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

미국 로키(2)

어르신네 2008. 7. 20. 17:26

  미국 로키(2)

 

둘째날, 와이오밍 -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모두 겪다

 

어저께 새벽 4시20분에 달라스를 출발하여 밤 11시30분에 와이오밍(Wyoming) 주 래라미(Laramie)까지 오는 동안 중간중간에 휴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장시간을 버스에서 시달렸을 7, 80대 어르신들께서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르신들께서는 아침에 일찍 여관의 뜰에 나와서 체조로 몸을 풀고 있었다. 60대 후반의 끝자락에 와있는 나로서는 여간 부러운 게 아니었다.

‘나도 저 나이가 되어서 저렇게 건강을 유지할 수가 있을까’

래라미의 아침은 우리나라의 늦가을 아침처럼 쌀쌀하였지만 아주 상쾌하였고,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땅으로 막 쏟아져 내려올 것 같았다. 하늘과 땅이 한결 가까워진 것 같았다. 래라미의 하늘은 이렇게 맑은데 오늘 옐로스톤(Yellowstone)은 궂은 날씨라고 하였다.

 

여관을 7시에 출발하여 80번 도로에 진입한 버스는 해발 10000피트가 넘는 와이오밍 주의 중심지인 로키 산맥의 중간 고지를 계속 올라갔다. 래라미 서쪽 메디신 보우 산맥 정상에는 하얀 눈이 덮였으며 버스가 달리고 있는 전방과 우측 고원에는 광활한 초원이 전개되었다. 고원 지대의 초원이 산상(山上)의 설원(雪原)으로 이어지는 풍경은 참으로 멋지다.

 

산위에 있던 눈[雪]이 어느 사이에 우리가 타고 달리는 버스길 옆에까지 내려와서 무더기 무더기 쌓여 있는 것이 보였다. 지금은 한 여름인데도 아직 상당한 두께로 쌓여 있었으며 계속 녹고 있는 중인 것 같았다.

 

버스 밖에서는 바람이 세차게 불어 나무들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으며 바람이 세찬 지역이라 그런지 풍력차를 많이 설치해 놓았다.

그리고 도로변 산허리에 목책선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그것은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고 바람이 심하게 불기 때문에 눈이 바람에 날려서 도로에 쌓이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고원의 드넓은 벌판은 큰 나무들은 없고 키가 아주 작은 나무들이나 풀밭으로 이루어졌으며 소 떼들을 방목해 놓기도 했고, 또 어떤 곳은 사막처럼 메마른 분지를 이루기도 하였으며 목장과 멀리 떨어진 분지에서는 간간히 고라니 비슷한 야생 동물들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오전 9시경 준령을 넘어 험준한 산악지대에 위치한 로우린스 시티(Rawlins city)에서 (80번 도로에서) 287번 도로로 바꿔 탄 버스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계속 오르고 내리고 했다.

10시 40분경 Jeffrey City를 지나면서 좌측의 초원으로 이루어진 산과 우측의 기묘하게 생긴 적색 돌산을 끼고 발달한 작은 분지는 대부분 초원으로 전형적인 목장이다.

분지의 초원, 한가하게 풀을 뜯고 있는 소들. 초원의 한쪽에 몇 그루의 나무들과 함께 아담하게 자리 잡은 가옥들, 초원이 멀리 산상으로 이어지면서 설원을 만나는 그 아름다운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초원을 한 시간 정도 달려서 랜더(Lander city)에 도착하여 맥도날드에서 점심식사를 해결하였다.

랜더는 산협에 자리잡은 아담한 도시로 인디언 보호구역(Winder River Indian Reservation)과 가까우며 야외 활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사는 곳이라 한다. 랜더는 만년 빙하가 덮인 높은 산맥(Wind River Range)의 발치에 있어서 여러 가지 야외활동을 하기에 좋은 곳이라 한다.

 

12시45분에 랜더 시내를 벗어나자 랜더로 들어올 때 보았던 풍경이 계속되었다. 그러다가 도로가 언덕 아래로 깊숙이 빠졌다가 다시 오르기를 수차례 거듭하더니 또 드넓은 초원으로 이어지고 가끔 호수도 보였다. 초원의 끝자락에는 산봉우리들이 눈을 뒤집어쓰고 하늘에 맞닿았다.

고원에는 대단위 농작물 단지도 보였고, 방목한 소와 넓은 초지에 살수 시설을 해 놓은 곳들도 많이 보였다. 그러나 고원지대의 대부분은 야생돌물들이 살아가는 황무지로 버려져 있다.

