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

남미(南美) 여행 11. - 우수아이아(Ushuaia)

어르신네 2011. 5. 31. 19:57

우수아이아(Ushuaia)

 

우수아이아 가는 길

2011.3.14 (월) 흐림 비

새벽 3시에 우수아이아 행 버스를 타기 위해 칼레파테 시외 터미널에 나갔다. 연3일을 강행군했더니 좀 피곤했다. 우수아이아 행 버스는 새벽 3시에 출발하고, 게다가 바릴로체 가는 비행기를 예약해 놓은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강행군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새벽 3시에 출발한 버스는 리오 가예고스(Gallegos)에 가서 다른 버스로 갈아탄다. 7시 가예고스에 도착했을 때는 날이 부옇게 새기 시작하였다. 대합실에서 2시간을 기다렸다가 우수아이아 행 버스로 갈아탔다. 칠레 땅을 통과해야 하는 관계로 국경을 두 번 넘어야 한다.

 

    

우수아이아 행 버스                                       ??칠레 국경??           

 

10시경 칠레 국경에서 출입국 수속을 끝내는데 1시간 이상을 소요하였다.

12시 45분 마젤란 해협(The Strait Magellan) 건넜다.

마젤란 해협을 건너서부터는 티에라델푸에고(Tierra del Fuego) 지역이다.

마제란 해협은 남아메리카 대륙 끝과 티에라델푸에고 섬 사이에 있는데,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이어진다. 아르헨티나 영해인 대서양에 면한 동쪽 끝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은 칠레 영해에 속한다.

 

마젤란 해협(Strait of Magellan)

 

대서양과 마젤란 해협 연안은 저지대이고 섬의 남부와 서부 지역에는 안데스 산맥의 연장부에 해당하는 산악빙하가 있다. 우리를 싣고 가는 길은 저지대인 평지이다. 평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초원에서 풀을 뜯어먹는 마소와 양들은 많이 보였는데 인가(人)家들은 잘 보이지 않았다. 평원에 풀이 무성하게 자라는 것 같지 않다. 아마 건조지대인 것 같다. 그리고 채유시설들이 많이 보였다.

 

    

칠레에서 아르헨티나 국경으로 넘어 왔음                                                칠레 유전지대 

 

마젤란 해협을 건너 칠레 지역의 도로는 비포장이다. 먼지를 날리며 달려야 하는 비포장도로이긴 하지만 버스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속도가 느렸다.

 

인적이 보이지 않다가 오랜만에 나타난 가옥을 보고 신기해서....

 

4시 50분 아르헨티나 땅으로 들어왔는데 포장도로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포장도로를 달리기는 하지만 비가 내리는데다가 국경에서부터 우수아이아까지 303km의 거리이니 저녁 늦은 시간에 우수아이아에 도착할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오후 6시 30분 리오 그랑데(Rio Grande)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였다.

승객들이 내려서 식당으로 들어갔다. 나도 따라 들어가서 피자 한 덩어리 시켜 먹었다. 시가지 변두리에 각종 군사시설이 보였다. 이곳이 영국과의 포클랜드 전쟁 때 아르헨티나 군사의 전진 기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7시20분에 리오 그랑데를 출발하여 9시40분에 우수아이아에 도착하였다. 걱정했던 것보다 늦지 않았다. 다빈네 민박에서 픽업해 주었다. 뜻밖에 ‘남미사랑’에서 만났던 권 사장 부부가 와 있었다. 그들이 나를 보자 깜짝 놀라면서 반겨주었다. 고마웠다. 여장을 풀고 목욕하고 밥도 얻어먹고 빨래도 하였다. 지구의 끝 지방에 온 뿌듯함에 기분이 좋았다. 그간의 피로가 우수아이아에 와서 싹 풀린 기분이었다. 여행이 늘 이렇다면 얼마나 좋으랴.

다빈이는 대학에 다니는 이집 아들 이름이다. 우수아이아에 이민 온 첫 한국인이 돌아가신 다빈이 할아버지라 한다. 그런데 두 달 전 12월 말에 다빈이 아버지가 지병으로 별세하여 지금은 할머니와 어머니와 다빈이 형제 4식구가 살고 있다.

 

비글 해협 투어

2011.3.15 (화) 오전 비 오후 흐림

우수아이아는 비글해협 연안에 자리잡은 디에라델푸에고 준주의 수도이면서 항구도시이다.

