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설악산 대청봉에 오르다

어르신네 2015. 10. 7. 18:31

<등산>

 

- 설악산 대청봉에 오르다 -

 

2015.10.03(토) 대체로 맑음

인천 길벗산악회에서 실시한 ⌜설악산단풍산행⌟에 참석하였다. 00시25분에 간석오거리 교원공제조합 앞에서 버스를 탔다. 그리고 한계령에 03시 35분경에 도착하여 3시 45분에 등정을 시작하였다.

이 코스는 지난 2011년 가을에 두 번이나 다녀봤던 길이라서 낮선 길은 아니다. 그러나 어둠을 뚫고 앞으로 난 길을 따라 오를 뿐 주변 경관을 살필 수도 없고, 올라온 지점을 가늠할 수도 없었다. 중청봉과 귀때기봉으로 갈리는 삼거리에 도착하기 전에 우리는 선두 그룹을 놓치고 뒤처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힘들게 올라왔던 길에서 다시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한참을 내려갔다 선두 그룹은 우리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는데, 후미그룹이 따라오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내 인식에 2011년 가을에 왔을 때에는 내리막길이 이렇게 길었던 같지 않았는데 너무 많이 내려가는 것 같았다. 다시 어둠 속이라 오르는 길은 보이지 않고 계속 내려가기만 하는 것 같았다. 내려가던 길에서 멈춰 서서 후미 그룹이 오기를 기다렸다. 마음을 졸여서일까? 후미그룹이 쉬 나타나질 않아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짙은 어둠에 갇혀버린 우리는 완전히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인 것 같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드디어 한 그룹이 나타났다. 반가웠다. “‘길벗’이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대청봉 가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하여... 우리가 걷는 길이 대청봉으로 가는 길임을 확신하고, 다시 가던 길을 계속하였다. 그리고 곧 오르막이 나타났고, 이어서 새벽 5시 35분경에 높은 언덕에 올라섰다. 내리막길에서는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여기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쉬고 있었다. 바람소리 요란하였다. 여기가 귀때기봉과 중청봉으로 갈리는 갈림길이었다.  

귀때기봉과 대청봉으로 길이 갈라지는 "갈림길"의 표말

 

한계령에서 삼거리까지는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한계령에서 대청으로 가는 길 중에서 제일 힘든 곳이다. 나는 이 가파른 오르막길을 힘들여 올라오느라고 온몸에서 땀이 흠뻑 배어나오고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런데 산등성이에서 몰아치는 바람이 금방 그 열기를 식혀버렸다. 땀도 금방 잦아드는 것 같았다. 그나마 바람막이 옷이라서 차가운 바람이 땀에 흠뿍 젖은 살갗에는 닿지 않아 다행이었다. 나무사이로 쏜살같이 지나가던 바람이 내 몸을 훑고 지나가면서 묵은 때와 혼탁했던 마음의 찌꺼기들을 거둬가는 것 같았다. 오르막 비탈길을 길을 걷느라고 얼얼했던 정신이 번쩍 깨어났다.

삼거리에서 조금 쉬었다가 중청대피소 방향의 길을 다시 걷기 시작하였다. 사방이 어둠에 묻혀 손전등이 밝혀주는 곳 이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전등불빛 사이로 하얀 휘장막이 바람에 휘날리는 것처럼 안개가 빠른 속도로 바람과 함께 우리 앞을 스쳐서 지나가곤 하였다.

내 기억으로는, 이 갈림길에서부터는 끝청봉에 오를 때를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올라왔던 길처럼 가파르게 오르는 길은 없고 대체로 완만한 산등성이 길을 가게 된다. 그러나 너덜 길과 칼바위 길과 같은 험하고 만만찮은 길이 계속하여 이어졌다. 우리가 이 길들을 조심조심 지나가는 동안 단속적(斷續的)으로 휘장막 같은 안개구름이 앞길을 막기도 하고 바람과 함께 스쳐 지나가기도 하였다.

어둠과 안개구름의 휘장막을 뚫고 정신없이 그러나 조심스럽게 너덜 길을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하늘 빛깔이 선명해지면서 동녘이 트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안개구름이 심술을 부리는 바람에 주위의 선명한 경관을 볼 수가 없었다. 5시 50분경에는 가까이 있는 숲과 나무와 바위들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바람에 휘날리는 안개구름(?) 사이로 설악산은 용하장성을 중심으로 웅장한 모습을 언뜻언뜻 드러냈다.

 

우측중앙 용하장성의 위용

 

 

 

 

안개 사이로 나타난 설악산은 웅장하고 신비스럽다. 장대한 산봉우리들이 우뚝우뚝 힘차게 솟아났고, 산줄기들이 거침없이 동서남북으로 내닿는다. 이렇게 아름다운 강산은 민족의 정기와 기상이 되었고, 오늘날 우리민족은 그 진취적인 기상을 세계에 떨치고 있다.

