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라딘 성’ 을 다녀오다
2006년 1월 2일(월) 맑음
날씨가 쌀쌀하여 감기 증세가 또 고개를 드는 것 같아 조심스럽다.
새해 벽두에 지구촌 여기저기에 재해가 일고 있다. 파키스탄 동북지역에 내린 눈사태로 인한 인명피해, 캘리포니아에 폭우로 인한 재해, 호주에서의 큰 불 등 지구촌에 자연재해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데다가,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서방세계에 가스(Gas) 공급 중단,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차별 포격으로 인한 팔레스타인들의 고통, 아프가니스탄의 분쟁 등등 불길하고 어두운 뉴스가 새해 초두에 TV의 화면을 매웠다.
아침 식사는 어저께 산 빵에 야채를 넣어 먹었다. 먹을 만하였다.
오늘은 살라딘(Saladin) 성채를 다녀왔다.
주인 아들 녀석이 살라딘 성채로 가는 방법을 알려주어서 어렵지 않게 갔다가 왔다.
라타키아의 미니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서 AL-HAFEH로 가는 미니버스를 타고 40여분 달려간다. AL-HAFEH에서는 살라딘 성채까지 가는 정기적인 차가 없기 때문에 택시를 잡아타고 가야 한다. 그러나 미니버스에서 내리면 오토바이로 살라딘 성채까지 50파운드(왕복 100파운드)에 대려다 주는 사람이 나타난다. 그렇게 해서 살라딘 성채를 쉽게 갔다가 올 수 있었다.
성채 입구에 도착하여 오토바이를 기다리게 하고 1시간 20분 간 정도 성채를 돌아보았다. 이렇게 깊은 산중에 성채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생각되었다. 이곳 성채에 오르자마자 귀안이 멍해지는 것으로 보아 꾀 높은 지역 같다. 성채는 좌우로 깊은 계곡을 끼고 있으며 좌우 계곡이 성채의 서쪽 끝 지점에서 합류하였다. 그리고 성채의 동북 방향으로는 고원과 연결되는데 동북방향의 성벽은 큰 바위덩어리로 된 부분을 절개하고 축대를 쌓아 성벽을 만들었다. 단을 쌓아 올린 성벽 위에 높은 전망대까지 만들어 놓았다. 지형을 교묘하게 이용한 성채인 것 같다. 성채 내부에도 웅장한 축대와 무너진 건축물들의 흔적들, 그리고 건물에 사용하였던 흩어져 있는 많은 석재들이 성채의 규모가 컸었음을 짐작하게 하였다.
그리고 높은 전망대가 인상적이었다. 전망대에서는 주로 동북쪽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살피기 위해서 만든 것 같았다. 서남쪽은 저지대이라서 그 아래를 살피기 용이할 뿐 아니라 성채를 끼고 깊은 계곡이 천해의 방벽이 되었던 것 같다.
이 성채가 높은 지역에 위치해 있는데 동북쪽은 많은 인가들이 보였고 이 성채보다도 높은 지대로 보였다.
‘살라딘 성’은 원래 십자군이 이 지역을 점령하여 다스리기 위해 축성한 것이라 한다. 십자군이 이슬람지역을 점령한 다음 언제 어디서 이슬람 세력이 나타나 공격해 올지 항상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래서 이슬람 세력을 비롯한 적의 공격을 쉽게 격퇴시킬 수 있고, 침략을 받았을 경우에도 오랫동안 맞서 싸울 수 있는 요새를 구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라딘 성은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슬람 장군 살라딘이 아랍세계에서 십자군을 몰아내는데 절대적인 공을 세웠다. 십자군을 몰아낸 살라딘의 공을 기리기 위해서 성의 이름을 ‘살라딘의 성’이라고 이름을 붙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라딘의 성’에 대한 내력을 알 수 없어서 내나름대로 그렇게 추측해 본 것이다.
성채 입구에서 좌판을 벌려놓고 장사하는 영감이 성채를 구경하고 내려오자 차이 한 잔을 마시라고 주었다. 찻잔이 놋그릇이라 뜨거워서 어쩔 줄 몰라 펄쩍펄쩍 뛰었다. 영감이 낄낄거리면서 찻잔을 도로 받아들었다. 영감이 땅에 놓고 식힌 차이를 도로 주기에 마셨다. 영감의 고의가 아니고 장사 속으로 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아서 나는 그렇게 기분이 상하진 않았다.
영감보고 나이 몇이냐니까 62세라고 하였다. 나보다 어리다고 했더니 나를 50대로 보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서양인의 얼굴을 봐서는 그들의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것처럼 그들도 동양인의 외모를 보고는 나이를 잘 짐작하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나는 영감의 좌판에 앉아 엽서를 하나 팔아주면서 잘 되지 않는 영어로 살라딘 성의 내력을 물어보았지만 허사였다. 언덕바지로 불어오는 바람이 좀 쌀쌀하였다. 영감이 피워놓은 모닥불에 둘러앉아 불을 쬐다가 영감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성채를 내려왔다.
라타키아에 돌아오니1시가 조금 넘었다.
여관에서 좀 쉬다가 은행을 찾아서 60유로를 환전하였다.
내일 하마로 가기 위해서 버스 정거장의 위치와 찾아가는 방법 그리고 거리 등을 알고 싶어서 버스 정거장을 찾아보았다. 기차역 부근이라는 것을 알고 시내 중심부로 돌아오다가 예쁘게 생긴 모스크가 보이기에 들어가 보았다. 마침 저녁 5시 기도드리는 시간을 알리는 방송을 듣고 신자들이 모스크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얼굴과 손발을 깨끗이 닦은 다음에 열을 맞춰 서서 기도를 하는 것이었다. 성직자를 따라 기도하는 모습을 한참 동안 지켜보았다. 그들의 기도하는 모습이 처음에는 좀 이상해 보였지만 기도하는 과정을 죽 지켜보니 정성스럽고 아주 경건하였다.
성직자의 기도 소리에 따라 서 있다가 엎드려 절을 올리고 또 일어섰다가 허리를 굽혀 기도하기를 반복한다. 나는 뒷자리에 앉아서 가만히 그것을 지켜보기만 했는데 누구하나 나에게 와서 시비하는 사람도 없었다. 오히려 내를 배려해 주려는 사람이 있었다.
저녁에 같은 여관에 묵고 있는 아랍인들과 어울려 차이를 마시면서 TV를 보았다. 나는 그들이 이야기 나누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떤 한 사람이 나에게 자꾸 차이를 권하면서 무엇인가 이야기하고 싶어 하였다. 의사가 통하지 않으니까 그림을 그리고 손짓 발짓해 가면서 애를 썼지만 결국 얼굴을 바라보면서 웃는 것으로 이야기를 대신하였다. 그들은 투박한 외형과는 달리 아주 순박한 사람들이었다.
늦은 저녁 잠자리에 들었는데 어저께보다는 방안의 냉기가 좀 덜하였다.
내일 하마(Hama)로 갈 준비를 하였다.
다음 사진은 살라딘 성의 모습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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