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 8시 30분경 부평을 출발하여 판문점 부근 제3땅굴을 관람하고 오후에는 ‘경인 아라뱃길’을 관광하였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로 힘든 하루였다.
아침에 몸이 무거워 관광을 포기할까 하였다. 감기로 인하여 그저께 병원에서 진찰받고 약을 먹었으므로 괜찮겠거니 생각했는데, 밤새도록 기침이 났고 잠도 제대로 못 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랜만에 하는 나들이이기도 하고 소개한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서라도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그래서 아침 7시에 집을 나와 부평으로 갔다. 1시간정도를 기다려서야 버스를 탔다. 오랜만에 시외로 버스를 타고 나간다는 약간의 설렘이 일었다. 그런데 버스의 에어컨 바람이 살갗에 닿는 것이 싫었다. 결국 그 에어컨이 나의 몸 상태를 종일 힘들게 만들었다. 인천, 김포와 고양을 지나 파주로 들어서면서부터 시골풍경이 살갑게 다가왔다.
왼편은 한강 그리고 한강 저 너머에 북녘 땅이 보였다. 도로 옆 강변의 철조망이 강 너머로의 통행을 완강하게 차단하면서 버티고 섰다. 남북이 날카롭게 맞서고 있는 상황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장면이다. 이런 불안한 상황을 60년이 훨씬 지나도록 풀어나가지 못하고 불신의 골만 깊이 파면서 끝없는 대치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땅에서 태어나 같은 말을 쓰는 한 종족이면서 왜 그렇게 철천지간 원수가 되었나? 참 한심하고 부끄러운 종족이다.
11시가 조금 지나서 제3땅굴을 보았다. 입구에서 관리자들로부터 관람에 대한 유의사항을 듣고 갱도를 따라 들어갔다. 전에 제2땅굴을 다녀왔던 터라 그리 놀랍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재삼 북한의 무모한 도발행위를 느낄 수 있었다. 남쪽을 향하여 갱도를 파고들어온 것은 누가 보아도 남침의도가 분명하다는 사실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그런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궁금하다.
장단마을 부녀회식당 앞에서
땅굴을 나와 이북으로 연결되는 철도의 도라역을 지나 민통선 안에 있는 장단마을의 부녀회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곳을 다시 찾아와서 시간을 가지고 판문점과 도라역 임진각 등 분단의 현장을 자세히 돌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이북으로 가는 기차길 역 - 도라산 역
임진강 철료
경인아라뱃길
'경인아라뱃길'을 운행하는 '현대 류람선'
김포 터미널
계양전철역사
계양 대교
멀리 계양산 봉우리가 내려다보고 있다
풍차도 보이고
검암을 지나면서
오후에는 돌아오는 길에 경인 ‘아라뱃길’의 김포 터미널에서 ‘현대유람선’을 타고 인천터미널까지 왔다.
사실은 오늘 광고 전단지에 ‘아라뱃길’ 관광이란 말에 현혹이 되어서 오늘 관광행사에 동참하였던 것이다. 날이 무척 더웠다. 오후 4시 30분 김포 터미널에서 출발한 현대유람선에 승선하였다. 1층에서는 서커스와 외국무용수들의 무용이 이어지고 2층에서는 음악연주가 있다고 하였다. ‘아라뱃길’에서 바라보이는 풍광을 보려면 3층 선상으로 올라가라는 안내방송이 들렸다. 나는 같이 간 일행들에게 버스에서 에이컨 바람에 시달렸기 때문에 유람선에서는 뱃길 주변 경관을 보면서 시원한 자연풍을 쐬겠다고 말하고 선상으로 올라갔다. 우리 일행은 모두 나를 따라 3층 선상으로 올라왔다. 그러나 배가 시속 15km로 항진하는 것이라서 맛 바람이 불어오지도 않았고 염열이 강열하여 사방에서 살짝살짝 들어오는 바람이 무더운 열기만 몰고 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경인아라뱃길’의 유람선을 타고 드디어 김포를 출항하였다.
뱃길의 단조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좌우측에 명소를 만들어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여 관광객들의 시선을 끌어 지루하지 않게 하였다. 김포를 출항하여 30여분이 지날 무렵 하늘을 가로지른 커다란 구조물이 보였다. 지나고 보니 계양대교였다. 계양대교 옆으로 계양역의 모습도 근사해 보였고 조금 더 내려가자 이번에는 특이하게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하늘 전망대 아라마루’였다.
아라마루는 “마귝 그랜드캐년의 스카이 워커보다 큰 규모를 자랑하며, 바닥이 투명 강화유리로 되어 있어 아라뱃길 위를 걷는 듯한 이색적인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안내서에 쓰였다.
경인 아라뱃길 인천터미널과 그 둘레
이어 ‘아라폭포’를 지나고 검암을 들어갈 무렵, 경인 아라뱃길을 따라 만든 자전거길에서 패달을 힘차게 밟는 자전거 부대의 긴 행렬도 바라 볼 수도 있었다. 오후 6시 정확하게 아라뱃길의 종착역인 인천터미널에 도착하였다. 인천터미널에서는 “‘장보고 선단’모양의 아라리움”을 관람할 수 있다.
오늘 관광은 ‘경인아라뱃길’과 ‘땅굴관람’을 빙자한 장사꾼들의 상행위였다. 사슴뿔을 파는 곳, 홍삼 판매하는 곳을 들려서 상품의 가치와 효능 등에 대한 장황한 설명을 듣고 직원들의 구매 작전에 시달리면서 시간을 많이 보냈다.
날씨가 더운 탓도 있었지만 오늘의 내 몸 상태가 최악이었던 탓에 내 욕심만큼 볼 것을 다 못 보았고 느끼고 싶은 것을 느낄 수도 없었다. 그렇게도 열망했던 오늘의 아라뱃길 관람이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오늘은 대충 이렇게라도 ‘경인아라뱃길’을 체험 할 수 있었다는 데 의의를 갖자,
참 힘들게 관광을 하였다. 버스 타는 시간이 길었다. 버스에서 무거운 몸의 상태를 완화시켜 보려고 눈을 감고 편한 자세를 취해보았다. 졸음이 쏟아지다가 문득 깨어나기를 거듭하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는 더 무거워지고 코 안이 막혀 답답하고 숨쉬기조차 거북하였으며 에이컨의 찬바람이 인후염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서 저녁도 먹지 못하고 몸살로 들어 눕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