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2)
Calefate<아르헨티나>
2011.3.18(금) 맑음내일 바릴로체로 가는 날이다. 그간 무리하게 일정을 소화했기 때문에 오늘과 내일 이틀은 쉬는 날로 만들었다.
슈퍼마켓에 들러 식재료를 샀는데 너무 많이 산 것 같다 점심 해먹고 만두를 만들어 놓았는데 영 맛이 없다. 버리기도 아깝고 고민이었다. 그런데 우수아이아에서 만나서 버스를 같이 타고 온 ‘한’ 선생이 맛있게 먹어주어 다행이었다.
오후에는 호텔 ‘Linda Vista’에 들러 ‘칼레파테’님을 만났다.
따뜻한 차 대접을 받았다. 이곳에서의 생활과 풍물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진작 찾아뵈었더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을 하는 때늦은 후회를 했다. 척박한 이곳에 정착하는 과정에 인종과 언어 그리고 현지인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편견과 견제를 받아야 했던 지난날들은 무척 힘들었다고 했다. 30년 전에 이민 오셔서 지금은 호텔 사업에 성공한 교민의 한 분이다. 작별 인사를 드리고 나오면서 사업이 번창하기를 기원하였다. ‘린다 비스타’에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손녀들에게 예쁜 엽서를 보냈다.
'칼레파테'님이 운영하시는 LINDA VISTA
저녁에는 포도주 2병을 사가지고 와서 한국 젊은 친구들과 나눠마셨다.
칼레파테는 사막지대이지만 큰 호수를 끼고 있어서 사막만 보이는 곳보다는 사정이 좋은 편이다. 그러나 산과 들은 온통 모래흙과 돌투성이며 풀이 돋아 땅에 생명줄을 겨우 부지하고 있다. 그런데 사막지대에서 미루나무는 무성하게 자라는 것 같다. 터키나 이란의 척박한 사막지대에서 물이 흐르는 곳이나 인가(人家)에는 미루나무가 무성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곳 칼레파테에서도 주로 미루나무가 무성하게 자라서 타운에 푸른 숲을 제공하는 것 같다.
칼레파테는 관광산업이 발달한 도시로 치안상태도 양호하고, 도시 관리도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칼레파테의 중심 관광지는 모레노(Moreno Ice Glaciar Field)가 되는 것 같고, 엘 찰튼(El Chalten)과 칠레의 나탈레스(Puerto Natales)로 가는 길목으로서 중요한 지위를 가지고 있어서 칼레파테의 관광산업은 계속 번성할 것이다.
2011.3.19(토) 맑음
여관에서 바라보이는 칼레파테 호수의 물결이 바람에 일령이며 햇빛에 부딪혀 반짝이는 것이 아름답다. 막상 칼레파테를 떠나는 날이 되니, 삭막한 부분은 뒤로 물러나고 좋아 보이는 것만 눈에 들어오는 것 같다. 물건을 사러갈 때마다. 엄정해 보이던 메인로드도 정겹게 보이고, 상점과 윈도에 진열해 놓은 상품들도 다시 눈여겨보고 싶었다. 10여일을 칼페파테를 중심으로 들고 나면서 눈에 익숙해지고 무언가 땅기는 힘이 느껴졌다. 갈레파테라는 소읍에 살짝 정이 든 모양이다.
아침나절에 일본의 모 방송국의 취재팀이 이 여관을 찾아와서 여관의 이모저모를 취재하고 촬영했다. 여관주인과의 인터뷰를 하고 투숙객들도 만나서 취재하였다. 그리고 투숙객들의 여관생활 모습, 취사 모습, 여가를 즐기는 모습 그 외에 여관 내에서의 여러 가지 활동 모습들을 취재했다. 여관주인이 나중에 방송에 나오면 CD로 만들어 이메일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일본 방송 취재단
바릴로체(Barilloche)로 가는 비행기가 3시간이나 딜레이 되었다. 밤 9시 30분에 도착해야 할 비행기가 새벽 1시경에 발리로체 비행장에 도착하였다. 택시를 타고 바릴로체 호스텔로 갔다. 혹시 택시기사가 바가지를 씌우지는 않을까 걱정하였더니 터미널 출입구에 행선지별로 택시요금표를 부착해 놓고 승객들에게 확인시킨 다음 택시에 태웠다. 택시 기사도 정직했고 친절했다.
