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영월 나들이

어르신네 2010. 1. 26. 16:25

2010년벽두(1월 11~12일)에 남풍회 회원들이 영월로 나들이를 갔었습니다.

총 회원 20명 중에 12명만이 부부 동반하여 참여하였는데, 정년퇴임하여 할일 없는 회원들이 다수였지만,

현직회원들도 바쁜 틈을 쪼개서 참여해 주어 아주 즐거운 여행이 되었습니다.

눈이 내린 다음이라 추운 날씨였습니다. 

인천에서 9시에 출발하여 영월에는 점심나절에 도착하였습니다.

점심식사는 도토리 묵밥으로 별미였습니다.

점심을 먹고 곧바로 단종 능과 박물관을 둘러보았습니다.

 단종의 능을 참배하면서 어린 왕이 왕권 다툼에서 희생양이 되어 첩첩산중인 영월에 유배되어왔다가 끝내 비명에 가야했던 비극적인 역사적인 사건을 생각하면서 회원들은 마음이 아팠습니다. 부모로부터 무한한 사랑을 받으면서 보호와 양육이 되었어야 할 어리디 어린 나이에 자신의 뜻과는 관계없이 왕좌에 앉혀지고 왕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자신들의 세력을 키워가던 정치집단과 또 다른 정치 집단이 충돌하면서 애꿎게 희생이 되어야 했던 불운의 임금, 단종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한결같이 애처롭다는 표정이었습니다.

박물관을 나와 청량포로 향하였습니다.

 

 강건너에서 바라본 청량포

 단종이 유페되어 거처했던 곳

단종이 북서쪽에 있는 서울을 그리워하며 바라보았던 조그마한 언덕산 

청량포를 관람하고 얼어붙은 강위의 눈길을 걸어서 돌아가는 남풍회회원들

 청량포 앞에서 단체사진

단종으로 하여금 외부와의 접촉을 금하기 위해서 한면은 높은 절벽이 솟아 있고 삼면이 깊은 강물이 애워싼 청량포에 유폐되었던 곳입니다.

단종은 사약을 받을 때까지 유배지 청량포에서 서울쪽을 바라보면서 그리움으로 나날을 외로이 보내야 했던 것입니다.

영조 때 단종의 유배지를 보호하기 위해 사람들의 출입을 금하는 금표비를 세웠다고 하는데, 그 "금표비(禁標碑)"가 왠지 딱딱하고 엄격해 보였습니다.   

영월 동강이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꽁꽁 언 강위에는 하얀 눈이 덮였습니다. 눈을 밟고 강위를 걸어 청량포를 오갔습니다.. 지금은 울창한 소나무들이 멋진 모습으로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옛날에 어린 단종은 이곳에서 애를 끊는 고통을 겪으면서 죽어간 곳인데, 지금 사람은 관광과 유람의 장소로 찾고 있으니 시간은 아이러니하게 흘러갑니다.

 

다음은 선돌바위를 찾았습니다.

선돌바위를 찾아가는 가파른 길을 버스가 힘들어 하는 것 같았습니다.

선돌은 서강(西江)을 끼고 두 갈래로 높이 솟은 층암 절벽입니다. 지금은 선돌을 감도는 감물이 얼어붙어 물이 유유히 흘러가는 모습은 볼수 없었지만, 얼어붙은 강위에 하얀 눈이 동화의 세계를 그림으로 그려놓았습니다. 윗쪽에서 바라보는 선돌과 선돌을 휘감아 돌아간 서강(西江)이 하얀 눈세상이 된 좌우 산야 사이로 멀리 꼬리를 감춥니다.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빼어난 자연에 감탄하여 그 아름다움을 더욱 빛나게 했습니다.  선돌의 기이한 모습과 자연을 사랑하여 노래했던 문장가들 덕분에 지금 우리가 이렇게 감탄합니다. 시인 묵객처럼 그 아름다움을 토해낼 수 있는 재주는 없었지만 감탄만은 절로나왔습니다.

 선돌의 전망대

 선돌의 전망대

 선돌

 

 

다음은 한반도 지형이 있는 선암 마을로 갔습니다. 우리가 버스에서 내린 곳이 선암마을인지 한반도 지형이 있는 곳이 선암마을인지는 확인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산등성이를 따라 눈길을 조심조심하여 한반도 지형이 잘 보이는 곳으로 갔습니다. 어쩌면 그렇게도 우리나라  지도를 잘 그려놓았을까? 참으로 신기하여 돌아서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한반도의 지형이 있는 선암마을

 

 

첫날은 이렇게 일정을 끝내고 주천으로 가서 한우와 소주로 저녁식사를 푸짐하게 하였습니다.

