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브존 수멜라 수도원>2005년 10월 7일 (금) 비 오고 흐림 오늘은 쉬멜라 수도원을 갔었다. 부산에서 온 자매를 만나 동행하게 되었다. 이스탄불에서 사르란볼루 삼순을 거쳐 오는 동안 한국인을 만나지 못하였는데 닷새 만에 트라브존에서 만났다. 무척 반가웠다. 수멜라 가는 길은 깊은 협곡을 끼고 있었다. 산이 얼마나 가파르게 솟았는지 차창 가에서도 하늘이 보이지 않았다. 비가 온 뒤라서 그런지 상류로부터 흘러내리는 물이 수량도 많고 물살이 세찼다. 또 울창한 산림이 수려하였다. 트라브존에서 출발하여 한 시간 쯤 달려가서 수멜라 수도원으로 올라가는 곳에 도착하였다. 거기서부터 수멜라 수도원까지 가파른 산길을 걸어서 올라가야 했다. 그런데 우리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잔뜩 찌푸렸던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금방 세찬 빗줄기로 바뀌었다. 비가 쉽게 그칠 것 같지 않았다. 가게 추녀 밑에서 비를 긋기를 기다렸는데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 그래서 비를 맞으면서라도 올라갈 의향이 있는지 부산 자매에게 물어보았다. 비가 계속 내리니까 우리와 같은 차로 왔던 사람들이 비를 맞으면서 산으로 올라가는게 아닌가. 그래서 나는 부산자매에게 비를 맞으면서라도 올라가자고 하였다. 우리는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지그재그로 난 산길을 올라갔다. 올라가는 동안 빗줄기가 좀 수그러드는 것 같았다. 30분 이상을 숨차게 걸어 올라갔다. 다행히 비가 멈췄다. 울창한 숲 속 길, 굽이굽이 오르면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정경을 시샘이라도 하듯이 안개가 앞을 가렸다. 안개 사이사이로 나타난 계곡 저편의 산 중턱에서부터 단풍이 오르기 시작하여 산 정상에는 단풍이 완연하다. 갑자기 바위산이 우리 앞을 가로 막아섰다. 거기가 수멜라 수도원이다. 수멜라는 트라브존 남동쪽 마츠카(Macka)의 지가나(Zigana)산에 있는 알틴데르 골짜기(Altindere Valley)의 카파른 절벽을 파고 들어가 만든 동굴 수도원이다. 72개의 방을 가졌다는 6층짜리 건물은 14세기에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수멜라 수도원은 아나톨리아 땅이 이슬람 국가인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을 당시에도, 수도원의 권리는 오스만 제국의 황제가 가지고 있었지만, 어느 정도 보호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오스만 제국이 무너지고 현재의 터키 공화국이 수립되면서 터키와 그리스의 인구 교환에 의하여 그리스계 수도자들이 터키를 떠나면서 수멜라 수도원은 주인이 없는 빈 집이 되었고, 그 사이에 수도원은 돌보는 이 없어서 파손을 면치 못하였다. 동굴 안 벽면과 천장을 프레스코화가 가득 메웠다. 동굴안 뿐만이 아니라 동굴 밖에도 아름다운 성화가 벽을 가득 메웠다. 그러나 수도원이 돌보는 이가 없는 사이에 동굴의 내벽과 외벽에 있던 많은 프레스코화가 훼손되었다. 프레스코화가 온전한 것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이것은 타종교에 대한 증오심을 가진 이슬람인들의 소행이었다고 한다. 세속을 벗어나 대자연과 하나 되어 살았을 수행자들의 삶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름다운 산과 시냇물, 파란 하늘을 벗하며 누구를 부러워하거나 시기하는 일 없이, 아무 욕심 없이 깨끗하게 살아가는 고고한 삶이었을 것 같다. 한편 처음 수도원이 세워질 당시에는 그리스도교를 신봉하는 사회로서 왕을 비롯하여 많은 귀족들의 후원으로 번성하여 수도자들은 유족한 생활을 누리면서 일반 시민들의 선망의 대상자로 생활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슬람 사회로 바뀌면서 급격한 사회의 변화에 따른 불안한 환경에서 자신의 신앙을 지켜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외부 세계와 단절된 깊은 산속에서 고행과 인내로 자신들의 신앙을 끝까지 지켜나간 그들의 고단했던 삶의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수멜라 수도원이 이슬람 국가인 오스만 제국의 보호를 받으면서 그대로 유지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행동에 얼마나 많은 제약이 따랐을까! 오직 신앙의 힘으로 모든 고난을 참고 견뎌야 했을 수행자들의 고달픈 삶이 동굴의 곳곳에서 묻어나는 것 같았다. 한창 유적지를 보수하느라고 주위가 어수선하였다. 시멘트로 덧칠해 놓은 것이 있는가 하면 시멘트 벽돌로 동굴 벽을 손질해 좋은 것들이 마음에 걸렸다. 그러다가는 원형이 많이 변질되어갈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다. 동굴 유적지를 돌아보고 돌아 나오니 비가 그친 하늘에 검은 구름이 빠르게 움직였다. 구름 사이사이로 파란 하늘도 언뜻언뜻 지나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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