 

1시 40분 두보이스(Dubois city)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랜더 시내를 들고 날 때 보았던 것처럼, 두보이스에서도 시내를 들어서기 전부터 진행 방향의 우측에는 수목이 없는 석회석을 포함한 적토층이 풍화작용을 입어 조각이 된 기묘한 형상들을 계속 보여왔고, 좌측은 목장과 초원이 설산으로 이어졌는데, 두보이스 시내를 벗어나서도 그러한 모습은 계속 되었다. 초원 사이로는 맑은 시내물이 흐르고 시냇물을 따라 수목이 아름답게 도열해 있다.

그리고 많은 별장같은 집들을 기암기석과 초원과 시냇물 사이에 액세서리처럼 지어놓았다.

 

2시 50분 경에는 완만한 경사진 전나무 숲길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좌우 전방에 전나무 숲이 하늘과 맞닿아 있었다.

간간히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갑자기 눈으로 바뀌었다. 가시(可視) 거리가 짧아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하늘과 땅이 열리지 않은 미몽의 세계에 있는 것 같았다.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하였다. 하늘이 훨훨 내려오고 있는 것 같았다. 하늘도 땅도 사람도 눈에 휩싸였다.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하나가 되었다.

산을 오르고 또 오르고 고개를 넘고 또 넘어 이제 하늘이 훨훨 내려오는 곳까지 온 것이다. 온 세상이 백설이었다. 이제 우리는 하늘과 하나가된 것이다. 노인들이 모두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서 탄성을 질렀다.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천상의 궁전에서.......

 

버스는 쉬지 않고 산을 올랐다.

3시 20분 내리던 눈이 멈추고, 안개도 걷히면서 시야가 트였다. 우리 앞에 나타난 백설의 산야....백설의 윈드 리버 산맥(Wind River Range)의 전나무 숲길을 따라 숨차게 오르던 버스가 고개를 넘어 내리막 눈길을 조심스레 미끄러져 내려갔다.

어느 정도 산길을 내려오니 길가에 쌓여 있던 눈의 두께도 얇아졌고 평지에 닿았을 때는 활엽수 나뭇가지에 연초록의 새순이 돋아나고 있었다.

오늘 하루 우리는 4계절을 모두 체험한 것 같다.

---새벽 래라미에서는 가을을, 한 낮에는 여름을, 윈드 리버 산맥에서는 눈 내리는 한겨울을, 그리고 잭슨 랙(Jackson Lake) 부근에서는 봄을 체험한 것이다.---

하루에 4계절을 다 체험하다니...

참으로 굴곡졌던 내 인생에 온갖 일 많이 겪었지만, 하루 동안에 이렇게 급격한 변화를 맛본 것은 처음이다, 이 오묘한 자연의 변화를 체험한 것은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이었다.

 

3시 50분 경 그랜드 티톤 국립공원(Grand Teton Nation Park) 지역에 들어와서 잭슨 호숫가에서 내렸다. 그러나 구름안개가 13,770피트의 티톤 산허리 아래에까지 내려와서 티톤 산의 웅장한 모습과 그 웅장한 티톤 산이 잭슨 랙(Jackson Lake) 에 거꾸로 비췬 모습을 보는 것은 헛된 꿈이 되고 말았다.

아쉬움을 가지고 버스에 올라 전나무 숲길을 따라 옐로스톤(Yellowstone)으로 넘어들어 올드 패스펄(Old Faithful)까지 갔다.

우리가 티톤 공원지역에서 옐예로스톤 공원으로 들어서니 화재의 피해를 입었던 곳에 유목들이 한창 보기 좋게 자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988년에 일어났던 산불이 옐로스톤 공원의 대부분을 온통 잿밭을 만들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 자리에 유목들이 나서 자라 새로운 숲을 형성하고 있었다.

 

오늘은 옐로스톤은 돌아보지 않고 숙소로 바로 가서 여장을 풀고 내일 전일 광광을 할 것이라 하였다. 여관으로 가는 길목에서 보이는 수중기가 여기저기서 솟는 간혈천들과 길가를 어슬렁거리는 버펄로가 자꾸 눈길을 당겼다.

그러나 아쉬움을 누르고 내일을 기약하면서 여관으로 향하였다.

그런데 하늘을 뒤덮었던 구름이 옐로스톤 공원에 들어서면서부터 두께가 얇아지더니 여관에 도착할 무렵에는 파란 하늘이 드러나면서 서쪽으로 넘어가는 햇빛까지 비춰 주었다.

옐로스톤 공원은 대부분 와이오밍 주에 속해 있지만 북쪽 끝 일부는 몬테나 주에 속해 있고, 서쪽 끝 일부는 아이다호 주에 속해 있다. 우리가 오늘과 내일 묵을 숙소는 몬테나 주의 웨스트 옐로스톤에 있다.

 

 

 

 

 

 

 

 

 

 

 

 

 

 

 

 

 

 

 

( *사진에 나오는 날자와 시간은 한국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