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

미국 로키(3) - 옐로스톤

어르신네 2008. 7. 22. 14:10

  미국 로키(3)

셋째 날, 옐로스톤( Yelloswton)

아침 공기는 쌀쌀하였지만(°F 42도) 날씨가 쾌청했다. 버스를 타고 옐로스톤 공원으로 들어가는 일행들의 얼굴이 환했다. 이틀간의 장거리 여행에도 불구하고 모든 분들이 낙오 없이 버스에 오르셨다.

 

옐로스톤 레이크 같은 방대한 호수와 폭포 등 천혜의 자연을 모두 관광하고 동식물들을 알뜰하게 관찰하려면 여러 날을 묵어야 한다는데 우리는 고작 하루 일정이니 수박겉핥기가 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옐로스톤의 진수(眞髓)만 찾아간다니 그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공원으로 들어서니 전나무들과 맑은 강물이 반겼다. 화마(火魔)가 할퀴고 간 자리에 새 나무들이 자라서 아직 어리긴 하지만 제법 숲을 이루었으며 불타서 죽은 나무들과 고사목들이 장승처럼 숲속을 지키고 있다.

 

공원에 들어가는 길에 들어서 있는 버펄로가 비켜주기를 기다리기도 하였다. 공원으로 들어가는 길옆으로는 매디슨 강(Madison River) 흐르고 있다. 은빛처럼 반짝이며 흐르는 강물, 연녹색의 전나무 숲과 파란 하늘 그리고 깃털같은 부드러운 구름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졌다.

 

이어 하얀 수증기를 뿜어내는 간헐천들이 보였다.

옐로스톤 국립공원 내에 있는 간헐천은 세계 간헐천의 절반을 품고 있다고 하는데, 북위 45도에 가깝고 고원 지대라서 겨울이 길어 혹독한 추위가 몰아치는 곳이지만 간헐천 부근에는 지열이 뿜어져 나오기 때문에 동물들이 서식하기에 좋다고 한다. 그래서 옐로스톤에는 미국에서 야생동물들이 가장 많이 밀집해 있다고 한다.

 

처음에 들렸던 간헐천은 파이어홀 강(Firehole River)을 따라 발달한 온천 지구였다. 넓고 깊은 웅덩이처럼 생긴 간헐천의 파란 물에서 수증기를 뿜어내어 주변으로 넓게 흩날렸다. 계속하여 온천수가 솟구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온천수가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곳도 있다. 석회석 성분과 철분을 가진 온천수가 흘러 내리면서 주변을 붉게 혹은 희게 물들였다. 온천수가 흘러내리는 곳에는 미생물이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날씨가 쌀쌀하니까 이곳을 찾아온 것인지 미생물을 잡아먹으려 왔는지 온천수가 흘러내리다가 고인 웅덩이 주위에는 아주 작고 예쁜 새들이 몰려와 있었다.

 

간헐천 부근 푸른 풀밭은 버펄로와 사슴과 토키들이 아주 여유롭고 한가하게 풀을 뜯고 있는 평화롭고 천국과 같은 광경이었다.

 

10시 30분경 옐로스토공원 안의 지열지대가 가장 많이 모여 있다는 올드 페이스펄(Old Faithful)로 가서 규모가 가장 큰 간헐천의 분출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모여있는 군중 속으로 들어갔다. 메인(main) 분출구의 70~80m 밖의 둘레에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제방을 쌓아놓고, 제방 위에 둥그렇게 의자를 설치하여 거기에 앉거나 서서 간헐천의 분출모습을 지켜보도록 하였다.

11시 20분 간헐천의 분출이 시작되어 하늘 높이 솟구치기를 5분정도 계속하였다. 가슴을 조이며 기다렸던 군중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울렸다.

증기만 모락모락 올라오더니 11시 20분경에 물줄기가 치솟기 시작하여 솟구치는 물줄기를 따라 수중기가 하늘로 날아가는 것이 환상적이었다. 흰 수증기와 함께 간헐천이 토해내는 물줄기가 파란 하늘을 향하여 솟구치는 모습은 한마디로 장관이었다. 처음에는 증기와 함께 톡톡 튀어나오던 물줄기가 하늘을 향하여 높이 날아오르며 솟구치는 물줄기도 볼만하였지만 하얀 수증기가 깃털처럼 파란 하늘을 유영하다가 사라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분출구에서 물줄기가 어찌나 세차게 튀어 오르던지 그 속으로 뛰어 들어가고 싶었다. 그러나 분출구에서 솟아오른 물의 온도는 섭씨 70도에 가까워 사람이 접근하였다가는 화상을 입게 된다고 한다.

분출이 자자들자 아직도 간헐천 분출의 장관에 대한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서성이다가 아쉬움을 가지고 모두 자리를 떠야 했다.

 

부근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기분 강(Gibbon River)을 따라 올라갔다. 기븐 강을 따라 오르는 길목 곳곳에도 간헐천이 보였으며, 주위의 풀밭에는 버펄로를 비롯한 야생동물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모습이 참으로 평화로웠다.

 

기븐 폴(Gibbon Fall)의 장쾌한 광경을 보고 다시 산길을 따라 캐년 빌리지(canyon village)의 로우 폴(Lawer Fall)과 우퍼 폴(Upper Fall)이 있는 곳으로 향하였다. 요란한 물소리를 들으면서 숲길을 따라 간 곳은 로우 폭포였다.

