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

남미(南美) 여행 7. - 부에노스아이레스(1)

어르신네 2011. 5. 13. 08:53

부에노스 아이레스 (1)

2001.3.5(토) 맑음

10시에 체크아웃하고 짐을 여관에 맡기고 항공사를 찾아가서, 부에노스아이레스 행 비행기의 예약을 확인하고 좌석을 배정받았다.

 오후 4시 비행기라서 점심을 먹고 여관에 돌아와서 컴퓨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2시 30분에 공항 가는 버스를 탔다.

 비행기가 푸에르토 이과수 공항에서 40여분 딜레이 되었다. 비행기 탑승구도 1번으로 지정되었다가 2번으로 정정하더니 또 1번으로 번복하는 등 한참 헷갈리게 했다. 그런데도 승객들은 항의하거나 드러내어 불평하는 사람도 없는 것 같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뉴베리 공항에 도착하여 화물로 붙인 가방을 찾는 곳에서 한국젊은이들을 만났다. 그들은 이과수 폭포를 구경하고 오는 길인데, 내일 세기적인 리오 데 자네이로의 페스티벌을 보기 위해 다시 브라질 리오 데 자네이로로 간다고 한다. 역시 젊은이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나도 지금 저들처럼 젊었더라면 비행기 예약한 것 무시하고 페스티벌을 보고 오지 않았을까. 자유분방한 젊음이 부럽다. 가방을 찾아서 그들과 함께 택시를 타고 시내로 들어왔는데, 나는 ‘남미사랑’에서 내리고 그들은 예약해 놓은 다른 여관으로 갔다.

 ‘남미사랑’에 온 것은 한국여행자들로부터 남미 여행에 관한 많은 생생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이곳 유숙객들은 대부분 마켓에서 식재료를 사가지고 와서 주방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한국인들끼리 여행 정보도 공유하고 여행경비도 절감할 수 있어서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



 2011.3.6(일) 구름 비 오후 갬

  산 탈모(San Talmo) 거리의 벼룩시장이 유명하다고 하여 한국 젊은이 한 사람과 같이 민박집 ‘남미사랑’을 나섰다. 벼룩시장이 대통령궁 가까운 거리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하여 찾아나섰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궁 앞에서 줄을 서 있었다. 휴일은 대통령궁을  일반에게 무료로 공개 관람시킨다고 하였다.

 

대통령 궁

대통령 궁에서 내려다본 오월 광장

 

 그래서 우리도 대통령궁을 관람하였다. 대통령 집무실 회의실 등등을 둘러보았는데, 규모가 큰 등치의 나라치고는 대통령궁이 화려하지도 크지도 않았다. 오히려 아주 작아보였다. 대통령궁이 5월의 광장 한 귀퉁이에 자리 잡았는데  붉은 색을 띤 단조로운 건물에 군더더기가 없어 보였다. 거리 한쪽 그리 크지 않은 공간을 차지하였다.  내부 장식도 화려함보다는 소박하고 단순해 보였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엄정한 권위와 품위가 묻어났다. 각 실의 규모도 별로 크지 않고 가정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하였다.

 

 

 

재통령궁 내부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곳에 관람자들의 서명을 받는 곳이 있어서 나도 서명을  해 놓고 나왔다. 우리 한글로---  

 대통령궁을 안내하는 사람들이나 위병들의 표정도 더할 수 없이 밝아보였고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무척 친절하였다.

 

관람자들의 서명에 동참하였다 

 

 대통령궁을 나와 ‘산 텔모(San Telmo)’의 벼룩시장으로 향하였다.

 2~3km 이상의 긴 길에서 매주 일요일에만 열리는 전통시장이라 하였다. 벼룩시장을 따라 내려갔다. 남미의 풍물을 담은 기념품과 생활용품들, 남미(南美)와 서구(西歐)의 풍물이 혼재하는 시장이란 생각이 들었다. 여느 나라의 벼룩시장과 마찬가지고 시장 안은 시끌벅적하다. 그런데 이곳은 조금 다른 면도 보인다. 상인들은 물건을 진열해 놓고 우두커니 물결이 밀려가고 밀려오는 것 같은 관람객들을 조용히 지켜볼 뿐, 우리나라의 남대문이나 재래시장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요란한 호객행위를 위해 목청이 찢어지는 듯이, 또 요란한 몸동작으로 고객을 유치하려는 행위는 없다. 그리고 자기의 상품에 관심을 보이는 손님에게는 친절하게 상품에 대한 설명을 해주거나 그냥 미소로서 자기 물건에 관심을 두는 것에 대하여 흐뭇한 표정을 보일 뿐이다. 물론 물건을 팔려는 욕심을 보이긴 하였지만---

 

산 탈모 벼룩시장

 

거리 공연자들

 시장을 요란하고 떠들썩하게 만드는 것은 거리공연을 하여 관람객들에게 볼거리와 음악을 제공하는 거리 공연자들과 악사들이었다. 또 마임 같은 예술행위로 가는 길을 붙잡는 공연자들도 있었다. 한 할머니는 아주 소박한 타악기를 앞에 놓고 공연을 하고 있었는데 그 광경을 지켜보던 관람객들은 너나없이 동전이나 지전을 앞의 통에 담아주는 것이었다. 나는 아직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못하여 그 재미있는 공연을 끝까지 지켜보고 박수를 보내고 감사의 표시로 (공연관람대가로) 금전을 지불하는 것에 익숙하지 못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면서 1시 30분경에 저렴한 식당을 찾아갔다. 거기서 사건이 발생했다.