이어 팬션에 도착하여 참으로 오랜만에 우리 남풍회회원들이 함께 즐거운 밤을 보냈습니다. 편을 나누어 윷놀이를 하는 동안 하나같이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는데, 윷가치가 떨어지는 순간마다 기쁨과 비탄이 쏟아져 나왔고 말을 잘쓰고 못쓰는 데 따른 일희일비가 교차하면서도 이기고 있는 팀이나 지고 있는 팀이 모두 가가소소(可可笑笑)하였습니다. 윷놀이를 하면서 우리는 이십 년을 넘게 함께 한 식구들로서 우정을 더욱 돈독하게 하였습니다.  윷놀이가 끝나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어 코를 고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밤새는 줄 모르고 술을 마시며 이야기 꽃을 피우기도  하고, 한켠에서는 고스돕으로 날밤을 새기도 하였습니다.  하여튼 팬션에서의 하룻밤은 우리들에게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었습니다. 다음 회합 때에는 '남풍회의 영월 나들이'에서 생겼던 어떤 괴담들이 쏟아져나와서 폭소를 터뜨리게 될 지 자못 기대됩니다.  

주천의 한 팬션에서 윷놀이를 하기 위한 준비

 

둘째날

주천의 아침은 매우 추웠습니다.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밖에 나온 회원들은, 백설로 뒤덮인 온천지, 도시에서는 맛볼수 없는 대자연이 뿜어내는 생동하는 멋진 풍경을 경이로운 듯이 둘러보았습니다.  밤샘을 하여 머리가 부시시한 회원들도 자리를 툭툭 털고 나와서 한 겨울의 강원도 산골 정취에 젖어 마냥 즐거운 표정들이었습니다. 밤새도록 술을 마신 뱃속을 달래는데는 올갱이 국밥이 아주 제격이었고 좋았습니다.  

 올갱이 해장국을 기다리면서

 주천에서

 하얀 눈 세상이 된 주천

 

아침 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법흥사로 향하였습니다.  

1시간 여 달려 간 곳, 법흥사! 통일신라말기 선문 9산중 사자산문의 중심도량인 흥령선원지의 옛터로 자장율사가 창건했으며 도윤국사와 징효국사 때 산문이 크게 번영했으나 그 뒤 병화로 소실되고 중건되기를 반복하다가 다시 소실된채 천 년 가까이 거의 버려진 채 명맥만 이어오다가 1902년에 법흥사라 개칭하고 오늘에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곳에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 있어 유명합니다. '적멸보궁'이란 '온갖 번뇌망상이 적멸한 보배로운 궁'이란 뜻이라 합니다.

 법흥사 적멸보궁

법흥사 입구에 내리니 사찰을 싸고 있는 장대한 산들이 눈에 갇힌 한겨울의 정취를 흠뿍느낄 수 있게 하였습니다. 좌측의 구붕대산과  장대한 사자산의 기(氣)가 흘러내려 맺힌 법흥사, 그리고 그 우측에 우뚝한 백덕산이 주위를 감시하는 듯 엄중하게 버티고 있었습니다.

영월군에서 보호림으로 지정한 밤나무 앞의 보물 제 612호인 징효대사의 보인탑과 극락전과 삼성각을 돌아보고 적멸보궁으로 올랐습니다. 겨울 아침의 찬 공기를 마시며 적멸보궁으로 오르는 길은 그야말로 환상의 길이었습니다. 하늘을 찌를 듯이 곧게 높이 솟은 소나무들의 보호와 기(氣)를 받으면서 오르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습니다. 어쩌면 저렇게 멋진 소나무 숲을 이루었는지 저절로 감탄사가 쏟아졌습니다. 가파른 오르막길이라 한 겨울인데도 땀이 뻘뻘났습니다. 하지만  적멸보궁으로 틀어올라가는 소로길이 시작되는 곳에 '수각'이 있고, 이곳에서 잠시 쉬어 시원하게 목을 축일 수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수각에서 가파른 길을 조금 올라 가면 적멸보궁이 있는데, 평평한 언덕배기에 정면 3간 측면 1간의 맞배집인 목조건물과 건물뒤에 축대로 쌓아올린 무덤같은 석분이 있고 축대 바로 위에 석조 사리탑이 하나 놓여 있습니다. 적멸보궁이 법흥사의 중심이 되는 곳인 것 같습니다. 차가운 공기가 매섭에게 옷깃을 파고 들었지만, 우리 회원들은 추위도 잊은 채, 하얀 눈과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적멸보궁의 뜰에 서서 대자연 속의 산사를 중심으로 한 주위 경관에 넋을 잃는 것 같았습니다.  

 

 적멸보궁으로 올라가는 길 -하늘을 찌를 듯한 장대한 소나무 숲  

 

법흥사 앞 광장 - 멀리 구봉대산이 웅장하게 솟아있다.

 

 

법흥사를 마지막으로 영월 나들이를 끝내고 아쉬운 발길을 인천으로 향하였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능암 온천욕을 하고 촐촐한 배를 채우기 위해서 다시 제천 봉양으로 내려가서 먹은 묵밥은 꿀맛이었습니다. 

비운의 임금이었던 단종 애사를 담은 장능과 청량포, 한폭의 동양화를 본 듯한 선돌, 한반도의 모형으로 유명한 선암마을, 맛있는 한우로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해 주었던 주천에서의 하룻밤 그리고 하얀 눈을 뒤집어 쓴 채 하늘로 치솟은 장송들로 둘러싸인 법흥사와 그 주위의 웅장한 산세 등 이틀간의 영월나들이는 회원들에게

그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모두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서 여행의 즐거움을 맛았고 또 소중한 추억의 장이 되었고 활력소가 되었습니다. 

함께 햐였던 회원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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