고 대지가 꽁꽁 얼어붙은 것 같았다.

1시 30분에 검표원이 일부러 찾아와서 이차는 이탈리아까지 가는 차인데 다음 역에서 내릴 준비를 하라고 친절하게 일러주었다.

(부다페스트에서 차를 탔을 때는 승객이 별로 없었다. 자그레브로 가는 기차인지 다시 확인하고 싶었는데 사람을 만날 수 없어서 답답하였다. 통로로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없었다. 물론 나중에 차장과 판매원들에게 묻기는 했지만 부다페스트에서 자그레브까지 6인실을 전세 낸 것처럼 혼자 앉아왔다.   

이스탄불에서 만났던 젊은 한국인부부(유00 김00)의 말이 자그레브 역에 내리면 대합실에 일본인 삐끼가 나타날 것이니 그를 따라 가면 호스텔에 안내 받을 수 있을 것이라  하였다. 그래서 만약에 그를 못 만나면 역 앞에서 적당한 호텔에 들어갈 생각을 하였는데, 마침 그를 만나서 저렴한 가격의 호스텔(1박에 16유로)을 이용할 수 있었다.

호스텔에서 주방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슈퍼마켓에서 쌀과 부식 과일 등을 사가지고 와서 저녁 식사를 해결했다.

자그레브의 거리는 오래된 건물들이 육중한 모습으로 늘어섰다. 오래된 건물들이라서 어두침침한 빛깔을 뒤집어쓴 것이 보이긴 하지만 건물이 풍기는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슈퍼마켓에 갔다가 돌아올 때 성당이 있어서 들어가 보았다. 신부님이 저녁 미사를 집전하고 있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도 없고 미사 형식도 좀 익숙하지 않아서 혼자 주모경만 바치고 나왔다.


자르라브에서 처음 들렸던 성당



저녁에는 피곤하여 잠자리에 일찍 들어 누웠으나 옆 사람들이 자꾸 들락거리는 소리에 쉽게 잠들지 못하였다. 그래서 포도주를 좀 마시고 잠을 청하여 억지로 잠들었던 것 같다.  


부다페스트 민박집 아주머니(일명 노랑잠바 아주머니)의 작별 기념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