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

04.고아(Goa)

어르신네 2016. 2. 14. 15:45

04.고아(Goa)


뭄바이에서 어제 저녁 5시 20분에 출발하여 오늘 아침 7시 30분에 고아 빤짐에 도착하였다. 같은 버스를 타고 온 젊은 친구는 아우랑가바드에서 뭄바이를 거쳐 고아에 오는 길이라고 하였다. 그는 남부고아의 해변으로 가려고 마드가온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나의 영어 실력을 아는 아내는 영어구사능력이 좋아 보이는 젊은 친구와 해어지는 것에 대하여 일말의 불안감을 느꼈나보다. 또 뭄바이에서 밤늦도록 고아에 대한 관련 자료를 가지고 씨름을 하는 것을 본 아내는 나의 말보다는 젊은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그와 헤어져서 얼른 오토릭샤를 타고 Comfort G.H로 가자고 하였다.
우리는 버스 정거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여관 Comfort G.H에 짐을 풀었다. 밤새도록 차에 시달려 왔기 때문에 오늘은 하루 푹 쉬었다가 내일부터 관광에 나서기로 하였다. 우리가 묵은 방의 바로 위쪽 2층에 우리보다 하루 미리 온 세 사람의 한국인들이 있었다. 아내는 한국인들이 있다는 말에 안도하는 것 같았다. 
나를 믿고 따라왔으면 내말을 들어야지 다른 사람 말을 더 신뢰하고 의지하려는 아내가 미워지기 시작했다. 아내는 그런 나의 태도를 눈치 차린 것인지 머리를 식히겠다면서 밖으로 나갔다. 나는 내일부터 다닐 곳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느라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여관방에 앉아 있었다. 내일은 남부 고아, 모래는 북부고아, 그리고 그 이튿날은 올드 고아......... 
밖에서 들어온 아내가 
 “구경하러 왔지 밥도 안 먹고 여관방안에 들어앉아 책 보려 왔느냐?”
고 한다. 그렇잖아도 심기가 틀려 있는데 기름을 끼얹는 게 아닌가? 
나도 모르게 소리를 “꽥!” 질렀다.  
아내도 서운한지 입을 다물고 말았다. 
아침식사도 굶었다.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해보았지만 쉽게 잠이 들지 않았다. 쓸대없는 생각들이 머리를 어지럽힌다. 아내도 잠이 오지 않는다면서 밖으로 나갔다. 10시가 훨씬 지나서 나는 깊은 잠에 빠졌던 모양이다. 1시가 조금 덜 되어서 깨었다. 아내도 언제 들어와 잤는지 나와함께 침대에서 일어났다. 
한잠 자고 나니 몸이 가볍다. 배가 고팠다. 
밤새도록 고생하고 온 아내의 마음을 잘 다스려 주지 못한 게 미안하여 내가 한풀 꺾고 들었다. 여관을 나와서 식당을 찾아 아침 겸 점심식사를 veg fried rice로 거하게 먹었다. (2인 분을 주문하였더니 너무 양이 많아서 다 먹을 수가 없었다. 이 후 우리 부부는 1인분만 시켜서 둘이서 나누어 먹었다.)
 Mandovi River쪽으로 갔다. 만도비 강은 바다에 인접해 있어서 그런지 강이 크고 수량이 많으며 많은 선박들이 떠있고 물살도 비교적 세찬 것 같다. 강에는 많은 부유물이 함께 흘러간다. 부유물들이 가까이 왔다가는 시야 밖으로 밀려나곤 한다. 밀려가고 밀려오는 각양각색의 부유물을 바라보면서 우리 인생도 저 부유물과 다를 바 없는 존재일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우리부부는 길가 소공원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서 도도하게 흘러가는 강을 바라보고 있는데 우리나라 여대생들 5명이 우리 쪽으로 우루루 몰려왔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올드 고아를 갔다가 왔다면서, 세 명은 남부고아로 가기 위하여 짐을 가지고 나오는 길이라 하였다. 그들은 여행 중에 만난 사이인데 또  해어지게 된 모양이다. 
우리는 그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강 아래쪽으로 난 길을 따라 갔다.  좌측에 흰 교회건물이 보였다. 동정녀 마리아 성당이었다. 
성당은 언덕 위에 위치해 있는데다가 흰 색으로 칠하여 눈에 확 띄었다. 계단을 오르는데 어떤 사람이 초를 사라고 하여 두 개를 샀다. 외관상 웅장해 보이는 성당은 1500년대 중반에 세운 것이라 하는데 안은 온통 금색으로 화려하게 꾸며놓았고 정면과 중앙 그리고 뒤쪽에 동정녀 마리아상을 배치하여 아름답게 장식하였고 고요하였다. 우리들이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고 있는데 관리인이 와서 불을 켜주고 성당 안을 고루고루 구경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었다. 성당을 나와서 여관으로 돌아오다가 포도 1kg을 20루피에 샀다. 
저녁식사 때가 되어서 식당을 찾아나섰다.  Comfort G.H에서 큰길 쪽으로 50여m 나오다가 보면 오른쪽 2층에 조그마한 레스토랑이 있는데 밖에서 보니 색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곳이었다. 아내의 마음도 달래줄 겸해서 그곳으로 올라가서 veg fried rice와 chowmeun을 시켰다. 모두 서양인이고 동양인은 우리 부부밖에 없었다. 음식의 양도 적고 맛도 별로고 값은 비싸고 서비스도 좋지 않았다. 이 사람들이 우리가 늙은 동양인이라고 앝보고 하는 짓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뒷맛이 영 개운치 않았다. 
오늘은 이것저것 좋은 게 별로 없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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