한밤중에 도착했기 때문에 다른 침대에서 자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씻지도 못하고 침대에 들었다.
호수 지역(The Lake District)
Barilloche<아르헨티나>
2011.3.20(토) 흐림 오후에는 비산 카를로스 데 바릴로체(San Carlos de Barilloche)는 호수지방(The Lake District)에 속한다. 바릴로체는 수정처럼 맑은 호수, 푸른 숲과 빙하를 덮어쓴 산들, 안데스 산의 신선하고 맑은 공기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바릴로체는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 스키장이 유명하다. 스키 외에도 캠핑 트레킹, 리프팅, 낚시[fishing] 등을 하기 위하여 계절을 가리지 않고 여행객들이 끊임없이 찾아오는 곳이라 한다.
로비에 투어 상품을 선전하는 전단지를 보았더니, 투어를 하려면 전날 예약을 해 놓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침 일찍 찾아가야 하는데, 늦게 일어났기 때문에 대부분 시간을 놓쳤다. 그래도 혹시 트레킹을 할 수 있는 투어가 있는가 하고 agency를 찾아가보았더니 모두 문이 닫혀 있었다. 그래서 포기했다. 그리고 내일 칠레 몬트(Puerto Montt)로 갈 버스표만 예약했다.
바릴로체는 바다처럼 넓은 호수 “라고 나우엘 후아피(Lago Nahuel Huapi)”의 항구를 중심으로 발달한 도시이다. 바릴로체 시가지는 호수 쪽으로 흘러내린 경사면에 형성되었는데, 여관 로비에서 호수와 호수 건너편에서 백설을 덮어쓴 산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자신이 하나의 풍경화 속에 들어있다는 느낌이 든다.
호수가를 산책하고 싶어서 호수로 내려갔다. 호수가를 거닐면서 주변 경관을 보는 것만으로도 바릴로체에 와서 머문 값어치가 있었던 것 같다. 바다처럼 넓은 호수와 남서풍에 밀려오는 파도가 시원했다. 게다가 호수 건너 저 멀리에는 병풍처럼 기묘한 모양의 산들이 호수를 둘러있어서 바라보고 있어도 마음이 흐뭇하다.
Lago Nahuel Huapi
호수의 가장자리 자갈밭으로 갔다. 자갈밭에 앉아 파도가 몰고 오는 바람을 맞으면서 수면(水面)을 타고 날아오는 시원한 공기를 마셨다. 호수의 푸른 빛깔과 파란 하늘, 파란 하늘 가운데 떠있는 하얀 구름과 호수 저 편의 설산과 울창한 산림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치를 이룬 곳에 내가 동참하는 영광이 주어졌다는 데에 감격하여 호수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바람이 세차게 몰려와서 오랜 시간을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언덕에 성당이 있었다. 성당이 완공되지 않아 마감 손질이 필요한 것 같기도 하고, 멋으로 그렇게 보이게 만든 것 같기도 했다. 성당에 들어가 보았다. 미사 중이었다. 그래서 나도 미사에 참석했다. 말을 알아들을 수없어 우리나라 형식에 준하여 기도하는 마음으로 앉았다가 나왔다. 밖에 나오니 빗방울이 떨어졌다.
여관으로 돌아와서 비가 긋기를 기다렸다. 여관 카페가 시끌벅적하다. 야외 활동을 하지 않고 여관에서 쉬는 사람들이 많았다. 영국 청년이 내게 말을 붙여왔지만 내 영어가 모자라서 길게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었다. 그는 주로 하이킹을 위하여 여행을 한다고 하였다. 한국에 와서도 도봉산 설악산 등에서 암벽도 타 보았다고 하였다. 바릴로체에서는 하이킹 이외에 래프팅(Rafting)도 하려고 하는데 날씨가 계속 좋지 않아서 맑은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하였다. 그 젊은 패기가 부러웠다. 서양 젊은이들은 피자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음식들을 푸짐하게 해서 먹기도 하고 맥주를 연신 마셔대는 친구도 있었다.