주문한 빵과 음료수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의자를 정리하고 앉아 음식을 먹는 순간 테이블 밑에 내려놓았던 젊은이의 가방이 없어져버렸다. 아주 순식간이었다. 가방 안에는 여권 사진기 전자사전 지참금과 카드 등 귀중품들이 들어 있다고 하였다. 그길로 모든 것을 접고 남미사랑으로 돌아왔다.

 남미사랑 사장이 문제 해결을 위해 애써주었다. 우선 없어진 카드회사에 연락하여 그 기능을 정지시켰다. 그리고 일요인데도 대사관과 연락이 되어 내일(월요일) 중으로 단수여권을 만들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다행히 돈을 뽑아 쓸 수 있는 다른 카드 하나를 따로 가지고 있었다. 가방을 잃은 학생도 여권 발급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표정이 좀 밝아지는 것 같아 불행 중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문제가 잘 풀렸으면 좋겠다.



2011.3.7(월) 구름

오늘은 씨티 투어(city tour)를 하였다.

 

시티투어 버스

유명하고 볼만 한 것이 무엇인지 미리 점검하고 확인했어야 했는데 사전 준비 없이 투어를 하였다.

 사람들이 많이 내리는 곳이 있어서 따라서 내렸다. '보카(Boca)' 체육관이었다. 체육관에는   Boca 팀과 관련된 자료들, 유명한 경기장에서 사용하였던 공과 Boca 팀의 우승컵, 선수들의 유니폼, 사진들을 전시해 놓았다. 각 선수들이 축구장에서 펼친 명장면들, 팀플레이, 득점 장면, 선수들의 현란한 개인기, 선수들의 실수, 선수들의 우스꽝스런 모습, 감독의 재미있는 표정과 행동표현들을 동영상에 담아서 상연하였다. 박물관 안쪽에는 축구장이 있다. 아마 Boca팀의 전용축구장인 것 같다. 축구를 좋아하는 어떤 관람객은 동영상을 보고 실전을 보고 있는 것처럼 열광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체육관 안팎에는 LG 선전간판으로 도배를 해 놓은 것 같았다.

 LG간판이 있는 Boca 체욱관

 

 

Boca 체욱관 전시 자료들

 

Boca 축구장

 Boca 박물관을 나와서 다시 투어버스를 타고 Boca 지구 전통시장골목에서 내렸다. 불고기 굽는 구수한 냄새가 골목입구 쪽으로 밀려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버스에서 내린 사람마다 포장마차에 들어가서 고기 꼬치를 들고 나섰다. Boca 지구의 전통시장은 어저께 본 벼룩시장과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아서 버스에서 내렸다가 다시 올라탔다.

투어버스는 Puerto Madero 지구를 지나 넓은 공원을 따라 가다가 동물원 앞 로터리에서 되돌아오는 길로 접어들었다. 다시 공원 을 따라서 돌아오다가 시내중심을 통과하여 투어 출발지점에 도착하였다. 10시에 출발하여 오후 2시에 반환점에 왔다.

 

동물원 가는 길 대로변에 있는 동상 

 세계에서 가장 넓은 도로라는 말을 듣고 사진을 찍긴 했는데?????

 

 어디에 내려서 무엇을 보아야 할 것인지 그 중에 집중적으로 볼 만한 것은 어떤 것인지 등등 사전 준비가 없었던 터라 맥 빠진 투어가 되었다.


시티투어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Tango Show를 보려고 Tortoni 카페에 가서 탱고관람티켓을 예매했다. 탱고 쇼를 하는 이집이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고 이 카페에는 저명인사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 맨 뒤로 가서 차례를 기다렸다. 탱고 관람티켓 구매를 위해서 줄을 선 것인지 카페에 들어가서 음식을 먹기 위해 줄을 선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차례가 되어 들어갔더니 카페 종업원이 테이블로 인도하고는 음식 주문을 받는 것이었다. ‘탱고 관람 티켓을 구입하고 싶다’고 했더니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리로 내려가서 티켓만 구입하여 바로 나왔다.

카페 토르토니(Cafe Tortoni)

(탱고 관람할 때 사진기를 가져가지 않아서 그 멋진 모습들을 다 놓친 것 같다.)

 

 탱고 관람시간이 밤 11시였다. 같은 시간대에 탱고를 관람할 젊은이가 있어서 같이 갔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탱고를 꼭 보아야 하는 필수 과정 같았다. 그러나 나는 놀이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서 재미를 느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 11시 정각부터 공연을 시작하여 새벽 1시경에 끝났다. 연주 노래 탱고 탭댄스 코미디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였다.

 놀이문화에 문외한이지만 공연자들이 펼치는 노래 춤을 보면서 그 속에 빨려들었다. 남미 가수의 노래 속에 촉촉하게 마음이 적셔지기고 하고, 탱고 춤을 추는 공연자들이 풍기는 강렬한 눈빛 다이내믹한 동작, 로맨틱한 분위기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거기에 코미디까지 곁들여 더욱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