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27일(일) 맑음 )
까테체 전철역에서 422번 버스를 타고 30여분 가면 꼬르꼬바도 언덕에 오르는 트램을 타는 곳에서 내린다. 오늘 일정은 꼬르꼬바도 언덕에 올라갔다가 오는 것만으로 한정했다. 매표소 위에 있는 건물 안에 만국기를 걸어놓았는데 태극기도 당당하게 중앙에 게양되어 있었다. 기분이 좋았다.
매표소에서 받은 표를 보았더니 11시20분에 올라가는 트램을 타야했다.
꼬르꼬바도 언덕 위에 서 있는 십자가상을 보니 빨리 올라가고 싶었다. 언덕 아래에서 가물가물하게 쳐다보이는 십자가상이 신비스러웠다. 높은 산봉우리까지 올라가서 가까운 곳에서 십자가상을 보게 된다는 사실에 어린 아이처럼 마음이 설레어 부풀어 올랐다.
트램을 타야할 시간이 1시간 남짓 남았다. 옆의 작은 공원 벤치에 앉아서 책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려고 했으나 나의 눈은 자꾸 산꼭대기의 십자가상으로 끌려갔다. 기념품 판매장을 비롯하여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다녔다. 이곳에서는 대체로 질서를 잘 지켜주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단체관광객들이 많아서 좀 복잡하였다.
드디어 11시20분에 두 대로 연결하여 출발한 트램이 가파른 산을 올라가는데 35분 정도 걸렸다. 그런데 앞 차량에서 약기연주와 함께 노랫소리도 들리고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고 있었다. 내가 탄 차량에서도 앞 차량에서 세어나오는 노랫소리에 흥이 난 몇몇 사람들은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흔들어 댔다. 남미 사람들은 대체로 흥이 많고 낙천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어저께 저녁에 보았던 사람들도 거리에서 악기 연주소리에 맞춰 몸을 흔들면서 길을 가는 모습을 보았는데 오늘 꼬르꼬바도 언덕으로 올라가는 트램 안에서도 그런 모습을 목도할 수 있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지루하지 않게 흥겹고 즐거운 마음으로 주변경관을 바라보면서 올라갔다.
트램의 종착지에서 엘리베이터를 갈아탔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십자가 입상 앞으로 올라갔다.
예수상 밑에는 조그마한 성당이 있다. 마침 신부님이 미사를 집전하고 계셨다. 입구에서 신부님의 강론하는 말씀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미사의 순서를 미루어 생각하면서 나는 귀를 기울였다. 강론과 성찬식을 마친 신부님이 광장의 십자가상 앞에 나와서 신자들과 관광객들 앞에서 기도를 하시고 성수를 뿌렸다. 브라질 사람들은 성수를 뿌리는 신부님에 가까이 가려고 몰려들었다. 신부님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 사람들에게 답례하는 모습이 참으로 좋아보였다.
십자가를 중심으로 작은 광장이 둘러있고 사람들이 주위 경관을 조망하기 좋도록 지형을 이용하여 조망시설을 사방으로 다양하게 설치해 놓았다. 리오 데 자네이로의 전경(全景)이 한눈에 쏙 들어오는 것 같았다.
관광객들은 광장의 난간이나 각종 시설을 이용하여 주변 경관을 조망하고 감상하면서 그 아름다움에 취해 감탄사를 연발하였다. 꼬르꼬바도 언덕은 수직으로 솟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우뚝하다. 그렇게 솟은 산의 높이가 해발 710m라고 하니 산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경관은 그야말로 지도를 펴놓고 보는 것처럼 지리가 확연하게 드러나고 모든 것이 손에 잡힐 듯이 내 눈 아래로 다가왔다.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정말로 황홀한 경관이다. 자리를 옮기면서 사방을 바라보았다. 동북방향에는 큰 산이 가로막아 그 너머를 볼 수 없지만, 리오 시내의 전경(全景 )이 한 눈에 들어왔다. 내가 어저께 거닐던 이빠네마와 꼬파까바나 해수욕장도 저 아래 조그마한 지역을 차지하여 손에 잡힐 듯하였고, 바다 너머로 이어지는 섬들과 대서양으로 벋어나간 바다가 아스라이 가물거렸다. 리오의 산들은 조각을 해놓은 것처럼 아름답다. 초승달과 같은 곡선으로 멋을 부린 해안선이 그 아름다운 모양의 산들을 감싸면서 돌아간다. 또 곡선을 이룬 해안 에는 그림처럼 멋진 배들이 점점이 떠 있는 모습도 장관이다. 해안 안쪽 골짜기를 파고 든 각양각색의 장난감 같은 건축물들도 아름다운 경관에 일조하면서 나름대로 한껏 멋을 부렸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져 빚어놓은 아름다운 자연 속에 인간도 뒤질세라 그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서 “리오 데 자네이로”라는 미항(美港)이 만들어 진 것이리라...
사람들이 계속 밀려들어 왔다. 나는 이쪽저쪽으로 이동하면서 주변경관을 조금이라도 눈여겨 두려고 했다. 그러는 사이에 계속 불어나는 사람들이 그늘을 다 차지하여 마땅히 앉아 쉴 만한 곳이 보이지 않아 그늘을 찾아 에스컬레이터 아래로 내려갔다. 다시 십자가상 앞 광장으로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사람들이 몰려서 내려오는 바람에 그만 엘리베이터로 떠밀려 들어갔고 결국 하산하고 말았다. 너무나 아쉽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여관에 돌아오니 오후 3시였다. 침대에 누웠다가 그만 낮잠에 빠져들었다.
주인 영감이 나하고 이야기를 하고 싶은 모양인데 말이 통하지 않으니까 서로 얼굴만 쳐다보다가 “허허....”하면서 웃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꽤나 사람이 그리우나보다. 나에게 무슨 말인가 많이 말했지만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그의 표정과 동작을 보고 웃어주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맥주 한 병을 영감과 나눠 마셨다. 맥주가 사람을 이렇게 유쾌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니... 술기운이 붉게 오른 얼굴로 나에게 포르투갈 어를 가르쳐주려고 애쓰는 모습도 진지하고 재밌었다. 그에게 배운 포르투갈 어---
- (대단히) 감사합니다 : -(Mueto) Obrigado
- 아침 인사(Good Morning) : -Bon Ria(Dia?)
- 저녁 인사(Good Night) : -Bon No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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