너무 시끄러웠다. 마침 비도 그쳐서 시내로 내려갔다.
좌측 길을 따라갔더니 좀 특이한 모양의 건물이 있었고, 그 앞에 공원을 조성하였다.
이 건물이 혹시 시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확인 할 길이 없었다. 이곳은 스위스 사람들이 많이 이주해왔기 때문에 스위스 풍의 건물이 많다고 한다. 혹시 스위스 풍의 건물이 아닐지? 이 건물 안에 인포메이션 사무실이 있어서 팜플렛 하나를 얻어가지고 나왔다. 공원에는 나이 지긋한 사람이 크고 잘 생긴 개를 끌고 나와서 관광객에게 그 개와 같이 사진을 찍게 하고는 돈을 받고 있었다.
초콜릿 상점
메인 로드로 갔다. 거기에는 초콜릿(chocolate)과 잼 그리고 스포츠 웨어 스토어가 거리를 매우고 있다. 바릴로체 초콜릿이 유명하다고 하여 기념으로 초콜릿을 사러 스토어에 들어갔다. 다양한 모양의 초콜릿을 포장하여 판매하는데 어떤 것을 사야할지 도무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헐쯤한 가격의 초콜릿 네 봉지와 저녁에 마실 포도주 한 병을 사가지고 나왔다. 시장거리가 깨끗하고 아기자기하다. 비가 뿌리지 않았으면 더 멀리 돌아다니고 싶었다.
2011.3.21 (월)흐리고 비 (칠레 몬뜨는 오후 내내 비)
6시 30분에 예약한 택시로 시외버스 정거장에 가서 칠레 뿌에르또 몬뜨(Puerto Montt)행 버스를 탔다.
버스가 7시 30분 정각에 출발하여 바릴로체 북쪽 호수변 길을 따라 달렸다. 길이 꼬불꼬불하여 버스가 많이 휘둘렸다. 예쁜 건물들이 참으로 많이 보였다. 호수변을 따라 아름다운 건물들이 계속 줄을 이었다. 산과 호수 그리고 예쁜 건물들이 마음을 빼앗았다. 바릴로체에서 몬뜨로 가는 길은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그 말이 참말이었다. 호수도 아름답고 숲도 아름답고, 숲 사이로 난 도로도 아름답다. 숲 속에 보이는 별장은 신선이 들어 사는 집같다.
유리창에 빗방울이 부딪혔다. 높은 고개를 넘었다. 산간 마을이 보였다. 산간마을의 건물들은 비릴로체에서 보았던 건물들과 거의 같은 양식인데 산간마을이 그림처럼 아름답게 보였다. 산간마을을 지나 아주 높은 고개를 하나 넘었다. 고개를 넘어가는 동안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내려가자 안개터널에서 빠져나왔다. 산봉우리들은 안개구름이 완전히 점령하였다. 9시 10분 아르헨티나 국경에서 출국신고를 하였다.
국경 부근의 아르헨티나의 산간마을
9시 30분에 아르헨티나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출발한 버스가 다시 고갯길을 올라갔다. 지척을 분간할 수 없는 안개 길이었다. 10시20분에 칠레 국경출입국관리사무소에 도착하였다. 칠레 국경에서의 입국심사가 너무 까다로운 것 같다. 시간이 엄청 지체되었다. 11시 20분이 지나서 입국심사가 끝났다.
아르헨티나 검문소와 칠레 검문소와의 거리가 높은 고개를 사이에 두고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 날씨가 맑았더라면 산간의 풍치를 감상하면서 왔을 텐데 안개가 심술을 부렸다.
Puerto Montt<-칠레->
2011.3.22 오전 맑음 오후 비오후 2시에 몬뜨에 도착하였다. 비가 쏟아졌다. 빗줄기가 가늘어진 틈을 타서 첫눈에 띈 여관에 들어갔다. 방이 없었다. 언덕 위에 올라가면 방이 빈 여관이 있을 거라 하여 언덕길을 낑낑거리면서 올라갔다. Sebastain Cuevas라는 여관은 로칼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여관이다
.
