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5)
다섯째 날, 브라이스(Bryce) 캐니언과 자이언(Zion) 캐니언
6시50분에 솔트 레이크 시티의 여관(마라다 여관[Ramada Inn])에서 브라이스 캐니언과 자니언 캐니언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오늘도 아주 쾌청했다. 오늘 버스를 타고 지나온 지역은 대부분 준 사막지역으로 보였다. 척박한 토양이라서 개간을 하지 않은 것인지 미개간지가 대부분이며 간간히 보이는 농장이나 목축장의 초지들은 대부분 대형 살수(撒水) 시설을 가동하였다.
10시 10분경에 15번 도로를 벗어나 산길을 약 30분 간 달려서 89도로를 만났다.
11시 40분경 드디어 '레드 캐니언(Red canyon)'이라는 팻말이 세워진 브라이스의 진입로를 들어섰다. 입구부터 범상치 않았다. 들어가는 길 양편으로 푸른 나무 이외에는 모두가 진홍빛 기암기석이었다.
자연이 만든 아취 터널을 지나서 브라이스 포인트에 도착하여 아래로 혹은 전방 좌우로 또는 전방 저 멀리까지 뻗어 있는 기기묘묘한 형상들에 감탄하면서 아름다움에 취하여 발이 한동안 얼어붙었었다.
선세트 포인트(Sunset Point)에서는 바로 턱 아래, 손에 잡힐 듯이 가까이 보이는 붉은 색의 봉우리 봉우리들이 아름다운 여러 가지 자태를 뽐내면서 관광객들의 넋을 빨아들였다. 선세트 포인트에서는 일몰광경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런 것을 고려하고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몰광경을 보고 싶어도 그런 욕심을 낼 수가 없다. 일몰 시각이 아닌 한낮에 보아도 이렇게 아름다워 넋이 빠질 지경인데 일몰이 연출하는 색과 빛의 향연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 것인가?
제한된 시간에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다니면서 이 아름다운 광경을 빠뜨리지 않고 내 기억 속에 담아 둘 수 있을까. 이 기기묘묘한 봉우리들을 좀더 가까이에서 보려고 아래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보았다. 성벽처럼 생긴 단애사이로 미로처럼 나 있는 길이 나에게 자꾸 내려오라고 손짓했다. 그러나 우리 일행들이 나를 따라 내려오다가 모두 되돌아갔기 때문에 조금 더 내려가다가 도로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
성벽처럼 높이 솟은 기봉들은 붉은 빛의 지층이 하얀 구름으로 수놓은 하늘에 닿아 있는 그 아름다움은 무어라 형용하기 어렵다. 이 아름다운 광경을 잠깐 보고 돌아가야 하다니, 여기까지 오기를 얼마나 고대하고 고대했던가! ‘또 다시 와 보기 어려울 텐데‘라고 생각하니 돌아서는 발걸음이 너무나 아쉬웠다. 아름다운 요정들이 봉우리 사이를 숨바꼭질하면서 신나는 놀이판을 벌이고 있는 것 같은 신비의 세계였다. 흰 띠를 두른 붉은 군상(群像)들이 파란 하늘을 떠받치고 있고 파란 하늘에는 깃털보다 더 부드럽고 고운 흰 구름이 두둥실 떠 있다. 파란 하늘 하얀 구름 아래에 자연이 빚어놓은 정교한 조각품은 걸작중의 걸작이다.
오후 15시에 브라이스 캐니언에서 출발하여 16시 10분경에 자이언 캐년 입구에 들어섰다.
브라이스 캐니언에서 자이언 캐니언으로 오는 길 주변은 초목이 무성한 곳도 보였지만, 대부분 산이 붉은 색의 지층을 이루었으며, 나무들이 듬성듬성한 삭막한 바위산들이었다.
우리가 자이언 캐니언 입구에 들어서자 바둑판처럼 정교하게 가로 세로 선을 그어놓고 우뚝하게 선 거대한 바위산이 맞이하였다. 좌우로 우리를 에워싼 산들이 웅대하고 위압적이다.
브라이스 캐니언은 고원지대에 협곡이 형성되면서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석회암과 사암으로 된 기둥과 벽들이 조각된 곳인데 높은 고원지대에서 아래로 내려다보거나, 아래쪽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면서 볼 수가 있다. 그러나 자이언 캐년은 깊은 협곡 높은 절벽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가면서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조각된 다양한 기암기석들을 쳐다보아야 했다.
우리는 장대한 암석들의 위압에 입을 벌릴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또 암벽을 뚫고 만든 터널을 지나서 터널 밖에 아슬아슬하게 갈지자 형태로 내려가는 길은 현기증이 느껴졌다. 터널 밖에 버티고 서 있는 거대한 바위산들이 또한 볼거리였다.
거기서 한 시간 정도 더 내려가면 더 많은 볼거리로, 호수도 있고 야생동물도 만날 수 있다고 하는데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거기서 되돌아가야 한다고 하여 또 아쉬움을 가지게 되었다.
브라이스 캐니언이 여성적이라면 자이언 캐니언은 웅장하고 남성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6시경에 자이언 캐년에서 89번 도로로 나와서 오늘 저녁에 묵을 아리조나 주의 페이지(Page)로 향하였다.
페이지로 가는 노변에도 볼거리가 많았다. 버스가 진행하는 좌변은 대체로 높은 언덕과 같은 산지로 이루어졌고 우측은 간간히 산들도 보였지만 대부분 분지의 평원이었다. 좌측 산들은 석회석의 띠를 두른 진홍색 지층이 한결같이 이어지고 평지의 흙의 색깔들도 모두 붉은 색이었다. 또 그랜드 캐니언 댐이 가까운 어떤 지역에는 떡시루처럼 정교하게 색깔을 달리 형성하고 있는 지층이 유달리 눈길을 끌었다.
그랜드 캐년 댐 주변 지역은 붉은 물감을 풀어 놓은 듯이 저녁놀에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아주 메마른 땅으로 식물도 거의 없었으며, 그런 척박한 땅이 인디언들의 보호구역이라 한다. 듬성듬성 허름한 집들이 보였는데 그것은 인디언들이 사는 집이라 하였다.
이땅의 원 주인이었던 그들은 백인들에게 무자비하게 도륙당하고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은 살기 좋고 비옥한 평야지대의 땅을 백인들에게 내어주고 지금은 보호지역이라는 명목으로 지정한 불모지와 척박한 땅이나 고산 지대에 내몰려 있다. 힘이 없으면 그렇게 되는 것이 인류의 역사였다.
우리 민족도 문전옥답을 일본인들에게 내어주고 만주벌판으로 내몰렸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지리상으로 우리나라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비정하게 무력행사를 서슴없이 행하는 강대국 사이에 있다. 우리에게 힘이 없으면 언제 어떤 고난을 만나게 될지 모른다.
우리는 지난 세대가 겪었던 치욕의 역사를 냉정하게 되돌아 보아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 민족이 더 잘 살아 갈 길을 끊임없이 모색하기 위하여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세계인이 인정하고 무시할 수 없도록 세계적인 훌륭한 인재를 많이 배출하고,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어느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도록 국력을 키우야 한다.
8시 30분경 그랜드 캐니언 댐 위로 난 다리를 건너니 바로 애리조나 주의 페이지(Page)였다. 북쪽 고원지대에서 선선한 공기만 쐬다가 버스에서 페이지에 내리니 낮에 햇볕에 달궈진 아스팔트에서 열기가 얼굴에 확 끼얹혀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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