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다질링(Dajilling)(2)

29. 다질링(Dajilling)(2)

 

2005년 2월 20일 (일) 대체로 맑음, 높은 구름

새벽 4시에 잠을 깨어 더 자지 못하고 뒤척이는데 밖에서 북치는 소리가 들려 창가로 가서 커튼을 열고 거리를 내려다보니 어떤 사람이 혼자서 북을 치면서 초우라스타 쪽으로 가고 있었다. 어제 저녁에도 낮에도 북을 치고 다니는 사람들이 보였는데 오늘 새벽에는 혼자서 새벽을 열고 있다.

 호텔 주차장에는 일출구경을 위해 타이거 힐에 오르려는 사람들이 지프차를 타려고 떠들썩하다. 하늘에 구름이 보인다. 칸첸중가를 구름이 가린 것 같다. 어저께 우리는 정말로 행운이었다. 구름 한 점 없이 해가 온전히 떠오르고 그 햇빛이 하얀 설산을 더욱 아름답게 비춰주어서 장엄함고 아름다운 광경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구름이 방해할 것 같다.

 오늘은 성당을 찾아가서 미사에 참석하려고 했다가 엉뚱한 곳에 가서 헤매느라고 허탕을 쳤다. 덕분에 다질링의 지리공부는 좀 하였다. 다질링은 산비탈에 형성된 도시로 경사면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건물을 올려놓은 것이 많다. 큰 길[車道]은 아랫길과 윗길이 갈지 자(之)형태로 연결되었으며, 또 아랫길과 윗길을 연결하는 인도(人道)는 대부분 계단으로 연결하였다. 다질링의 건물들은 이곳의 신선한 공기처럼 산뜻하고 깨끗하며, 길거리도 지저분하지 않고 대체로 깨끗하였으며, 지나다니는 사람도 세련되어 보였다. 그러나 지프나 화물차들이 뿜어내는 매연만은 인도의 여타도시와 같았다.

 

 

엉뚱한 곳에서 성당을 찾아 헤매다가 토이 트레인의 역을 지나게 되었다.

증기 기관차가 정말로 장난감과 같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는 토이 트레인이 매일 다질링에서 실리구리까지 운행이 되는데 7시간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우리는 내일 꼴까따로 돌아가야 하는데 실리구리까지 토이 트레인을 이용할까 했다가 속도가 너무 느려서 시간이 많이 걸리고 지루할 것 같아서 토이 트레인 이용하지 않기로 하였다.

다질링 Toy train 역

 성당을 찾아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얼마나 헤매고 다녔는지 아내가 힘들어 해서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이른 아침에는 구름으로 가려졌던 카첸중가가 선명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냥 침실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우리 침실이 8층 다락방이라서 밤에는 추웠다. 그러나 전망이 좋아 사방 경치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어서 더없이 좋다. 아내도 방이 추워서 불만이기는 하지만 사방 경치를 감상할 때만큼은 무척 좋아하여 다행이다.

 

  

점심을 먹고 Observatory를 거쳐 티베트 난민 센터에 간다는 것이 길을 잘못 들어서 가던 길을 되돌아오는데 꼴까따에서 보았던 여대생들을 만났다. 그들은 차(茶)공장에 가려고 하는 중이었다. 우리도 그들을 따라서 茶밭을 구경하기로 하였다. 마을 아래쪽 비탈길을 따라 차밭으로 내려오는데 오후 4시가 지났다. 4시가 지나면 방문객을 받지 않는다고 하여 차밭만 둘러보았다. 넓고 광활한 지역을 차밭으로 조성해놓았다. 차의 나뭇잎이 묵은 잎이라서 그런지 억세다. 이 다질링의 차가 세계적으로 그 품질을 인정받고 또 많이 소비된다고 하였다. 그런 귀한 찻잎을 좀더 자세히 보았어야 했는데 지나쳐보았다. 여관에 와서 낮에 본 홍차 잎의 모양을 다시 떠올려보 니 자꾸 우리나라 설록차와 비교가 되었다. 설록차는 부드럽고 곱고 신선한 느낌마저 들었는데 2월의 다질링에서 본 홍차는 뻣뻣하고 투박스러운 것 같았다. 차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내가 우리 것에 대한 알량한 사랑이 사물에 대한 분별력을 잃은 때문이리라.   