낮에는 춥지 않았는데 밤이 되자 기온이 엄청 내려갔다.
칠레의 호수지방(The Lake District)은 빙하의 화산, 깊고 푸른 호수, 원시림, 협만 그리고 녹색의 농장 등 뛰어난 경관으로 유명하다. 호수 지방에 속한 몬트(Puerto Montt)는 태평양 물이 육지 깊숙한 곳까지 파고 들어와서 형성해 놓은 렐론카비 만(Seno de Reloncai)을 끼고 발달한 항만 도시이다. Montt는 이 도시가 형성될 당시(1853년)의 대통령(마누엘 몬트)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것이라 한다. 그리고 초기 독일 이주자들이 지은 건물이 많다. 몬트는 주변 농경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인근 어장의 상업 중심지이고 낚시와 같은 레저를 즐길 수 있는 휴양지이다.
2000m가 넘는 안데스의 Volcan Calbuco가 흰 눈을 덮어쓰고 지켜보는 몬트는 파란 하늘과 넓고 잔잔하고 아름다운 렐론카비 만을 배경으로 해안에서 언덕으로 올라가면서 자리잡은 더없이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다.
Puerto Montt
오늘은 아침 일찍 Chiloe에 가는 배를 타고 갔다가 오려고 했는데 몸 상태가 나빠서 포기했다. 낮에 정신 좀 들어서 시내로 나가보았다. 중심시가지에 막 들어섰는데 검은 구름이 몰려오더니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우체국에 들어가서 엽서를 부치고 비를 그었다. 1시간이 지난 후 빗줄기가 가늘어졌고 이어 하늘이 약간 들렸다. 다시 중심시가지로 나갔다. 상점들은 깨끗하고 거리도 잘 정비되었다.
만(灣)의 방파제를 면한 부분부터 시내 중심 도로변 사이를 공원으로 조성해 놓았다. 방파제 길을 따라 버스 정류자에서 동쪽 바다 가의 레스토랑이 있는 곳까지 걸었다. 레스토랑에 닿기 전에 대형 매장이 들어선 큰 건물이 있어서 1층에 슈펴마켓과 일반 매장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아르마스 광장으로 나와서 시장 길을 따라 숙소로 돌아왔다.
어저께는 몰랐는데 침대에 벼룩이 있는 것 같았다. 살집을 몇 군데 물었다. 그래서 내가 가지고 다니는 침랑을 펴서 잠자리에 들었다.
2011년 3월23일(수) 바람 오후 비
내 침낭을 덮고 잤더니 벼룩에게 물리지 않았다. 다행히 설사도 진정된 것 같았다.
밤새도록 비가 왔다. 아침에도 날씨가 흐리고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내가 몬트를 떠날 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기를...
TV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칠레를 방문하고 돌아가는 뉴스가 계속 나왔다. 칠레도 아르헨티나와 브라질과 마찬가지로 축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축구에 관한 방송이 전체 방송 프로그램 가운데에서 상당한 양을 차지한다.
짐을 싸서 로비에 내다놓고 주인한테 오후 8시에 산티아고로 가는 버스를 탈 때까지 짐 보관을 부탁하였다.
공원 언덕의 주택가
거리에서 만난 학생들
로비에 앉아 책을 읽으면서 오전시간을 보내다가 대성당에 갔더니 개방하는 시간이 아니라고 하여 들어가지 못하고 바닷가로 갔다. 해변을 걷다가 언덕 위 주택가를 돌아서 시장으로 내려왔다. 날씨가 을씨넌스럽고 바다 저쪽 하늘도 잿빛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서 급히 여관으로 돌아오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여관에서 컴퓨터를 열러 보기도 하고 책도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사실 몬트에서는 투어도 하지 않았고 그냥 쉬면서 시간만 축냈다.
저녁 8시 산티아고 행 버스를 탔다.
대성당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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