첸나이(Chenai)
2006년 3월 5일 (일) 맑음
오늘 새벽에 너무 일찍 깨어서 모기와 한바탕 전쟁을 했다. 옆방이나 다른 방에서도 좀 시끄럽게 느꼈을 것이다. 모기향을 두개씩이나 피웠는데도 이놈들의 극성을 당해 낼 도리가 없었다.
7시에 체크아웃하고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그런데 버스 출발시간이 7시 30분이라더니 8시가 넘어서야 출발하였다. 웬 거지가 조그만 동네에 그리도 많은지 50여분을 기다리는 동안에 한 20여명이 구걸을 하러 온 것 같다. 한 노파는 2루피를 주었는데 이번에는 목걸이를 가지고 왔다. 10루피를 주고 샀다.
8시에 마말라뿌럼을 출발한 버스가 벵골 만 해협을 끼고 난 도로를 따라 시원하게 달렸다. 바다가 보이는 길은 시원하고 기분도 좋았다. 버스에 탄 승객들은 동양인인 내가 신기해 보였는지 모두 내게로 시선을 보내는 것 같았다.
10시에 첸나이에 도착하였다. 가이드북에는 마말라뿌럼에서 첸나이로 오는 버스는 센트럴 역 가까운 조지타운이 종착역으로 되었는데, 시 외곽지대인 종합터미널로 들어갔다.
순경에게 에그모어 기차역(Egmore Railway Station)으로 가는 방법을 물었더니 27D를 차라고 했다. 시내버스는 시외버스 터미널 건물에서 밖으로 나오면 버스의 번호별로 대기하고 있다.
시내버스 27D를 타고 에그모어 역까지 가는 거리가 상당히 멀다. 버스 요금도 거리에 따라 달랐다(4루피).
에그모어 역 앞에 있는 Hotel Imperial Classic(일박에 200루피)에 숙소를 정하였다.
대한항공 편은 19일과 21일에 있는데, 비자 만료일이 3월 21일이라서 19일에는 뭄바이에서 비행기를 타고 출국하여야 한다. 그래서 짐을 정리한 다음 바로 에그모어 역으로 가서 16일 22시 꼴까따 하우라 역을 출발하여 뭄바이 CST에 18일 11시에 도착하는 3AC표를 샀다. 그런데 대기표(WL-17번 )였다. 예약을 취소하는 사람이 17명 이상이 있어야 차를 탈 수가 있다. 꼴까따에서 뭄바이까지 기차로 보통 34~38시간이 소요된다. 11일 앞서서 예매했는데도 대기표밖에 없었다. 그러나 11일을 지나는 동안 취소하는 사람이 17명 이상은 생길 것이라고 하였다.
다음 행선지인 부바네쉬와르 행 기차는 센트럴 트레인 스테이션(Central Train Station)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역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하여 찾아 갔다. 거리에 나서니 사람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오토릭샤, 환전상, 노점상, 행상하는 사람들이 이리떼가 먹이를 발견한 것처럼 나를 불러댔다. 심지어 거지들까지 달려와서 당연히 받아야할 돈을 달라는 식이다. 일일이 좋은 낯으로 응대해 주기도 지쳤다.
에그모어 역 뒤쪽에 성 앤드류 성당(영국 성공회)을 찾아가 보았다. 한낮 햇살이 따가웠다. 언덕을 올라 철교를 건너서 한참 내려갔다. 교회는 넓은 대지 위의 교회건물은 첨탑이 높이 솟았고 내부는 원형으로 중간에 중동의 유적지에서 보았던 석주와 같은 형태의 원주들이 중앙 통로를 감싸듯이 둘러 있는데 장엄하다. 그리고 중앙의 원형 돔은 로마의 만신전(萬神殿:Pantheon)의 돔처럼 성당 중앙의 홀과 일체감을 느끼게 하였다. 입구에도 석주들이 두 줄로 웅장한 모습으로 현관을 받치고 있다.