 

 

     

비글해협에서 바라본 우수아이아

 

도시둘레를 둘러싼 깎아지른 듯이 험한 1,000~1,500미터 높이의 산들이 빙하를 덮어쓰고 우뚝 솟아 있으며, 도시 좌측에는 아름다운 국립공원(Parque Nacional Tierra del Fuego)이 있다. 비글해협 너머 칠레 땅인 나바리노 섬(Isla Navarino)에도 빙하의 산들이 보인다. 우수아이아는 한마디로 빙하와 무성하게 숲이 우거진 산과 바다가 있는 아름다운 도시다. 도로가 우물정자 형태로 반듯반듯하다. 그러나 도시가 산에서 해안으로 흘러내린 경사면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산 쪽에서 해안으로 난 길은 가파르다. 가파른 길을 내려갈 때는 바다의 경관에, 올라올 때는 경이로운 산세와 유럽풍의 건물들에 눈이 떨어지지 않았다.

우수아이아에서는 칼레파테에서 바릴로체로 가는 비행기를 예매해 놓은 일정 때문에 바다 투어와 국립공원 투어만 하고 칼레파테로 돌아가야 한다.

오늘 오후에 바다 투어를 하였다. 오전에 계속 내리던 비가 오후에 그쳤다. 투어에는 지장이 없었으나 구름이 산중턱까지 내려와서 구름 속에 묻힌 산봉우리들을 볼 수가 없어서 좀 답답하였다. 남위 55.5° 정도에 위치한 우수아이아의 기온은 이곳이 가을로 접어들었는데도 온화하였다. 물론 가까운 산 정상부근에는 만년 빙하가 있고 바람이 불면 옷깃을 파고드는 바람이 차갑지만 반팔 소매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바다 가운데로 나갔을 때는 갑판위로 불어오는 바람은 역시 남극이 가까운 지방이라는 것을 느끼게 했다.

오후 3시에 승선한 배가 항구에서 비글해협의 동쪽으로 항해했다. 아메리카 남쪽 끝부분에 와서 배를 타고 나가는 감회가 너무나 벅찼다. 펭귄과 바다사자 서식지를 차례로 관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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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빈네 집

우리가 본 펭귄은 가장 작은 종류중의 하나인 젠투라는 펭귄이다.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칠 생각을 하지 않고 오히려 구경을 온 우리를 구경하는 것 같았다. 암수가 다정하게 부리를 맞대고 애무하는 모습, 먹이를 찾아 바삐 물속을 들락거리는 것들 그리고 우두커니 서서 배를 타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놈들 등등 그 모습이 다양하여 흥미로웠다.

바다사자 서식지는 펭귄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같은 바위섬을 공유하고 있었다. 바다사자들의 포효하는 소리와 뒤뚱거리며 자리를 옮기는 모습, 물속을 멋지게 헤엄치는 모습을 한참 지켜보았지만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았다.

 

 

배는 등대 비슷한 입상(立像) 표지(標識) 옆을 지나 계속 동쪽으로 항진하였다.

3시간 정도 항진하여 펭귄과 또 다른 새들과 어울려 있는 조류의 천국지대에서 배를 멈춰 관람시켰다. 다른 팀은 작은 배를 타고 와서 섬에 내려 펭귄과 어울려 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6시경에 배가 회항하기 시작하여 8시가 지나서 항구에 돌아왔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항만관리인 한 사람이 다가와서 “코리안?”하고 물으면서 메모지를 건네주었다. 권 사장이 보낸 것이었다. 이곳에서 의류도매상을 하는 유 사장과 저녁 식사를 같이 하고자 하니 중국집으로 오라는 내용이었다. 낮에 권 사장과 같이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유 사장을 만나서 인사를 나눴고 유명한 카페에서 차대접도 받았다. 저녁에도 중국집에 가서 새벽 1시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먹고 마시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분주하게 사업을 하는 유 사장에게 너무 폐를 많이 끼쳤다. 그리고 고마웠다.

 

 

 

 

 

티에라델푸에고 국립공원(Parque Nacional Tierra del Fuego)

2011년 3월 16일 (수) 맑음

새벽에 권 사장 부부가 칼레파테로 떠났다.

오늘은 국립공원에서 트레킹을 하였다. 트레킹 이외에도 공원에서 캠핑, 등산 낚시 레프팅 등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는 것 같다.

버스로 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 들려 티켓을 구입하고, 사무소에서 주는 공원 안내 팜플렛을 받았다. 버스 기사가 트레킹 코스가 3시간 소요되는 것과 2시간 소요되는 코스가 있는데 원하는 곳에 내려주겠다고 했다.

나는 산과 강이 어우러져 아기자기한 경치를 볼 수 있는 2시간 워킹 코스를 택했다. 비글 해협의 해안길을 따라 걷는 3시간 코스를 택하고 싶었다. 그러나 트레킹 소요시간은 다리가 긴 서양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다리가 짧은 나같은 사람은 4시간 이상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2시간짜리를 택했다.

