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

03. 뭄바이(3)

어르신네 2016. 2. 14. 15:38

                              03. 뭄바이(3)



 밤새도록 떠드는 소리, 문 여닫는 소리가 들리더니 새벽녘에야 조용해지는 듯했다. 
새벽에 조용해지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까마귀 짖는 소리가 진동을 한다. 
잠을 잔 것 같지 않은 밤을 보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니 머리가 맑지 않다.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밖으로 나가려고 문을 열었다.
그런데 복도에 사람들이 일렬로 누워 잠을 자고 있는 게 아닌가? ...........
복도 바닥에서 잠자는 모습이 무척 낯설게 느껴졌다.
그들은 여관 종업원들 같았다. 
잠자는 사람들 옆을 조심스레 걸어서 밖으로 나와 바닷가 쪽으로 갔다. 
아직 해가 오르지 않아 거리에 어둠이 약간 깔려 있었다.
어어!!!! 이게 웬 일인가? 길바닥 여기저기......
사람들이 포대기를 돌돌 말고 잠을 자고 있는 게 아닌가? 
바닷가 제방 위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아직 곤한 잠을 자고 있었다.
바닷가 길을 따라 더 내려갔다. 거기는 길바닥이 공동숙소 같았다.
더 이상 내려갈 수가 없어서 ‘게이트 어프 인디아’쪽으로 올라오고 말았다. 
그 때, 뭄바이 항구 위로 아침 해가 예쁘게 떠 오르고 있었다.   
그 햇빛이 저기 거리에서 잠자는 사람들을 찾아가서 
“이제는 아침입니다.” 하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어저께 여관 측에 고아로 가는 사설버스 차표를 부탁했더니 오늘 오후 5시에 출발하는 사설버스 표를 구해주었다. 2층 침대차로 일인당 550루피를 지불하였다.
 (같은 차에서 한국학생을 만났는데 그는 400루피를 내고 승차하였다고 했다. 여관의 매니저가 우리 부부 두 사람의 차표 값으로 300루피를 더 받아 챙긴 것이다. 배가 아팠다. 300루피는 우리 부부가 하루 세 끼니를 사먹고 지낼 수 있는 돈인데.........)
 아침 식사를 위해서 어저께 저녁을 먹었던 식당엘 갔다. 
아침식사 메뉴판을 내주는데 먹을 게 없었다. 토스토 오무라이스 등  몇 가지밖에 되지 않는다.
아침을 밥으로 해결해야지 그런 것으로 부실하게 먹을 수 없다는 생각에 그 식당을 나와서 다른 식당으로 갔다. 
그런데 거기도 마찬가지였다. 아! 여기는 인도이지, 서양의 식사문화와 비슷하겠구나..... 
마침 어저께 여관을 안내해준 학생(성남에 산다고 하였다.)도 식당에 들어왔다. 인도에서 아침식사는 메뉴가 한정이 되어 있어서 먹을 게 별로 없다고 한다. 
우리는 할 수없이 오무라이스 토스토를 하나씩 시켜먹었다.
10시 조금 지나서 꼴라바 여행자 거리로 가보았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이제 막 문을 여는 가게들이 많았다. 여행자 거리의 남쪽지역에서 좌측으로 꺾어 들어가면 재래시장이 있다. 우리나라 시골의 재래시장과 흡사하다. 
무 감자 고구마 토마토 양파 파 고수 포도 등등 우리 눈에 익숙한 채소류와 곡물들을 파는 곳인데 사람들이 꽤나 북적댔다. 
우리는 포도 1 kg(20루피)과 식사를 할 때 먹을 보조부식으로 양파 세 개(5루피), 강화에서 생산되는 순무와 비슷한 붉은 무 두 개(5루피)를 샀다. 
우리 부부는 시장의 이 구석 저 구석을 돌아다니면서 뭄바이 서민들의 가식이 없는 삶, 진솔하게 살아가는 사람 냄새를 맡았다. 
포도1kg을 저울에 달아서 파는데 포도의 무게가 조금 덜 나가니까 손으로 포도 알갱이를 한 개씩 따서 저울에 올려놓고 평행을 가늠하던 할머니의 모습이 참으로 진지해 보였다. 
재래시장 골목에서 나와 그보다 더 남쪽에 있는 어항에 가보기로 하였다. 
어항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경관에게 이곳이 어항으로 들어가는 길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면서 “노 카메라!”라고 하였다. 그러니까 어항에서는 촬영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어항으로 가는 길목에 들어서자 생선비린내가 확 풍겨왔다.
어느 건물 앞에서 아낙네들이 커다란 그릇을 들고 빙 둘러서 있었다.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여 그들 뒤로 가보았더니 건물 앞에는 생선이 가득 쌓였다. 아마 그것을 나누어 가질 모양이다. 
여인들은 우리부부를 보자 자기들이 해야 할일을 잊고 우리만 바라보았다. 