교회를 나와서 큰길로 나가려는데 오토릭샤 한 대가 내 앞에 와서 멈추더니 무조건 타라는 것이었다. 나는 걸어서 센트럴 트레인 스테이션으로 갈 것이라 하였더니 여기서 4km 이상되는 거리라면서 자기 오토릭샤를 타야 된다는 것을 무시하고 걸었다.
해가 염열을 토해내는 시간대라서 걷기가 힘들었다. 오토릭샤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되었다. 그의 말대로 상당히 먼 거리였다. Corporation of Chennai와 첸나이 의과대학병원 건물 그리고 Southern Station을 지나서 중앙역이 있었다. 인도 4대 도시의 중앙역답게 역사(驛舍)가 웅장하고 규모가 컸다.
기왕 나선 김에 George Town도 돌아보려고 SETC 버스 정류소로 올라가 보았다. 의과대학 치과대학 간호대학 건물들을 지나서 Fort Train Station이 있는 곳까지 걸어갔다. 조금 더 올라갔더니 붉은 모스크 식 지붕을 가진 국립법률대학이 보였다.
다리도 아프고 아스팔트가 파인 도로를 지나는 차들이 일으키는 먼지를 자꾸 마시기도 거북하고 해서 27D번 버스를 타고 여관으로 돌아왔다.
아직 해가 많이 남아서 인터넷 방에 들어가서 귀국할 때 타고 갈 비행기 시간과 여분의 좌석을 확인해 보았다. 19일 4시 30분, 21일 4시 30이다.
여관에 돌아와서 저녁에 샤워를 하였더니 완전히 소금물이었다.
2006년 3월 6일(월) 맑음
첸나이 모기는 바지소매 안으로 파고 들어와서 문다. 여우같은 모기!
정말로 남인도 여행을 하면서 모기가 지겨웠다. 그러나 그러려니 하고 참고 여행을 했는데 이젠 한계가 왔나보다. 인도 남부의 모기는 인내하기에 참으로 힘들다.
아침부터 여간 덥지 않다. 오늘은 손녀들에게 엽서 붙이고 시내 구경하다가 인터넷 좀 하고 쉬었다. 내일 아침부터 30시간 이상 기차를 타야 하니까......
몸에 소금기가 끈적거려서, 대형 플라스틱 통에 담아 파는 물을 사서 그 물로 몸을 닦아냈다. 여행을 하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된다.
에그모어 역 앞 샛길을 빠져나가 Pantheon Rd로 해서 Montieth Rd를 지나 오수(汚水)가 흘러 역한 냄새가 풍기는 굼 강(Cooum River)을 건너 Mount Rd(Anna Salai)로 갔다. 좀 멀리서 굼 강을 보았을 때, 강변으로 심어진 크고 멋진 나무들이 숲을 이루어 그 부근에서 쉬었다가 가리라고 생각했다가 강에서 올라오는 역한 냄새에 그만 질색을 했다.
강을 가로지른 다리를 막 지나오니 그늘에 앉아 있던 거지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줄지어 손을 내미는 것이었다. 거지들을 피해 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길로 걸어서 갔다. 가만히 지켜보니 대부분의 행인들이 그늘에 앉아 있는 거지들을 피해서 가고 있었다.
여행 안내소(Tourist Information office)를 찾아갔다. 직원들이 무척 친절했다. 그들은 쇼핑센터부터 소개했다. 이곳이 번화가 중심지역이라면서 첸나이는 IT산업의 중심지로서 훌륭한 상품이 이 거리에 많다고 하였다.
Mount Rd(Anna Salai)는 첸나이에서 깨끗하고 큰 거리인 것 같았다. Spencer Plaza와 같은 대형 쇼핑 몰도 있고, American Exp 등 대형 현대 건물들이 도로변을 매웠다. 번화가의 중심지역에 삼성의 핸드 폰 대형 광고판이 보였다. 역시 삼성은 어딜 가나 그 도시의 가장 중심지에 버티고 있었다.