 

    

 

 그런데 2시간 코스라고 하지만 실제로 소요된 시간은 3시간도 더 되었다. 남미의 끝 지역인 이 공원에서 알라스카까지 17,818km이고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는 3,079km라고 게시판에 기록해 놓았다.

우리 일행은 중국인 부부와 나 셋이었다. 중국인 부부는 트레킹을 하면서 연신 먹을 것을 나눠주어서 얻어먹기도 미안하였다. 미로 같은 길을 따라가다가 길을 놓쳐 다시 자동차 길로 나가서 자동차가 일으킨 먼지를 덮어쓰기도 하고, 지나왔던 길로 다시 접어들기도 하였다.

울창한 삼림 속을 지나면 작은 강이 나타나기도 하고 강을 건너면 또 울창한 삼림의 오솔길로 접어들었다가 앞이 확 트인 강이 다시 나타나기도 하였다. 수달이 둥지를 만드느라고 나무를 물어다가 쌓아놓은 곳에 넓은 물웅덩이가 만들어진 곳도 보면서 이 아름다운 자연에 지금 내가 함께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더없는 행복을 느꼈다.

남미 여행을 시작할 때 티에라델푸에고의 국립공원 절경을 보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다.

강에서 래프팅하는 젊은이들과 강태공들, 캠핑장에는 텐트를 치고 야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와 반대로 우리의 트레킹 종착지에서 출발하여 우리가 출발했던 지점까지 가서 버스를 타려는 사람들도 만났다.

 

세 시간 이상을 산길을 걸어서 피곤했던지 숙소에 돌아온 직후 침대에 골아 떨어져 내리 4시간이나 잤다.

저녁에는 파스타를 삶아서 먹었다. 다빈이가 자기가 직접 요리한 것이라면서 쇠고기 만두를 네 개나 가지고 와서 주었다. 이집 식구들의 인정미에 마음이 푸근하였다. 먹다 남은 것은 내일 새벽 칼레파테로 갈 때 버스에서 먹으려고 싸서 가방에 넣었다.

 

 

다시 칼레파테로

2011.3.17(목) 맑음

새벽 3시에 일어나서 다시 짐을 챙겨놓고 침대에 누웠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다빈이 어머니가 내려와서 깨우지 않았더라면 버스를 놓칠 뻔했다. 그리고 다빈이 어머니가 차로 버스 정거장까지 데려다 주었다. 이번에 우수아이아에 와서 다빈이네 신세를 많이 진 것 같다. 귀국하면 전화로 감사인사를 하여야겠다.

그런데 버스에서 나와 같이 앉은 사람이 비슷한 나이의 한국인이었다. 정년퇴직 교원으로 세계 각처를 거의 가보지 않은 데가 없는 여행 대가였다. 같이 칼레파테로 가면서 여행에 관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이번 우수아이아의 여행은 원래 계획에 없었던 곳인데 너무나 좋았다.

빙하를 덮어쓴 절묘하고도 기운차고 넉넉한 모습으로 우뚝 솟은 산에 둘러싸인 우수아이아는 비글해협이 보듬어 안은 아름다운 도시이다. 그리고 비글해협 너머 칠레의 Navarino 섬이 바라보여서 더욱 좋았다.

버스를 타고 우수아이아를 떠나면서도, 비글해협에서 보았던 조그만 펭귄과 바다사자들, 산과 강을 만나면서 자연의 소중함과 보호의 필요성을 깨닫도록 개발해 놓은 아기자기한 트레킹 코스가 있는 국립공원이 머리를 꽉 매웠다.

우수아이아에 며칠만이라도 더 머물러 있지 못하고 가는 것이 아쉬웠다. 뒷산에 있는 빙하와 다빈네가 이민 와서 힘겹게 일궈놓은 농장에 가보지 못한 것이 마음을 괴롭혔다. 그리고 나보다 앞서 다빈네에 왔던 한 여인은 만만찮은 비용을 들여 남극에도 갔다고 하는데...

 

 

새벽 4시45분에 출발한 버스가 리오 그랑데에 가까워질 무렵에 날이 밝았다. 리오 그랑데에서 대서양을 끼고 티에라델푸에고지구를 벗어나 아르헨티나로 넘기 직전 칠레 국경 출입관리사무소에서 다른 차들은 국경을 통과시켜주면서 우리 버스만 잡아놓고 오랜 시간 대기시켰다. 그래서 가예고스(Gallegos)에 도착예정 시간이 오후 6시인데 7시30분에 도착하였다.

 

칼레파테 후지여관에 새벽 1시에 도착하였다. 권 사장 부부를 다시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