우리부부가 그들의 구경거리가 되었다. 키가 작은 동양인인 우리부부가 똑같이 빨간 조끼를 입고 타나난 것이 신기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부둣가공판장과 같은 곳으로 나갔다. 
생선 비린내가 진동을 한다. 각종생선들이 넘쳐난다. 그 가운데도 새우가 많이 보였고 새우를 손질하는 아낙들의 손길이 바빴다. 어시장은 생선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댔다.
그런데 어항에는 부유물이 넘쳐나고 기름이 띠를 둘러있다. 어항의 오염이 아주 심각해보였다. 아마 어항 관계자들도 어항 오염 방지를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겠지.........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식당에 들어갈 일이 걱정이 되었다. 아침에 학생이 일러준 음식이름을 종이에 적어놓았어야 하는데 말로 일러준 것을 다 잊어먹었기 때문이다. 또 한번 부딪혀 보자 하는 심정으로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Veg Fried Rice"을 하나 시키고 또 뭔가를 시켰다(이 음식의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음). 이번에는 먹을 만하였다. 그래서 'Veg Fried Rice' 이것 하나만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12시에 체크아웃이라 하는데 우리는 아침에 짐을 싸서 사무실에 맡겼었다. 4시 30분까지 오면 고아행 버스정류장으로 갈 수 있도록 안내해주겠다고 하였다. 
고아행 버스 시간이 많이 남아서 웨일즈 박물관을 관람하려고 꼴라바 여행자 거리를 지나다가 우리나라 여인들을 만났다. 그들은 한 달간 여행을 하고 오늘이 귀국하는 날이라고 한다. 그녀들이 고아에서 왔다기에 나는 새로운 정보라도 얻을 요량으로 많은 것을 물어보려고 하였으나 만족할 만한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아쉽게 해어졌다. 
박물관에 갔다가 허탕만 쳤다. 오늘은 쉬는 날이었다. 우리는 다리도 아프고 해서 박물관 화단 턱에 앉아 쉬려고 했더니 경비가 와서 앉지 못하게 하여 그냥 나와야 했다. 
고아행 버스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었다. 버스에서 먹을 과일을 사려고 재래시장으로 다시 갔다. 시장에서 바닷가로 가면 타즈마할 호텔로 가는 길을 만났 수 있을 것 같아서 좁은 길을 따라 바닷가 쪽으로 나갔다. 
아! 이게 웬 일인가?
거기는 너무나 다른 세상이었다.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비참한 삶이 거기에 있었다. 
골목은 쓰레기와 오물로 범벅이 되어 파리가 윙윙거리고 악취가 코 안 가득이 밀려들어왔다. 골목에 나앉아 있는 사람들의 몰골 또한 차마 바라보기 어려웠다. 좁디좁은 골목길! 거적으로 둘러친 좁디좁은 방, 거기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비참한 모습들을 보고 골목을 빠져 나왔을 때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골목에 나와 놀고 있는 어린이들은 얼굴에 때국이 줄줄 흐르지만 맑은 웃음을 가지고 있었다. 
나중에 여관에 와서 들은 얘긴데 그곳은 무척 위험한 곳이다. 그곳은 마약 중독자들의 소굴이며 각종 범죄자들의 소굴이라 한다. 우리는 겁 없이 아주 위험한 곳을 다녔다.

4시 30분에 여관을 출발하여 10여분 만에 고아행 사설버스 정류장에 갔다. 시간이 일러서인가 승객이 우리부부 이외에 딱 한 사람만 타고 있었다. 우리 자리는 15,16번 2층이었다. 앉을 수가 없어서 차를 타자마자 누워있어야 했다. 14시간을 이렇게 누워서 가야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하게 느껴졌다. 
5시 20분이 되어서야 출발한 버스는 시내 여러 곳을 들러서 손님들 태웠다. 시내의 좋은 길에서도 심하게 흔들리는데 시내를 벗어나 교외로 나가면 사정이 더 좋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이런 것을 처음 타보는 나도 그렇지만, 아내가 환갑을 지난 늙은 여자의 몸으로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우리부부는 요동치는 버스의 이층에서 몸이 밖으로 튕겨나가지 않으려고 등을 바닥에 필사적으로 밀착시켰다. 한 밤중 차창으로 달빛이 찾아들었다. 달빛에 스치는 유령과 같은 밤풍경을 보면서 밤을 지새운 참으로 긴 고통스런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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