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

시베리아횡단열차(1)

어르신네 2013. 3. 13. 23:53

 

 

시베리아 횡단 열차(1)

 

9월 25일 저녁에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하여 28일 오후에 이르쿠츠크에 도착하였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모스코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의 총 9,198㎞의 길이를 말한다. 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모스코바로 가는 중간 3~4개의 도시를 들리고 싶었으나 러시아는 10월부터 동절기로 접어들 것 같기도 하고, 또 러시아에서 여려 도시를 들리기에는 비자기간도 짧아서 이르쿠츠크에서 내려 바이칼 호수만 구경하고 바로 모스코바로 가기로 일정을 잡았었다. 내가 사흘밤낮을 보내야 할 객실은 꾸페 12객실  25호실로 4인실이었다.  내 맞은 쪽에는 거구의 Belarus 여인이 탔다. 옆칸의 24호실에 있는 그녀의 가족들과 함께 여행하는 중이라 하였다.

 

열차객실 통로

 

꾸페의 침대 의자

 

2012. 9. 26 (수) 맑음

어제 저녁에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한 후 두어 역에서 정차하더니, 자정을 지난 이후에는 하바로프스키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달려온 것 같다. 흔들리는 열차인데도 언제 잠이 들었는지 하바로프스키에 도착할 때까지 정신없이 잤다. 어제 낮에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구경을 하느라고 하루 종일 걸어 다녀서 고단하였던 모양이다. 잠자리에서 눈을 뜨니 창밖이 훤했다. 이등칸이라서 그런지 차안이 조용하였다. 하바로프스키 역에서 30분간 정차하였다.

 

 

 

하바로프스키 역

하바로프스키 역에 내려서 역사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바로프스키도 블라디보스토크만큼이나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와 관련이 깊은 곳인데 이곳을 그냥 지나쳐가기가 아쉬웠다. 하바로프스키를 지나자 비가 내렸다.

앞 좌석의 Cyxoba HuHa가 알아들을 수 없는 러시아어로 말을 걸어와서 그냥 고개만 끄덕여 주었다. 바로 옆 칸에 그녀의 아들내외와 그 자녀들이 함께 탔다. HuHa의 손녀가 할머니 옆에 와서 함께 놀아주는 모습이 참으로 예쁘다. 그들은 크로스노야르스크에서 내려서 또 다른 지역으로 가는 기차를 갈아탄다고 하였다.

로블루치예라는 곳을 지나면서부터 날씨가 갰고, 쾌청한 하늘 아래 광활한 시베리아가 늦가을의 황금옷을 입고 지나가고 있었다. 낮에는 한국 동행녀들이 내 차간에 찾아와서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그럭저럭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벨로그르크키라는 곳을 지나면서부터 또 밤이 시작되었다. 저녁에는 HuHu의 아들이 지도책를 가지고 와서 러시아와 구 소련권 여러 나라의 관광지를 가리키면서 그곳의 구경거리를 보여주었다. 우리는 지도책을 보면서 그가 가져온 보드카를 함께 마셨다. 꽤 얼근하도록 마셨다. 우리가 술을 마실 때 HuHa가 하바로프스키 플랫폼에서 산 연어 알을 내어놓고 먹으라고 권하여 썩 내키지 않았지만 한 숟가락 먹어보았다. 그러나 짭짤한 맛이 괜찮았고 안주로 아주 훌륭했다. 열차가 우리나라 열차만큼 쾌적한 느낌이 들지는 않았지만 그리 불편하지도 않았다.

2013.9.27(목)

지난밤에 마신 술로 인하여 몸이 무거웠다. 늦게 일어나서 컵라면으로 속을 풀었다. 오전 내도록 침대에 누워 있었다.

한국동행녀들이 자기들이 있는 객실에는 오가는 사람들이 많고 소란하다면서 내가 있는 차간에 와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기차가 정차할 때마다 정차시간이 여유가 있으면 홈에 내려 걷기도 하고 역사(驛舍) 부근을 돌아보기도 하였다.

 

 

시베리아 횡단쳘차가 지나면서 들렸던  驛舍들

지금까지 지나온 시베리아 지역은 대부분 평지였으며 기차를 스쳐가는 자작나무는 우리나라 늦가을의 막바지 단풍처럼 노랗게 물들었다. 시베리아에는 나뭇잎이 모두 떨어진 나무들도 보였으나 대부분의 나뭇잎들은 마지막 생명의 끈을 잡고 안간힘을 쓰면서 누렇게 떠있거나 홍조를 띄고 있었다.

낮잠을 잤더니 밤에는 잠이 쉽게 들지 않아 밤새도록 뒤치락거리다가 새벽녘에야 겨우 잠이 들었다.

2013.9.28(금)

낮에는 한국인동행자들과  HuHu의 아들 내외도 와서 함께 러시아 지도책과 풍경사진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내가 어저께 보드카를 얻어 마셨기 때문에 치타(Chita) 역에 내려서 노점상에서 맥주를 사가지고 와서 나눠마셨다. 열차 안에서 파는 맥주보다 값이 훨씬 싸다

 

열차 승무원들과 HuHu의 가족들과 함께

기차가 울란우데를 지나 얼마가지 않아 바이칼 호 가장자리를 달렸다. 호수주변의 나무들은 울긋불긋 늦가을을 치장하여 그야말로 산수(山水)가 수려하였다. 이 아름다운 풍경에 넋이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바이칼 호수

 

 9월 28일 13시 30분경에 이르쿠츠크에 도착하였다.

Huhu가 손자와 손녀를 데리고 역사 바깥까지 나와서 배웅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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