이 폭포를 타고 흐르는 강을 옐로우스톤 강(Yellowstone River)이라 하는데, 폭포의 높이가 94미터(308ft)라고 한다. 우리는 로우 폭포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았기 때문에 그 높이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강의 엄청난 수량(水量)이 은빛 물결을 일으키면서 계곡을 도도하게 그리고 청청하게 흘러내리다가 폭포를 만나 곤두박질치고 천지를 진동하는 굉음을 발하였다. 그리고 하얀 포말 위로 여러 개의 무지개를 만들어 폭포위에 걸쳐놓았다. 이 엄청난 광경에 모두 넋을 잃은 지경이었다.

폭포를 보고 위로 올라오면서 저 위에서 흘러내리는 강을 쳐다보았다. 거기에 또 한폭의 잊을 수 없는 그림이 있었다.

깃털처럼 예쁜 하얀 구름을 둥실둥실 띄운 파란 하늘, 청청한 숲속, 구름처럼 흰 포말을 보듬고 하늘처럼 맑고 푸른게 흐르는 강물, 그리고 강물을 어루만지면서 어서어서 가라고 물길을 재촉하는 바위들이 어우러진 아름다움 광경은 발길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다.

 

이어 어퍼 폴스 뷰(Upper Falls View)로 가보았다. 이 곳에서 보이는 계곡을 흐르는 강물은 조금 전에 보았던 로우 폭포와 같은 물줄기이다. 그런데, 로우 폭포에서는 폭포 주위만 볼 수 있는 곳이었지만, 어퍼 폴스 뷰에서는 옐로스톤 그랜드 캐년(Yellowstone Grand Canyon) 대부분을 한눈에 다 조망할 수 있는 곳이었다.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계곡은 눈이 닿지 못할 것 같이 깊어보였고 앞으로 바라다보이는 계곡의 벽들은 오랜 세월의 풍화작용으로 인하여 여러 가지 형상으로 조각되어 기묘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캐년의 저 위에서 흘러내리는 옐로스톤 강은 거대한 계곡 바닥에 흰 비단천을 길게 깔아놓은 형상이었다. 캐년의 벽면으로 난 길을 계곡 바닥을 탐사하러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기막힌 광경을 잠시만 보고 간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캐년 빌리지의 장대한 구경거리를 뒤로 하고,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매머드 핫 스프링스(Mammoth Hot Springs)로 향하였다. 곧게 자란 울창한 숲을 달리다가 최근에 산불피해를 입은 지역을 지나기도 하였다. 산불 피해 지역이 엄청 넓어 보였다. 많은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이렇게 아름다운 세계적인 공원이 저토록 큰 산불 피해를 입도록 방치해 두었다는 것이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매머드 핫 스프링스는 북미 대륙에서 가장 오랫동안 활동을 지속한 지열지대라고 한다. 이곳에 도착했을 때 제일 먼저 우리를 반겨준 것은 사슴들이었다. 도로변에 사슴 무리가 차와 사람을 겁내지 않고 유유히 활보하기도 하고 숲 속에서 풀을 뜯기도 하였다. 온천 주위에는 야생동물들이 많이 모여 든다고 하는데 그래서 사슴들이 많이 몰려와 있는 것 같다.

매머드 핫 스프링스의 테라스(Terrace)에서 과거에는 많은 온천수가 흘러내렸던 모양이다. 지금은 그 양이 줄어들어 테라스 여기저기에 온천이 말라서 온천이었다는 흔적만 남겨진 곳이 많이 보였다. 온천수가 흘러내리면서 석회가 가라앉아 테라스 전체가 하얀 석회층으로 이루어졌다. 매인 테라스(Main Terrace)에서 내려다볼 때 우측에는 아직도 온천 분출하고 있었다.

매머드의 테라스를 둘러보면서 온천수가 흐른 곳 일대가 눈이 온 것처럼 하얀 석회로 덮인 터키의 파묵칼레의 광경이 떠올랐다. 2세기부터 시작되었다는 페르가몬 왕국의 성스러운 도시 히에라 폴리스(Hiera polis)의 유적지에서 흘러나온 온천수가 테라스를 형성하고 거기에 고였던 온천수에서 석회성분들이 가라앉아 넓은 언덕 전체를 눈이 쌓인 것처럼 하얗게 해 놓은 것이다. 파묵칼레는 히에라 폴리스보다 하얗게 물들은 광활한 언덕이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진 것 같았다.

 

웨스트 옐로스톤으로 돌아오면서 옐로스톤의 나머지 부분을 그대로 놓고 간다는 것이 너무나 서운했다. 버스 뒤쪽에서 간헐천의 하얀 수증기가 피어오르면서 ‘안녕’이라고 손을 흔들어주는 것 같았다.

 

자연은 인간에게 겸손의 미덕을 가르친다. 분수에 넘치지 말고 절제하라고 한다. 오만하게 굴고 과욕을 부리면 재앙이 돌아온다. 옐로스톤이 오늘날 이만큼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게 된 것은 욕심을 품고 자연을 파괴했다가 재앙을 자초했던 인간의 역사가 깨우쳐 준 것이다.

 

옐로스톤! 말로만 듣고, 그리고 그리던 엘로스톤이었다. 눈을 감고 옐로스톤의 여러 가지 광경들을 떠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