설악산은 그 산자락의 갈피갈피에 태고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묵묵히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산은 굳은 의지와 변함없는 자태, 무엇이든지 다 품어 안는 넉넉함, 아낌없이 베푸는 후덕함, 그리고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관대함이 있다. 설악산의 덕을 배우려고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설악산을 찾아들었다. 간간히 세찬 바람이 등을 밀기도 하고 가는 길을 막기도 하였다. 해발 1400미터 내외의 고지라서 단풍도 붉게 물들었다.      

 

 

드디어 끝청봉에 도착한 것은 8시 30분경이었다. 세찬 바람 때문에 끝청봉에서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 끝청봉에서 한계령을 바라보는 경관이 참 좋은데 안개가 심술을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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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청봉

 

9시 10분경에 중청 대피소에 도착하였다. 중청대피소 앞에는 많은 등산객들이 보였다. 몰아쳐 오는 바람을 막아주는 ‘중청대피소’ 앞에 사람들이 운집해 있었다. 우리도 대피소 앞에서 잠시 정신없이 몰아치는 바람을 피하면서 휴식을 취하였다. 그러나 번잡하게 오가는 사람들 때문에 그곳에 더 머물 수가 없어서 다시 대청봉을 향하였다. 대청봉에 오를 때는 걸음을 옮길 수 없을 정도로 서북풍이 세찼다. 그 와중에도 대청봉 정상에서는 대청봉정상 팻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혼잡을 이루었다.

 

 

중청대피소

 

중청봉에서 바라본 공룡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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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아치는 바람에 대청봉을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이 무척힘들어하였다

 

 

 

 

대청봉 정상에서의 인증샷

 

대청봉 정상에서부터 오색탐방안내소까지는 내리막길이다. 대청봉 아래 500미터 지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그런데 우리가 휴식을 취하던 곳에 소나무 한 그루가 주춧돌 이에 올려놓은 기둥처럼 바위 위를 올라타고 서서, 부드러운 흙 위에서 자란 나무들과 나란히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나무의 중심은 바위 위에 있고, 뿌리는 바위 귀퉁이를 감싸고 내려가서 땅으로 파고 들어간 기묘한 광경에 경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소나무는 의지를 가지면 어떤 역경이라도 이겨낼 수 있다는 교훈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자연은 무언의 교육자이다. 자연은 우리에게 겸허한 삶의 본이다. 겸허하게 살아가라고 한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을 찾고 자연이 베푸는 덕에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바위 위에 올라앉은 나무들

대청봉에서 개울을 건너는 다리가 있는 곳까지는 경사가 급하다. 나무 계단과 돌계단이 연이어진다. 힘겹게 대청봉을 향하여 오르는 사람들의 행렬이 계속 이어졌다. 계단을 내려가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단조롭게 내려가기만 하는 길이 지루하고 따분하였다. 그래도 숲속에서 간간히 물든 단풍이 힘겹게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대청봉에서 오색탐방안내소까지 내려오는 동안 길벗 회원들을 볼 수가 없었다. 우리가 너무 뒤쳐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12시까지는 담방안내소까지 도착해야 하는데, 12시 현재 설악폭포 부근을 지나고 있으니 너무 늦었었다. 2.5km를 더 내려가야 하는데, 지쳐서 내려가는 속도가 나지 않았다. 게다가 탐방안내소로 직접 이어지는 내리막길은 전부 돌계단이었는데, 그 계단을 내려가는 일은 지루하였고, 계단이 불편하게 느껴져서 계단을 딛고 내려가기가 더 힘이 들었던 것 같았다. 오후 1시 10분경 ‘오색탐방안내소’에 도착하였다.

 

 

 

설악폭포 부근

그런데 산 아래로 내려오니 바람도 거세지 않고 하늘도 청명하고 모든 게 신선하였다. 예정시간을 넘긴 힘겨운 산행이었지만 전구간을 완주하였다는 성취감에 마음이 뿌듯하였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겨났다. 산행을 마치고 난 이 기쁨 감정이 내 생활의 활력소가 되어 좀더 보람된 일에 이어졌으면 좋겠다. 오늘 신새벽부터 오후 1시까지 힘든 여정이었지만 참으로 만족한 산행이었고 함께 하였던 길벗 산악회회원들께 감사하였다.

내 나이 이미 고령(우리나이로75세)에 접어들었는데, 그리고 건강도 점점 뒷걸음치고 있는데, 작년 9월에 지리산 산행에 참가한 인연을 핑계로 이번에도 염치 불구하고 설악산 산행을 신청하였다. 흔쾌히 신청을 받아주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산행에 참가하였지만 조심스러웠다.

대청봉에 오르기 전에 도봉산을 올랐었다. 8월 4일 그 무덥던 날 도봉산 등정을 마치고, 이번 가을에도 설악산 산행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마침 길벗에서 마련한 설악산 산행이 있어서 반가웠고 동행을 신청하였다. 그리고 아침 체조와 집 뒷산에 꾸준히 올랐던 것도 설악산 산행에 자신감을 가지게 한 한 요소가 되었다. 여하간 결과는 원인과 과정이 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원인을 찾아 실행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내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이지만 가능한 한 그러한 노력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점심을 먹던 용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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