Lonely Planet에서 소개한 음식점 Gyan Vaishnav Punjabi Dhaba를 찾았다. 2003년도 기준으로 50루피 정도면 된다고 소개하였기에 큰 맘 먹고 찾았다. 그리고 스페셜로 달라고 했더니 음식이 정갈하고 서비스가 마음에 들었다. 150루피가 나왔다. 보통 음식점에서 30루피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괜히 호기를 부려 낭비만 했다.
돌아오는 길에 Government Museum 입장을 망설이면서 고가 도로 아래 그늘에 앉아 쉬고 있었다. 그때 어떤 꾀죄죄한 인도인이 몇 년 지기(知己)를 만난 사람처럼 내 옆에 와서 앉았다. 그는 50세이며 선박회사에서 일하다가 퇴직하고 지금은 놀고 있다고 묻지도 않은 말을 했다. 말하는 것으로 보아 머리에 좀 든 것이 있는 사람 같았다. 현재 인도 정부의 노동 정책과 실업자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걱정했다. 일본은 대형 기업들이 일본인들을 먹여 살리면서 일본이라는 잘 사는 나라를 운영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한국도 이코노미 정책이 성공해서 세계적인 기업 현대 삼성 럭키가 있고 그 성공한 기업이 국민을 먹여 살리고 있지 않느냐고 하였다. 그가 하는 말을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다가 다른 문제(혹시 돈을 달라고 손을 내밀지 않을까)가 생기기 전에 그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 여관으로 돌아왔다.
여관에 돌아와서 인터넷 방에 갔더니, 어제께는 괜찮았는데, 오늘은 속도가 너무 느려서 메일(mail) 몇 개만 확인했을 뿐 시간과 돈만 낭비했다.
첸나이에서 지리를 익히려고 의도적으로 거리를 걸어 다녔다. 그런데 오토릭샤 왈라들의 행포에 진절머리가 났다. 인도와 차도의 경계가 없는 길을 걸어갈 때, 오토릭샤가 내 옆으로 바짝 다가와서 나를 깜짝 놀라게 해놓고는 자기 오토릭샤를 타라고 하였다. 그러고는 Temple 이름을 늘어놓거나 아주 싸게 물건을 사는 곳(Shopping center)으로 안내하겠다고 하였다. 한두 명이 아니다. 모든 오토릭샤들이 다 그런 것 같았다. 참으로 귀찮게 군다. 길을 가다가 보면 의도적으로 내 앞을 가로 막아 서기도 하고 내 옆으로 바짝 붙어서 지나가기도 하였다. 그들은 눈만 마주 치면 십 년 지기라도 만난 것처럼 아주 다정하게 다가온다. 그리고는 천연덕스럽게 자기 오토릭샤에 올라앉으라고 한다. 그들이 그렇게 해야 하는 사정도 딱해 보인다. 역사(驛舍)나 버스 정거장 부근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오토릭샤, 손님이 없어 아예 낮잠을 자느라고 길 구석에 세워놓은 오토릭샤, 거리를 달리고 있는 것들도 80% 이상이 빈 오토릭샤들이다. 출퇴근 시간에는 어떤지 지켜보지 않았지만 그 많은 오토릭샤들이 다 가동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니 외국인만 보면 현지인들보다 가격도 좋게 받을 수 있고, 또 많이 이용하기도 하니, 외국인만 나타나면 자기의 오토릭샤를 타라고 성화를 하는 것 같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첸나이 뿐 아니라 인도 전체가 그런 것 같다. 하여간 인도의 골치덩어리 가운데 하나가 이 오토릭샤일 것 같다. 실업문제와도 연결이 될 것 같고, 공해문제와도 심각한 상관이 있다. 하여간 오토릭샤가 뿜어내는 매연은 인도를 매연의 나라로 인식하게 한다.
오늘 낮에는 간간히 바람이 불어주고 그늘에서는 선선하기도 하였다. 햇볕은 따가웠지만 무덥지는 않았다.
내일은 부바네쉬와르(Bhubaneshwar) 행 기차를 타야한다. 부바네쉬와르에 대한 정보를 다시 확인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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