차를 가공하는 공장 입구에는 차를 파는 아주머니가 있는데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로 차에 대해서 설명하는데 결국은 ‘차의 품질이 좋으니 사라.’는 얘기인 것 같았다. 그러면서 방문자들이 노우트에 남긴 글을 보여주었는데 우리 한국어도 많이 보였다. 그런데 한국인 방문자 중에 차를 파는 아주머니를 혹평한 글이 보였다.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렇게 나쁜 말을 남겼겠지만, 그리고 뒤에 오는 한국 사람들에게 아주머니의 허풍에 속지 말라고 일깨워 주려는 의도가 있었겠지만, 거기에 우리 한글이 좋은 말로 쓰이지 않고 인도 상사꾼 아주머니를 꼬집는 내용이 비어로 기록된 것을 보는 내 마음은 별로 좋지 않았다. 우리 한글은 우리나라 사람만 본다고 하더라도 좋고 아름다운 말로 외국인이 가지고 있는 노우트에 기록되었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외국사람이 보아서 알든지 모르든지 품위 있고 좋은 내용으로 기록되었으면 좋겠다.

다질링 시가지의 아래쪽에 조성된 홍차 밭에 갔기 때문에 호텔로 되돌아올 때는 가파른 계단의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야 한다. 높은 계단을 오르는 옆으로 위쪽에서 생활폐수가 흘러내렸다. 게다가 쓰레기들이 하수도와 함께 흘러내렸다. 다질링의 이면이 거기에 있었다. 이 높은 산의 수많은 촌락들이 다질링과 별로 다르지 않을 터인데 그들이 방치한 쓰레기와 오물이 흘러 평야지대로 내려가면서 대지와 물을 오염시킬 것이다. 水源지대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폐수와 쓰레기 처리문제가 대단히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내 중심부까지 올라왔을 때 무슬림들의 페스티벌이 벌어지고 있었다. 행사가 막 시작될 무렵이었다. 행사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북을 치고 막대기를 들고 희한한 춤을 추면서 들어오고 있었다. 인파가 점점 많아지고 행사장 주변에는 무술 경관들이 질서 유지를 위해 애쓰고 있었다. 경관들이 통제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경관들과 행사장 관계자들과의 마찰도 보였고 좀 난잡한 분위기가 느껴져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구경하기가 두려웠다. 전개될 행사내용이 궁금하지만 아내도 그 자리에서 벗어나기를 원하여 돌아오고 말았다.

 

 

 

여관으로 돌아오니 마리엘라가 walking하고 돌아오느냐고 하더니 아내를 포옹하면서 반가워한다. 그리고 자기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우리에게 홍차를 끓여 주었다. 자기는 피곤해서 그냥 창가에 앉아 거리를 구경하고 있었다고 한다. 다질링은 계단길이 대부분이고 평지길도 경사가 급한 곳이 많아서 거구로 체중이 많이 나가고 관절이 좋지 않는 마리엘라로서는 워킹이 무리할 것이었다. 그녀는 우리와 함께 이야기하기를 좋아하였지만 우리의 영어가 짧아 대화가 자꾸 끊기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도 함께 있어주기를 원했다. 두어 시간을 함께 지면서 잘 이어지지 않는 대화로 시간을 보내다가 우리 방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그의 방을 나와 계단을 오르는 우리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방문 밖에서 우리를 배웅해주었다. 그녀는 우리에게 이탈리아를 방문할 기회가 있으면 자기에게 알리라고 하였다. 그리고 자기가 이탈리아에 돌아가면 편지를 하겠다고 하였다. 무척 인정이 많은 여인이다.

무슬림들이 페스티벌이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 창가에 앉아서 멀리 산속 마을을 바라보았다. 산속 마을의 불빛이 별처럼 반짝인다. 산이 울창한 숲으로 덥힌 것이 아니라 인가로 덥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 다질링 차를 샀다. 귀국할 때 사도 될 터인데 구매충동을 일으켜 현지에서 생산되는 것을 산 것이 계속 짐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